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죄자
레이미 지음, 박소정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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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죄자 (2021년 초판)

저자 - 레이미

역자 - 박소정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8000원

페이지 - 728p



잔혹하면서도 슬프다



우리에게 [심리죄]시리즈로 알려진 인기작가 '레이미'의 신작이 블루홀6에서 출간됐다. 무려 칠백페이지라는 벽돌에 가까운 두께의 미스터리에 놀랐고, 따로 분권하지 않고 단 권으로 출판해준 출판사의 판단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앞선 작품들을 통해서도 해박한 범죄지식과 범인에 대한 프로파일링으로 쫀쫀한 긴장감을 선사하던 작가였는데 이번 신작은 그야말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듯 각 인물의 사연과 감정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독자로부터 깊은 공감과 안타까움 그리고 충격적 반전을 선사한다. 칠백페이지라는 두께가 결코 쉽게 읽을 수 없는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몰입감으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을 수 있던 것을 보면 뛰어난 스토리텔러로서의 기량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작품이 아닌가 싶다.



네 건의 잔혹한 연쇄 토막 살인.

그리고 체포된 살인범.

잊혀진 또 한 건의 토막 살인.


그로부터 20년이 지나고.

사건과 관계됐던 사람들은

다시 20년 전 사건을 파헤치는데.....



무수한 사건 현장을 거치며 이제는 은퇴를 앞둔 두청은 사건 현장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의사의 진단은 간암말기. 이제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판단한 두청은 개인적으로 이미 사건이 종료된 20년전 연쇄 토막살인에 대해 다시 조사를 시작한다. 후배 형사는 살인범이 붙잡혀 사형까지 당한 사건을 재조사 하는 것에 의문을 느끼지만, 두청은 아랑곳 없이 관련자들을 만나려 한다. 한편, 법대 재학중인 웨이중은 봉사활동 점수를 위해 인근 양로원을 찾아 자원봉사를 한다. 그곳에서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지첸쿤이라는 노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터놓는 친구가 된다. 그러던 어느날. 지첸쿤은 웨이중에게 자신의 비극적 과거사를 이야기 하고, 자신의 아내가 20년전 연쇄살인범에게 잔인하게 살해 당했다고 고백하는데.....



두꺼운 분량답게 다양한 등장인물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현직 경찰 두청의 이야기, 법대학생 웨이중과 지첸쿤의 이야기. 은퇴경찰 뤄사오화의 이야기. 웨이중이 짝사랑하는 동기 웨샤오후이의 이야기. 여기에 범인의 이야기까지 ㄷㄷㄷ 다양한 연령과 서로다른 사연을 가진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고 그 지점들이 맞닿으면서 새롭게 밝혀지는 진실은 정교하게 짜여진 복선들을 통해 대망의 결말로 치달아 가게 된다. 



옆나라 중국의 작품이지만 작품을 읽어가면서 한국적 '한'의 정서와 상당히 흡사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십년이 지나도록 범인의 그림자를 뒤쫓는 그들이지만 범인을 잡으려는 사연은 모두가 제각각이니 함께 범인을 잡기 위해 협력했던 어제의 동료가 오늘은 서로의 뒤통수를 치고 적이 되버리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연출된다. 평생의 한이 되버린 그들의 사연들. 범인을 향해 쏟아내는 증오와 집념은 20년이란 시간의 간극 속에서 더욱 독하디 독한 독기를 뿜어낸다.



각 캐릭터의 사연과 심리를 독자에게 공감시키기 위해 많은 분량을 할애하지만 짧은 챕터로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교차시키기 때문에 오히려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벽돌을 순삭시키는 '헤리 홀레'시리즈 처럼 말이다. 더불어 사형제도에 대해 꽤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작품에서 토막 연쇄살인 범은 이미 20년전 체포되어 사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20년이 지나도록 범인을 쫓는 사람들...-_-;;; 당연히 죽은 범인은 진범이 아니란 건데... 죄지은 놈은 똑같이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오해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사람이 수십년 만에 누명을 벗는 것을 보면....국민 세금으로 범죄자들을 먹여살리는 게 최선인가 싶기도 하고..;;;; 여튼, 우리와 달리 사형제도가 현재까지 유지중인 중국의 작품이라 국내 작품과는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작품을 생각하게 된다. 

 


재미있다. 이 만한 분량으로 이정도 가독성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고 타국의 작품이 이정도로 국내 정서와 맞기도 힘들 것 같은데 그것을 모두 성공시키는 것을 보면 130만부라는 경이적인 판매 부수는 그냥 나오는 게 아니구나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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