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금 - 금을 삼키다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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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금 : 금을 삼키다 (2021년 초판)

저자 - 장다혜

출판사 - 북레시피

정가 - 15800원

페이지 - 398p



비극적

가련함

고혹적



고대 중국에는 이런 형벌이 있었단다. 죽을 때까지 금을 삼키는 형벌. 목구멍까지 금을 밀어 넣고나면 오장육부에 피가 돌지 못하여 신체의 곳곳이 썩어 들어가고 그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다 결국 숨이 끊어지는 무서운 형벌. 돌덩이도 아니고 그 귀한 금덩이를 삼키는 형벌이니 당연히 일반 백성들에게 내리던 벌은 아니고 왕의 혈통을 가진 왕족에게 내리던 벌이란다. 자. 이 작품의 제목이 바로 그 잔혹한 형벌을 의미하는 [탄금]이다. 억지로 단단한 금덩이를 목구멍에 밀어 넣는 죄인의 심정이, 금덩이를 삼키고 몸부림치며 서서히 죽어가는 죄인의 고통이, 탄금으로도 씻어낼 수 없는 죄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다. 



예술품 거래로 부를 축적한 상도 심열국이 이끄는 상단은 나날이 번창해 간다. 첩실의 딸로 태어난 재이는 본처 민씨부인의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그러던 어느날 민씨 부인의 어린 독자 홍랑이 실종되고 집안은 발칵 뒤집힌다. 재이 역시 사방팔방 동생을 찾아 나서지만 감감무소식. 심열국은 홍랑 대신 양반 가분의 양자인 무진을 들여 상단을 맡긴다. 그렇게 십수년이 지나고. 유명한 추노꾼이 성인이 된 청년을 심열국 앞에 대령하고 그 자가 잃어버렸던 아들 홍랑이라 말하는데.....



독특한 이력의 작가에 눈길이 갔다. 프랑스와 영국에서 호텔경영을 전공하고 호텔리어로 일했던, 한국에 있던 시간보다 외국에서 체류한 시간이 많았다는 작가의 말이 놀랍게 여겨진건 이 작품의 배경이 조선시대라서였고 작품의 문체가 고어로 쓰였기 때문이다.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시대물이야 많이 봤다만 이렇게 방언과 고어를 사용하여 문장을 써내는 작품은 보지 못한 듯 하다. 조선시대에서 갓 튀어 나온듯한 문장들로 인해 상당히 강한 인상을 받게 되는데, 아름다운 어휘로 이루어진 문장에 취하고 인물들간 복잡하게 얽힌 사연과 갈등 속에서 피어나는 서스펜스, 반전의 묘미는 정녕 이 작품이 작가의 장편소설 데뷔작인지 의심이 가게 만들 지경이다. 



작품의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어찌보면 드라마 등에서 자주 접하던 클리셰 같은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잃어버린 자식이 오랜 시간이 지나서 나타나고, 갑자기 나타난 자식으로 인해 혼란에 빠지는 가족의 이야기. 오지게 멸시 받았지만 미모의 규수로 성장한 재이. 비밀을 가득 품고 돌아온 홍랑. 홍랑이 아니었다면 상단을 물려받았을 입양아 무진까지..... 세 남녀의 소용돌이 치는 운명의 굴레는 과연 어디로 향할지..... ㅎㅎㅎ 물론 홍랑과 무진이 재이를 사이에 두고 대립하는 격돌 로맨스가 펼쳐지리라는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랴.



