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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렉터스 컷 - 살인을 생중계합니다
우타노 쇼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디렉터스컷 : 살인을 생중계 합니다. (2018년 가제본)
저자 - 우타노 쇼고
역자 - 이연승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가제본
페이지 - 359p
날아올라라 주작의 신이여!
얼마전 출간된 [네번째 피해자]에서 방송인의 납치 감금이 생중계되며 사건에 따른 시청자/네티즌들의 반응을 그대로 보여주어 독특하고 신선하다고 느꼈었는데, 같은 출판사인 한스미디어에서 출간된 이번 신작인 [디렉터스 컷] 역시 살인을 생중계 한다는 점에서 [네번째 피해자]와 궤를 같이 하면서 좀 더 충격적이고 시청률에 그야말로 목숨거는 방송국놈들의 생리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살육에 이르는 병], [성모]와 더불어 서술트릭 하면 회자되는 작품인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의 작가 '우타노 쇼고'의 이번 신작은 작가가 직접 서술트릭으로 독자의 뒷통수를 후려치는 것과는 달리 반전의 바통을 방송국 놈들에게 넘겨 악마의 편집질로 마음껏 악마의 재능을 펼치게 만든다. 한편의 잘만들어진 사기조작 방송을 본것처럼 그들이 만들어낸 방송이 진실이라 여기도록 설계된 대국민 사기극에 황당함과 분노의 감정이 치민다.
돌격 디렉터라는 별명으로 청소년들의 탈선 현장을 방송에 내보내 주가를 올리던 디렉터 하세미는 사실 하세미의 고향 후배인 고타로와 그의 친구들을 사주하여 탈선 행각을 조작해 방송에 내보내는 사기꾼 디렉터 이다. 고타로 일당은 하세미의 사주와 관계없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트집을 잡고 행패를 부려 점장의 사과와 함께 음식값을 무료로 제공받고 그 상황을 소형 카메라에 담는다. 거나하게 취한 고타로는 일당을 먼저 보내고 주차장에서 노상방뇨를 하던중 괴한(모토키)의 습격을 받게 된다. 흉기로 어깨를 찔린 고타로는 자신을 습격한 괴한(모토키)을 놓치고, 하세미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자신의 습격 장면도 하세미의 조작 방송의 일환인지 따져 묻는다. 고타로의 상황을 지켜듣던 하세미는 이 습격을 방송 소재로 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카메라를 들고 현장으로 찾아가는데.....
미래 없이 왕따를 당하는 만년 미용보조사 모토키...그가 꾹꾹 눌러 담는 분노와 절망은 이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청년세대들의 좌절의 모습이 겹쳐 보여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고, 그런 그가 마침내 눌러왔던 울분을 활화산 터뜨리듯 세샹을 항해, 안하무인 꼰대들을 향해무차별 살인으로 분출해 냈을때 (그러면 안되지만)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까지 느끼게 만들었다. 어찌보면 모토키 역시 피비린내 나는 무한 경쟁 사회의 피해자로 볼 수 있을것 같은데, 내성적이고 여린 그에게 어느 누구 하나 따스한 손길을 내밀지 못하고 결국 묻지마 살인마로 돌변하게 되는 과정은 못내 안타까웠다...
오래전 모토키는 이미 자기 자신을 죽였다.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어머니가 폭군처럼 굴어도 고개를 숙인 채 삼키고 삼킨 화를 오장육부 안에 쑤셔 넣었다. 그러나 정반대의 길이 있다는 것을 그는 알아버렸다. 상대에게 일절 반격을 허용하지 않고 제압하는 것이 얼마나 통쾌한 일인가. 그것은 사정이라는 생리 현상을 처음 알았을 때 이 세상 것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마치 심장이 멈추는 듯한 쾌감과 닮아 있었다.
그와는 반대로 애초부터 무한경쟁의 게임에서 도태되 십대부터 사고를 치고 동네 불량 양아치로 살아가는 고타로 역시 내일 없이 오늘만 사는듯한 답 없는 인생으로 분노의 무차별 살인마 모토키와 불량한 고타로의 습격을 통해 불러일으키는 파장은 상상을 초월하는 복선과 반전의 묘미를 선사한다. 냉혹한 현실에 찌들은 청년들의 자화상과 함께 주요한 소재인 시청률에 혈안이 된 방송국놈들의 행태 이 두가지 소재가 작품을 이끄는 중심인데, 핸드폰과 소형 미디어의 기술 발전과 함께 새로운 브로드캐스트의 대세로 떠오른 일인 방송을 통해 점차 기존의 방송국 보도 프로그램들은 뒷방 노인네로 전락하는 신세가 되고 특종과 시청률을 잡기위해 결국은 주작질로 눈길을 돌리고, 악마의 편집에 마침내는 살인까지 생중계하게 되는 하세미의 어긋난 선택은 현실과 맞닿아 있어 더욱 설득력 있게 비춰진다.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듯한 스피디한 전개와 사건의 중요 장치로 트위터를 전면에 내세워 트위터리안들의 반응을 함께 소개하여 이슈에 개때처럼 몰리는 SNS의 세태를 함께 풍자한다. 읽는 내내 뭔가 꺼림칙한 느낌을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결말의 충격적 진실과 작품을 읽는 당신도 매스미디어에(작가에게) 놀아났음을 깨닫게 만드는 사회고발적 반전의 묘미까지...누구나 악마의 편집에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사회비판적 성격에 시의성을 모두 담아낸 재미있는 매스미디어 미스터리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