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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서점 - 살인자를 기다리는 공간,
정명섭 지음 / 시공사 / 2021년 10월
평점 :
살인자를 기다리는 공간, 기억 서점 (2022년 초판 2쇄)
저자 - 정명섭
출판사 - 시공사
정가 - 13800원
페이지 - 283p
15년 간의 응축된 집념
죽음의 기억 서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언제나 쉼 없이 달려오고 계신 '정명섭'작가의 신작 장편이다. 다수의 앤솔러지에 참여하면서 언제 이런 장편을 쓰는지 볼 때마다 불가사의하다. 뭐 정 작가님의 작품을 전부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제껏 읽어본 성인 대상 미스터리로는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으로 꼽고싶다. 책에 애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비블리오 스릴러랄까. 독특한 설정과 구성 그리고 반전까지 페이지 터너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한다.
인기 대학교수 유명우는 고서를 소개하는 방송에서 마지막 고별을 발표한다. 그와 함께 교수생활을 포함한 모든 대외적 활동을 중단하고 서점을 개업한다고 말한다. 이 서점은 자신이 그동안 모아온 희귀 고서적들을 전시하고 있으며 100% 예약제로 운영. 손님이 원하는 고서를 말하고 유명우를 설득한다면 책값을 받지 않는다는 파격적 제안을 발표한다.
그리고 그 순간. TV속에서 유명우를 본 사냥꾼은 15년전 유명우의 가족과 두 다리를 맞바꾼 잃어버린 고서를 찾기 위해 유명우가 문을 연 기억 서점에 찾아 갈 것을 마음 먹는다.
잔혹한 연쇄 살인마 VS 휠체어를 탄 고서점 주인
과연 이 대결의 승자는 누구일까. 15년 간의 응축된 복수에 대한 집념을 가진 유명우가 웃게 될지, 아니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기억 서점을 찾는 사냥꾼이 웃게 될지 작품을 끝까지 봐야 결과를 알 수 있으리라. 자. 기억 서점을 찾는 사람은 4명. 4명중 분명 사냥꾼이 있다. 손님을 관찰하는 유명우의 시선을 따라 마침내 범인과 마주하는 그 순간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반전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순간이다.
한 때 절판서적 수집에 목을 멘 적이 있고, 헌책방에서 절판도서를 훔치다가 저주를 입는 호러 단편 <쓰쿠모가미>를 썼던 만큼 유명우와 사냥꾼의 끈을 잇고 있는 실존 고서 <잃어진 진주>에 집착하는 모습과 유명우의 입을 통해 소개되는 보물같은 고서와 그에 얽힌 이야기들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고서에 대한 집착과 광기는 나 역시 경험했었기 때문이다. ㅋㅋㅋ
더불어 네번째 범인 후보인 목수의 작업장이 묘사되는 것을 보면서 작품에 더욱 빠져들게 됐는데, 천안역 근처 볼트 공장이었던 목공소.... 는 '정명섭'작가님이 '20년에 직접 방문하여 당시 발표한 장편 <추락>의 북토크를 했던 장소이기 때문이다. ㅎㅎㅎ 읽자마자 '빡' 알아챘다. 그래서인지 작품에서 묘사되는 목공소 공간이 머릿속에 영상처럼 그려지더라. 그리고 기억 서점의 유명우 역시 실존하는 니은 서점의 점장님을 모델로 했다고 하니, 작품에서 묘사되는 장소와 인물들이 모두 생명력을 갖게 되더라.
중반부를 지나면 이야기의 주역이 바뀌면서 다리가 없어 움직일 수 없는 유명우의 지시에 따라 제 3자가 범인을 추적하는 [본 컬렉터]류의 장르로 뒤바뀐다. 한 작품안에서 다양한 장르적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시리즈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으니 언젠가 2편이 짜잔 하고 나타나서 또 다른 즐거움을 줄지 모르겠다. 일단 본인은 2편이 나오길 꼭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