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 천 년을 사는 아이들
토르비에른 외벨란 아문센 지음, 손화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변신 : 천 년을 사는 아이들 (2018년 초판)

저자 - 토르비에른 외벨란

역자 - 손화수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정가 - 16800원

페이지 - 663p




칠천년간 이어져오던 윤회의 굴레가 깨져버렸다!



'Bian Shen'?? 변신의 노르웨이어인가?..그냥 발음대로 읽으면 '변신'과 상당히 흡사한 발음으로 읽히는데 기묘한 우연이 아닌가...13년이라는 생의 굴레를 영원히 살아가는 기묘한 존재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기묘한 SF 판타지가 출간되었다. 육백페이지를 육박하는 볼륨에 겉모습은 열네살 소년이지만 속은 칠천년을 살아온 애늙은이?의 전인류를 구하기 위한 고군분투가 페이지 가득 펼쳐진다. 왜 열세살일까?....-_- 열네살이 되는 생일날 숨이 멎어 기존의 가족과 불행한 이별을 고하고 어느샌가 신생아의 몸에 빙의되는 아이들의 운명은 영생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이지만 분명 저주받은 고통의 굴레를 감내하는 존재로 보였다. 그 자신들 조차 자신들의 존재의 이유나 거듭되는 윤회의 굴레의 이유를 알지 못한채 신생아때부터 남다른 능력(여러 나라의 언어를 구사하고 어려운 책을 읽는 등의...)을 보이며 부모를 놀라게 만들더니 14살이 되는날 어김없이 죽음으로 인사하다니...죽지도 못하고 자랄 수도 없는...이 무슨 신의 저주란 말인가...하여 앞부분을 읽었을땐 윤회의 환생을 소재로 했던 '사토 쇼고'의 [달의 영휴]가 떠오르기도 했다.



당연히 다음 신생아의 몸일거라 생각하고 눈을 뜬 아르투르는 깜짝 놀란다. 아무런 변화 없이 열네살의 생일날 아침을 맞은 것이다. 칠천년간 열네살 생일날 어김없이 죽음을 맞던 윤회의 굴레가 깨져버렸다. 무엇이 잘못된걸까?...생애 처음으로 맞는 하루 하루가 혼란스럽기만 하다. 드디어 어른이 될 수 있는걸까...자신과 같은 윤회 네트워크에서 알게된 소녀에게 자신의 상황을 물어보지만 그녀 역시 의아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날...수호자의 계시를 받게되고...인류를 멸망시키려는 한 고통에 찬 소년 파올로의 음모를 막기위해 최대치 능력을 끌어내기 위해 소년이라는 속박에서 풀려난 것임을 깨닫게된다. 이제 인류의 운명을 걸고 아르투르와 파올로의 대결이 시작된다.....



외계의 어떤 존재로 부터 태어나 지구 곳곳에서 인류를 지키는 파수꾼으로 영생의 삶을 살고 있는 소년 소녀들...거듭된 생을 살면서 축적된 지식과 부를 통해 가공할만한 권력을 거머쥐고 있는 영생 네트워크...현대 사회에서 발달된 기술과 마법, 신화가 공존하는 기묘한 SF 판타지 세계관...음...불로불사로 현대를 살아가는 자들의 대결을 그렸던 영화 [하이랜더]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작가도 북유럽 출신이기도 하거니와 뭔가 소년판 [하이랜더]같은 작품이랄까...-_- 어찌됐던 기본 줄거리는 상당히 스펙터클한 블록버스터급의 규모인데 작품이 전개되는 양상은 예상과는 달리 상당히 정적이라서 의외였다. 소년 아르투르가 숙명을 받아들이고 인류를 지키는 수호자로 거듭나게 되는 역경과 혼란스러운 내면 심리를 위주로 전개되는...성장소설격의 작품인것 같다. 



