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비웃는 숙녀 비웃는 숙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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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악독하게 돌아온 악녀의 귀환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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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없어도 (리커버 에디션)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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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날개가 없어도 (2018년 1쇄 리커버)

저자 - 나카야마 시치리

역자 - 이정민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82p



신체적 장애가 내 날개를 꺾을 수는 없어



갑자기 불고 있는 리커버 열풍에 일본 미스터리 전문출판사 블루홀6도 참전했다. 반전의 제왕 '나카야마 시치리'의 휴머니즘 걸작 미스터리 [날개가 없어도]가 새로운 옷을 입고 다시 찾아온 것이다. 마침 구판을 보지 못한터에 이번 기회를 빌어 새롭게 출간한 리커버 버전으로 읽어봤다. 그동안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을 읽어오면서 이 작가의 작품들도 '오츠이치'처럼 암흑계와 힐링계로 나뉜다는 걸 깨닫게 된다.(물론 둘 사이의 경계를 오가는 작품도 있다) 읽는 것 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잔혹과 광기 이중 삼중 반전으로 겹겹이 둘러친 암흑계 작품이 있는가 하면 차별과 소외, 장애를 극복하고 성장하게 되는 감동의 힐링계 작품등 뚜렷한 경계가 나뉘는 것이다. 일례로 대놓고 이야미스를 표방하는 [비웃는 숙녀]시리즈나 [개구리 살인]같은 작품은 칠흑같은 암흑계인 반면 클래식을 소재로 눈으로 읽는 음악 소설 [미사키 요스케]시리즈는 힐링계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작품 [날개가 없어도]역시 힐링계 작품으로 분류 할 수 있을 듯 하다. 



2백미터 단거리 육상 선수 사라는 큰 대회를 앞두고 최상의 컨디션과 실적으로 차분히 대회 준비를 한다. 그런 그녀에게 청천벽력같은 사건이 벌어진다. 바로 옆집에 사는 소꿉친구였던 다이스케가 몰던 자동차에 사라가 치였던 것이다. 비극적 사고로 다라의 뼈가 모두 분쇠돼버린 사라는 어쩔 수 없이 왼쪽 다리를 절단하고 만다. 오로지 두 다리로 미래를 바라보고 살아왔던 사라의 날개가 어이없이 꺾여버린 것. 기나긴 재활치료를 거쳐 의족을 차고 집으로 돌아온 사라는 끝을 알 수 없는 절망과 분노로 옆집을 향해, 다이스케를 향해 저주의 말을 쏟아 붓는다. 그리고 그 저주의 말이 현실이 되기라도 한 듯. 며칠 뒤 다이스케는 자신의 방에서 심장에 치명상을 입고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수사에 나선 이누카이 형사는 다이스케와 사라의 악연을 접하고 사라를 포함해 사라의 가족을 용의자로 의심하는데......



사고는 예고없이 찾아온다.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던간에 이 예측할 수 없는 사고의 공포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오늘 만났던 친구, 혹은 가까운 지인이 당장 내일 급사하여 다시는 보지 못할 수도있고 치명적 부상으로 평생 장애를 짊어지고 살아갈 수도 있다. 물론 타인이 아닌 내가 겪을 수도 있는 일이니 사라가 겪는 불행한 사고는 비록 픽션이지만 허구로 치부할 수 없는 현실성을 내포하게 된다. 그렇기에 장애로 인한 절망에 잠식되지 않고 새로운 희망을 향해 열정을 불사지르는 사라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열렬한 응원의 마음을 보내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치명적 장애를 오로지 자신의 의지와 뼈를 깎는 노력으로 극복해 나가는 인간승리 스토리인 것이다. 



휴머니즘 감동 스토리지만 다분히 감정적으로 신파와 억지감동을 밀어 붙이는 그런 작품은 아니다. '나가야마 시치리' 아닌가....한발 떨어져 지극히 객관적으로 관조하듯 사라의 투쟁을 건조하게 묘사해 나간다. 하지만 그런 객관적 시선에 0.1초로 희비가 엇갈리는 역동적인 단거리 달리기가 접목되니 결승점을 향해 무섭게 질주하는 속도감이 그대로 전달되고 사라의 미친듯이 펌핑하는 심장박동이 벅차오르는 감동으로 치환된다. 



