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브레이크다운 (2018년 초판)

저자 - B. A. 패리스

역자 - 이수영

출판사 - ARTE

정가 - 14000원

페이지 - 403p




진짜 정신착란 스릴러



[비하인드 도어]로 완벽한 남편에게 억눌려 살며 온갖 학대와 고통을 받던 아내의 숨막히는 심리를 숨가쁘게 그려냈던 작가 'B. A. 패리스'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이번 작품도 평범한 삼십대 역사 교사이자 잘생긴 남편의 아내 캐시가 우연히 살인사건에 얽히면서 겪게 되는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전작 [비하인드 도어]와 마찬가지로 작가 특유의 빠른 호흡과 밀도있는 심리묘사, 옴몸을 전율케 하는 서스펜스, 그리고 막판 통쾌하고 시원한 반전의 묘미를 그려낸다. 전작은 학대의 고통에 허우적 대며 미치기 일보직전의 혼란스러운 심리상태를 그려내더니...이번 신작은....주인공이 정말로 미쳐버렸다!! 나의 기억을 내가 믿을 수 없다면....시시각각 조여오는 죽음의 공포와 함께 점차 심해져 가는 조기 치매로 인한 섬망증상으로 미쳐가는 주인공을 보고 있자니 나까지 미쳐버리는듯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ㅠ_ㅠ



여름방학을 앞두고 학교 동료들과 회식자리를 갖고 숲속 외딴 집으로 돌아가려던 캐시는 무섭게 내리치는 폭우 때문에 남편의 당부를 무시하고 숲속으로 난 지름길인 블랙워터 길로 진입한다. 내리치는 폭우 속에서 전방을 주시하며 차를 몰던 캐시는 숲 한복판 갓길에 세워진 차를 발견하고 차 앞에 잠시 정차한다. 언뜻 금발의 여성을 본것 같지만 캄캄한 숲 한복판에 서있는 차에서 불현듯 공포를 느끼고 이내 정차한 차를 두고 집으로 출발해 버린다. 그리고 다음날.....뉴스에선 블랙워터 에서 한 여성이 시체로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려오고....캐시는 커다란 충격과 함께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고 가버린 자신에게 크나큰 죄책감을 느낀다. 다음날 우연히 절친 레이철에게 사망한 여성이 새로 사귄 친구 제인이었다는 것을 안 캐시는 완전 무너져버리고, 블랙워터에서 제인을 봤었다는 사실을 남편 매튜에게 조차 숨긴다. 하루하루 죄책감에 괴로워 하던 캐시에게 어느날 부턴가 집으로 전화가 걸려오고, 받으면 아무 말 없이 기다리고 있는 상대편에게서 공포를 느끼기 시작하는 캐시...전화를 걸어오는 남자가 살인마라 직감한 캐시는 옥죄는 공포와 더불어 과도한 신경쇠약으로 인한 섬망증세마저 보이는데.....



엄마를 치매로 잃은 캐시에게 처음엔 사소한 건망증이었지만 급속도로 망각증상이 심해지면서 자신 역시 조기 치매에 걸린것이 아닌가에 대한 의심도 두려운데 매일 살인마의 협박 전화를 받으며 점차 높아지는 협박의 수위는 캐시의 정신을 위태로운 상태를 넘어 위험수위에 이르게 만든다. 남편 매튜나 친구 레이철에게 상황을 설명하지만 처음에는 이해하고 걱정해주던 이들도 점차 심각해져만 가는 건망증과 망상증상, 그리고 과도한 히스테리로 친절하게 자신을 보살펴 주던 주변인들 조차 등돌리게 만들고....고립된 캐시는 이제 홀로 살인마와 치매와 싸워야만 한다...



