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세계
톰 스웨터리치 지음, 장호연 옮김 / 허블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사라진 세계 (2020년 초판)

저자 - 톰 스웨터리치

역자 - 장호연

출판사 - 허블

정가 - 16000원

페이지 - 567p



하늘에 검은 태양이 뜨는 날. 

모든 것이 끝난다.



"그녀는 옆문을 열고 거리로 나가 동쪽 하늘을 쳐다보았다. 벌써 다른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손으로 눈 위를 가리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별빛이 너무도 밝았다. 마치 밤하늘에 태양이 뜬 것 같이 지구의 차가운 광채를 되살리는 강렬한 빛이었고, 그 주변의 어둠은 농도를 높인 것처럼 새카맸다. 그리고 달을 포함해 하늘에 떠있는 모든 별의 빛깔은 탈색을 한 것처럼 희미해졌다. 그녀로선 여태까지 이렇게 밝은 빛을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그녀가 쳐다보는 동안에도 점점 더 밝아졌다. 


그녀가 아는 모든 것이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_503p



작년 한해 '김초엽'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한국 SF계를 평정했던 출판사 허블에서 20년을 맞이하여 초대작 SF가 출간되었다. '톰 스웨터리치'? 작가 이름은 낯설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고난 뒤 본인에게 대박SF작가로 강렬하게 각인되었다. 무지막지한 볼륨안에서 한 눈 팔새도 없이 수많은 복선과 암시가 교차한다. 시간 여행장르의 특성일까? 단지 장르적 특성이라고 치부하기엔 호러에 가까운 암울한 분위기와 복잡한 스토리가 주는 깊이와 몰입감, 그리고 결말의 카타르시스가 무지막지하다. 그렇다. 이 작품은 타임워프물이다. SF를 리뷰해오며 누누이 이야기 하지만 일단 타임워프 라는 장르 하나만으로도 기본 재미는 먹고 들어간다. 그런데 여기에 잔혹한 살인을 깔고 언더커버 임무를 수행하는 매력적인 여수사관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오호~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세계 종말의 거대한 음모와 우주의 미지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 공포감을 자극하는 코즈믹 호러를 더하고, 양자역학, 페러럴 월드, 화이트 홀, 웜홀 등등 과학이론들을 양념으로 뿌려주니, 이건...뭐.....-_-;;; 포스트아포칼립스 타임워프 언더커버 스릴러 코즈믹호러 하드 SF인가?!!!! SF장르의 재미요소를 집대성한 끝내주는 하드SF였달까. 



 


하늘에 검은 태양이 뜨는 날. 

인류는 종말을 맞는다.


 


지구위의 모든 인간은 하늘에 뜬 역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근육과 혈관, 혈액이 분리되어 끔찍한 고통속에 죽을 것이다. 


이것은 종말에 대한 신화가 아니다. 

인류의 종말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터미너스. 인류는 우주에서 강림한 종말의 존재를 

터미너스라 부른다. 


시간 여행 수사관 섀넌 모스는 지구에 강림할 터미너의 시기를 늦추고

인류가 생존할 방법을 찾기 위해 미래로 타임워프 한다. 


무수한 가능성의 시간선에 도착한 모스가 본 미래의 지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평행세계에서 터미너스의 강림을 막을 단서를 찾을 수 있을까?


인류의 미래가 섀넌 모스에게 달려있다.



