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트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리퀄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선 옮김 / 에이치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하트리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리퀼 (2019년 초판)
저자 - 마리사 마이어
역자 - 김지선
출판사 - h(에이치)
정가 - 15800원
페이지 - 607p
하트 여왕의 숨겨진 잔혹사
[신데렐라], [백설공주], [빨간망토]등 우리에게 익숙한 명작동화들을 SF판타지 로맨스로 변주하며 커다란 인기를 누렸던 [루나 크로니클]시리즈의 작가 '마리사 마이어'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이번에도 그녀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유명동화를 픽하였으니...전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판타지동화! 바로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다. 전작[루나 크로니클]시리즈가 SF적 기법으로 동화와는 전혀 다른 세계를 그려냈기에 이 작품에서는 과연 어떤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이 궁금했는데, 작가는 동화속 판타지 세계관을 거의 그대로 가져가는 정공법을 택한다. 머...원작 자체가 말할 수 없이 이상하고 괴상하고 신비하기에 굳이 세계관을 바꿀 필요가 없었으리라...-_- 하지만 기존에 나왔던 대부분의 변주작들이 [앨리스]에게 초점을 맞추는것과는 달리 이 작품은 하트의 여왕에게 작품의 포커싱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차별성을 갖는다. 언제나 분노에 휩싸여 '저놈의 목을 쳐라!' 라고 외치는 하트의 여왕...그리고 [하트리스]....사랑의 상실?...심장의 상실?...마음의 상실?...-_-;; 하트의 여왕이 '하트리스' 하게된 숨겨져 있던 애절하고 슬프고 끔찍한 로맨스가 펼쳐진다....

[현상수배]
직업 : 하트왕의 어릿광대(조커)
이름 : 제스트
특기 : 마술, 땅의 속성을 이용한 공간이동, 둔갑술
죄목 : 왕의 연인 '캐서린 핑커튼'의 마음을 뺏은죄
바다거북 만의 핑커튼 후작의 딸 캐서린 핑커튼은 달콤한 디저트를 만들기 좋아하는 꿈많고 순수한 처녀이다. 언젠가는 자신만의 베이커리를 차리고 자신이 만든 빵을 팔면서 사는것이 행복이라 여기던 그녀에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다. 하트왕이 개최한 궁정 무도회에서 왕의 마음이 캐서린에게 꽂힌것이다. 왕의 말 한마디로 상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결혼을 맺을 수 있는 절대적 권력을 가진 하트왕은 수많은 귀족들이 모인 무도회 자리에서 그녀에게 청혼의 말을 전하려 하고, 짱딸막한 키에 터프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유약한 왕이 너무나 싫었던 캐서린은 왕에게 핑계를 대고 홀로 급하게 궁전 밖 정원으로 빠져나간다. 어두운 밤 정원을 거닐던 캐서린은 그곳에서 우연히 왕의 광대 조커와 만나고...광대의 분장뒤에 숨겨진 사려깊은 배려와 매너에 가슴이 뛰는것을 느낀다. 이후 계속되는 왕의 구애에 대한 불쾌함과 왕과 함께 따라온 조커에 두근거림이 교차하면서 캐서린 자신도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지는데.....
당연하지만...하트의 여왕이 처음부터 끔찍한 사형을 선고했던것은 아니다. 꿈많고 순수했던 소녀가 한평생 진정한 사랑을 만나고 그 사랑에 가슴떨려하면서도 부모님의 기대를 져버릴 수 없어 왕의 구애를 수락해야만 하는 기구한 사랑의 운명...우리는 그녀의 한순간의 불꽃같은 사랑의 결말을 알고 있기에...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정해진 운명을 바꾸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그녀가 좌절하고 운명에 굴복하고 속절없이 꺾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와 함께 깊은 절망의 구렁텅이로 침잠한다. ㅠ_ㅠ 그야말로 하트 여왕의 잔혹사인 것이다...물론 가슴시린 로맨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은 무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리퀼이 아닌가! 하늘을 날아다니며 하트왕국의 시민들을 잡아먹는 공포의 괴물 재버워크가 캐서린을 위협하고, 신묘한 능력을 가진 모자장수의 모자가 사람들의 정신을 쏙 빼놓고, 비밀임무를 띄고 거울 반대편의 체스왕국에서 넘어온 스파이들과 시든때도 없이 머리만 나타나 수다를 떠는 체셔캣, 시간에 쫓기는 흰토끼, 가짜 바다거북, 담배피는 송충이 등등등....반가운 캐릭터들이 총출동 하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뿐만 아니라 [거울 나라의 앨리스]까지 아우르는 거대하고 치밀한 세계관이 작품속으로 흠뻑 빠져들게 만든다.
근래 디즈니만화의 동화속 빌런들(백설공주의 여왕, 미녀와 야수의 야수, 인어공주의 바다마녀 등)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책 [디즈니의 악당들]시리즈가 국내 출간되며 인기를 끌고있는데, 작가 '마리사 마이어' 역시 이 작품 [하트리스]전에 이미 [루나 크로니클]시리즈 [레바나]에서 [백서공주] 동화속 여왕의 프리퀼을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열 네살의 어린나이에 [세일러문]의 팬픽션을 쓰며 이야기를 만들었으니, 이제는 진짜배기 배테랑작가로 써낸 이 작품이 얼마나 흥미진진하게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태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통속적인 삼각관계에 결말이 이미 비극으로 정해져 있지만 그 이야기를 맛깔나게 이끌어 가는 플롯과 필력은 단순한 로맨스 소설의 수준을 넘어선다. '뉴욕 타임스 분야 베스트셀러 1위' 라는 타이틀이 그냥 거저획득할 수 있는것은 아니겠지...-_- 초반 캐릭터의 성격을 부여하는 부분만 지나고 나면 그담부턴 육백페이지가 모터달린듯 넘어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비극적 로맨스와 판타지 동화의 절묘한 만남....순수와 광기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