밝고 유능했던 캐시가 점차 정신착란 폐인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너무나 설득력 있게 그려져 순간 나조차도 캐시가 정말로 미친게 아닌가 생각하게 만든다. -_-;; 일련의 캐시가 겪게되는 망각과 망상의 에피소드들은 정말로 온몸의 진을 다 빼놓을 정도로 심각해서 그런 모든 캐시의 히스테리를 보고도 따스하게 감싸주는 남편 매튜가 생불(살아있는 보살)로 보일정도 였다. 도무지...아무리 죄책감이 심하다 해도 끝까지 남편에게 블랙워터에서 제인의 차와 마주친 일을 감추고 무언의 전화를 살인자로 생각하는 이유를 말하지 않는 캐시에게 정내미가 떨어질 정도 였으니까 말이다. 이건 뭐...주인공 캐시보다 태평양 보다 넓은 이해심을 가진 남편에게 감정이입이 될정도 였다. 



정신착란과 진실 사이...그 모호한 경계를 통해 서서히 미쳐가는 캐시를 보여주면서 독자 역시 누가 범인이고 어디까지가 진실과 거짓인지 끊임없이 추리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정말 읽다보면 나까지 미쳐버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솔직히 이 작품이 심령 미스터리 장르였다면 난 범인이 초자연적 존재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이야기의 구성은 탄탄하다. 다만 누구나 스릴러라는걸 알고 있기에 범인의 윤곽은 비교적 쉽게 맞출 수 있지만....어찌됐던, 범인을 눈치 채는것과 그동안 벌어진 사건의 전말이 까발려 지는건 엄연히 다르니 출판사 광고대로 마지막 50페이지를 향해 달려가는 고속질주 스릴을 즐기면 될것 같다. 이 50페이지에 희미했던 진실과 작가가 고심해서 짰을 트릭과 통쾌하고 시원한 복수의 한방과 예상치 못한 반전이 꽉꽉 담겨 있으니 말이다. 한 여성이 우연히 목격한 사건으로 위험에 처하게 되는 비슷한 류의 서스펜스 스릴러 작품들은 많지만 견고하고 치밀하게 짜인 복선과 상황에 몰입하게 만드는 탄탄한 구성으로 여타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차별성을 보여준다. 그래...이제는 믿고 보는 작가인걸로....브레이크가 파열되 목숨 내놓고 질주하는 스릴의 쾌감을 느껴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븐이브스 2 - 화이트스카이
닐 스티븐슨 지음, 성귀수.송경아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븐이브스 2 : 화이트스카이 (2018년 초판)

저자 - 닐 스티븐슨

역자 - 성귀수, 송경아

출판사 - 북레시피

정가 - 16000원

페이지 - 491p



드디어 시작된 하드레인...그리고 지구의 멸망..



'아바타'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사이버펑크의 어머니 (아빠는 '윌리엄 깁슨'일까?...) '닐 스티븐슨'의 하드SF 작품 [세븐이브스] 2편이 출간되었다. 와!!!! 생각보단 빨리 2편이 출간되었는데 2013년 출간을 시작으로 3년이 지나 2편이 출간되었고 3편은 올해 출간이 목표라는데, 언제 출간될지는 모르는...아직도 출간 ING중인 [삼체]처럼 [세븐이브스] 2편이 1편의 내용을 전부 잊어버리고 출간되면 어쩌나 싶었는데, 생각했던것보다 더 빨리 출간되어 너무나 다행스럽다. ㅠ_ㅠ 이것이 진짜 하드SF라는듯이 지구의 멸망 앞에서 생존을 위한 인류의 모든 과학기술을 총동원하여 펼쳐지는 과학적 상상력의 총아였던 1편에 이어서 2편 역시 작가의 해박한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사회적 동물 인간에 대해 심층적으로 파헤쳐 보는 사고실험의 장이 마련된다. 영화던 소설이던 뭐니뭐니해도 3부작의 꽃은 본격적인 스토리가 펼쳐지는 2부가 아니던가...프리퀼을 거쳐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본편! 일곱 이브들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1편]

달이 폭발하고 무수한 달파편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연쇄작용을 일으켜 돌덩이들이 지구 주의를 가득 메우는 화이트 스카이를 거쳐 무려 5천년간 돌덩이들이 지구로 떨어져내리는 하드레인이 오기까지 지구에게 남은 시간은 단 2년....인류는 함께 협력하여 지구의 멸망에서 인류를 종속시키고자 모든 역량을 총 동원하여 지구 궤도위 우주정거장 '이지' 근처에 각 나라별 엄선한 생존자를 개인 우주선인 아클렛에 실어 쏘아올린다.