현재와 미래, 미래와 현재. 미치도록 꼬이고 얽혀가는 시간선 속에서 현실과 환상, 광기가 폭발하고 독자들의 아드레날린도 덩달아 폭발한다. 더군다나 초반부터 배경 설명은 최소화하여 짙은 안개속을 헤쳐나가듯 작품을 읽어나가면서 드러나는 배경과 진실들이 등대처럼 독자들을 밝히는 재미를 선사한다. 스포가 안되는 선에서 몇가지 이야기 하자면, 일단 타임워프에 대한 설정이 독특하다. 타임머신 같은 머신을 통한 시간 여행이 아니라 웜홀 같은 차원의 통로를 통해 다중 우주의 세계로 떠난다는 설정이다. 하여 시간 여행 당사자(모스)는 워프한 공간에서 자신과 똑같은 본인을 만날 패러독스를 피하게 된다. 또한 모스는 미래의 시간선으로만 워프가 가능하며, 다중 우주의 공간에서 원래의 시간선으로 돌아오는 즉시 모스가 있었던 시간선의 세계는 소멸된다. 결국 모스의 미래로의 시간여행은 현재를 변화시키기 위한 힌트로서만 작용한다는 말이다. 과거로 워프할 수 없으니 현재와 미래의 역사를 수정하는 것도 불가하다. 물론 이 설정이 신박한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비슷한 타임워프 수사물로 '폴 앤더슨'작가의 [타임 패트롤]이 떠오르는데, [타임 패트롤]은 오직 과거로만 타임워프 할 수 있다는 설정과는 정반대되는 설정이다. 



사실 볼륨도 무지막지하거니와 이야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이 떠들 수 있는 즐길거리가 많은 작품이나 이야기 하면 할수록 스포성이 짙어지니 스토리 얘기는 그만두고,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를 비롯한 코즈믹 호러물을 선호하는 편인데, 근원도 이유도 모를 인류를 멸망사킬 터미너스라는 호러요소가 농도 짙은 잔혹도와 공포에 이르는 광기를 끌어올려 상당히 마음에 든다. 일단 멸망을 상정하고 시작되는 이야기니 인간의 절박함이 기본 탑재되고, 세계는 더없이 암울하다. 머....현재와 미래에서 흩뿌려 놓은 떡밥들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모아지는 결말에서는 추리 뺨치는 반전요소가 기다리고 있으니 그냥 즐기면 된다. 하드이기도 하고 페이지가 휙휙 넘어가는 작품은 아니다. 다만 천천히 꼭꼭 씹어가며 읽는다면 포스트 아포칼립스 특유의 묵시록이 주는 묵직한 무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근래 읽었던 영미권 SF중에서는 가장 좋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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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는 천직입니다만 놀놀놀
양시명 지음 / 북오션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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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는 천직입니다만 (2020년 초판)

저자 - 양수련

출판사 - 북오션

정가 - 9500원

페이지 - 155p



작가 양수련을 만나다



'에세이는 개인의 기록임을 밝히는 바다, 전적으로 나의 기억이다.' _155p


우리는 책을 통해 작가가 창조해낸 이야기를 만난다. 하지만 그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낸 작가 자신의 이야기는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그저 막연히 상상한다. 며칠째 감지 못해 떡진 머리, 아수라장과 다름 없는 책상, 산처럼 쌓여있는 책들 그리고 한 글자, 한 문장을 쓰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작가의 고뇌에 찬 모습.....-_- 이것도 클리셰일까? 어쨌든....이 에세이는 [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을 쓴 추리작가 '양수련'이자 [옐로우 큐의 살아있는 경제 박물관]을 쓴 '양시명' (양수련과 양시명은 동일인이다) 작가의 자전적 일상을 담아낸 에세이다. 



국문학을 전공하고 한때 의류학과를 복수전공하여 디자이너를 꿈꾸었으며 수 년째 지역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으며 혼자 살고있는 양수련 작가의 속깊은 일상의 이야기를 이런 자전적 에시이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작품을 읽으며 다시한번 생각해본다. 역시 내가 갖고 있던 작가에 대한 고정관념은 그저 클리셰였다는 것을...그리고 누구나 겪고 느끼는 일상을 자신만의 이야기 거리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남다른 시각은 오직 작가이기에 가질 수 있는 자원이자 재능이라는 것을 말이다. 