단순히 꽁냥꽁냥 로맨스로 끝났다면 이 작품은 미스터리 서스펜스가 아니었으리라. 앞서도 말했지만 [탄금]이다. 지독하리만치 잔혹하고 몸서리처지게 추악한.... 욕망에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추악한 인간 말종들의 민낯은 후반부에 포진돼 있으니 차라리 진실은 모른채 청춘남녀의 로맨스가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ㅠ_ㅠ 폐쇄적이고 엄격한 신분제도에 좌우되던 조선시대가 배경이기에 더욱 비극으로 다가온다. 한글의 고혹적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예술적 문장이 돋보이는 조선 서스펜스였다. 전체적으로 좋았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그래도 작품의 주인공인 재이의 활약상이 너무 미미했다는 것. 운명에 맞서는 조선시대 처녀의 기상은 알겠으나 극을 반전시키는 키메이커의 역할로서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하긴 뭐 그 암흑의 시대에 재이가 뭘 하길 바라는 게 무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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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교
이동륜 지음 / 씨큐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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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교 : 이동륜의 SF스냅스릴러 소설집 (2012년 초판)

저자 - 이동륜

출판사 - 씨큐브

정가 - 15000원

페이지 - 273p



짧지만 강렬하다



현재 유튜브에서 괴담을 제보받아 컨텐츠로 제작하는 '브레이든의 들리는 책방'을 운영중인 저자 '이동륜'의 단편소설집이 출간됐다. 본인은 유튜브를 보지 않는 탓에 '브레이든'이던 '이동륜'이던 처음 접하는데 작품을 소개하는 'SF스냅스릴러 소설집'이라는 문구와 제목 [인간교]에 호기심이 일어 읽게 되었다. 



표제작 [인간교]를 비롯해 1장짜리 초단편까지 다양한 분량과 소재들의 단편 24편이 실려있다. 각 단편의 성격에 따라 2개의 장으로 나누었고 1부는 '미래-휴머니즘 혹은 SF'라는 부제로, 2부는 '현실-호러 혹은 스릴러'를 부제로 나뉜다. 현재 괴담 컨텐츠를 운영중이라서일까. 아니면 원체 이쪽 방면을 좋아해서일까. 미래와 현실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지만 각 작품들은 일관된 분위기를 풍기는데 바로 세상과 인간을 향한 냉소적 시선이다. 찝찝하고 불쾌하게 마무리 되는 이야기들을 접하고 있노라니 ㅎㅎㅎ 딱 내 스탈의 작품들이 아닌가. ㅋ



경계를 허무는 상상력을 확장하여 써낸 이야기들은 [환상특급]을 보는 듯 흥미롭게 다가온다. 반면 몇몇 단편은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의 이야기들이라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 이게 저자의 순수 창작이지만 우연찮게 설정이 겹친 것인지, 아니면 기존 작품에 아이디어를 추가하여 써낸 오마쥬인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기존 작품을 넘어서는 신박함은 주지 못하여 아쉬운 느낌이다. 



인상적이었던 몇몇 단편들을 이야기 해보자면, 표제작 [인간교]는 말 그대로 이다. 먼 미래. 인간은 진즉에 멸종되고 지구상에는 AI가 탑재된 로봇들이 삶을 이어간다. 인간이 만들어낸 AI인 탓일까. 그들은 인간이 멸종된 뒤에도 아기 로봇을 데려워 키우고, 로봇끼리 결혼을 하는 듯 인간의 생활약식을 따라하려 한다. 더불어 능력차에 따른 로봇 계급사회가 만연하게 되고, 이에 반기를 든 로봇들은 사이비 종교를 믿으며 혁명을 준비했으니..... 사이비교의 이름은 인간교였으며 교주는 멸종한줄 알았던 인간이었다.



인간과 로봇의 주체가 바뀌었으나 그들이 하는 행동은 현실과 다를 바 없다. 인간의 가르침을 맹신하는 로봇들의 모습이나 인간과 로봇의 철학적 대화를 보면서 '박성환' 작가의 [레디메이드 보살]을 떠올릴 수 있었다. 깨달음을 얻은 AI. 인간의 말에 깨달음을 얻는 AI. 결말이 아쉽지만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두번째로 [황야의 5인]은 서부시대에 떨어진 5명의 사람중 정교하게 제작된 로봇을 찾아 죽이면 나머지 4명은 살아남을 수 있는 서바이벌 물이다. 뭐랄까 서바이벌 역튜링 테스트랄까. 비슷한 설정으로 '하오징팡'의 [인간의 피안]에 실렸던 단편 [전차 안 인간]이 떠올랐다. 마찬가지로 기계가 인간을 찾아내 죽이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 진행되지만 결말이 예상가능하여 아쉬웠다.



