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 전면개정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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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밤은되살아난다 (2018년 2판 1쇄)
저자 - 하라 료
역자 - 권일영
출판사 - 비채
정가 - 13000원
페이지 - 447p



정통 하드보일드의 맛



여태껏 일본의 하드보일드 작품은 '신주쿠 상어' 시리즈 밖에 못읽어 봤는데, 이 작품처럼 탐정이 나오는 정통 하드보일드는 처음 접하는것이 아닌가 싶다. 하드보일드 하면 빠짐없이 나오는 작가가 '레이먼드 챈들러'이고 빠짐없이 나오는 캐릭터가 '필립 말로'인데 아쉽게도 '필립 말로' 시리즈는 근처도 못가본 1인으로서 '필립 말로'의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는 '하라 료'의 이 작품을 통해 약간이나마 가늠해보는 수 밖에 없을것 같다. 신인이라기엔 다소 늦은듯한 마흔 이라는 나이에 바로 이 작품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로 데뷔했는데, 어느 누가 이 작품을 읽고 데뷔작이라 생각하겠는가...-_-;;; 도대체 어떤 삶을, 어떤 인생을 살아야 이런 강렬하고 묵직한 작품을 써낼 수 있는지 작가의 내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조직의 돈을 횡령하고 잠적해버린 전직 경찰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를 홀로 지키는 와타나베의 파트너, 탐정 사와자키에게 가이후라는 의문의 남성이 찾아와 르포라이터 사에키의 행방을 묻는다. 그러나 사에키의 방문이나 연락을 받은적 없는 사와자키는 사에키의 행방은 알 수 없다고 말하고, 가이후는 사에키를 찾아 달라며 이십만엔을 의뢰비로 지불하고 사라진다. 바로 뒤 거물급 문화비평가 사라시나의 개인 변호사에게서 사에키 문제로 방문해 줄것을 요청받고 사라시나의 저택에서 역시 사에키의 행방을 알려달라는 말을 듣는다. 사에키의 탁상 달력에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의 전화번호를 남기고 그뒤로 행방이 묘연해진 사에키의 행방을 찾기 위해, 사에키의 행적을 더듬던 사와자키는 사에키와 의문의 남자 가이후가 정재계 뒤편의 거대한 음모가 얽혀 있음을 알게 되는데....



경찰이 주인공인 하드보일드와는 또다른 매력의 작품이다. 무뚝뚝하면서도 우수와 비탄에 잠긴 듯한 분위기와 찌든 세상을 초탈한듯 내비치는 주옥같은 말들...주어진 의뢰 이외에는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말뚝같은 지조...그리고 사건 전체를 관통하는 예리한시선...왜 '낭만 마초'라 불리는지 절로 이해가 가는 매력넘치는 캐릭터였다. 누구나 탐정이라면 딱 떠올릴 법한 정형화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웬지 그 모습이 올드 하다기 보다는 클래식 하게 느껴진달까...80년대에 쓰여져 휴대폰도 없어 공중전화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한 시대이지만 그 당시 발로 뛰어다니고 몸으로 부딪히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지금은 더 정겹게 느껴진다.



탐정물 답게 아무런 단서도 없이 행방불명된 사에키를 찾기 위해 무수히 많은 탐문과 조사를 거치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안개속을 헤메이다 아주 작은 단서와 흘리듯 말하는 상대의 말들을 캐치하여 안개속에 가려져 있던 음모와 진실을 밝혀 내는 사와자키를 보면서 우리가 탐정물을 읽으며 요구하는 기대치들을 전부 충족시켜주며 탐정물만이 줄 수 있는 희열을 선사해준다. 게다가 탐문과 증거들을 통해 실종된 사에키를 찾는데 그치지 않고 명탐정 '아케치 코고로'와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를 배출한 나라 답게 자신이 보고들은 사실들을 토대로 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펼치는 사와자키의 훌륭한 추리로 사건의 진짜 배후를 지목하고 조목조목 그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은 사와자키에게서 '아케치 코고로'나 '긴다이치 코스케'의 환영을 보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건접수부터 사에키를 찾기까지 단 3일동안 벌어지는 일이라기엔 너무나 많은 일들이 쉴틈 없이 벌어져 잠시도 한눈 팔새가 없다.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엇갈린 사랑, 욕망에 눈이 멀어 스스로 야차가 되어버린 정재계인사들의 더러운 검은 내막들...그리고 낭만 마초 사와자키...도시에 어둠이 내리면 숨겨져 있던 욕망이 실체화 되어 탐욕의 밤으로 되살아난다. 그 어둠속에서 홀로 빛을 발하는 탐정 사와자키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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