외로운 솔로 라이프를 이야기 함에도, 하루 하루의 끼니를 걱정하는 힘겨운 전업작가의 고뇌 속에서도, 여자로서 받는 차별의 순간에도 순간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내일을 향해 꿈꾼다. 언제나 꿈꿔야 하는 직업 작가의 삶이란 이런 것일까? 


'나는 삶의 곳곳에서 열리지 않는 문들과 종종 마주했다. 견고한 장벽이라 내 힘으로는 도젛시 무너뜨릴 수도 없고 뛰어넘을 수도 없는 그런 문들을 말이다. 내게는 열리지 않는 그 문들 앞에서 나는 또 얼마나 많은 속울음을 게워냈는지 모른다. 그때마다 내가 열 수 있는 또 다른 문을 찾아 나는 헤맸다. 나를 고집 하지 않으면 내가 열 수 있는 문은 어디에나 있었다. 하지만 나 자신을 문밖에 두고 가는 일은 내 인생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_98p



오히려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기에 가장 솔직하게 본인의 내면을 절실히 이야기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나의 가슴에 잔잔한 울림을 일으킨다. 인간적인 작가 '양수련'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자 그녀의 삶에 뛰어들어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자유롭게 글을 쓰며 당당하게 솔로 라이프를 영위하는 당신은 작가가 천직입니다!



덧 - 에세이 속 북토크 에피소드는 천호 교보에서 열렸던 [한국추리작가협회 6인 8색 미스터리 토크]였는데 그 자리에 본인도 참석했고, 작가의 인상깊은 삶의 한조각에 함께해서인지 더 애착이 가는 에피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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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의 완벽한 탈출 하늘을 나는 조랑말 케빈의 모험
필립 리브 지음, 사라 매킨타이어 그림, 신지호 옮김 / 위니더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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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조랑말 케빈의 모험 : 케빈의 완벽한 탈출 (2020년 초판)

저자 - 필립 리브

그림 - 사라 매킨타이어

역자 - 신지호

출판사 - 위니더북

정가 - 12000원

페이지 - 159p



숲 속으로 간 케빈이 돌아왔다



1편 [케빈 세상을 구하다]에 이어 비교적 빠른 시간에 2편을 만나게 됐다. 저 작은 날개로 어찌 하늘을 날까 싶은 커스터드 비스킷을 좋아하는 뚱땡이 말 케빈이 맥스의 곁으로 돌아왔다. 1편에서 신비스러운 인어들과 장난꾸러기 바다원숭이로 상상력의 날개를 펼치더니 이번에는 신비의 상상동물이 모두 모였다. 하늘을 나는 조랑말 케빈의 위기와 신비한 상상동물들이 펼치는 신나는 모험!  딸아이가 재미있게 읽을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듯. ㅎㅎㅎ



맥스가 사는 동네 범블포드에 아주아주 인기있는 팝스타 미스티가 이사를 옵니다.

맥스의 누나 데이지는 미스티의 찐 팬이죠.

어라 그런데 맥스의 집으로 미스티의 매니저 버즈가 찾아옵니다.

하늘을 나는 조랑말 케빈을 팔라는 제안을 했죠.

케빈과 친구인 맥스는 버즈의 제안을 거절합니다.

하지만 데이지는 너무나 미스티를 보고 싶었어요.

결국 케빈을 타고 맥스와 가족들 몰래 데이지네 집으로 갑니다.

그리고.....

미스티의 계략에 속아 케빈을 빼앗겨 버리죠.

맥스와 데이지는 케빈을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요?

케빈의 완벽한 탈출!



하늘을 나는 조랑말도 신기한데, 이번 편에서는 켄타우로스, 메두사, 세이렌, 타우누스 등등....신화속의 동물들이 총출동 한다. 물론 아주 귀여운 모습으로..ㅎㅎ 아이들이 책을 읽고 신비의 동물들에 얽힌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도 좋을것 같고, 유니크한 컬렉션을 소장하기 위해 사기를 치는 어른들의 이기심에 대해 토론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뭐니뭐니해도 한 편의 이야기에서 이렇게 아이와 함께 나눌 이야기거리가 무궁무진한게 이 작품의 장점이자 판타지의 재미이며, '필립 리브'의 장기인 듯 하다.