세번째는 [유작공장]이다. 신인상을 타고 전도유망했던 작가는 슬럼프에 빠지고 자긴과 같은 상황에서 인기작을 발표하고 다시 상승세를 탄 선배작가가 한 시설을 소개한다. 그렇게 찾아간 시설에서 작가는 충격에 빠지게 되는데..... 이 단편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가소설]에 실린 첫번째 단편 [글 쓰는 기계]를 떠올리게 한다. 사실 이런 류의 설정은 누구나 떠올릴 만한 설정이라 괜찮았는데, 바로 다음 만난 작품 [목격자]에서 고개를 갸웃 하게 된다. -_-



[목격자]는 화자가 2층에서 한 여인이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시작된다. 화자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 담을 타고 넘어 집안에 들어가지만 살인자에게 발각되 머리에 충격을 받고 의식을 잃는다. 이후 시점이 바뀌어 경찰이 집에 찾아오고, 살인마였던 남자는 경찰을 집으로 들이는데...... 이건 그냥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다. 기억이 가물하여 [검은 고양이]가 3인칭인지, 1인칭인지는 모르겠다만.... 작가로서 '포'의 오마쥬라 생각하지만 새로움이 없는 점은 아쉽다.



이렇게 쓰니 별로인것 같은데 의외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몇몇 작품은 아쉬웠지만 몇몇 작품은 놀랄만한 반전을 선사하기도 한다. 익숙한 설정의 작품은 기존 설정과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를 주었고 이전에는 보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들도 매력적이었으며 대부분의 작품들이 '불행'하게 끝나버리기 때문에 좋았다. ㅎㅎㅎ 해피엔딩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지. ㅋㅋㅋㅋ 본인 역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본인이 추구하고 쓰고싶어 하는 스타일의 글이었다. 하여 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분량에 구애되지 않고 일단 써야 겠다고 마음먹게 만드는 작품집이었다. 익숙한 설정에 새로움이 부족하다는 말은 본인이 원고를 보여주었던 지인에게 들었던 말인데, 그 말을 내가 하는게 우습기도 하지만 역시 난 이런 스타일이 좋다. 



짧지만 강렬한 악몽 같은 이야기. 공포, 미스터리, SF, 호러, 단편, 엽편, 초단편 등등 전 장르를 망라한다. 다크다크한 취향의 독자라면 일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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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죄자
레이미 지음, 박소정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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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순죄자 (2021년 초판)

저자 - 레이미

역자 - 박소정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8000원

페이지 - 728p



잔혹하면서도 슬프다



우리에게 [심리죄]시리즈로 알려진 인기작가 '레이미'의 신작이 블루홀6에서 출간됐다. 무려 칠백페이지라는 벽돌에 가까운 두께의 미스터리에 놀랐고, 따로 분권하지 않고 단 권으로 출판해준 출판사의 판단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앞선 작품들을 통해서도 해박한 범죄지식과 범인에 대한 프로파일링으로 쫀쫀한 긴장감을 선사하던 작가였는데 이번 신작은 그야말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듯 각 인물의 사연과 감정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독자로부터 깊은 공감과 안타까움 그리고 충격적 반전을 선사한다. 칠백페이지라는 두께가 결코 쉽게 읽을 수 없는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몰입감으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을 수 있던 것을 보면 뛰어난 스토리텔러로서의 기량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작품이 아닌가 싶다.



네 건의 잔혹한 연쇄 토막 살인.

그리고 체포된 살인범.

잊혀진 또 한 건의 토막 살인.


그로부터 20년이 지나고.

사건과 관계됐던 사람들은

다시 20년 전 사건을 파헤치는데.....