[2편]

유성우의 우주선 충격을 효율적으로 막아내고자 소행성 아말테아에 우주정거장 '이지' 연결을 완료하고, 삼백여개의 개인 생존 포드 아클렛들도 분주히 자신의 자리를 잡아 하드레인에서 생존할 준비를 마친다. 그리고 마침내 시작된 화이트스카이와 뒤이은 하드레인...'이지'의 승무원들은 각자 지구의 가족들과 마지막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고 무수히 많은 운석들로 불바다가 된 지구는 오렌지 빛으로 물든다. 그렇게 인류는 '이지'와 아클렛의 생존자 1,551명만을 남기고 전멸해버린다. 한편, 우주선의 무한 동력원이될 물을 구하기 위해 태양계 궤도의 라그랑쥬 포인트로 떠났던 우주선 '이미르'에게서 드디어 연락이 오고, 거대한 얼음 혜성을 성공적으로 접수하고 지구로 향한다는 기쁜 소식을 전한다. 하지만...누구도 예상못한 지구의 마지막 생존자로 인해 우주의 마지막 생존자 1,551명은 거대한 위험에 휩쓸리게 되는데....     

  


아무리 픽션이라지만 한때 지구의 주인으로 군림하던 공룡들이 소행성의 충돌로 멸망하듯 하드레인으로 무수히 많은 운석의 충돌로 지구에 남겨진 가족들이 역대급 스케일의 재난으로 죽어가는...지구가 쑥대밭이 되버리는 장면은 대자연 앞에서 한낱 먼지만도 못한 인간의 무력함을 느끼게 하면서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무기력한 감정과 막연한 공포를 선사한다. 그와 더불어 이번 2편에서는 하드레인 이후 본격적으로 지구와 유리되어 자력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이지'와 '아클렛'의 무리인 '스웜'의 구성원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분명 지구의 엄선된 선발대로 인텔리의 총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우주공간에서 멸망을 향해 돌진하는 갈등상황은 다시 한번 인간이란 동물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것 같다. 



1971년 스탠포드 대학에서 벌어진 역사상 최악의 실험 스탠포드 프리즌 엑스페리먼트 실험이 떠오른다. 적은 인원으로 서로 합의한 상황이라 해도 인위적인 권력 관계가 상정되면 갈등의 폭발과 폭력 상황은 막을 수 없음을 보여줬던 이 실험의 상황이 떠올랐다. 상황은 엑스페리먼트 실험과 다르지만 아무리 지적으로 높은 수준의 사람들이라 해도 천 오백명의 사람들이 모인 우주에서는 지구와는 또다른 사회가 형성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권력과 그로인한 차별과 갈등이 발생된다...거기에 지구에서 탈출한 마지막 생존자 X맨이 권력에 대한 그릇된 열망을 세치 혀로 풀어내 이지와 스웜인들 사이의 갈등을 조장하니...똘똘 뭉쳐 최대한 연대해도 오천년의 하드레인 기간을 살아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마당에 분열로 인해 자멸의 길로 돌진하는 최후의 생존자들을 보고 있자니 참담함 마저 느끼게 한다.



고립된 우주 공간에서 최후의 인류라는 절체절명의 하드SF적 배경에 인간 심리와 본성에 대한 어두운 이면을 고발하는, 작가가 인간을 바라보는 날카롭고 예리한 시선이 더해지니 극한의 긴장을 선사하는 사회적 실험실이 마련되는 것이다. 1편을 읽을 때만해도 오 천년간의 하드레인 기간동안 생존해 나가는 세대 우주선의 이야기가 그려지리라 예상했는데, 하드레인 이후 폭주 끝에 달랑 8명의 생존자만을 남기고 전멸해 버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를 보게 된다면....그 허탈감에 실소가 터져 나올것이다...당연하지만 이번 2편이 승무원간의 갈등 상황만을 그리는건 아니다. 1편 보다 더 많은 긴박한 EVA 상황과 유성우를 피하기 위해 긴밀하게 동작하는 '이지'와 '스웜'들, 우주선간의 랑데부 등등 스케일이 다른 우주활동의 장면들은 SF작품으로서 뛰어난 만족감을 준다. 