그래서 호불호가 갈릴듯한 작품이다. 스페이스 오페라 같은 활극액션 보다는 거대한 규모의 음모와 내밀한 심리묘사를 좋아하는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작품같다. 그리고 트릴로지로 기획된 작품답게...육백여 페이지라는 방대한 분량에도 이야기는 미완으로 끝난다. 수호자의 정체, 외계의 미지의 존재, 인류 멸망을 주도했던 파올로의 뒤에 숨어있던 조종자의 정체 등등.... 수많은 떡밥들은 다음 작품을 위한 미끼로 남게된다. 수많은 물음표를 남겨 버리고 끝나버리니 무조건 후속편을 읽어야만 하는것이다.ㅋ 천 년을 살아가는 사백명의 아이들이 어떤 활약을 펼치게 될지...각성한 아르투르는 어떤 능력을 보이게 될지 궁금해 진다...트릴로지 시리즈인 만큼 3편 다 국내 출간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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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렉터스 컷 - 살인을 생중계합니다
우타노 쇼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디렉터스컷 : 살인을 생중계 합니다. (2018년 가제본)

저자 - 우타노 쇼고

역자 - 이연승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가제본

페이지 - 359p



날아올라라 주작의 신이여!



얼마전 출간된 [네번째 피해자]에서 방송인의 납치 감금이 생중계되며 사건에 따른 시청자/네티즌들의 반응을 그대로 보여주어 독특하고 신선하다고 느꼈었는데, 같은 출판사인 한스미디어에서 출간된 이번 신작인 [디렉터스 컷] 역시 살인을 생중계 한다는 점에서 [네번째 피해자]와 궤를 같이 하면서 좀 더 충격적이고 시청률에 그야말로 목숨거는 방송국놈들의 생리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살육에 이르는 병], [성모]와 더불어 서술트릭 하면 회자되는 작품인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의 작가 '우타노 쇼고'의 이번 신작은 작가가 직접 서술트릭으로 독자의 뒷통수를 후려치는 것과는 달리 반전의 바통을 방송국 놈들에게 넘겨 악마의 편집질로 마음껏 악마의 재능을 펼치게 만든다. 한편의 잘만들어진 사기조작 방송을 본것처럼 그들이 만들어낸 방송이 진실이라 여기도록 설계된 대국민 사기극에 황당함과 분노의 감정이 치민다.



돌격 디렉터라는 별명으로 청소년들의 탈선 현장을 방송에 내보내 주가를 올리던 디렉터 하세미는 사실 하세미의 고향 후배인 고타로와 그의 친구들을 사주하여 탈선 행각을 조작해 방송에 내보내는 사기꾼 디렉터 이다. 고타로 일당은 하세미의 사주와 관계없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트집을 잡고 행패를 부려 점장의 사과와 함께 음식값을 무료로 제공받고 그 상황을 소형 카메라에 담는다. 거나하게 취한 고타로는 일당을 먼저 보내고 주차장에서 노상방뇨를 하던중 괴한(모토키)의 습격을 받게 된다. 흉기로 어깨를 찔린 고타로는 자신을 습격한 괴한(모토키)을 놓치고, 하세미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자신의 습격 장면도 하세미의 조작 방송의 일환인지 따져 묻는다. 고타로의 상황을 지켜듣던 하세미는 이 습격을 방송 소재로 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카메라를 들고 현장으로 찾아가는데.....



미래 없이 왕따를 당하는 만년 미용보조사 모토키...그가 꾹꾹 눌러 담는 분노와 절망은 이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청년세대들의 좌절의 모습이 겹쳐 보여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고, 그런 그가 마침내 눌러왔던 울분을 활화산 터뜨리듯 세샹을 항해, 안하무인 꼰대들을 향해무차별 살인으로 분출해 냈을때 (그러면 안되지만)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까지 느끼게 만들었다. 어찌보면 모토키 역시 피비린내 나는 무한 경쟁 사회의 피해자로 볼 수 있을것 같은데, 내성적이고 여린 그에게 어느 누구 하나 따스한 손길을 내밀지 못하고 결국 묻지마 살인마로 돌변하게 되는 과정은 못내 안타까웠다...



오래전 모토키는 이미 자기 자신을 죽였다.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어머니가 폭군처럼 굴어도 고개를 숙인 채 삼키고 삼킨 화를 오장육부 안에 쑤셔 넣었다. 그러나 정반대의 길이 있다는 것을 그는 알아버렸다. 상대에게 일절 반격을 허용하지 않고 제압하는 것이 얼마나 통쾌한 일인가. 그것은 사정이라는 생리 현상을 처음 알았을 때 이 세상 것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마치 심장이 멈추는 듯한 쾌감과 닮아 있었다. 


