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파 - 2018년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박해울 지음 / 허블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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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파 (2019년 초판 2쇄)_제 3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저자 - 박해울

출판사 - 허블

정가 - 12000원

페이지 - 224p



찬기파랑가의 SF식 변주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한 '박해울'작가의 [기파]이다. 장편이라지만 본편은 이백 페이지 정도로 SF 초심자들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분량인듯 하다. 제목에서 어렴풋 알 수 있듯이 신라시대 화랑의 모범이 되는 기파랑을 찬양하는 '찬기파랑가'를 작가의 독특한 SF적 시각으로 변주하여 새로운 감각의 미래지향적인 '기파랑가'를 이야기 한다. 



부유층을 위한 목성 우주 관광호 오르카호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으며 성대하게 출항하고, 6개월이 지난다. 2년의 여정으로 계획되었던 오르카호에서 다급한 신호가 지구로 수신된다. 소행성에 충돌한 오르카호가 우주를 표류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어지는 무전에 사람들은 경악한다. 충돌 이후 우주선 안에 정체 불명의 전염병이 창궐했다는 것이다. 눈과 귀를 멀게하고 낯빛이 초록색으로 변해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병은 충돌에서 생존한 사람들을 기어코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와중에 홀로 병자들을 치료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의사가 있었으니 그 의사는 바로 '기파'였다. 오르카호의 수신이 끊기고 지구에서는 기파를 일컬어 오르카의 성자라 부르며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급기야 오르카 관광을 추진한 회사에서 표류하는 오르카호에서 기파를 무사히 데려오는 자에게 엄청난 포상을 내리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날. 딸의 수술비를 구하기 위해 우주 택배업을 하던 충무는 우주를 떠도는 오르카호와 맞닥뜨리는데......



자. 초반부는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스페이스 호러의 향기를 풍긴다. 오르카호에 올라던 충무. 우주선 내를 떠돌고 있어야 할 수많은 사람들의 시체는 온데간데 없고, 승선원들이 입었던 수십, 수백벌의 옷들이 줄지어 개켜져 있는 기묘한 풍경들....과연 이 우주선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흐흐흐...그대로 [이벤트 호라이즌]같은 공포 호러물로 갔어도 좋았을것 같았지만....그렇게 흘러가진 않는다. -_-



작가는 최고의 화랑이라 불리는 찬기파랑가의 진실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고 한다. 우리도 연일 뉴스와 매스컴 등을 통해 세상의 소식을 듣고 그것이 사실이라 믿지만 알고 보면 권력가의 의도대로 조작된 기사를 통해 교묘하게 진실이 호도되는 상황을 심심치 않게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의를 위해, 정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진실 대신 거짓된 신화를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기에는 우리너무나 나약하다. 대중들은 그저 위정자의 명령에 휘둘리는 개미들이니까. -_-



이 작품역시 마찬가지의 이야기다. 우연히 숨기고픈 진실을 알아버린 개미의 이야기. 이 불편한 진실은 책을 덮고나서도 오래도록 씁슬한 뒷맛을 느끼게 만든다. 고립된 우주선, 전염병, 안드로이드 그리고 차별 받는 의체 인간의 이야기. 평등과 불평등, 차별과 소외 그리고 인간이고 싶었던 로봇의 슬프고도 깊이 있는 이야기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누구보다 인간다운 로봇을 통해 인간의 이중성과 이기심을 보이고 지금의 우리를 성찰하게 하는 [레디메이드 보살]류의 작품인데, 흔하다면 흔한 주제이지만 흥미로운 설정과 탄탄한 구성이 단점을 상쇄시키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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