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상대는 추첨으로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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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상대는추첨으로 (2019년 초판)

저자 - 가키야 미우

역자 - 이소담

출판사 - 지금이책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02p



추첨맞선결혼법 : 대상은 25세에서 35세까지 이혼 전적과 자녀와 전과가 없는 미혼 남녀로 본인의 나이에서 플러스마이너스 5세 범위에서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맞선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2회까지는 거절할 수 있고, 3회까지 모두 거절할 경우 테러박멸대에서 2년간 복무해야 한다.




70세 노인은 죽어야만 하는 충격적 법안이 통과된 극단적 설정으로 3대가 함께 사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던 전작 [70세 사망법안, 가결]의 작가 '가키야 미우'의 신작장편이 출간되었다. 이번에 독자를 충격으로 몰아넣는 법안은 추첨맞선결혼법...점차 결혼연령이 늦어지면서 저출산, 고령화 같은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는 것을 두고볼 수 없었던 정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전체 미혼남녀에게 강제 맞선을 보게하고...혼기 꽉찬 청춘남녀들은 집단멘붕에 빠져든다...-_-;; 일단 작가의 작품을 두 편째 읽다보니 뭔가 작가의 스타일이 보이는것 같다. 노령화, 저출산, 만혼화 같은 일본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사회적문제에 말도안되는 극단적이고 강제적인 해결법을 실제상황으로 상정하고 이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영향받는 일반인들의 혼란스러운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면서 자연스럽게 예민한 사회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은 무엇인지 궁리하게 만든다. 



어쨌던, 이번엔 강제맞선이다. 인권, 프라이버시...이따위거 다 제쳐두고...직업, 성향, 재산정도 이따위거 다 상관없이 오로지 추첨기를 돌려 맞선상대를 정해주고 데이트를 강제하는 사회...-_- 더군다나 3번 퇴짜를 놓을 시 2년간의 강제입대라는 초강수 패널티!!!....이 추첨맞선결혼법의 대상이 된 4명의 남녀가 겪게되는 기구한 사연이 펼쳐진다....



[요시미]

알콜의존증에 툭하면 엄마에게 폭력을 가하던 아빠가 죽은지 몇 년이 되지 않았다. 아빠의 억압에서 벗어난 엄마는 생각과 달리 딸인 요시미에게 더욱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간호사로 근무하는 딸의 일거수 일투족을 참견하려고 한다. 지루한 시골생활에 엄마의 간섭에 지친 요시미는 자연스레 결혼법을 떠올리고 시골과 엄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엄마의 반대를 무릎쓰고 무리하여 도쿄에 단칸방을 얻고 이직한다. 숨막히던 그녀에게 결혼법은 숨통을 틔어줄 산소호흡기 같은 법인 것이다.....


[나나]

빼어난 미모로 남자위를 군림하던 나나는 얼마전 오래사귄 남친 란보에게 이별통보를 받는다. 잘생기고 부유한집의 아들인 란보와 결혼을 꿈꾸던 나나에겐 충격이었고, 이유를 묻는 나나에게 란보는 월급을 버는 족족 해외여행과 쇼핑으로 전부 탕진하고, 허영심에 가득차 있으며, 엄마없인 아무일도 할 수 없는 마마걸이기 때문이라 말한다. 이제 결혼법 시행은 얼마 남지 않았고, 자존심때문에 맞선을 통해 남자를 만나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나나는 혼란스럽기만 한데....


[란보]

유명교수 아빠와 기모노 장인 엄마를 둔 부유하고 잘생긴 란보는 출신성분과는 다르게 검소한 생활을 추구한다. 하지만 허영심만 가득했던 여자친구 나나에게 실망하여 이별을 통보하고, 결혼법으로 맞선을 보게 된다. 그리고 몇 번의 맞선 후....이번에 자리에 나온 맞선 상대는 예쁘지는 않지만 소박한 차림에 홀로 도쿄에서 간호사를 하고 있는 생활력 강한 여성이라 호감이 간다. 그녀는 자신을 요시미라고 소개하는데....