그와는 반대로 애초부터 무한경쟁의 게임에서 도태되 십대부터 사고를 치고 동네 불량 양아치로 살아가는 고타로 역시 내일 없이 오늘만 사는듯한 답 없는 인생으로 분노의 무차별 살인마 모토키와 불량한 고타로의 습격을 통해 불러일으키는 파장은 상상을 초월하는 복선과 반전의 묘미를 선사한다. 냉혹한 현실에 찌들은 청년들의 자화상과 함께 주요한 소재인 시청률에 혈안이 된 방송국놈들의 행태 이 두가지 소재가 작품을 이끄는 중심인데, 핸드폰과 소형 미디어의 기술 발전과 함께 새로운 브로드캐스트의 대세로 떠오른 일인 방송을 통해 점차 기존의 방송국 보도 프로그램들은 뒷방 노인네로 전락하는 신세가 되고 특종과 시청률을 잡기위해 결국은 주작질로 눈길을 돌리고, 악마의 편집에 마침내는 살인까지 생중계하게 되는 하세미의 어긋난 선택은 현실과 맞닿아 있어 더욱 설득력 있게 비춰진다.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듯한 스피디한 전개와 사건의 중요 장치로 트위터를 전면에 내세워 트위터리안들의 반응을 함께 소개하여 이슈에 개때처럼 몰리는 SNS의 세태를 함께 풍자한다. 읽는 내내 뭔가 꺼림칙한 느낌을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결말의 충격적 진실과 작품을 읽는 당신도 매스미디어에(작가에게) 놀아났음을 깨닫게 만드는 사회고발적 반전의 묘미까지...누구나 악마의 편집에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사회비판적 성격에 시의성을 모두 담아낸 재미있는 매스미디어 미스터리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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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유정아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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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사람이면어때서 (2018년 초판 2쇄)
저자 - 유정아
출판사 - 북폴리오
정가 - 12000원
페이지 - 208p



한번쯤 세상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을때



상처받기 싫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들, 나누고 싶은 공감의 한마디를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언제나 성공한 사람이 되기위해, 남들을 밟고 앞서 나가기 위해, 1등을 향해 숨이 턱에 차도록 뛰어다니는 뜀박질 인생을 산다. 하지만 성공이란 열차의 정원수는 제한되어 있고 나머지 사람들은 달리는 기차를 잡아타기 위해 발을동동 구른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은 실패자들일까?...성공한 사람들 외의 평범한 사람, 흔한 사람들을 어루만져주는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자신도 실패의 쓴맛을 경험하고 이후의 순간이 가장 찌질하고 구질구질한 순간이었다 고백하는 작가의 프롤로그를 보면서 뭔가 나도 작가의 글을 통해 공감하고 위로 받을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실린 글들은 작가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에 다니며, 직장에 다니며 문득문득 떠오른 다양한 단상들을 정리하여 쓴 글들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으로 써내려간 글들은 책을 읽는것 만으로도 어느정도 위안의 감정이 들게 만드는것 같다. 전철에 뛰어들어 자살한 불행한 인생을 위해 걱정하고 명복을 빌어주는 마음, 오래되 망가져 버린 워크맨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마음(웬지 이 마음은 나도 알것 같다..-_- 나 역시 오래된 워크맨을 책상속 고이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까...),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명함을 준비하지 못해 자책하는 마음, 그 마음들이 모여 차갑게 식은 가슴에 작은 온기를 불어 넣는다.



[성실함은 화장실 문 밖에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시절 화장실 때문에 주인의 꾸중을 들은 이후로 화장실에 가지 않게 됐다는 작가의 이야기는 서글퍼 진다. 우리 회사도 집중 근무시간이라며 오전 몇시간 동안 화장실 출입을 지양하는 캠페인을 펼치 있다. 생리현상 조차 생산성 저하로 연결 시키는 실적 지상주의가 너무나 비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죽지 말아야 하는 이유, 살아야 하는 이유]
2년간 준비한 시험에 실패하고 죽음을 생각했다는 작가는 엄마를 생각하며 극복했다고 한다. 인생에서 뼈아픈 실수를 경험 한다는건 그만큼 성장 한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성공한다면야 좋겠지만...커피를 살아야 하는 이유로 정했다고 하는데..음...난 독서가 그런 삶의 소소한 이유가 될려나...다른 일에 집중하는게 가장 상처를 잊는 좋은 방법 같다.