또한 환상적이고 귀여운 삽화가 글과 어우러져 그래픽 노블을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니 아직 책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도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모험이 쌓이는 만큼 케빈과 맥스의 우정은 견고해지고 보는이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하니 아이를 위한 동화로 딱 어울리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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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아 28호
미스테리아 편집부 지음 / 엘릭시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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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아 28호 (2020년 2월 5일)

저자 - 미스테리아 편집부

출판사 - 엘릭시르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04p



장르 전문 출판사 엘릭시르의 추리 잡지



국내 단 둘 뿐인 추리잡지 중 [계간 미스터리]와 더불어 문학동네의 임프런트 엘릭시르에서 내놓고 있는 격월간 추리잡지 [미스테리아]이다. 작년 19년에 진행된 '제3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단편 부문 수상작' 중 친분이 있는 한새마 작가님의 작품 [죽은 엄마]가 실려 있는 작품으로 '한새마'작가님이 직접 사인해준 사인본이다.



미스터리 대상 평론 부문 수상작 2편과 지난 대만 추리 관계자들의 인터뷰 등 추리와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들이 실려있고, 공교롭게 [계간 미스터리 2019년 여름호]에서 봤던 미술 작품과 관련된 미스터리 작품이 [미스터리로서의 그림 : 황순조]라는 제목으로 [미스테리아]에도 다루어 진다. 각 편집자나 번역가들이 추천하는 신간과 서평들이나 현직 프로파일러의 실제 사건과 관련된 일화 등 구성만 놓고 본다면 [계간 미스터리]와 흡사한 구성으로 보인다. '곽재식'작가의 과거 실제사건을 조명하는 [경찰서에서 경찰을 사칭하다]와 [벤슨 살인사건]의 집필 배경을 소개하는 [황금기의 몰락]은 흥미로웠다.



1. 고양이의 재단 - 한묘원

음악실에서 피가 흥건한 상자위에 놓인 죽은 고양이가 발견된다. 학생들은 저주를 위한 주술적 의미로 받아들이면서 공포에 휩싸인다. 나와 언니는 음악실 소동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추리하는데....

- 분류하자면 코지쪽인데 개인적으로 코지는 취향이 아니라 특별한 인상을 받진 못했다.


2. 죽은 엄마 - 한새마

대부업계의 거물이었던 노인이 고급 자택에서 이빨이 모두 뽑히고 망치로 두들겨패 얼굴이 엉망인 끔찍한 상태로 사망한채 발견된다. 강력계 여형사 미수는 사건 시간대의 CCTV와 출입자를 조사하고 사건이 발생한 901호와 인접한 세대를 탐문하지만 별다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다. 그러던중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잡은 미수는 유력 용의자를 잡아내는데...

- [계간 미스테리]에 실린 데뷔작 [엄마 시체를 부탁해]는 이야미스과인데, 이번 작품은 본격으로 가는가 싶더니 중반부터 장르를 틀어서 사회파 이야미스쪽으로 선회한다. 사건의 복선이나 반전이 전작보다 훨씬 세련되졌고 특히나 가독성 있는 문장이 정말 좋았다. 더불어 신종 마약과 관련된 실존 약물을 언급하는 디테일이나 결정적 순간에 캐릭터의 심경을 대변하는 중국어는 작품을 돋보이게 만든다. 다만 주변인물 조사로 분량을 할당하며 본격의 향기를 풍겼으나 엄한 데서 튀어나오는 범인의 정체는 약간 뜬금포였달까. 트릭 자체보다는 와이던잇에 방점을 두는 작품이다. 하지만 피가 튀는 장면을 꽃에 비유하는 클라이막스 등 부분 부분 깜짝 놀라게 되는 섬세한 감성의 묘사는 단편의 격을 높이는 듯 하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모성의 이면을 이토록 날카롭게 파악하는 건 작가 역시 네 아이의 어머니이기 때문일까? 이 28호에 실린 3 작품 중 단연 압도적이다. 네 아이를 키우면서 틈틈이 이런 퍼포맨스를 내는 당신이란 사람이란....ㄷㄷㄷ


