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어들 - 전설 신화 속 신비한 인어를 찾아서 고래동화마을 11
차율이 지음, 가지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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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어들 : 전설 설화 속 신비한 인어를 찾아서 (2022년 초판)

저자 - 차율이

그림 - 가지

출판사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정가 - 13000원

페이지 - 139p

국내 최초 인어 전래동화

인어 하면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를 떠올리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인어는 에리얼이 아닐까 하는데, 사실 서양에서 인어는 '세이렌'이란 이름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뱃사람들을 홀려 죽이는 요괴로 알려져있다. ㄷㄷㄷ 그렇다면 한국에는 인어가 없었을까? 아니다. 한국에도 전해내려오는 인어 설화가 적지 않다. [어우야담], [해동역사], [자산어보]와 함께 각종 민화, 설화, 전설로 이어지는 한국의 인어들을 모은 동화집이 출간됐다.

[인어 소녀], [미지의 파랑], [괴담 특공대]등 장르와 소재를 넘나드는 이야기로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동화 작가 '차율이'작가는 첫 데뷔작 [인어 소녀]의 집필을 위해 모은 자료들을 토대로 작가만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새로운 인어 전래동화집을 써냈다. 사실 고서들에 인어가 기록되있다지만 자세한 배경없이 달랑 한, 두줄 언급된 것이 전부 일 것이리라. 그 짧은 기록에 작가만의 감성을 녹여 아름다운 동화로 재탄생 시킨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인어들이 살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거문도의 신지께인어는 익이 알고 있었다만, 거문도 말고도 도초도, 부산, 울산, 제주, 인천 그리고 평양까지... 이쯤되면 정말로 인어가 존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들게 된다. ㅎㅎㅎ

인간이 되고 싶어 100년동안 인간처럼 밤에는 잠을 자고 미역을 먹은 은갈치의 이야기 [신지께가 된 은갈치]는 100일동안 동굴속에서 마늘과 쑥을 먹은 곰과 호랑이가 오버랩 되었다. 과연 은갈치는 인간이 될 수 있었을까? 곰의 포지션일지, 아니면 호랑이의 포지션일지는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으리라.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에서 뱃사공에게 잡힌 인어를 불쌍히 여겨 도로 풀어주고 은혜를 받는 스토리라인을 보인다. 다만 몇몇 이야기에서 다른 방향으로 풀어나가는데 인어를 풀어줬더니 뜬금없이 옥동자 아기를 갖다주는 [인어를 구한 명씨]와 인어 고기를 먹고 불로불사의 생을 살게 되는 [비구니 낭간]은 독특한 이야기로 흥미롭게 읽었다. 인어 고기를 먹으면 불로불사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과연 사람들은 인어를 풀어줬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외국 동화에 익숙한 아이들(어른도 마찬가지지만)에게 한국 전통 설화를 토대로 만든 동화를 읽힌다면 그것만으로도 잊혀질 수 있는 한국 고유 설화의 명맥을 이어가게 만드는 좋은 시도이자 자료라 생각한다. 권선징악, 결초보은 등 교훈적인 이야기와 더불어 앞으로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알리는 교두보 역할을 '차율이'작가가 맡아 주었다는 것에 내 아이들을 대신해 감사를 전하고 싶다. 각종 요괴도감과 기담류를 모으는 나로서 아무래도 이 책은 아이방 책장이 아닌 내 책장에 꽂아야 될 것 같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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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변의 창 - 피의 노래
박성신 지음 / 북오션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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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노래 살변의 창 (2022년 초판)

저자 - 박성신

출판사 - 북오션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24p

시대물의 한계를 극복한다

누누이 얘기하지만 시대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시대중에서도 특히 조선 이전 시점의 작품은 애지간해서는 읽지 않는다. 그런데 이 [살변의 창]은 시대물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시대물로 읽히지 않았다.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하겠지만 정말로 그랬다. LTE급의 속도감있는 전개와 생생한 감정이입. 그리고 긴 여운의 결말까지 순식간에 읽게 만드는 가독성을 가진 시대물이었다.