[다쓰히코]

27살의 다쓰히코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여자와 사귀어보지 못한 모태솔로이다. 언제나 자신감이 부족한 그는 이번 말도안되는 결혼법이 자신의 솔로생활을 청산시켜줄 일종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드디어 기다리던 맞선일은 다가오고....모처럼 백화점에서 구매한 쌔끈한 정장을 빼입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는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엄청난 미모의 아가씨가 다쓰히코의 맞은편에 자리잡고...처음 겪는 상황에 가슴이 방망이질치고 정신을 혼미해진다. 인사를하고 그가 예약한 식당으로 에스코트 하려는 찰나......갑자기 배를 움켜쥐고 복통을 호소하며 자리를 피하는 여성...-_-;;;; 그렇게 다쓰히코의 첫맞선날은 끝이 나는데....



음...이걸 민감한 사회문제를 다루는 SF라고 봐야할지...아니면 가상연애소설이라고 봐야할지 모르겠다...-_-;; 하지만 독특한 작품임엔 분명하다. 단 한번도 생각해본적 없는...지금의 세상에서는 실현가능성이 1도 없는 다소 무리하고 허황된 설정을 끝까지 밀어붙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 웃픈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건, 정말로 이 무리한 초강수를 둘만큼 현실의 벽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매해 취업문은 바늘구멍보다 좁아지고, 미친듯이 스펙을 쌓고 수백번의 이력서와 면접을 거쳐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에 들어서면 어느새 서른에 가까운 나이...그때부터 학자금 대출을 갚다보면 서른을 넘기고...모아둔 돈은 없고....집도절도 없이 어느누가 결혼을 할 수 있겠는가...-_-;;; 이러니 연애도 포기하고, 결혼도 포기하고, 출산도 포기해버리지...이래놓고 출산율 낮다고 매일 떠들어대는건 대체 어쩌라는 말인가..-_-;;; 오죽하면 이런 작품이 나왔겠는가 싶어 우울해진다. 



더럽게 암울한 현실보단 차라리 작품속 4명의 남녀가 결혼법을 통해 방황을 그치고 자신의 신념으로 인생의 발걸음을 내딛으며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 보는것이 좀더 생산적인건지도 모르겠다...자존감으로 똘똘 뭉친 콧대 높은 여성이 수십번의 맞선으로 자신의 껍데기 같던 삶을 되돌아보고, 모태솔로였던 남성이 수차례 맞선을 통해 경직된 모습에서 자연스러운 매력을 찾게되는 과정들이 남의 맞선을 지켜보는 TV프로그램 [짝]을 보는듯한 재미를 주는 동시에 극단적이지만 참신한 설정과 현실의 사회적 이슈와 맞물려 비판적 사고의 기회를 제공한다. 무거운듯 하면서도 가볍고, 가벼운듯 하면서도 무겁다. 참고로 모태솔로 다쓰히코의 줄기찬 퇴짜 에피소드는 웃픔 그 자체라서 본인은 절대 모솔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감정이입하게 만들더라... ㅠ_ㅠ



강제적 맞선을 통해 결혼해야 하는 세상...누군가에겐 디스토피아일 것이요, 모태솔로들에겐 유토피아일 것인가?....



유독 과장적인 설정을 선호하는 일본과 잘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원작을 바탕으로 TV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고 한다. 다음 작품은 또 어떤 허무맹랑한 법을 들고나와 우리의 폐부를 찌를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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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리퀄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선 옮김 / 에이치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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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트리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리퀼 (2019년 초판)
저자 - 마리사 마이어
역자 - 김지선
출판사 - h(에이치)
정가 - 15800원
페이지 - 607p


하트 여왕의 숨겨진 잔혹사



[신데렐라], [백설공주], [빨간망토]등 우리에게 익숙한 명작동화들을 SF판타지 로맨스로 변주하며 커다란 인기를 누렸던 [루나 크로니클]시리즈의 작가 '마리사 마이어'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이번에도 그녀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유명동화를 픽하였으니...전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판타지동화! 바로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다. 전작[루나 크로니클]시리즈가 SF적 기법으로 동화와는 전혀 다른 세계를 그려냈기에 이 작품에서는 과연 어떤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이 궁금했는데, 작가는 동화속 판타지 세계관을 거의 그대로 가져가는 정공법을 택한다. 머...원작 자체가 말할 수 없이 이상하고 괴상하고 신비하기에 굳이 세계관을 바꿀 필요가 없었으리라...-_- 하지만 기존에 나왔던 대부분의 변주작들이 [앨리스]에게 초점을 맞추는것과는 달리 이 작품은 하트의 여왕에게 작품의 포커싱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차별성을 갖는다. 언제나 분노에 휩싸여 '저놈의 목을 쳐라!' 라고 외치는 하트의 여왕...그리고 [하트리스]....사랑의 상실?...심장의 상실?...마음의 상실?...-_-;; 하트의 여왕이 '하트리스' 하게된 숨겨져 있던 애절하고 슬프고 끔찍한 로맨스가 펼쳐진다....