3. 자율주행시대의 사고 조사원 - 박태훈

자율주행 사고 조사원 박과장은 이사의 호출로 이사실로 간다. 인공지능을 탑재하 로봇은 박 과장에게 위스키를 제안하고 박 과장은 고민 없이 위스키르 받아 마신다. 고위급 위원의 사고를 제대로 처리한 박 과장은 로봇 이사의 호출이 자신의 진급을 이야기 하기 위함이라 생각하지만 로봇 이사는 박 과장의 행복회로와는 정반대로 권고사직을 통보하는데....

- SF 미스터리 단편이다. 기술의 발전을 통해 자율주행의 이 시대의 이슈가 되면서 여러 법적 보완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에서 여러 생각들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설정 자체는 흥미로웠으나 키를 쥐고 있는 사건은 그다지 새롭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계간 미스터리]던 [미스테리아]던 추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 만들고 추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잡지라는 애정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두 잡지 모두 오래도록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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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왕
니클라스 나트 오크 다그 지음, 송섬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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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늑대의 왕 1793 (2019년 초판)

저자 - 니클라스 나트 오크 다그

역자 - 송섬별

출판사 - 세종

정가 - 16000원

페이지 - 479p



역겹고 끔찍하다! 하지만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장르 불문 서양의 팩션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사도 난해한데 서양의 역사는 알지도 못할 뿐더러 어디까지가 역사이고 어디까지가 작가의 상상인지도 분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고로 이 책이 출간됐을때 패스했건만....늦게라도 이 대박 작품을 읽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정말로 모르고 지나쳤다면 후회했을지도 모를 극강의 빅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랄까! 엽기적 행위를 통해 개인의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하고 인간 밑바닥 악의에 대한 근원적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일본의 하드고어와는 성격이 다른 엽기적 고어가 일방적으로 통용되던 진정한 지옥같던 시대에서 벌어지는 고어가 전신을 감전시키 듯 강렬한 충격을 선사한다. 하긴...이 작품은 굳이 인간의 근원적 악의를 언급 할 의미가 없다. 캐릭터 모두가 변태 싸이코패스들이라서.... 



[1793년 가을]

쓰레기가 떠다니는 똥물에 뭔가가 떠오른다.

전쟁통에 한쪽 팔을 잃은 주정뱅이 방범관 카르델은 똥물에서 그것을 건져올린다.

그것은 시체였다.

아이가 심술이나 사지를 부러뜨린 장난감 처럼

양 팔과 양 다리가 절단되고

이빨과 혀가 전부 뽑혔으며

안구는 적출돼 공허한 눈구멍이 드러나있는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참혹하고 끔찍한 몰골.

게다가 사지를 한꺼번에 잘라낸게 아니라 

한 쪽씩 수개월에 걸쳐 잘라냈음을 깨닫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체의 발견에 천재 수사관이라 불리는 빙에가 나선다.


[1793년 여름]

전쟁에 차출되어 군의관을 도우며 어깨너머로 의술을 배웠던 블릭스는

전쟁이 끝나고 17살의 나이에 빈털털리가 되자 의사가 되고자 의과대를 찾는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이 없음을 깨닫고, 블릭스를 가엾게 여긴 의사는 블릭스에게

돈을 적선한다. 

블릭스는 그 돈을 종잣돈으로 부자들을 등치는 사기꾼이 되는데......


[1793년 봄]

수도원에서 엄마와 생활하던 안나는 엄마가 병으로 죽고 자신의 힘으로

과일을 팔며 살아간다. 

