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가 없어도 (리커버 에디션)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날개가 없어도 (2018년 1쇄 리커버)

저자 - 나카야마 시치리

역자 - 이정민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82p



신체적 장애가 내 날개를 꺾을 수는 없어



갑자기 불고 있는 리커버 열풍에 일본 미스터리 전문출판사 블루홀6도 참전했다. 반전의 제왕 '나카야마 시치리'의 휴머니즘 걸작 미스터리 [날개가 없어도]가 새로운 옷을 입고 다시 찾아온 것이다. 마침 구판을 보지 못한터에 이번 기회를 빌어 새롭게 출간한 리커버 버전으로 읽어봤다. 그동안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을 읽어오면서 이 작가의 작품들도 '오츠이치'처럼 암흑계와 힐링계로 나뉜다는 걸 깨닫게 된다.(물론 둘 사이의 경계를 오가는 작품도 있다) 읽는 것 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잔혹과 광기 이중 삼중 반전으로 겹겹이 둘러친 암흑계 작품이 있는가 하면 차별과 소외, 장애를 극복하고 성장하게 되는 감동의 힐링계 작품등 뚜렷한 경계가 나뉘는 것이다. 일례로 대놓고 이야미스를 표방하는 [비웃는 숙녀]시리즈나 [개구리 살인]같은 작품은 칠흑같은 암흑계인 반면 클래식을 소재로 눈으로 읽는 음악 소설 [미사키 요스케]시리즈는 힐링계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작품 [날개가 없어도]역시 힐링계 작품으로 분류 할 수 있을 듯 하다. 



2백미터 단거리 육상 선수 사라는 큰 대회를 앞두고 최상의 컨디션과 실적으로 차분히 대회 준비를 한다. 그런 그녀에게 청천벽력같은 사건이 벌어진다. 바로 옆집에 사는 소꿉친구였던 다이스케가 몰던 자동차에 사라가 치였던 것이다. 비극적 사고로 다라의 뼈가 모두 분쇠돼버린 사라는 어쩔 수 없이 왼쪽 다리를 절단하고 만다. 오로지 두 다리로 미래를 바라보고 살아왔던 사라의 날개가 어이없이 꺾여버린 것. 기나긴 재활치료를 거쳐 의족을 차고 집으로 돌아온 사라는 끝을 알 수 없는 절망과 분노로 옆집을 향해, 다이스케를 향해 저주의 말을 쏟아 붓는다. 그리고 그 저주의 말이 현실이 되기라도 한 듯. 며칠 뒤 다이스케는 자신의 방에서 심장에 치명상을 입고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수사에 나선 이누카이 형사는 다이스케와 사라의 악연을 접하고 사라를 포함해 사라의 가족을 용의자로 의심하는데......



사고는 예고없이 찾아온다.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던간에 이 예측할 수 없는 사고의 공포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오늘 만났던 친구, 혹은 가까운 지인이 당장 내일 급사하여 다시는 보지 못할 수도있고 치명적 부상으로 평생 장애를 짊어지고 살아갈 수도 있다. 물론 타인이 아닌 내가 겪을 수도 있는 일이니 사라가 겪는 불행한 사고는 비록 픽션이지만 허구로 치부할 수 없는 현실성을 내포하게 된다. 그렇기에 장애로 인한 절망에 잠식되지 않고 새로운 희망을 향해 열정을 불사지르는 사라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열렬한 응원의 마음을 보내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치명적 장애를 오로지 자신의 의지와 뼈를 깎는 노력으로 극복해 나가는 인간승리 스토리인 것이다. 



휴머니즘 감동 스토리지만 다분히 감정적으로 신파와 억지감동을 밀어 붙이는 그런 작품은 아니다. '나가야마 시치리' 아닌가....한발 떨어져 지극히 객관적으로 관조하듯 사라의 투쟁을 건조하게 묘사해 나간다. 하지만 그런 객관적 시선에 0.1초로 희비가 엇갈리는 역동적인 단거리 달리기가 접목되니 결승점을 향해 무섭게 질주하는 속도감이 그대로 전달되고 사라의 미친듯이 펌핑하는 심장박동이 벅차오르는 감동으로 치환된다. 



이누카이 형사 VS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격돌



'나카야마 시치리' 월드 답게 팬들을 위한 여흥을 놓치지 않는다.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의 무대에 작가의 대표 캐릭터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재미를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다른 시리즈로의 흥미를 유도하고 있으니 역시 천재가 아닌가. 그나저나 어둠의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는 알고 있었는데, '이누카이' 형사는 영 낯설어 봤더니 이 형사가 나오는 시리즈는 단 한편도 보지 못해서 낯설게 느껴졌나 보다. 뭐, '시치리' 덕후라면 응당 알고 있겠지만 이렇게 본인의 내공은 아직도 멀었다는걸 깨닫게 된다.



치명적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는다. 오로지 자신의 두 발로.....

날개가 꺾인 스프린터가 새로운 날개를 달고 하늘을 향해 도약하는 감성 미스터리.

GOOD!!!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