무수한 사건 현장을 거치며 이제는 은퇴를 앞둔 두청은 사건 현장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의사의 진단은 간암말기. 이제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판단한 두청은 개인적으로 이미 사건이 종료된 20년전 연쇄 토막살인에 대해 다시 조사를 시작한다. 후배 형사는 살인범이 붙잡혀 사형까지 당한 사건을 재조사 하는 것에 의문을 느끼지만, 두청은 아랑곳 없이 관련자들을 만나려 한다. 한편, 법대 재학중인 웨이중은 봉사활동 점수를 위해 인근 양로원을 찾아 자원봉사를 한다. 그곳에서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지첸쿤이라는 노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터놓는 친구가 된다. 그러던 어느날. 지첸쿤은 웨이중에게 자신의 비극적 과거사를 이야기 하고, 자신의 아내가 20년전 연쇄살인범에게 잔인하게 살해 당했다고 고백하는데.....



두꺼운 분량답게 다양한 등장인물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현직 경찰 두청의 이야기, 법대학생 웨이중과 지첸쿤의 이야기. 은퇴경찰 뤄사오화의 이야기. 웨이중이 짝사랑하는 동기 웨샤오후이의 이야기. 여기에 범인의 이야기까지 ㄷㄷㄷ 다양한 연령과 서로다른 사연을 가진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고 그 지점들이 맞닿으면서 새롭게 밝혀지는 진실은 정교하게 짜여진 복선들을 통해 대망의 결말로 치달아 가게 된다. 



옆나라 중국의 작품이지만 작품을 읽어가면서 한국적 '한'의 정서와 상당히 흡사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십년이 지나도록 범인의 그림자를 뒤쫓는 그들이지만 범인을 잡으려는 사연은 모두가 제각각이니 함께 범인을 잡기 위해 협력했던 어제의 동료가 오늘은 서로의 뒤통수를 치고 적이 되버리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연출된다. 평생의 한이 되버린 그들의 사연들. 범인을 향해 쏟아내는 증오와 집념은 20년이란 시간의 간극 속에서 더욱 독하디 독한 독기를 뿜어낸다.



각 캐릭터의 사연과 심리를 독자에게 공감시키기 위해 많은 분량을 할애하지만 짧은 챕터로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교차시키기 때문에 오히려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벽돌을 순삭시키는 '헤리 홀레'시리즈 처럼 말이다. 더불어 사형제도에 대해 꽤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작품에서 토막 연쇄살인 범은 이미 20년전 체포되어 사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20년이 지나도록 범인을 쫓는 사람들...-_-;;; 당연히 죽은 범인은 진범이 아니란 건데... 죄지은 놈은 똑같이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오해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사람이 수십년 만에 누명을 벗는 것을 보면....국민 세금으로 범죄자들을 먹여살리는 게 최선인가 싶기도 하고..;;;; 여튼, 우리와 달리 사형제도가 현재까지 유지중인 중국의 작품이라 국내 작품과는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작품을 생각하게 된다. 

 


재미있다. 이 만한 분량으로 이정도 가독성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고 타국의 작품이 이정도로 국내 정서와 맞기도 힘들 것 같은데 그것을 모두 성공시키는 것을 보면 130만부라는 경이적인 판매 부수는 그냥 나오는 게 아니구나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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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아르테 미스터리 19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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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2021년 초판)

저자 - 아시자와 요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arte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71p



공포 괴담과 미스터리의 성공적 콜라보




'그 혼령과 연을 맺고 싶은 게 아니라면 무람없이 말을 걸어서는 안 됩니다.