[어차피 해피엔딩이야]
한 편의 만화를 본 어느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만화들처럼 삶의 결말이 해피엔딩이라는 걸 확신 할 수 있다면 지금의 일상이 조금 덜 버겁지 않을까, 하는. 그 다음부터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어차피 해피엔딩이야'라는 말을 주문처럼 속으로 외운다. 인생이 끝날즈음의 내가 행복할지 아닐지는 모른다. 하지만 미래의 행복을 믿는 게 현재의 고통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된다면 굳이 그것을 회의할 이유는 없다. 그래서 나는, 내 삶이 해피엔딩일 것을 믿는다.


그래...새드 엔딩은 이제 그만...불합리하고 납득하기 힘든 일 투성인 직장생활이지만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오늘도 나는 해피엔딩을 꿈꾼다. 30대 초반의 직장인으로서 쓰디쓴 실패를 경험하고 꿋꿋이 일어서 인생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는 작가의 생각과 글들은 내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것 같다. 나를 비롯해 세상의 많은 시시한 사람들이 공감하고 힘을 북돋아 주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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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이 있는 집
김진영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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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이있는집 (2018년 초판)

저자 - 김진영

출판사 - 엘릭시르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86p




시체 썩는 냄새가 풍기는 마당있는 집으로 초대합니다.



내 가정이 전부라 여기는 여성..그런 여자의 집 마당에서 언제부턴가 시체 썩는 냄새가 난다...나의 아늑한 집 마당에 묻혀 있는 저 시체는 누구이며 저 시신을 묻은 사람은 누구인가? 나의 평화롭던 가정을 깨트리려 하는 자는 누구인가?!!! 나의 전부인 남편과 아들을 위협하려는자는 누구도 용서할 수 없다...내가 지켜낼 것이다!



실로 끔찍한 발상의 소재이다. 편안한 휴식처이자 안식처인 집 마당에 구더기가 들끓며 악취를 풍기며 썩어가는 사람의 시체가 발견되다니....그렇게 겉으로는 평화롭고 부족함 없이 화목해 보이던 한 가정이 사실은 온갖 더럽고 불결한 진실을 가득 숨긴채 썩은내를 풍기고 있었다는 충격적 사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유리탑 처럼 위태롭게 이어져오던 가식적인 평화는 마당의 시체로 금이 가버리고, 단 한순간에 산산조각 나 버리고 만다. 



[주란]

홍콩 여행중 불의의 사고로 언니를 잃고 정신적 충격에 빠져 과대망상증에 빠진 주란은 요양을 위해 대도심에서 조금은 한적한 분당 전원주택으로 이사온다. 소아과 의사인 남편과 15살 아들 승재와 함께 부족함 없이 생활하며 서서히 정신적 안정을 되찾으려는 찰나 화단을 꾸미기 위해 만들어 놓은 마당 정원에 언제부턴가 정체 불명의 악취가 난다. 악취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참을 수 없어진 주란은 모종삽을 들고 마당 흙을 파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삽 끝에 닿는 딱딱한 무언가를 유심히 지켜본 주란은 소스라치게 놀란다. 하얗고 뭉뚝한,..다섯 마디...그것은 누군가의 손가락이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퇴근한 남편에게 자신이 발견한 사실을 말하지만....남편은 또다시 망상증이 도진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리고 그날밤....잠결에 눈을 뜬 주란은 남편의 빈자리를 발견한다....온 집안을 살펴봐도 남편은 없고...다음날 침대에서 자고 있는 남편에게 간밤의 일을 물으니 남편은 나간적 없이 계속 잠을 잤다고 하는데....주란의 망상인가? 아니면 남편이 거짓을 말하고 있는건가?.....



[상은]

제약회사에 다니는 남편에게 이혼 서류를 내민날 남편에게 거칠게 성폭행을 당하고, 그렇게 바라고 시도했던 임신이 되버렸다. 아이가 생겼다고 남편에 대한 마음이 변화가 생긴것은 아니다. 앞으로 태어날 아기와 나의 인생을 위해...남편을 죽여야만 한다..소아과 의사와 낚시터에서 만나기로 했다는 남편을 졸라 가는길에 낚시터 근처인 친정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동안 참아왔던 날들은 오늘로 끝이다....



