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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ㅣ 아르테 미스터리 19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2월
평점 :
품절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2021년 초판)
저자 - 아시자와 요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arte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71p
공포 괴담과 미스터리의 성공적 콜라보
'그 혼령과 연을 맺고 싶은 게 아니라면 무람없이 말을 걸어서는 안 됩니다.
아무 관계도 없는 고인에게 기도를 올리면 그때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연을 스스로 만드는 셈입니다.' _225p
새로운 작가의 독특한 공포 미스터리 작품이 출간됐다. 안 그래도 괴담을 좋아라 하는데 그 괴담에 미스터리 기법을 더 했다니! 호기심과 궁금증, 기대감이 넘쳐났다. 더군다나 일본 아마존 서스펜스 부문 랭킹 1위에 일본서점 대상 후보작이라는 '인정'을 받은 작품이니 재미와 작품성 둘 다 인정받았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근래 읽은 공포중 가장 좋았던 작품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사와무라 이치'의 [보기왕이 온다]를 꼽는다. 사실 이 작품도 정통 공포라기 보다는 미스터리적 기법을 섞어 강렬한 충격을 선사하는 작품이었기에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었더랬다. 그런데 이 작품은 본업이 미스터리작가가 써낸 공포 괴담이니 공포호러로서도, 미스터리로서도 어느 하나 부족한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괴담. 6편의 단편에 빠짐 없이 등장하는 누군가.....
괴담 수집 작가인 나는 출판사로부터 가구라자카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괴담집 출간 제의를 받게 된다. 가구라자카라는 지명을 들으면서 나는 얼마전 있었던 기묘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한 점쟁이를 찾아가 궁합을 본 커플의 이야기인데, 점쟁이는 그 커플에게 당장 헤어지라며 좋지 않은 점괘를 내놓는다. 이에 남자는 격분하며 점집을 박차고 나온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인데 남자가 여자를 대하는 태도가 눈에 띄게 변화한 것이다. 결국 커플은......
이렇게 괴담 수집가가 직접 들었던 이야기를 시작으로 여자를 소개시켜 줬던 친구가 전해준 이야기, 그 이야기와 엮여 있는 다른 사람이 겪은 이야기 등등등....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이야기가 거듭되면서 전체적인 이야기에 깊이 엮여 있는 누군가가 존재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바로 옆나라 일본의 이야기인 만큼. 지금도 다양한 신을 모시고 있으며 토속 무속 신앙을 섬기는 일본의 이야기는 때마다 점집을 찾아가 점을 보고 부적을 붙여 액막이를 하는 우리나라의 무속 신앙과 많은 점이 닮아있어 거리감이 들기는 커녕 작가가 이야기 하는 공포의 방향성을 굉장히 이해하기 쉬웠다. 뭐랄까. [곡성]에서 일본과 한국의 점쟁이들이 서로를 향해 살을 날리는 장면이 떠올랐달까. 두 나라의 무속신앙이 어디에서 어느 쪽으로 흘러갔는지는 모르지만 나라는 다를지언정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이나 방법은 다를 게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더불어 앞서 차근차근 복선을 깔아두고 결말에서 모든 복선들이 조합되면서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미스터리의 반전이 공포호러와 만나니 결말부에서 느끼게 되는 독자의 충격과 공포는 여타 공포 작품보다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개인적으로는 6 단편중 [망언]을 최고로 꼽고 싶다. 현실 미스터리라면 통용될 수 없는 반전이나 심령 공포, 오컬트 세계속에서는 설사 말이 되지 않더라도 독자는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리얼리즘을 벗어난 경계를 벗어난 반전은 더욱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충격을 선사한다.
작가가 직접 등장하면서 괴담의 실체와 후기들을 이야기하여 독자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게 만드는 점에서 '미쓰다 신조'의 작가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이른바 메타픽션적 요소로 픽션과 리얼의 경계를 교묘하게 허물고 있다는 말이다. 악의를 품고 저주를 쏟아붓는.... 인간의 말초적 공포를 자극하는 신비한 작품이다. 괴담속에 녹아든 미스터리와 반전의 묘미는 공포를 배가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굉장히 취향저격이었고 비슷한 류의 공포 미스터리를 계속 보고 싶다는 갈망이 들었다. 공포와 미스터리의 성공적 콜라보. 강력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