[현상수배]
직업 : 하트왕의 어릿광대(조커)
이름 : 제스트
특기 : 마술, 땅의 속성을 이용한 공간이동, 둔갑술
죄목 : 왕의 연인 '캐서린 핑커튼'의 마음을 뺏은죄



바다거북 만의 핑커튼 후작의 딸 캐서린 핑커튼은 달콤한 디저트를 만들기 좋아하는 꿈많고 순수한 처녀이다. 언젠가는 자신만의 베이커리를 차리고 자신이 만든 빵을 팔면서 사는것이 행복이라 여기던 그녀에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다. 하트왕이 개최한 궁정 무도회에서 왕의 마음이 캐서린에게 꽂힌것이다. 왕의 말 한마디로 상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결혼을 맺을 수 있는 절대적 권력을 가진 하트왕은 수많은 귀족들이 모인 무도회 자리에서 그녀에게 청혼의 말을 전하려 하고, 짱딸막한 키에 터프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유약한 왕이 너무나 싫었던 캐서린은 왕에게 핑계를 대고 홀로 급하게 궁전 밖 정원으로 빠져나간다. 어두운 밤 정원을 거닐던 캐서린은 그곳에서 우연히 왕의 광대 조커와 만나고...광대의 분장뒤에 숨겨진 사려깊은 배려와 매너에 가슴이 뛰는것을 느낀다. 이후 계속되는 왕의 구애에 대한 불쾌함과 왕과 함께 따라온 조커에 두근거림이 교차하면서 캐서린 자신도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지는데.....  



당연하지만...하트의 여왕이 처음부터 끔찍한 사형을 선고했던것은 아니다. 꿈많고 순수했던 소녀가 한평생 진정한 사랑을 만나고 그 사랑에 가슴떨려하면서도 부모님의 기대를 져버릴 수 없어 왕의 구애를 수락해야만 하는 기구한 사랑의 운명...우리는 그녀의 한순간의 불꽃같은 사랑의 결말을 알고 있기에...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정해진 운명을 바꾸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그녀가 좌절하고 운명에 굴복하고 속절없이 꺾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와 함께 깊은 절망의 구렁텅이로 침잠한다. ㅠ_ㅠ 그야말로 하트 여왕의 잔혹사인 것이다...물론 가슴시린 로맨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은 무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리퀼이 아닌가! 하늘을 날아다니며 하트왕국의 시민들을 잡아먹는 공포의 괴물 재버워크가 캐서린을 위협하고, 신묘한 능력을 가진 모자장수의 모자가 사람들의 정신을 쏙 빼놓고, 비밀임무를 띄고 거울 반대편의 체스왕국에서 넘어온 스파이들과 시든때도 없이 머리만 나타나 수다를 떠는 체셔캣, 시간에 쫓기는 흰토끼, 가짜 바다거북, 담배피는 송충이 등등등....반가운 캐릭터들이 총출동 하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뿐만 아니라 [거울 나라의 앨리스]까지 아우르는 거대하고 치밀한 세계관이 작품속으로 흠뻑 빠져들게 만든다.



근래 디즈니만화의 동화속 빌런들(백설공주의 여왕, 미녀와 야수의 야수, 인어공주의 바다마녀 등)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책 [디즈니의 악당들]시리즈가 국내 출간되며 인기를 끌고있는데, 작가 '마리사 마이어' 역시 이 작품 [하트리스]전에 이미 [루나 크로니클]시리즈 [레바나]에서 [백서공주] 동화속 여왕의 프리퀼을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열 네살의 어린나이에 [세일러문]의 팬픽션을 쓰며 이야기를 만들었으니, 이제는 진짜배기 배테랑작가로 써낸 이 작품이 얼마나 흥미진진하게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태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통속적인 삼각관계에 결말이 이미 비극으로 정해져 있지만 그 이야기를 맛깔나게 이끌어 가는 플롯과 필력은 단순한 로맨스 소설의 수준을 넘어선다. '뉴욕 타임스 분야 베스트셀러 1위' 라는 타이틀이 그냥 거저획득할 수 있는것은 아니겠지...-_- 초반 캐릭터의 성격을 부여하는 부분만 지나고 나면 그담부턴 육백페이지가 모터달린듯 넘어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비극적 로맨스와 판타지 동화의 절묘한 만남....순수와 광기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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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8 - 에이 설마~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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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8 : 에이 설마~ (2019년 초판)