이누카이 형사 VS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격돌



'나카야마 시치리' 월드 답게 팬들을 위한 여흥을 놓치지 않는다.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의 무대에 작가의 대표 캐릭터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재미를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다른 시리즈로의 흥미를 유도하고 있으니 역시 천재가 아닌가. 그나저나 어둠의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는 알고 있었는데, '이누카이' 형사는 영 낯설어 봤더니 이 형사가 나오는 시리즈는 단 한편도 보지 못해서 낯설게 느껴졌나 보다. 뭐, '시치리' 덕후라면 응당 알고 있겠지만 이렇게 본인의 내공은 아직도 멀었다는걸 깨닫게 된다.



치명적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는다. 오로지 자신의 두 발로.....

날개가 꺾인 스프린터가 새로운 날개를 달고 하늘을 향해 도약하는 감성 미스터리.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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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파 - 2018년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박해울 지음 / 허블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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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파 (2019년 초판 2쇄)_제 3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저자 - 박해울

출판사 - 허블

정가 - 12000원

페이지 - 224p



찬기파랑가의 SF식 변주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한 '박해울'작가의 [기파]이다. 장편이라지만 본편은 이백 페이지 정도로 SF 초심자들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분량인듯 하다. 제목에서 어렴풋 알 수 있듯이 신라시대 화랑의 모범이 되는 기파랑을 찬양하는 '찬기파랑가'를 작가의 독특한 SF적 시각으로 변주하여 새로운 감각의 미래지향적인 '기파랑가'를 이야기 한다. 



부유층을 위한 목성 우주 관광호 오르카호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으며 성대하게 출항하고, 6개월이 지난다. 2년의 여정으로 계획되었던 오르카호에서 다급한 신호가 지구로 수신된다. 소행성에 충돌한 오르카호가 우주를 표류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어지는 무전에 사람들은 경악한다. 충돌 이후 우주선 안에 정체 불명의 전염병이 창궐했다는 것이다. 눈과 귀를 멀게하고 낯빛이 초록색으로 변해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병은 충돌에서 생존한 사람들을 기어코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와중에 홀로 병자들을 치료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의사가 있었으니 그 의사는 바로 '기파'였다. 오르카호의 수신이 끊기고 지구에서는 기파를 일컬어 오르카의 성자라 부르며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급기야 오르카 관광을 추진한 회사에서 표류하는 오르카호에서 기파를 무사히 데려오는 자에게 엄청난 포상을 내리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날. 딸의 수술비를 구하기 위해 우주 택배업을 하던 충무는 우주를 떠도는 오르카호와 맞닥뜨리는데......



자. 초반부는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스페이스 호러의 향기를 풍긴다. 오르카호에 올라던 충무. 우주선 내를 떠돌고 있어야 할 수많은 사람들의 시체는 온데간데 없고, 승선원들이 입었던 수십, 수백벌의 옷들이 줄지어 개켜져 있는 기묘한 풍경들....과연 이 우주선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흐흐흐...그대로 [이벤트 호라이즌]같은 공포 호러물로 갔어도 좋았을것 같았지만....그렇게 흘러가진 않는다. -_-



작가는 최고의 화랑이라 불리는 찬기파랑가의 진실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고 한다. 우리도 연일 뉴스와 매스컴 등을 통해 세상의 소식을 듣고 그것이 사실이라 믿지만 알고 보면 권력가의 의도대로 조작된 기사를 통해 교묘하게 진실이 호도되는 상황을 심심치 않게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의를 위해, 정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진실 대신 거짓된 신화를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기에는 우리너무나 나약하다. 대중들은 그저 위정자의 명령에 휘둘리는 개미들이니까. -_-



이 작품역시 마찬가지의 이야기다. 우연히 숨기고픈 진실을 알아버린 개미의 이야기. 이 불편한 진실은 책을 덮고나서도 오래도록 씁슬한 뒷맛을 느끼게 만든다. 고립된 우주선, 전염병, 안드로이드 그리고 차별 받는 의체 인간의 이야기. 평등과 불평등, 차별과 소외 그리고 인간이고 싶었던 로봇의 슬프고도 깊이 있는 이야기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누구보다 인간다운 로봇을 통해 인간의 이중성과 이기심을 보이고 지금의 우리를 성찰하게 하는 [레디메이드 보살]류의 작품인데, 흔하다면 흔한 주제이지만 흥미로운 설정과 탄탄한 구성이 단점을 상쇄시키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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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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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2019년 개정판 1쇄)_가가형사 시리즈 4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양윤옥

출판사 - 현대문학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83p



둘 중 범인은 누굴까?