난쟁이의 몸, 사자의 코, 늙은 양의 수염, 미친 개의 눈, 닭발 같은 손.

문체반정의 대표적인 희생자 '이옥 문집'에 실린 추남 남학의 모습이라고 한다. 작품은 키메라와 같은 외모로 학대와 차별을 경험했던 남학의 일생을 작가의 상상력을 재구성했다.

저주받은 외모로 생모에게도 버림받은 괴물의 아이(괴아)는 어려서부터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온다. 하지만 괴물같은 용모에 어울리지 않는 능력을 타고났으니, 한번들은 사람의 목소리를 완벽히 모사가 가능했고 심지어 동물의 소리까지 모사하여 소통하는 것이었다. 사냥꾼은 괴아의 능력으로 동물과 사람을 잡아다 무차별로 죽이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사냥꾼은 실족사하고 굶어 죽기 직전의 괴아를 찾아온 이가 있었으니, 바로 청렴한 양반집 자재 이수였다. 이수는 괴아에게 황선이라는 이름을 주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평등한 벗으로 대한다. 차츰 인간의 언어와 감정을 배워나가던 황선에게 다시금 고난이 찾아오는데....

무심코 건넨 도움의 손길이 나라의 국운을 뒤흔들 정도로 파국의 씨앗이 될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추남 황선의 비극적 일생에 이토록 공감하는 건 잘생기지 못한 비루한 삶을 살아온 나의 인생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었을까...ㅠ_ㅠ 어쨌던 우정과 동경에서 배신의 증오와 복수로 엇갈리는 청춘들의 핏빛 복수극과 더불어 화타도 울고 갈 성형수술의 판타지적 설정이 어우러져 끝까지 긴장감을 이어 나간다.

함부로 동정을 배풀지 말지어다. 상대를 짓밟고 내가 우월하기 위한 동정은 언젠가 독으로 되돌아올지니. 시대물의 한계를 특유의 설정과 판타지적 상상력으로 극복하는 수작이었고 외모지상주의, 불법 성형의 위험을 경고하는 메시지가 가득하다. ㅎㅎㅎ 특히나 [왕의 남자]가 떠오르는 결말이 가장 인상적이고 여운이 남는 것 같다. 그는 진정한 안식을 찾았을까?....

노랫가락처럼 물흐르듯 흘러가는 문장과 바로 연상되는 장면들. 영화화된다면 당장 극장으로 달려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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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손을 거기에 닦지 마
아시자와 요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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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손을 거기에 닦지마 (2022년 초판)

저자 - 아시자와 요

역자 - 박정임

출판사 - 피니스아프리카에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39p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과 마주하게 된다. 때로는 운이 없어서 그랬다고. 재수가 없었다고 되뇌이며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자위하게 된다.

하. 지. 만.

정말 운이 없어서일까?

미스터리라는 장르는 이 우연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의심케 만든다.

'피니스 아프리아케'에서 출간된 '아시자와 요'의 작품집 [더러운 손을 거기에 닦지마]의 첫번째 단편 [단지 운이 나빴을 뿐]을 읽고 나니 모든 우연에 의심을 하게 되는 트라우마에 걸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시자와 요'의 만남을 거슬러 올라가보니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이란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접할 때만해도 오컬트 호러에 미스터리를 접목한 작가라 생각했다. 물론 '미쓰다 신조'계열의 오컬트 미스터리의 클리셰를 답습하기에 익숙함을 느꼈지만, 공포 보다는 완결성있는 미스터리적 요소에 눈길이 갔다.

하지만, 국내에 연이어 출간되는 작품 목록을 보며 호러 전문이 아닌 미스터리. 그것도 이야미스 계열의 작가라는 것에 대한 놀라움과 깊이있는 작품성에 작가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초딩 명탐정을 위시한 [나의 신]에 이어 이야미스 단편집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작품 [더러운 손을 거기에 닦지마]로 내게는 필독 작가로 등극하게 되었다.