남편을 의심하면서도 남편에게 모든걸 의지하고 그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심약하고 여린 여성 주란과 임신한 몸으로 지겨운 가난이란 굴레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남편을 살해 하려는 강인한 의지의 여성 상은....이 두 여성이 우연히 얽히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출판사에서 공개하는 플롯만 봤을땐 그저 심약한 여성과 싸이코패스 미치광이 살인마 남편의 비밀스러운 가정폭력을 그리는 'B. A. 패리스'의 [비하인드 도어] 같은 스릴러가 펼쳐질거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페이지가 넘어갈 수록 그렇게 단순한 작품은 아니란걸 깨닫게 되었다. 누구나 예상가능한 시나리오에서 세번 이상 비틀면서 예상치 못한 반전의 묘미를 선사하는 작품이었다. 



현실과 망상을 오가는 주란의 혼란스러운 심리 묘사를 통해 몰입하다 보면 정말로 남편이 살인마인지 아니면 주란이 미쳐가고 있는건지 헷갈리게 만들고 그런 착란상태의 주란에게 상은이 슬쩍 발을 얹어 놓으니 주란의 심리상태는 그야말로 아비규환 헬게이트가 열리는 것이다. 가정이 자신의 모든것이라 여기고 가정이라는 껍질속에서 숨어 살아오던 주란은 이 아비규환을 통해 어찌됐던(자의던 타의던) 세상을 향해 한발짝을 내밀게 된다. 그 한발짝이 가족을 지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지 아니면 가족을 산산조각내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말이다.... 



작품을 읽는 입장에서는 뻔히 보이는 사실을 눈가리고 아웅하는 주란의 소극적 태도에 화딱지나고 발암을 일으킬것 같은 답답함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 발암 마저도 결말의 반전을 위해 차곡차곡 쌓아논 작가의 노림수라고 생각된다. 치밀한 설정과 탄탄한 구성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하며 읽게 만드는 작품이다. 고요하고 적막한 부자집 전원주택안에서 벌어지는 허상위에 그려진 평화의 적나라한 실체와 나의 전부라 여겼던 가족이 갑자기 낯선 타인으로 다가올때의 섬뜩한 공포를 잘 살려낸....시체썩는 냄새를 풍기는 마당있는 집으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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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의사는 벚꽃을 바라보며 그대를 그리워한다 마지막 의사 시리즈
니노미야 아츠토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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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의사는벚꽃을바라보며그대를그리워한다 (2018년 초판)

저자 - 니노미야 아츠토

역자 - 이희정

출판사 - 소미미디어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16p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종종 늙고 난 뒤 노년의 이야기를 하다보면 이런 얘기를 한다. 벽에 똥칠하면서 사느니 차리리 깔끔하게 죽음을 택하겠다고. 아직 삼십대...당연히 죽음에 대한 막연한 생각으로 내뱉은 말이고 솔직히 앞으로 닥치게 될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은 없는것 같다. 다만 누구나 바라는 바겠지만 잠든것 처럼 조용히, 고통없이 갈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머...어른들은 그것도 복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 작품을 읽고 나니 그 생각이 한층 더 강렬해졌다...작품속 등장하는 어디에나 있을법한 평범한 회사원이, 대학생이, 의사가 한순간에 중증질환에 걸리고...미처 의학의 힘으로는 손써볼 도리도 없이 엄청난 고통과 함께 죽음에 이른다. 환자의 죽음과의 처절한 싸움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그려져 몸서리 처질만큼 공포로 다가온다. 솔직히 무서웠다...천명에 한명, 만명에 한명...이름도 헤아릴수 없는 수많은 질병들에 걸릴 확률은 이렇게 체감하기 힘들정도로 낮은 확률이지만, 분명 지금 이순간에도 누군가는 낮은 확률의 죽음의 마수에 잠식당하고 있고 그 마수는 나에게도 뻗쳐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는 3명의 의사가 등장한다. 후쿠하라는 종합병원의 부원장으로 천재적 실력의 외과의사이자 치료의 열의로 활활 타오르는 강인한 인물...그의 사전에 포기란 글자는 없다. 무조건 고친다는 신념으로 단 1초라도 생명을 늘리기 위해 돌진한다. 다른 한명인 키리코는 사신이라 불리는 내과의이다. 불치병을 고치기 위해 무리하느니 차라리 깔끔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남은 시간을 자신을 위해 쓰는게 낫다는 생각을 갖고 불치병 환자들을 비밀리에 상담해주고 치료를 포기하게 한다. 당연히 후쿠하라와는 앙숙으로 대치되는 인물이다. 마지막 한명은 오토야마이다. 수련의 시절 후쿠하라와 키리코의 절친으로 극단적인 두명의 의사 사이에서 적절한 중용을 찾아가는 의사로 그려진다. 어찌보면 얼마전 읽었던 [신의 카르테]에서 이치토의 캐릭터와 가까운 인물이라고 보면 될듯하다. 3명의 전혀 다른 기질의 의사와 3명의 불치병에 걸린 환자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통렬하게 숙고하도록 만드는 작품이었다.


