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 내 기억이 찾아가는 시간
하창수 지음 / 연금술사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기억이 찾아가는 시간 : 미로 (2019년 초판)

저자 - 하창수

출판사 - 연금술사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37p



Labyrinth



2041년 14년 전에 보낸 메일이 도착하고

메일 안에는 14년전에 쓴 아버지의 미발표 소설 초고가 담겨있다.

과거에 쓰인 소설속 이야기가 현재에 벌어지는 것을 목격한 아들 미로...

아버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미로는 망자 접속장치 ADM을 시도하는데....


 

가깝다면 가까운 20년 후 한국의 미래를 그리는 이 작품은 죽음과 시간이라는 다소 무거운 철학적 주제를 20년 후 발달된 과학국가로 자리잡은 한국을 배경으로 SF장르로 풀어낸 작품이다. 국내작가의 SF답게 통일된 한국이라는 익숙한 배경에서 우리의 정서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영미SF에 비해 친근하게 다가오고 주제에 비해선 괜찮은 가독성을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의문의 메일이라는 초기설정만 봤을때는 특정 물건을 통해 과거와 현재 인물이 시공간을 초월하여 통신하고 미래를 바꿔나가는...우리에게 익숙한 [시그널]이나 [프리퀀시]류의 작품일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작품을 까보니...그런 나의 예상은 덧없이 무너져 버린다. -_-;;;



정신이나 마음, 영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를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리적 존재로 만드는 스피릿 필드라는 영역을 발견하고 개척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운 물리학자 윤준승 박사는 14년전 독일에서 독살로 의심되는 커피를 마시고 사망한다. 이후 스피릿 필드에 대한 연구는 거대기업 슈퍼퓨처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유지를 이어나가고 윤박사의 아들 미로가 슈퍼퓨처사에서 연구를 이어받는다. 생전 윤박사는 물리학박사와 더불어 닥터 클린워스라는 필명으로 SF작가로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는데 박사가 죽기 직전 예약 발송한 메일 한통이 14년 후 아들의 메일로 도착한다. 메일 안에는 윤박사의 미발표 유작이 첨부되있었고 소설을 읽은 미로는 소설의 내용이 실제세계에서 현실로 벌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충격과 의문에 휩싸인다. 아버지의 의문의 죽음... 슈퍼퓨처사의 금지된 망자접속기술 ADM의 연구... 메일 한통의 의미....미로는 어지러운 미로속을 탈출할 수 있을까?...



SF답게 작가가 그려낸 20년 후의 세계는 지금과는 굉장히 다른 급변한 세계를 그려낸다. 한국은 통일을 이룩하여 북쪽에 세계적 규모의 연구소를 유치하고, 중국은 급속화된 사막화로 땅덩어리 대부분을 사막으로 잃고 나라 자체가 공중분해 되버린다. 스피릿 필드의 연구를 통해 죽은자와 만날 수 있는 ADM(After Death Machine)을 개발하여 망자와 접속하지만 접속자 대부분이 자살해 버리는 치명적 부작용으로 ADM의 사용이 금지되기도 한다. 작품에서는 자세히 언급되지 않지만 망자와의 만남이 영적인 장치를 통해서는 아닌듯하고 가족들이 모아온 망자의 생전 데이터들을 토대로 AI에 망자의 특징을 입력하여 만나는 기술로 판단된다. 그런면에서 볼때 ADM은 '김초엽'작가의 [관내분실]속 망자 도서관과도 닮아있다고도 볼 수 있을것 같다. 



머....이런저런 SF적 아이디어들과 시공간을 초월하는 메일 같은 흥미로운 소재들을 통해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가득 고양시키지만 문제는 이들을 풀어가는 방식이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가 직접 언급하지만 죽음과 시간이라는 철학적 문제를 과학으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하는데 이 작품으로 삶의 끝이 죽음인지? 시간을 되돌린다면 죽음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오히려 내가 직접 작가에게 묻고 싶어진다. -_-;;; 스피릿 필드, 사이킥 필드, ADM 등등 작품 내내 언급되는 SF적 개념과 물건들은 구체적인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이 관념적이고 개념적인 이론으로만 소개되니 구체적으로 무얼 말하는지 알 수 없었고 그렇다고 작가가 전하고자 했다는 죽음과 시간의 상관관계 또한 모호함뿐이라 내겐 전달되지 않았다. 앞선 이야기들을 매듭짖지 않고 서둘러 마무리하는 듯한 다소 뜬금없는 느낌의 결말때문에 더 그런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읽고나니 출구 없는 미로를 해메인 기분이 들었다. 유독 국내SF 작품을 포스팅 하면서 매번 하는 얘기지만 SF라기보단 순문학을 본것 같은 기분이랄까...-_- 



덧붙여 '인터벤션'이라는 이름으로 작품에 주석 대신 작가가 직접 작품에 개입하여 배경을 설명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물론 미래를 배경으로 설명이 필요하다는건 알겠지만 '인터벤션'의 과도한 사용은 '스티븐 킹'의 괄호() 설명급의 불필요한 남발로 작품에 대한 집중력을 흐트려버리는 단점으로 작용한다....ㅠ_ㅠ머..아쉬운 마음에 다소 불평을 늘어 놓았지만 생과 사, 시간과 기억이라는 뭔가 심오한 철학적 논제를 SF적 상상력과 개성적인 캐릭터로 풀어나가는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