아무 관계도 없는 고인에게 기도를 올리면 그때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연을 스스로 만드는 셈입니다.' _225p



새로운 작가의 독특한 공포 미스터리 작품이 출간됐다. 안 그래도 괴담을 좋아라 하는데 그 괴담에 미스터리 기법을 더 했다니! 호기심과 궁금증, 기대감이 넘쳐났다. 더군다나 일본 아마존 서스펜스 부문 랭킹 1위에 일본서점 대상 후보작이라는 '인정'을 받은 작품이니 재미와 작품성 둘 다 인정받았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근래 읽은 공포중 가장 좋았던 작품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사와무라 이치'의 [보기왕이 온다]를 꼽는다. 사실 이 작품도 정통 공포라기 보다는 미스터리적 기법을 섞어 강렬한 충격을 선사하는 작품이었기에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었더랬다. 그런데 이 작품은 본업이 미스터리작가가 써낸 공포 괴담이니 공포호러로서도, 미스터리로서도 어느 하나 부족한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괴담. 6편의 단편에 빠짐 없이 등장하는 누군가..... 



괴담 수집 작가인 나는 출판사로부터 가구라자카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괴담집 출간 제의를 받게 된다. 가구라자카라는 지명을 들으면서 나는 얼마전 있었던 기묘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한 점쟁이를 찾아가 궁합을 본 커플의 이야기인데, 점쟁이는 그 커플에게 당장 헤어지라며 좋지 않은 점괘를 내놓는다. 이에 남자는 격분하며 점집을 박차고 나온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인데 남자가 여자를 대하는 태도가 눈에 띄게 변화한 것이다. 결국 커플은......



이렇게 괴담 수집가가 직접 들었던 이야기를 시작으로 여자를 소개시켜 줬던 친구가 전해준 이야기, 그 이야기와 엮여 있는 다른 사람이 겪은 이야기 등등등....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이야기가 거듭되면서 전체적인 이야기에 깊이 엮여 있는 누군가가 존재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바로 옆나라 일본의 이야기인 만큼. 지금도 다양한 신을 모시고 있으며 토속 무속 신앙을 섬기는 일본의 이야기는 때마다 점집을 찾아가 점을 보고 부적을 붙여 액막이를 하는 우리나라의 무속 신앙과 많은 점이 닮아있어 거리감이 들기는 커녕 작가가 이야기 하는 공포의 방향성을 굉장히 이해하기 쉬웠다. 뭐랄까. [곡성]에서 일본과 한국의 점쟁이들이 서로를 향해 살을 날리는 장면이 떠올랐달까. 두 나라의 무속신앙이 어디에서 어느 쪽으로 흘러갔는지는 모르지만 나라는 다를지언정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이나 방법은 다를 게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더불어 앞서 차근차근 복선을 깔아두고 결말에서 모든 복선들이 조합되면서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미스터리의 반전이 공포호러와 만나니 결말부에서 느끼게 되는 독자의 충격과 공포는 여타 공포 작품보다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개인적으로는 6 단편중 [망언]을 최고로 꼽고 싶다. 현실 미스터리라면 통용될 수 없는 반전이나 심령 공포, 오컬트 세계속에서는 설사 말이 되지 않더라도 독자는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리얼리즘을 벗어난 경계를 벗어난 반전은 더욱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충격을 선사한다.



작가가 직접 등장하면서 괴담의 실체와 후기들을 이야기하여 독자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게 만드는 점에서 '미쓰다 신조'의 작가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이른바 메타픽션적 요소로 픽션과 리얼의 경계를 교묘하게 허물고 있다는 말이다. 악의를 품고 저주를 쏟아붓는.... 인간의 말초적 공포를 자극하는 신비한 작품이다. 괴담속에 녹아든 미스터리와 반전의 묘미는 공포를 배가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굉장히 취향저격이었고 비슷한 류의 공포 미스터리를 계속 보고 싶다는 갈망이 들었다. 공포와 미스터리의 성공적 콜라보. 강력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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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킹 온 록트 도어
아오사키 유고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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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킹온록트도어 (2021년 초판)

저자 - 아오사키 유고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엘릭시르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02p



불가능?

불가해?