저자 - 네코마키

역자 - 장선정

출판사 - 비채

정가 - 10000원

페이지 - 206p



소박한 휴식같은 힐링만화



제목은 오며가며 뇌리에 박히도록 봤는데, 만화 자체는 이번에서야 처음 접하게 되었다. 간소한 그림체에 반려동물을 키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에피소드들 그리고 귀여운 사고뭉치 애기냥이 '콩알', '팥알'과 덩치는 크지만 순박한 매력덩어리 댕댕이 '두식'이까지...그냥 펴놓고 보다보면 '피식' 웃음지으며 폭풍처럼 소용돌이치는 내 마음에도 평화와 안식을 찾아주는 그런 만화였다. 뭣보다 자신을 고양이로 착각하는 순수한 댕댕이 두식이가 가장 정감가고 귀여웠는데 야옹이 흉내를 내며 주인에게 애교 부리는 모습엔 아무리 댕댕이를 싫어하는 사람일지라도 단박에 장벽을 무너뜨릴 가공할 귀여움을 장착하고 있더라. 



너른 마당과 주택...팔십세 할아버지부터 손자 손녀까지 3대가 함께 하면서 냐옹이와 댕댕이, 비둘기와 참새, 거북이 비단잉어까지...-_-;;;(동물의 왕국인가?...) 그야말로 복닥거리며 살아가는 모습은 결혼하여 분가하기전...울집에 가장 어른이셨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의 왁자지껄한 우리 가족의 모습과 닮아있어 오래전 기억속에 잊혀져 있던 아련하게 남아있는 가족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마구 자극했다. 그땐 온가족 모두가 키우던 말티즈 한마리를 애지중지 귀여워 했었는데...머...그 말티즈는 고이 늙어 명대로 살다가 요단강을 건넜지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함께 늙어갈수 있다는건 참 좋은것 같다. 지금도 두 딸래미들의 성화에 냥이던 댕댕이던 데려오고 싶지만서도 아내가 도끼눈을 뜨고 결사 반대하여 좌절되고 있지만 말이다...ㅠ_ㅠ 



어쨌던...집을 비운 사이 온집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두식 & 팥,콩알 개냥이들이 징글징글 해보이면서도 병환으로 몸져누운 할아버지를 마냥 걱정하며 기다리고 마침내 퇴원하여 돌아온 할아버지를 누구보다 반기며 달겨드는 개냥이들의 모습에서 역시 종을 초월하는 한 가족으로서 깊은 애정과 따스한 사랑을 느끼게 만든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면서 수백 수천번 매번 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동물과의 이야기들을 자극없이 잔잔하게, 편안한 아날로그식 감성으로 소개하니 매번 새로운 이야기로, 매번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것 같다.



비록 콩고양이네 집이 폭탄터진 난장판이 될지언정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겐 한조각의 유쾌함과 차 한잔의 여유같은 휴식을 선사하는 작품이었다. 앞으로도 콩냥이와 팥냥이와 개냥이의 이야기들을 조금더 지켜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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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 내 기억이 찾아가는 시간
하창수 지음 / 연금술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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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이 찾아가는 시간 : 미로 (2019년 초판)

저자 - 하창수

출판사 - 연금술사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37p



Labyrinth



2041년 14년 전에 보낸 메일이 도착하고

메일 안에는 14년전에 쓴 아버지의 미발표 소설 초고가 담겨있다.

과거에 쓰인 소설속 이야기가 현재에 벌어지는 것을 목격한 아들 미로...

아버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미로는 망자 접속장치 ADM을 시도하는데....