배경은 사이언스 픽션이지만 무섭도록 현실적이고 아프도록 날카롭다. SF로나 스릴러로서나 모두를 만족시키는 치밀하고도 사실적인 이야기에 엄지를 치켜들고 '따봉'을 날리고 싶다. 자...이제 인류라고는 달랑 8명의 여성...그나마 가임기 여성은 단 7명만이 남게 되었다. 인류 최후의 일곱명의 여성들 [세븐이브스]들은 3편에서 과연 어떤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게 될지...전혀 상상치 못한 사고실험의 장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아...사이버펑크를 버린 '닐 스티븐슨'의 하드SF는 진짜...사이버펑크를 버려주셔서 감사합니다....ㅠ_ㅠ 지금 당장 3편을 출간해 달라!!!!!



덧 - 번역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사실 1편을 읽을때만 해도 좀 딱딱하긴 해도 거슬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성귀수 번역자에겐 미안하지만) 2편에서 바뀐 번역자의 글로 읽어보니...과장 조금 보태서 하늘과 땅차이의 가독성을 보여준다. ㅠ_ㅠ 허허...부디 3편은 지금 역자가 계속 해줬으면 좋으련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멸세계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살림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멸세계 (2017년)_E-BOOK
저자 - 무라타 사야카
역자 - 최고은
출판사 - 살림
정가 - 13000원
페이지 - 이북



섹스 행위가 사라진 세계...난 반댈세.


혜자 이북 온라인 서점 리디북스에서 [마지막 패리시 부인]과 함께 무료 대여로 풀었던 [소멸세계]를 완독했다. 교미행위가 사라진 세계라는 독특하고 새로운 발상의 작품으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렇게 무료로 풀리니 않읽을 수 없지 않은가?! 작가의 작품은 이 작품으로 처음 접하지만 얼마전 출간됐던 [살인출산]의 플롯을 보고 이 작품을 읽어보니 여성이 갖는 섹스와 임신, 출산에 대해 상당히 독특한 시각을 갖고 있는 작가인것은 분명한것 같다. 신체접촉을 통한 성행위가 불결한것으로 간주되어 위생적인 마스터베이션이 선호되는 새로운 세계....난 이런 세상 반댈세!!



2차세계대전 후 전쟁에 징병된 수많은 남자들의 전시 사망으로 자연스럽게 인공수정기술이 발달되고 짐승처럼 헐떡이며 씨를 뿌리는 기존의 야만적 성행위에서 신체 접촉 없이 인공수정을 통한 출산이 정상적인 방식으로 자리잡는다. 그렇게 자연스레 기존 성행위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기존의 남자와 여자가 만나 결혼을 하고 함께 사는 가족의 개념 조차 붕괴된다. 이성이 만나 사랑을 나누던 기존과는 달리 TV에서는 온통 2D 애니메이션 혹은 히어로의 활약이 돋보이는 특촬물이 방영되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TV속 캐릭터를 연인으로 삼고 사랑에 빠지고 캐릭터를 상상하며 마스터베이션 한다.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아이들과는 달리 부모의 성행위로 태어난 소녀 아마네는 엄마가 사랑을 통해 태어난 축복이 아마네라는 말을 줄곳 듣고 자라지만 정작 본인은 불결하고 더럽게만 느껴진다. 섹스에 대해 궁금하면서도 거부감을 느끼는 아마네는 학교 동급생과 호기심 끝에 처음으로 섹스를 하는데......