가가형사 시리즈 4편이다. 와! 이 작품을 읽으면서 진정 '히가시노 게이고'의 진가를 느낀것 같다. 처음 가가형사 시리즈로 [졸업]에 이어 [잠자는 숲]을 접했을때만 해도 기대치에 못미쳐서인지 시큰둥했었는데, [악의]부터 재미가 급격한 상승곡선을 타더니 이번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에서는 완전히 반해버렸다. 진정한 본격 미스터리의 진수를 보여준달까. 다른 미스터리도 범인과 트릭찾기에 독자를 함께 참여시킨다지만 이 작품은 아예 범인의 정체를 숨겨버리고 끝맺음으로서 오로지 독자의 추리에 결말을 맡기는 실로 너무나 '불친절한' 구성인데 오히려 이 불친절함이 독자의 도전 의욕을 불태우는 느낌이다. 미스터리 내공이 짧아 이런 식의 작품을 처음 접한지라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도 같지만 신박한 구성을 제외하더라도 아끼는 친동생을 잃은 오빠가 범인을 찾아내려는 분노의 집착이 절실하게 와닿았고, 오빠와 용의자, 오빠와 가가형사와의 고도의 두뇌싸움은 미스터리의 찐재미를 선사한다.



지방에서 도쿄로 올라온지 10년. 회사원인 소노코는 낯선 타지 생활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외로운 생활을 한다. 그러던 중 거리에서 고양이 그림을 판매하는 청년 화가 준이치를 만나 급속히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꿈꾸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소노코는 준이치에게 학교 동창이자 절친인 가요코를 소개시켜주고, 비극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준이치와 가요코가 눈이 맞아버린 것. 소노코가 둘의 사이를 알아챘을 때는 이미 늦어버린 상황. 허망함과 절망감에 소노코는 금요일 저녁 친오빠 야스마사에게 전화를 걸어 죽고 싶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그리고 주말이 지난 월요일, 전화를 받지 않는 소노코를 걱정한 야스마사는 소노코의 집을 찾고, 그곳에서 싸늘하게 식어버린 동생의 주검과 마주한다.....



초반 사건의 도입부는 그야말로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같은 진부한 시작이다. 야스마사는 동생의 집에서 발견한 몇가지 정황들로 자살이 아닌 살인사건임을 직감한다. 교통경찰인 야스마사는 동생을 죽인 진범을 자신이 밝혀내기로 작심하고, 타살로 보이는 증거들을 은폐한뒤 경찰에 신고한다. 물론 경찰은 자살이라는 것에 의구심을 갖지 않지만 오로지 한 명의 형사가 사건에 의문을 품는다. 바로 가가 형사였던 것이다. 이제 오빠 야스마사는 독자적으로 범인을 추적하면서 자살에 의심을 품은 가가 형사를 상대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제목 그대로이다. 용의자는 단 두명. 동생의 전남친 준이치와 절친 가요코이다. 용의자는 단 둘 뿐이지만 범인을 특정하기는 굉장히 어렵 다. 수없이 엇갈리는 동선과 흐트러진 증거들 그리고 준이치와 가요코의 진술 자체도 거짓이 섞여있기 때문이다. 독자는 야스마사의 시선에서 이 어지럽게 얽혀있는 사건을 풀어나가야 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앞서 말한대로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체 책은 끝이 난다. 범인이 누구인지 상상조차 가지 않던 본인은 미적지근한 기분으로 페이지를 넘기다 마지막 페이지에 봉인된 [추리 안내서]와 마주쳤다. '역시! 범인은 알려주고 끝나야지!'라 생각하며 칼로 조십스럽게 봉인된 안내서를 뜯고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헐!" 힌트를 주긴 준것 같은데.....똥 멍충이인 본인은 아직도 모르겠다. ㅠ_ㅠ 자 이제 모든 정보의 바다 '네이버'에 검색을 해본다. ㅋㅋㅋ 네이버 설명을 보고서야 "아~"라는 육성이 터져나왔다. 하긴, 초반 노끈을 보고 전혀 다른 범인을 생각했던 본인이니 아무리 떡밥을 던져줘도 그게 떡밥인지조차 인지를 못하고 있었던 거다. ㅠ_ㅠ 핫핫.