 


1. 서장


2. 어떤 회사원의 죽음

중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둔 하루 전날 평소 컨디션이 않좋아 병원을 찾은 회사원은 청천벽력같은 말을 듣는다. 급성백혈병에 걸렸다는것....그날 바로 입원을 하고 관해를 위해 독하디 독한 항암제를 때려 붓는다. 입안은 헐고 머리카락 뿐만 아니라 눈썹까지 빠져버리고, 구토는 끊임없이 나온다. 하지만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위해,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참아낸다....그리고 항생제 치료가 끝나는 날....

- 아....살기위해 모든것을 불태웠지만 그가 맞이한 죽음은 너무나 처참하고 끔찍했다...그저 경악과 안타까움 뿐...



3. 어떤 대학생의 죽음

삼수끝에 힘들게 의대에 학격한 소녀...이제 새롭게 펼쳐질 의사로서의 인생이 그저 신기하기만 한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다리에 힘이 빠지고 넘어지는 횟수가 많아져 병원을 찾아가 검진을 받는다. 결과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온몸의 힘이 빠지고 시간이 지나면 먹을수도, 숨쉴 힘도 없어져 사망에 이르는 원인불명의 불치병이다. 물론 치료방법은 현재까지 없다....전도유망한 의사에서 하룻밤만에 시한부생을 선고받은 소녀는 절망에 빠지고.....

- 공포소설보다 더 공포스럽다...멀쩡하던 소녀가 목숨을 잃기 까지 단 4개월....의사를 위해 20년의 인생을 전력질주하던 소녀는 한순간에 목표를 잃고 방황하게 된다. 아...인생이란 무엇이란 말인가....ㅠ_ㅠ



4. 어떤 의사의 죽음

3명의 의사중 누군가 피를토하고...검사결과 하인두암 3기를 선고 받는다...절친했지만 각자의 신념 때문에 멀어진 그들이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의사를 통해 다시금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된다.

- 아..작가...이 나쁜 사람....ㅠ_ㅠ

 


5. 종장


 


질병에 걸려 차츰 스러져가는 일련의 과정이 너무나 현실적이고 참혹하여 작품을 읽기 힘들정도 였다. 같은 의학 소설이지만 [신의 카르테 1]과는 비슷하면서도 상당히 다른 대척점을 보인다. [신의 카르테 1]에서는 죽음에 임박한 불치병 환자가 고통속에서도 이치토의 노력으로 평화스러운 죽음을 맞는데, 이 작품속 환자들은 시종일관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환자의 모습이 처절하게 그려진다. 물론 사투를 벌이는 환자 옆에서 힘을 실어주는 의사가 있지만 어쨌던 그들은 그저 조력자일 뿐...극약에 가까운 항암제를 먹고 구토를 하고, 사망에 이를 정도의 방사선을 쬐고 피를 토하고, 눈 깜빡일 힘조차 없어져 가는 이 모든 고통을 겪고 공포를 감내해야 하는 사람은 바로 환자인 것이다. 작품속 3명의 환자들은 병마와 싸우느니 차라리 죽음을 받아들이는게 낫다고 느낄 정도로 극한의 고통을 겪으면서 생을 지속할 것인지, 죽음을 받아들일 것인지에 관해 결정을 내리는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각자의 의지로 선택을 하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후회없이 보낸다. 그 선택이 설령 지옥같은 고통일 지라도 말이다...그들의 용기 있는 선택에...의미있는 죽음에 저절로 숙연해진다.



정말로 집중하며 읽은 작품이다. 질병이란 예측 불가능한 것이기에 더욱더 감정이입 하게되고 가독성도 뛰어나 몰입하게 만든다. 죽음의 무게, 삶의 무게를 감내해야 하는건 다른 누구도 아닌 환자 본인이다. 그런 환자들에게 의사란 어떤 존재인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좋은 작품이었다.

 



덧 - 어쨌던 회사원의 처참한 죽음이 뇌리에 박혀 떠나가질 않는다...ㅠ_ㅠ...악몽 꿀거 같아...의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질병을 정복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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