이 작품을 읽으니 불현듯 중딩시절이 떠오른다. 내가 중학생일때만해도 인터넷은 하이텔, 나우누리등 전화선을 이용한 방식으로 극악의 속도를 자랑했고 하여 동영상은 꿈도 못꾸는 시절이었다. 그나마 왕성한 성적 호기심은 수백명이 돌리고 돌려봐 휴지처럼 닳고 닳은 도색잡지 따위 아니면 똘이가 주인공으로 온갖 여성과 섹스 판타지를 펼치는 야설로 푸는 정도랄까...그렇게 글로 섹스를 배우던중 드디어 친구의 집에서 처음으로 시청한 포르노로 첫 섹스에 대해 접해봤다.(영상지만..) 그런데 동화책으로 곰돌이를 본 아이가 처음으로 동물원에서 곰을 봤을때의 상상과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오는 충격이랄까...상상해오던 섹스와는 달리 영상속 흑형의 크고 거대한 물건과 그 물건을 전부 품어버리는 백인여성의 성기...땀을 흘리며 짐승의 괴성을 질러대며 스포츠를 하듯 리드미컬 하게 움직여 대는 그들의 모습은 충격과 공포로 다가왔다. 그렇게 일주일간은 트라우마에 시달렸는데 신기하게도 그 이후에는 섹스에 대한 열망이 더 강해졌다는것...그렇다...소멸세계 속 사회적으로 불결하고 터부시하는 교육을 받았을지라도 몸속 DNA에 각인된 자손번식과 더불어 성행위에 따른 쾌락에 대한 무의식적 열망, 대자연의 조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본능은 후천적 금기로는 막을수가 없는 것이다. 서로 몸을 비비며 느끼는 교감과 일체감은 골방에 틀어박혀 2D 캐릭터의 사진을 문대며 느끼는 마스터베이션과는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어쨌던 그렇게 염원하고 바라던 나의 첫 성경험은 그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에나 경험할 수 있었다는...



기존의 섹스와 가족관계에 대해 완전히 해체시켜 버리고 작가의 사고실험으로 만들어진 세계는 편의적일지는 몰라도 비인간적이고 메말라 있으며 집단적 광기에 사로잡혀 있는것으로 보인다. 특히 작품속 실험도시로 나오는 지바시티는 이 광기의 집합체로 그려지는데 도시의 구성원 모두가 엄마로 불리며 모든 아이들을 공동육아로 키우다보니 아이들의 생김새는 다를지 몰라도 모두가 공장에서 찍어 나온듯 같은 표정 같은 생각을 갖는 획일화된 개체로 자라난다. 구성원들의 정자와 난자를 무작위로 여성, 남성에게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을 시키는 세상....남과 여의 완벽한 성적 평등이 실현됐다기 보단 성역할 자체가 사라져 버린 기괴한 세상이 펼쳐진다.



자...그렇다면 작가가 그리는 평행우주속의 소멸세계는 과연 현실성이 없는걸까?...일단 결혼이 늦어지면서 출산연령이 높아지고 지속적 환경오염으로 정자의 질이 떨어져 자연 임신률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이다. 자연스럽게 인공수정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점차 여성에게 관심이 없는 건어물남이 늘어나는 사회적 추세와 덕후양산 애니 [페이트 나이트]를 필두로 2D 애니 캐릭터와 사랑에 빠져 실제 이성과는 담을 쌓아버리는 덕후들이 증가하는 추세이니...단편적이긴 하지만 우리도 소멸세계를 향해 서서히 나아가고 있는건 아닐까?!!!.....아냐....아니야!!!! 절대로 보고 싶지 않다...마치 아마네의 엄마와 같은 심정으로 미쳐 돌아가는 세상을 제정신으로 바라볼 용기가 날것 같지 않다. -_- 실로 충격적인 세계관에 공포 싸이코 드라마를 보는듯한 아마네가 벌이는 충격적 결말은 영~ 찝찝하고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 전면개정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리고밤은되살아난다 (2018년 2판 1쇄)
저자 - 하라 료
역자 - 권일영
출판사 - 비채
정가 - 13000원
페이지 - 447p