하지만 마을에는 과일 대신 몸을 팔아 살아간다는 헛소문이 돌고

결국 안나는 풍기문란죄로 여성 범죄자들이 수용되는 수용소에 갇힌다.

하루종일 방적일을 해야 하는 수용소에서 지옥을 목도하는데.....


[1793년 겨울]

마침내 스톡홀름에 부는 차가운 바람과 같은 서늘하고 참혹한 진실이 드러난다.

늑대왕의 정체는?!!!!



앞서도 언급했지만 한국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본, 미국도 아니고...스웨덴 역사를 본인이 어찌알리오. -_-; 팩션이라는데 뭐가 역사고 뭐가 픽션인진 모르겠다. 그냥 읽는다. 페이지가 넘어간다. 오호!~ 처음부터 입에 담기도 끔찍한 시신이 발견되고, 시체를 발견한 방범관 카르델은 그냥 또라이 난동꾼과 진배없고, 천재 수사관 빙에는 폐결핵에 걸려 돌아다니는 것 조차 힘에 겹다. 뭐지? 정의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들은? 게다가 시대는 암울하기 짝이 없어 선인은 사기꾼들에게 사기당하고 빚쟁이로 몰락하여 죄인이 되고, 수용소에서 죽을때까지 노역을 하는 운명에 빠지는 범죄의 시대. 폭력, 매춘, 살인, 협잡, 사기가 판치는 암흑의 시대 속에서 카르델과 빙에는 저마다의 목적을 갖고 정체 불명의 시신의 진짜 정체를, 그리고 그토록 끔찍하게 살해한 살인마를 찾아 나선다. 뭣보다 시체의 상태를 보면서 '이가라시 다카히사'의 [리턴]을 떠올렸다. 사지절단된 신체에 성적 충동을 느끼는 '아크로토모필리아' 페티쉬의 그 모습 그대로가 아닌가. 물론 이 사지절단남을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으련다. 



전개역시 독특하다. 시간의 역순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의 구조는 강렬한 사건을 던지고, 그 이유에 대해 거슬러 올라가면서 각 캐릭터의 사연과 사지절단 사건이 어떻게 연결되고 이어지는지를 보여주게 된다. 서서히 긴장감을 고조시키다 막판에 핵폭탄을 투척하는 기존의 스릴러의 전개와는 정반대인데, 의문에 쌓였던 사건의 실체가 풀리는 맛이 기존의 스릴러와는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선사하여 꽤나 효과적으로 먹힌다. 솔직히 말하자면 1부까지는 그냥 저냥 읽었더랬다. 사건 자체는 충격적이나 사건을 수사하는 빙에나 카르델은 그다지 깊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그런데 배경의 확 바뀌면서 펼쳐지는 2부의 블릭스 이야기부터는 정말로 책속에 빨려들어갈 정도로 몰입하게 됐다. 2부에서 3부로 이어지는 블릭스와 안나의 이야기는 정말로 이 작품의 백미이자 하드고어 팬이라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되는 이야기랄까. 물론 모든 전말이 밝혀지는 4부는 말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꼽으라면 모든 고어가 집약된 2부를 꼽고 싶다. 솔직히 마지막 결말은 살짝 비약이 지나친듯 했다.



무질서와 범죄가 횡행하는 극악의 시대에 살인은 눈하나 깜짝 안할 인간들이 벌이는 이야기들이라 잔혹의 수위가 상당하다. 웬만한 고어는 명함도 못내민다는 말이다. 심신이 미약하다면 조금 힘들지도...-_- 하지만 그냥 잔인하기만 했다면 그저 악의에 찬 작가의 분풀이였겠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나 서스펜스를 고조시키는 능력이 워낙 출중하니 스릴러 마니아라면 일단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진짜 끝내준다 .롤러코스터 같은 카타르시스. 유혈마저 얼어붙을 듯 한 냉혹한 북유럽 스릴러의 진수. 대박이란 수식은 이런 작품에 쓰라고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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