첫번째 단편 [단지 운이 나빴을 뿐]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내가 목수인 남편에게 이야기 한다. 당신의 걱정은 나의 죽음과 함께 가져갈테니 내가 몰랐던 고민이 있다면 털어놓아 달라고. 그리고 남편은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한 사고를 이야기 한다. 남편이 털어 놓는 이야기는 각자의 판단에 따라 사고인지, 아니면 사고를 위장한 살해인지 혼동된다. 사건의 진위 여부를 떠나 아내의 애틋한 마음과 죄책감에 시달리던 남편의 감정이 뭉클함을 자아낸다. 그리고 그 뭉클함과 반대되는 서늘한 진실이 이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단지 운이 나빴을 뿐..... 과연 운이었을까?

두번째 단편 [벌충]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라 감정이입하게 된다. 초등 교사인 지바는 수영장 배수펌프를 확인하지 않아 다량의 물을 손실하고 13만엔의 수도 고지서를 받게 될 처지에 놓인다. 지바는 고민한다. 과실을 학교에 고백하느냐. 아니면 속이느냐.... 결국 지바는 과실을 덮으리라 마음먹고 공작을 펼치지만.... 세상사가 그렇게 마음대로 되지는 않지 않던가. ㅎㅎㅎ

지바의 상황을 바꿔 생각해본다. 국을 데피려다 가스불을 망각하고 냄비를 태워 먹은 주부. 명령어 하나로 소도시의 인터넷 서비스를 중단시킨 통신회사 엔지니어. 식수의 정화 시설 점검을 잊은 탓에 여러 도시의 식수가 오염된 관리자. 자 삶을 살아가면서 내 실수를 덮기 위해 거짓을 말한적이 없다면 이 단편은 억지스러울지도 모르겠다.

하. 지. 만.

유사한 경험이라도 있다면, 이 단편은 남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물론 나 역시 무척이나 남다른 단편이었다.

'새카만 화면에 멍한 표정의 남자가 비치자 거의 반사적으로 전원 버튼을 눌렀다.' 62page

세번째 단편 [망각]은 노인들이 모여사는 실버타운(?)에서 한여름 에어컨 고장으로 낮잠을 자다 사망한 노인의 사건으로 시작된다. 바로 옆집에 살던 다케오는 우연히 치매 초기의 아내가 우연히 옆집 노인의 전기요금 미납 고지서를 받았고 건망증 때문에 미납 고지서를 옆집에 전달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고심한다. 아내의 치매탓에 전기요금이 미납된줄 모르고 옆집 노인의 에어컨이 단전되어 사망한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하. 지. 만.

다케오 부부가 미처 몰랐던 사망사고의 진실은 따로 있었다.

치매는 미스터리 작품에서 빈번히 다뤄지는 소재로 나 역시 이미 세 번이나 다룬 소재이다. 하지만 이 질병만큼 자신과 주변사람들을 파괴시키는 파급력은 최고이자 최악이 아닐까 싶다.

'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아들과 손자까지 보며 팔십 평생을 살았지만 마지막에는 그저 이상한 냄새를 풍기는 덩어리가 된다.' 102page

네번째 단편 [매장]은 우연히 살인사건에 휘말린 영화 감독의 이야기이다. 이제 곧 개봉할 영화를 위해 살인을 덮으려는 감독의 의도와는 달리 전혀 다른 지점에서 목격자에 의해 무고한 사람이 살인자로 내몰리게 된다. 분명 거짓을 말하는 목격자의 의도는 무얼까.

마지막 다섯번째 단편 [미모사]는 이 단편집중 가장 숨막히는 이야기를 담고있다. 스무살 초반 아내가 있는 불륜남과의 불꽃같은 사랑을 끝내고 어느덧 나이를 먹은 나는 나름 요리연구가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 불륜남이 신간 사인회에 찾아온다.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나. 남자는 무엇 때문에 날 다시 찾은 걸까.