정통 하드보일드의 맛



여태껏 일본의 하드보일드 작품은 '신주쿠 상어' 시리즈 밖에 못읽어 봤는데, 이 작품처럼 탐정이 나오는 정통 하드보일드는 처음 접하는것이 아닌가 싶다. 하드보일드 하면 빠짐없이 나오는 작가가 '레이먼드 챈들러'이고 빠짐없이 나오는 캐릭터가 '필립 말로'인데 아쉽게도 '필립 말로' 시리즈는 근처도 못가본 1인으로서 '필립 말로'의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는 '하라 료'의 이 작품을 통해 약간이나마 가늠해보는 수 밖에 없을것 같다. 신인이라기엔 다소 늦은듯한 마흔 이라는 나이에 바로 이 작품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로 데뷔했는데, 어느 누가 이 작품을 읽고 데뷔작이라 생각하겠는가...-_-;;; 도대체 어떤 삶을, 어떤 인생을 살아야 이런 강렬하고 묵직한 작품을 써낼 수 있는지 작가의 내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조직의 돈을 횡령하고 잠적해버린 전직 경찰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를 홀로 지키는 와타나베의 파트너, 탐정 사와자키에게 가이후라는 의문의 남성이 찾아와 르포라이터 사에키의 행방을 묻는다. 그러나 사에키의 방문이나 연락을 받은적 없는 사와자키는 사에키의 행방은 알 수 없다고 말하고, 가이후는 사에키를 찾아 달라며 이십만엔을 의뢰비로 지불하고 사라진다. 바로 뒤 거물급 문화비평가 사라시나의 개인 변호사에게서 사에키 문제로 방문해 줄것을 요청받고 사라시나의 저택에서 역시 사에키의 행방을 알려달라는 말을 듣는다. 사에키의 탁상 달력에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의 전화번호를 남기고 그뒤로 행방이 묘연해진 사에키의 행방을 찾기 위해, 사에키의 행적을 더듬던 사와자키는 사에키와 의문의 남자 가이후가 정재계 뒤편의 거대한 음모가 얽혀 있음을 알게 되는데....



경찰이 주인공인 하드보일드와는 또다른 매력의 작품이다. 무뚝뚝하면서도 우수와 비탄에 잠긴 듯한 분위기와 찌든 세상을 초탈한듯 내비치는 주옥같은 말들...주어진 의뢰 이외에는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말뚝같은 지조...그리고 사건 전체를 관통하는 예리한시선...왜 '낭만 마초'라 불리는지 절로 이해가 가는 매력넘치는 캐릭터였다. 누구나 탐정이라면 딱 떠올릴 법한 정형화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웬지 그 모습이 올드 하다기 보다는 클래식 하게 느껴진달까...80년대에 쓰여져 휴대폰도 없어 공중전화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한 시대이지만 그 당시 발로 뛰어다니고 몸으로 부딪히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지금은 더 정겹게 느껴진다.



탐정물 답게 아무런 단서도 없이 행방불명된 사에키를 찾기 위해 무수히 많은 탐문과 조사를 거치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안개속을 헤메이다 아주 작은 단서와 흘리듯 말하는 상대의 말들을 캐치하여 안개속에 가려져 있던 음모와 진실을 밝혀 내는 사와자키를 보면서 우리가 탐정물을 읽으며 요구하는 기대치들을 전부 충족시켜주며 탐정물만이 줄 수 있는 희열을 선사해준다. 게다가 탐문과 증거들을 통해 실종된 사에키를 찾는데 그치지 않고 명탐정 '아케치 코고로'와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를 배출한 나라 답게 자신이 보고들은 사실들을 토대로 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펼치는 사와자키의 훌륭한 추리로 사건의 진짜 배후를 지목하고 조목조목 그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은 사와자키에게서 '아케치 코고로'나 '긴다이치 코스케'의 환영을 보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건접수부터 사에키를 찾기까지 단 3일동안 벌어지는 일이라기엔 너무나 많은 일들이 쉴틈 없이 벌어져 잠시도 한눈 팔새가 없다.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엇갈린 사랑, 욕망에 눈이 멀어 스스로 야차가 되어버린 정재계인사들의 더러운 검은 내막들...그리고 낭만 마초 사와자키...도시에 어둠이 내리면 숨겨져 있던 욕망이 실체화 되어 탐욕의 밤으로 되살아난다. 그 어둠속에서 홀로 빛을 발하는 탐정 사와자키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침이 온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더가 생각나네요...배아파 낳은 엄마도 엄마지만 가슴으로 키운 엄마도 엄마라 생각합니다. 느닷없이 나타나 아이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엄마라니...게다가 당시의 생모와 다른 사람?...호기심을 자극 하는 미스터리 같습니다. 기대되요. 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