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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변의 창 - 피의 노래
박성신 지음 / 북오션 / 2022년 4월
평점 :
피의 노래 살변의 창 (2022년 초판)
저자 - 박성신
출판사 - 북오션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24p
시대물의 한계를 극복한다
누누이 얘기하지만 시대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시대중에서도 특히 조선 이전 시점의 작품은 애지간해서는 읽지 않는다. 그런데 이 [살변의 창]은 시대물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시대물로 읽히지 않았다.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하겠지만 정말로 그랬다. LTE급의 속도감있는 전개와 생생한 감정이입. 그리고 긴 여운의 결말까지 순식간에 읽게 만드는 가독성을 가진 시대물이었다.
난쟁이의 몸, 사자의 코, 늙은 양의 수염, 미친 개의 눈, 닭발 같은 손.
문체반정의 대표적인 희생자 '이옥 문집'에 실린 추남 남학의 모습이라고 한다. 작품은 키메라와 같은 외모로 학대와 차별을 경험했던 남학의 일생을 작가의 상상력을 재구성했다.
저주받은 외모로 생모에게도 버림받은 괴물의 아이(괴아)는 어려서부터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온다. 하지만 괴물같은 용모에 어울리지 않는 능력을 타고났으니, 한번들은 사람의 목소리를 완벽히 모사가 가능했고 심지어 동물의 소리까지 모사하여 소통하는 것이었다. 사냥꾼은 괴아의 능력으로 동물과 사람을 잡아다 무차별로 죽이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사냥꾼은 실족사하고 굶어 죽기 직전의 괴아를 찾아온 이가 있었으니, 바로 청렴한 양반집 자재 이수였다. 이수는 괴아에게 황선이라는 이름을 주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평등한 벗으로 대한다. 차츰 인간의 언어와 감정을 배워나가던 황선에게 다시금 고난이 찾아오는데....
무심코 건넨 도움의 손길이 나라의 국운을 뒤흔들 정도로 파국의 씨앗이 될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추남 황선의 비극적 일생에 이토록 공감하는 건 잘생기지 못한 비루한 삶을 살아온 나의 인생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었을까...ㅠ_ㅠ 어쨌던 우정과 동경에서 배신의 증오와 복수로 엇갈리는 청춘들의 핏빛 복수극과 더불어 화타도 울고 갈 성형수술의 판타지적 설정이 어우러져 끝까지 긴장감을 이어 나간다.
함부로 동정을 배풀지 말지어다. 상대를 짓밟고 내가 우월하기 위한 동정은 언젠가 독으로 되돌아올지니. 시대물의 한계를 특유의 설정과 판타지적 상상력으로 극복하는 수작이었고 외모지상주의, 불법 성형의 위험을 경고하는 메시지가 가득하다. ㅎㅎㅎ 특히나 [왕의 남자]가 떠오르는 결말이 가장 인상적이고 여운이 남는 것 같다. 그는 진정한 안식을 찾았을까?....
노랫가락처럼 물흐르듯 흘러가는 문장과 바로 연상되는 장면들. 영화화된다면 당장 극장으로 달려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