'문이 닫히는 순간 미모사 화환의 조그맣게 흔들린다.' 239page

다섯 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일상에서 얼마든지 마주할 수 있는 악의. 방향성 없는, 언제든 내게로 향할 수 있는 인간의 악의에 소름이 돋는다. 자 이쯤되면 이 작품집을 관통하는 세 가지 단어는 '일상', '실수', '예상치 못한 악의'로 요약할 수있을 것 같다.

우연과 운. 정말로 의도치 않은 악의들에 숨겨진 의미를 깨닫는 순간. 반전의 소름에 몸서리가 쳐진다. 다른 무엇도 아닌 악의의 의미가 반전인 작품집이다. 유려한 문장과 섬뜩한 반전. 역시 '아시자와 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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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서점 - 살인자를 기다리는 공간,
정명섭 지음 / 시공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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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를 기다리는 공간, 기억 서점 (2022년 초판 2쇄)

저자 - 정명섭

출판사 - 시공사

정가 - 13800원

페이지 - 283p

15년 간의 응축된 집념

죽음의 기억 서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언제나 쉼 없이 달려오고 계신 '정명섭'작가의 신작 장편이다. 다수의 앤솔러지에 참여하면서 언제 이런 장편을 쓰는지 볼 때마다 불가사의하다. 뭐 정 작가님의 작품을 전부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제껏 읽어본 성인 대상 미스터리로는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으로 꼽고싶다. 책에 애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비블리오 스릴러랄까. 독특한 설정과 구성 그리고 반전까지 페이지 터너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한다.

인기 대학교수 유명우는 고서를 소개하는 방송에서 마지막 고별을 발표한다. 그와 함께 교수생활을 포함한 모든 대외적 활동을 중단하고 서점을 개업한다고 말한다. 이 서점은 자신이 그동안 모아온 희귀 고서적들을 전시하고 있으며 100% 예약제로 운영. 손님이 원하는 고서를 말하고 유명우를 설득한다면 책값을 받지 않는다는 파격적 제안을 발표한다.

그리고 그 순간. TV속에서 유명우를 본 사냥꾼은 15년전 유명우의 가족과 두 다리를 맞바꾼 잃어버린 고서를 찾기 위해 유명우가 문을 연 기억 서점에 찾아 갈 것을 마음 먹는다.

잔혹한 연쇄 살인마 VS 휠체어를 탄 고서점 주인

과연 이 대결의 승자는 누구일까. 15년 간의 응축된 복수에 대한 집념을 가진 유명우가 웃게 될지, 아니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기억 서점을 찾는 사냥꾼이 웃게 될지 작품을 끝까지 봐야 결과를 알 수 있으리라. 자. 기억 서점을 찾는 사람은 4명. 4명중 분명 사냥꾼이 있다. 손님을 관찰하는 유명우의 시선을 따라 마침내 범인과 마주하는 그 순간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반전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순간이다.

한 때 절판서적 수집에 목을 멘 적이 있고, 헌책방에서 절판도서를 훔치다가 저주를 입는 호러 단편 <쓰쿠모가미>를 썼던 만큼 유명우와 사냥꾼의 끈을 잇고 있는 실존 고서 <잃어진 진주>에 집착하는 모습과 유명우의 입을 통해 소개되는 보물같은 고서와 그에 얽힌 이야기들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고서에 대한 집착과 광기는 나 역시 경험했었기 때문이다. ㅋㅋㅋ

더불어 네번째 범인 후보인 목수의 작업장이 묘사되는 것을 보면서 작품에 더욱 빠져들게 됐는데, 천안역 근처 볼트 공장이었던 목공소.... 는 '정명섭'작가님이 '20년에 직접 방문하여 당시 발표한 장편 <추락>의 북토크를 했던 장소이기 때문이다. ㅎㅎㅎ 읽자마자 '빡' 알아챘다. 그래서인지 작품에서 묘사되는 목공소 공간이 머릿속에 영상처럼 그려지더라. 그리고 기억 서점의 유명우 역시 실존하는 니은 서점의 점장님을 모델로 했다고 하니, 작품에서 묘사되는 장소와 인물들이 모두 생명력을 갖게 되더라.

