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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브레이크다운 (2018년 초판)
저자 - B. A. 패리스
역자 - 이수영
출판사 - ARTE
정가 - 14000원
페이지 - 403p
진짜 정신착란 스릴러
[비하인드 도어]로 완벽한 남편에게 억눌려 살며 온갖 학대와 고통을 받던 아내의 숨막히는 심리를 숨가쁘게 그려냈던 작가 'B. A. 패리스'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이번 작품도 평범한 삼십대 역사 교사이자 잘생긴 남편의 아내 캐시가 우연히 살인사건에 얽히면서 겪게 되는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전작 [비하인드 도어]와 마찬가지로 작가 특유의 빠른 호흡과 밀도있는 심리묘사, 옴몸을 전율케 하는 서스펜스, 그리고 막판 통쾌하고 시원한 반전의 묘미를 그려낸다. 전작은 학대의 고통에 허우적 대며 미치기 일보직전의 혼란스러운 심리상태를 그려내더니...이번 신작은....주인공이 정말로 미쳐버렸다!! 나의 기억을 내가 믿을 수 없다면....시시각각 조여오는 죽음의 공포와 함께 점차 심해져 가는 조기 치매로 인한 섬망증상으로 미쳐가는 주인공을 보고 있자니 나까지 미쳐버리는듯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ㅠ_ㅠ
여름방학을 앞두고 학교 동료들과 회식자리를 갖고 숲속 외딴 집으로 돌아가려던 캐시는 무섭게 내리치는 폭우 때문에 남편의 당부를 무시하고 숲속으로 난 지름길인 블랙워터 길로 진입한다. 내리치는 폭우 속에서 전방을 주시하며 차를 몰던 캐시는 숲 한복판 갓길에 세워진 차를 발견하고 차 앞에 잠시 정차한다. 언뜻 금발의 여성을 본것 같지만 캄캄한 숲 한복판에 서있는 차에서 불현듯 공포를 느끼고 이내 정차한 차를 두고 집으로 출발해 버린다. 그리고 다음날.....뉴스에선 블랙워터 에서 한 여성이 시체로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려오고....캐시는 커다란 충격과 함께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고 가버린 자신에게 크나큰 죄책감을 느낀다. 다음날 우연히 절친 레이철에게 사망한 여성이 새로 사귄 친구 제인이었다는 것을 안 캐시는 완전 무너져버리고, 블랙워터에서 제인을 봤었다는 사실을 남편 매튜에게 조차 숨긴다. 하루하루 죄책감에 괴로워 하던 캐시에게 어느날 부턴가 집으로 전화가 걸려오고, 받으면 아무 말 없이 기다리고 있는 상대편에게서 공포를 느끼기 시작하는 캐시...전화를 걸어오는 남자가 살인마라 직감한 캐시는 옥죄는 공포와 더불어 과도한 신경쇠약으로 인한 섬망증세마저 보이는데.....
엄마를 치매로 잃은 캐시에게 처음엔 사소한 건망증이었지만 급속도로 망각증상이 심해지면서 자신 역시 조기 치매에 걸린것이 아닌가에 대한 의심도 두려운데 매일 살인마의 협박 전화를 받으며 점차 높아지는 협박의 수위는 캐시의 정신을 위태로운 상태를 넘어 위험수위에 이르게 만든다. 남편 매튜나 친구 레이철에게 상황을 설명하지만 처음에는 이해하고 걱정해주던 이들도 점차 심각해져만 가는 건망증과 망상증상, 그리고 과도한 히스테리로 친절하게 자신을 보살펴 주던 주변인들 조차 등돌리게 만들고....고립된 캐시는 이제 홀로 살인마와 치매와 싸워야만 한다...
밝고 유능했던 캐시가 점차 정신착란 폐인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너무나 설득력 있게 그려져 순간 나조차도 캐시가 정말로 미친게 아닌가 생각하게 만든다. -_-;; 일련의 캐시가 겪게되는 망각과 망상의 에피소드들은 정말로 온몸의 진을 다 빼놓을 정도로 심각해서 그런 모든 캐시의 히스테리를 보고도 따스하게 감싸주는 남편 매튜가 생불(살아있는 보살)로 보일정도 였다. 도무지...아무리 죄책감이 심하다 해도 끝까지 남편에게 블랙워터에서 제인의 차와 마주친 일을 감추고 무언의 전화를 살인자로 생각하는 이유를 말하지 않는 캐시에게 정내미가 떨어질 정도 였으니까 말이다. 이건 뭐...주인공 캐시보다 태평양 보다 넓은 이해심을 가진 남편에게 감정이입이 될정도 였다.
정신착란과 진실 사이...그 모호한 경계를 통해 서서히 미쳐가는 캐시를 보여주면서 독자 역시 누가 범인이고 어디까지가 진실과 거짓인지 끊임없이 추리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정말 읽다보면 나까지 미쳐버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솔직히 이 작품이 심령 미스터리 장르였다면 난 범인이 초자연적 존재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이야기의 구성은 탄탄하다. 다만 누구나 스릴러라는걸 알고 있기에 범인의 윤곽은 비교적 쉽게 맞출 수 있지만....어찌됐던, 범인을 눈치 채는것과 그동안 벌어진 사건의 전말이 까발려 지는건 엄연히 다르니 출판사 광고대로 마지막 50페이지를 향해 달려가는 고속질주 스릴을 즐기면 될것 같다. 이 50페이지에 희미했던 진실과 작가가 고심해서 짰을 트릭과 통쾌하고 시원한 복수의 한방과 예상치 못한 반전이 꽉꽉 담겨 있으니 말이다. 한 여성이 우연히 목격한 사건으로 위험에 처하게 되는 비슷한 류의 서스펜스 스릴러 작품들은 많지만 견고하고 치밀하게 짜인 복선과 상황에 몰입하게 만드는 탄탄한 구성으로 여타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차별성을 보여준다. 그래...이제는 믿고 보는 작가인걸로....브레이크가 파열되 목숨 내놓고 질주하는 스릴의 쾌감을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