 

가깝다면 가까운 20년 후 한국의 미래를 그리는 이 작품은 죽음과 시간이라는 다소 무거운 철학적 주제를 20년 후 발달된 과학국가로 자리잡은 한국을 배경으로 SF장르로 풀어낸 작품이다. 국내작가의 SF답게 통일된 한국이라는 익숙한 배경에서 우리의 정서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영미SF에 비해 친근하게 다가오고 주제에 비해선 괜찮은 가독성을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의문의 메일이라는 초기설정만 봤을때는 특정 물건을 통해 과거와 현재 인물이 시공간을 초월하여 통신하고 미래를 바꿔나가는...우리에게 익숙한 [시그널]이나 [프리퀀시]류의 작품일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작품을 까보니...그런 나의 예상은 덧없이 무너져 버린다. -_-;;;



정신이나 마음, 영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를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리적 존재로 만드는 스피릿 필드라는 영역을 발견하고 개척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운 물리학자 윤준승 박사는 14년전 독일에서 독살로 의심되는 커피를 마시고 사망한다. 이후 스피릿 필드에 대한 연구는 거대기업 슈퍼퓨처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유지를 이어나가고 윤박사의 아들 미로가 슈퍼퓨처사에서 연구를 이어받는다. 생전 윤박사는 물리학박사와 더불어 닥터 클린워스라는 필명으로 SF작가로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는데 박사가 죽기 직전 예약 발송한 메일 한통이 14년 후 아들의 메일로 도착한다. 메일 안에는 윤박사의 미발표 유작이 첨부되있었고 소설을 읽은 미로는 소설의 내용이 실제세계에서 현실로 벌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충격과 의문에 휩싸인다. 아버지의 의문의 죽음... 슈퍼퓨처사의 금지된 망자접속기술 ADM의 연구... 메일 한통의 의미....미로는 어지러운 미로속을 탈출할 수 있을까?...



SF답게 작가가 그려낸 20년 후의 세계는 지금과는 굉장히 다른 급변한 세계를 그려낸다. 한국은 통일을 이룩하여 북쪽에 세계적 규모의 연구소를 유치하고, 중국은 급속화된 사막화로 땅덩어리 대부분을 사막으로 잃고 나라 자체가 공중분해 되버린다. 스피릿 필드의 연구를 통해 죽은자와 만날 수 있는 ADM(After Death Machine)을 개발하여 망자와 접속하지만 접속자 대부분이 자살해 버리는 치명적 부작용으로 ADM의 사용이 금지되기도 한다. 작품에서는 자세히 언급되지 않지만 망자와의 만남이 영적인 장치를 통해서는 아닌듯하고 가족들이 모아온 망자의 생전 데이터들을 토대로 AI에 망자의 특징을 입력하여 만나는 기술로 판단된다. 그런면에서 볼때 ADM은 '김초엽'작가의 [관내분실]속 망자 도서관과도 닮아있다고도 볼 수 있을것 같다. 



머....이런저런 SF적 아이디어들과 시공간을 초월하는 메일 같은 흥미로운 소재들을 통해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가득 고양시키지만 문제는 이들을 풀어가는 방식이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가 직접 언급하지만 죽음과 시간이라는 철학적 문제를 과학으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하는데 이 작품으로 삶의 끝이 죽음인지? 시간을 되돌린다면 죽음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오히려 내가 직접 작가에게 묻고 싶어진다. -_-;;; 스피릿 필드, 사이킥 필드, ADM 등등 작품 내내 언급되는 SF적 개념과 물건들은 구체적인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이 관념적이고 개념적인 이론으로만 소개되니 구체적으로 무얼 말하는지 알 수 없었고 그렇다고 작가가 전하고자 했다는 죽음과 시간의 상관관계 또한 모호함뿐이라 내겐 전달되지 않았다. 앞선 이야기들을 매듭짖지 않고 서둘러 마무리하는 듯한 다소 뜬금없는 느낌의 결말때문에 더 그런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읽고나니 출구 없는 미로를 해메인 기분이 들었다. 유독 국내SF 작품을 포스팅 하면서 매번 하는 얘기지만 SF라기보단 순문학을 본것 같은 기분이랄까...-_- 



덧붙여 '인터벤션'이라는 이름으로 작품에 주석 대신 작가가 직접 작품에 개입하여 배경을 설명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물론 미래를 배경으로 설명이 필요하다는건 알겠지만 '인터벤션'의 과도한 사용은 '스티븐 킹'의 괄호() 설명급의 불필요한 남발로 작품에 대한 집중력을 흐트려버리는 단점으로 작용한다....ㅠ_ㅠ머..아쉬운 마음에 다소 불평을 늘어 놓았지만 생과 사, 시간과 기억이라는 뭔가 심오한 철학적 논제를 SF적 상상력과 개성적인 캐릭터로 풀어나가는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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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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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2019년 초판)_가제본