중반부를 지나면 이야기의 주역이 바뀌면서 다리가 없어 움직일 수 없는 유명우의 지시에 따라 제 3자가 범인을 추적하는 [본 컬렉터]류의 장르로 뒤바뀐다. 한 작품안에서 다양한 장르적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시리즈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으니 언젠가 2편이 짜잔 하고 나타나서 또 다른 즐거움을 줄지 모르겠다. 일단 본인은 2편이 나오길 꼭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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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의 밤 안 된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청미래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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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의 밤 (2022년 초판)

저자 - 미치오 슈스케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청미래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64p

글과 이미지로 반전을 꿰하다

한꺼번에 3편의 작품이 출간되며 '미치오 슈스케' 풍년을 이끌고 있는 한 작품 [절벽의 밤]이다. 절벽 위에서 거꾸로 떨어지는 인상적인 남자의 표지답게 작품은 매년 자살자로 사망사고를 내고 있는 집게모양의 바다와 맞닿은 유미나게 절벽과 얽혀있는 미스터리한 4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독립된 3가지 이야기와 마지막 4번째 단편에서 앞서 뿌려둔 3편의 복선이 절묘하게 회수되는 구성으로 이루어진 연작 단편집인데 "시각적 요소도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독자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라고 밝히는 작가의 말답게 이번 작품에서는 전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방법의 트릭을 차용한다.

1. 유미나게 절벽을 보아서는 안 된다

유미나게 절벽 근처에서 접촉사고가 난다. 가까스로 의식을 잃지 않은 구니오는 다가오는 남자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남자는 다짜고짜 구니오의 얼굴을 핸들에 처박는다. 귓가에 들리는 낄낄대는 목소리들. 그렇게 고통속에 정신을 잃는데....

2. 그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

중국에서 이민온 초등소년 커는 색연필을 훔치고자 문방구에 들어간다. 언제나 반겨주던 주인 할머니는 방안에서 다리밖에 보이지 않고 처음 보는 남성이 가게를 지키고 있는데, 아무리 봐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커는.....

3. 그림의 수수께끼를 풀어서는 안 된다

사이비 종교 포교활동을 하던 여성이 집안에서 멀티탭 전선에 목이 감긴채 발견된다. 사망자 발견 당시 집안은 완벽한 밀실상태. 다케나시와 미즈모토 형사는 처음 시신을 발견한 주택 관리자와 사이비 종교 지부장을 찾아가는데....

4. 거리의 평화를 믿어서는 안 된다

모든 미스터리가 풀리고 엇갈리는 고백속에 그들은 진정한 안식을 찾을 수 있을까?

앞서 말했지만 이 작품에서는 반전의 묘미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 시각적 도구로 트릭의 힌트를 주고 있다. 첫번째 단편에서는 마을의 지도를 두번째 단편에서는 TV 뉴스의 한장면을 캡쳐한 사진으로, 세번째 단편에서는 낙서를 마지막 단편에서조차 사진 한장으로 결말의 진한 여운을 남긴다. 텍스트로 반전을 선사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이런 도전은 독자에게 전에는 느끼지 못한 신선함과 유희를 선사한다. 작품의 말미에 제공하는 힌트가 작품 전반을 아우르는 결정적 트릭의 비밀은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독자가 작품을 더욱 재미있게 즐기길바라는 작가의 작은 배려라는 느낌이 들었달까. 4장의 마지막 사진 한 장은 글로서는 전하기 힘든 다른 느낌의 진한 여운을 전달한다.

저주에 씌인 것 같은 유미나게 언덕의 괴담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결국 인간의 원망과 한에서 비롯되었음을 이야기한다.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동시에 지니는 인간의 양면성을 그려낸달까. 한없이 다정한 인간이 살인마로 변하는 과정을, 정의로운 인간이 제 손을 더럽히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서서히 '평화로운 거리의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깨닫게 된다.

주제를 떠나 어쨌던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온 작품이다. 사진 속 힌트로 복잡하게 얽힌 4가지 이야기를 꿰어 맞출 수 있을지. 어서 도전해보라고 손짓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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