이들이 앞에서 완전 범죄는 없다



역시 미스터리하면 본격이요. 본격의 맛은 밀실을 비롯 암호해독, 광장밀실, 서술트릭, 독살 미스터리 등등등 다양한 사건과 트릭의 해법에서 오는 쾌감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 본격에서 빠질 수 없는 포인트가 있으니, 바로 이 트릭들을 시원하게 깨부숴 주는 탐정의 역할이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두 명의 탐정이 등장한다. 지금껏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는 원맨쇼 수준의 탐정들(물론 왓은 같은 조수가 있긴 하지만 그들의 활약은 탐정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니 배제하고)에 익숙해져 있다면 이번 작품은 조금은 다른 맛을 보여주리라 생각된다. 



앞서 말했다시피 이 작품의 탐정은 두 명. '히사메'와 '도리'이다. 그리고 각 탐정은 주력으로 하는 능력을 따로 지닌다. 도저히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사건을 기막히게 해결하는 밀실트릭의 달인 '도리'와 이론적으로 불가해한 사건을 풀어내는 '히사메'. 이 두 콤비가 있는 한 불가능, 불가해 한 완전범죄는 없다.



인터폰이 없다. 초인종도, 차임벨도, 노커도 없다. 

탐정 사무소 노킹 온 록트 도어에 찾아오는 사람은 무조건 현관문을 두드려야 한다.

그리고 사무실에 앉아 있는 히사메와 도리는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속도와 패턴을 통해 

찾아온 손님의 성향을 예측한다. 

사무실로 찾아온 일곱 명의 사연들이 독자를 미스터리의 묘미로 가득 채운다.  


1. 노킹 온 록트 도어

잠긴 방안에서 등에 흉기를 찔려 살해된 화가의 죽음. 하지만.... 밀실이 아닐지도....


2. 머리카락이 짧아진 시체

욕실 안. 벌거벗은 상태로 액살되어 발견된 여성의 사체. 이상한 것은 그녀의 머리가 죽기전과 비교해 짧아 졌다는 것?


3. 다이얼 W를 돌려라!

탐정 사무실로 들어온 2건의 의뢰. 첫번째 의뢰는 죽은 할아버지가 남긴 유서의 암호를 해독하여 금고를 열어 달라는 것.

두번째 의뢰는 거리에서 피격당해 사망한 아버지의 사건을 해결해 달라는 것. 


4. 칩 트릭

암막 커튼을 친 방안에서 총에 맞아 죽은 남자. 남자는 창가에서 죽은 채 발견되지만 밖에서는 암막 커튼 때문에 남자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는 상태. 범인은 어떻게 남자를 죽였을까?


5. 이른바 하나의 눈 밀실

눈 쌓인 공원 한복판에서 칼에 찔려 죽은 남자. 남자의 발자국은 딱 하나 뿐. 남자를 죽인 자는 누구인가?


6. 십 엔 동전이 너무 없다

탐정 사무소에서 알바를 하는 여고생 우연히 들은 한마디에서 두 탐정의 추리가 시작되고.... 


7. 99퍼센트 확실한 독살

연단에서 연설을 하던 남자가 연설 도중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진다. 사인은 독극물에 의한 사망. 바닥에 부딪혀 깨진 샴페인 잔에 묻은 독극물이 발견되고 두 탐정은 남자에게 독이 든 샴페인을 먹인 자를 추리하는데...



사실 일본 본격물이 트릭을 이리 꼬고 저리 꼬아서 상당히 복잡하게 꼬아대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작품들에 비하면 이 작품집의 트릭은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트릭이라 이해도는 좋은 편이다. 물론 트릭을 알고 나니 이해가 쉬웠다는 말이지 독자가 트릭을 맞추기 쉽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더불어 불가능과 불가해의 복합적 요소를 넣어놓고 각 탐정을 통해 따로 추리하게 만들어 반전의 반전을 주는 요소도 좋았던 것 같다. 간단히 말하자면 쉽고 간편하게 본격의 묘미를 주는 작품인데 반면 트릭을 먼저 만들어 놓고 이야기를 끼워 넣는 우연성에 기대는 작위적인 느낌의 단편도 있어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각자 개성 뚜렷한 탐정들의 티키타카와 함께 불가능 범죄를 타파하는 유쾌한 탐정 미스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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