저자 - 권기태

출판사 - 다산북스

정가 - 비매품

페이지 - 453p




중력이 닿지 않는 그곳



어린시절 한번쯤은 꿈꿔봤을 희망...장래희망을 쓰는 칸에 한번쯤 써봤을 그 꿈...우주비행사...하지만 조금더 나이를 먹으면 그 꿈이 한국에서 얼마나 실현되기 힘든지 알게 된다. 지구의 중력을 떠나 우주로 날아간다는 것은 선택받은 소수의 몇몇만이 경험할 수 있는 실로 꿈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꿈의 기회가 일반인들에게 열린적이 지금으로부터 11년전 딱 한번 있었다. 무슨생각에서인지 한국에서도 우주인을 배출해내야 겠다는 의지아래 러시아에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고 러시아의 로켓에 한국인이 탈 자리 하나를 배정받은 것이다. 그리하여 한국인 최초 우주인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지원한 일반인들중 엄격한 심사를 거쳐 후보자들을 정하고 러시아 우주센터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한국최초의 여성 우주인 이소연씨가 2008년 소유즈 TMA-11호를 타고 우주비행에 성공한다. 이 작품은 실제 한국 우주인 프로젝트를 모티브로 평범한 35살 회사원이 우주인 프로젝트에 도전하면서 겪게되는 좌절과 환희의 경험담이다. 무엇보다 우주인 선발에 참여했었던 이소연씨와 고산씨를 실제 인터뷰하고, 당시 선발 프로젝트 과정을 면밀히 조사하여 사실적으로 작품에 녹여내는 점이 좋았다. 



35살...평범한 생물분야 연구원...한 여성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인 이진우는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선발공고를 통해 평생을 마음속에 품고 살던 꿈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느꼈다.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지원서를 내고, 체력검사, 인적성 검사를 거치며 수만대 일의 경쟁률을 이겨내고 비로소 마지막 4명의 후보에 이름을 올린다. 까다로운 신체검사와 여러 훈련을 거치며 드디어 러시아 우주센터에서 실제 우주인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게된다. 우주인이 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준비하던 김태우, 여성 후보자 김유진, 정우성 그리고 샐러리맨 이진우까지...우주로켓에 배정된 자리는 단 하나....그 한자리에 앉기 위해 4인은 서로 힘을 도우면서도 끝까지 경쟁해야 하는 동료이자 경쟁자로 훈련과 교육외에도 닥쳐오는 수많은 위기상황들을 함께 이겨내며 진정한 동료로 거듭나게 된다. 과연 최초 한국인 우주인으로 선발되는 최후의 1인은 누가 될 것인가.....



앞서 말했지만 작가의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사실적인 우주인 선발의 과정들이 내겐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원래가 관심있던 분야라서 그런것도 있겠지만...우리 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위해 자신의 모든것을 뒤로하고 죽기살기로 노력하는 비장감이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나라면 안온한 삶에 안주하길 거부하고 꿈을 위해 도전할 수 있을까?....우주를 향해 비상하려는 그들의 열망이 너무나 강렬하고 단단하여 경외감마저 드는것 같았다. 



사실 우주인 선발 프로젝트에 대해선 그저 간판만 달기 위해 나라돈을 쳐들인 실패한 프로젝트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엄청난 노력과 공으로 선발되 우주를 다녀온 한국최초 우주인 이소연씨의 그간의 행보도 그다지 좋게 보이진 않았고 말이다. (후쿠시마에 가서 그곳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일본 프로그램에는 왜 출연했는지도 의문이고...-_-;;;) 작가는 실제 프로젝트 참가자인 이소연씨와 고산씨를 인터뷰하긴 했지만 작품 자체는 철저히 상상으로 써낸 픽션이라고 못박는다. 해서 분명 작품속 등장인물과 실제 인물이 매칭되는 부분이 있지만 그냥 소설읽는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봤다. 하지만 실제 고산씨가 우주인에서 탈락하게된 사건이 작품에서도 결정적 부분에 쓰이면서 팩션과 픽션의 경계를 궁금하게 만들기도 한다. 



끝없는 경쟁 속에서 묘하게 피어나는 동료의식...그리고 그들을 갈라놓는 오해와 의심들....4인의 시선에서 그들이 느끼는 압박과 중압감이 책을 읽는 내게로 전달된다. 그들의 열망이 너무도 강렬했고 그런 열망을 알기에 이진우의 신념어린 선택이 너무나 숭고하게 느껴진다. 중력을 벗어나려는 평범한 이들의 치열한 도전이 나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작품이었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나온지 11년이 지났다...과연 2호 우주인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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