하지만 장담하건데, 재밌다. 범인이 누군지 상상도 안가는데 재미있었고, 범인을 알고 나니 더 재미있었다. 이 작품으로 재미를 봤는지 다음 작품도 비슷한 구성의 [내가 그를 죽였다]란다. 기대를 안할 수가 없구나. ㅎㅎㅎ 이렇게 가가 형사에게 빠져드나보다.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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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재단
시마모토 리오 지음, 김난주 옮김 / 해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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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재단 (2020년 초판)

저자 - 시마모토 리오

역자 - 김난주

출판사 - 해냄

정가 - 15000원

페이지 - 262p



신체를 끊어버리듯 가혹했던 그 여름의 재단



[퍼스트 러브]로 강렬한 인상을 안겨준 '시마모토 리오'의 초기작품이 출간되었다. 아쿠타가와상 후보작이라고? 문학성도 겸비한 작품인가 보다. 라며 아무생각없이 책일 펴고 읽었다. 물론 한치의 의심도 없이 미스터리 작품일거라 생각하면서 -_-;;; 그런데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한 여성의 절절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처음 생각했던 이야기가 아니었음에도 마지막 페이지까지 몰입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스토리나 소재 보다 일단 본인의 마음에 꽂힌 작가의 전작 위주로 작품을 읽는 취향 탓에 이번 같이 예상치 못한 독서를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경우 둘중 하나인데 취향이 아닌 작품을 꾸역꾸역 읽어야 하는 고역의 시간 이던가 아니면 이번 [여름의 재단]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던가 말이다. 



나오키상 수상 작가 시마모토 리오가 그려낸 귀기 어린 걸작 심리소설



띠지만 보고 심리 스릴러 일거라 예상한 내가 바보였던가...-_-;;;; 좌우간 귀기는 모르겠다만 유년시절의 아픈 상처를 입은 한 여성이 성인이 되어서까지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픔에 몸부림치는 심정이 본인에게 까지 전달됐고 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이 가슴 절절하게 와닿았다.



술집을 운영하던 엄마를 따라 가게를 지키던 어린 치히로는 가게를 자주 찾던 단골 남성에게 성적으로 모멸감을 갖는 일을 당한다. 유년 시절의 기억은 트라우마가 되어 성인이 된 이후에도 남자와의 관계에서 거부감과 공포심을 느끼게 된다. 소설가가 된 치히로는 우연히 술자리에서 출판사 편집자 시바타와 만나게 되고, 시바타의 격의 없는 행동에 거부감이 일면서도 자신과 비슷한 내면의 어둠을 발견하고 끌리게 된다. 몇 번의 만남 속에서 시바타의 이상 행동은 치히로에게 다시금 상처를 남기고, 홀로 살고 있던 도쿄를 떠나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계신 고택에서 할아버지가 평생 모아왔던 고서적들을 재단 한 뒤 디지털화 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는 새로운 남자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는데....



여름의 재단 중 '재단'이 책의 등을 잘라낸 뒤 낱 페이지를 스캔한다는 재단일 줄은 미처 몰랐다. 어찌됐던, 책을 잘라내는 행위와 그 여름 시바타와의 만남으로 다시 받았던 지독한 사랑의 상처 때문에 치히로의 손 발이 잘려나가는 듯한 재단의 의미가 중첩되는 의미가 되면서 나아가 손발이 잘리듯 아픈 고통도 새로운 만남을 통해 치히로를 지독히도 괴롭히던 고통을 마침내 잘라 버리는 재단의 의미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마주하게 된다. 



남자로서 치히로의 아픔과 시비타와의 비정상적인 만남을 비롯해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선술집에서 처음 만난 남자를 집으로 들여 몸을 섞는 심리를 100프로 이해할 순 없었다. 다만 그런 그녀를 향한 부모의 철저한 무관심,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에서 기인했다는 자책감, 행복을 갈구하지만 껍질에 쌓여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 두려움 등등 그녀의 공포와 중압감은 너무도 선명하게 다가왔고 그렇기에 세상을 향해 한걸음을 내딛는 그녀의 발걸음이 더욱 크게 와닿았던것 같다. 



모든게 떠나가 버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마음이 어디에도 없는 게 들여다보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_178p



내 상각만 하고, 그런 걸 상대가 이해해주지 않으면 옳지 않다고 단정해왔다. 

그러나 타인끼리 알 수 있는 건 사실은 별로 많지 않다.

_252p



앞서 말했지만 이 작품은 아쿠타가와상에 노미네이트 된 작품이라고 한다.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작가는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대중 작품의 집필을 선언했고 3년뒤 [퍼스트 러브]로 나오키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문학적 작품성을 추구하는 아쿠타가와상, 대중적 작품성을 추구하는 나오키상. -_-;;; 그동안 일본 소설을 꽤 읽어 오면서도 두 상의 차이를 지금에서야 알았다. 허허...



[퍼스트 러브]와 같은 유년시절의 성적 트라우마라는 기본 골격은 같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두 작품을 비교하면서 읽어도 좋을 것 같았다. 책을 덮은 뒤에도 굉장히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밀도 있는 심리 묘사와 성장소설의 감동을 주는 강렬하면서도 부러질듯 위태로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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