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미혼출산
가키야 미우 지음, 권경하 옮김 / 늘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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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미혼출산 (2019년 초판)

저자 - 가키야 미우

역자 - 권경하

출판사 - 늘봄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90p



40세 미혼녀의 고군분투 출산기



39살, 여행사 아시아 상품개발을 담당하는 17년차 배테랑 과장 유코는 업무차 간 캄보디아에서 함께간 까마득하게 어린 후배 28살의 미즈노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술기운, 분위기에 취해 원나잇을 보낸다. 그리고 얼마뒤...시일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던 유코는 임신테스트진단 키트에 소변을 묻히고...몇 분뒤 선명하게 떠오르는 붉은 두줄...하룻밤의 정사로 임신해 버린 것이다...미즈노가 이미 회사내 미녀 사원과 사귀고 있던 사실을 아는 유코는 미즈노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만약 캄보디아 일로 임신한다면 어떨것 같냐고 묻고, 미즈노는 이내 정색하며 어떻해서든 낙태시킬 것이며 그런 사유로 살인을 저지르는 남자의 심경을 이해할것 같다는 무책임한 폭탄발언을 한다. 출산과 낙태...아빠없는 아이라는 불안감과 미혼 임신으로 인한 세상의 시선이 두렵지만...지금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최초이자 마지막 기회 일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이 그녀의 마음을 출산쪽으로 기울게 만든다. 모든 것이 막막하고 불안하기만 한데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회사에는 유코의 임신 소문이 퍼지고, 미즈노의 애인 사에가 나타나 유코의 아이에 대해 캐묻기 시작하는데....




[결혼 상대는 추첨으로]와 [70세 사망법안, 가결]로 첨예한 사회 문제를 극단적 설정으로 밀고나가 자연스럽게 예민한 사회문제를 고민하게 만드는 작가 '가키야 미우'가 이번에 주목한 부분은 직장생활로 결혼시기를 놓쳐버린 만혼녀의 미혼출산이다. 사실 제목만으로도 유코가 받게될 불편한 시선과 그녀가 겪어야 할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일들, 거침없이 부풀어 오르는 소문과 오해들이 쏟아질거라는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그녀가 겪는 웃지못할 한바탕 에피소드를 통해 지금 이사회에서 사회적 통념을 벗어난 미혼 임산부에 대해 얼마나 몰이해하고 편견에 가득차 있는지를 그리고 국가적으로 사회적 제도가 얼마나 미비한지를 깨닫게 만든다. 극단적 설정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작품 역시 지금까지의 전작들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는 작품인 것이다. 



어쨌던, 임신사실은 회사를 넘어 가족, 고향마을까지 파다하게 소문이 퍼지고 가족과 친구들은 제일먼저 불륜을 의심하고 직장상사는 육아휴직 시 가중되는 업무부하를 신경쓰며 직접적으로 사퇴를 강권하고 원나잇남 미즈노와 애인 사에는 끊임없이 유코의 뱃속 아기에 대해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뒷조사까지 감행한다. -_-;;; (어째 그녀의 주변엔 정상적인 사람이 한명도 없는건지...) 한마디로 진퇴양난 사면초가의 상태...40세의 미혼 산모가 아이를 낳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이던가....



"도대체 이 나라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거지. 가정이나 아이를 소중히 하자니, 많은 벽들이 가로막는다고." _328p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폐쇄적이고 닫힌 사회라는걸 이 작품을 통해 깨닫게 된다. 회사에 판단을 맡기는 유명무실한 육아휴직 제도나 한국은 폐지된 호주제가 아직도 건재하고 호적없이 자랄 아기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유코의 모습을 보니 오히려 유교적 선비의 나라 한국이 일본보다 좀 더 나은것 아닌가 싶을 정도니..-_-;;; 그래봐야 도찐개찐 도토리 키재기겠지만...시간이 흐르면서 과거의 제도들은 불필요한 낡은 관행으로 치부하면서도 결혼제도에 대해서는 왜이렇게 집착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안정되고 행복한 삶의 척도를 결혼으로 인식하는 뿌리깊은 인식을 물려받아서인지 사회적으로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결혼해서 산다는것 외에는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사회적 통념에 반하는 이런 케이스들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하는 꽉막힌 사고방식과 낮은 포용성은 안타깝게 생각된다. 아빠 없는 임신에 대해 손가락질하고 수근거리기전에 그녀들이 얼마나 절박하고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하는지 안다면 지금의 냉대는 없으리라.



그런의미에서 미혼 임신, 출산녀들의 냉혹한 실상을 알려주는 이런 작품은 다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꼭 필요한 유익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뿐만아니라 국제결혼을 한 유코 오빠의 에피소드를 통해 피부색에 따른 인종차별과 국제결혼의 어려운 현실을 함께 그리니 글로벌 시대의 화합까지 같이 도모하는 작품이 아닌가...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들과 너무나 두꺼운 유리천장, 차별, 불평등, 편견, 복지사각지대...보기만 해도 숨막히는 세상이지만...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믿고싶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또다른 유코와 그녀의 귀여운 아이들이 남들과 다름없이 사랑받고 풍족하게 살아가는 세상이 오길 희망해본다. 갑갑하고 답답한 이야기임에도 교설적이지 않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던건 무거운 상황을 가족들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으로 극복하는 훈훈한 이야기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현실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자로서 유코의 심리를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세상에 홀로 맞서는 엄마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던것 같다. 재미와 시의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조흔 계몽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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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는 인류 종말에 반대합니다 - '엉뚱한 질문'으로 세상을 바꾸는 SF 이야기 내 멋대로 읽고 십대 3
김보영.박상준 지음, 이지용 감수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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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는 인류종말에반대합니다 (2019년 초판)_지혜의 교양 15
저자 - 김보영, 박상준
감수 - 이지용
출판사 - 지상의책
정가 - 14800원
페이지 - 251p


청소년 뿐만아니라 성인에게도 유익한 SF 길잡이


지금으로부터 2년전인 2017년...지상의 책 출판사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SF 안내서를 준비중이고 책에 실릴 SF와 관련된 질문들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모집했더랬다. SF덕후인 본인도 장르계에서 소외된 외톨이 SF가 더욱 널리 퍼지길 바라는 맘으로 아주 즐거이 3가지 질문을 출판사에 보냈다.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흘러...기억속에 잊혀져 있던 이 책이 드디어 2년만에 빛을 보게 되었다!!! 그것도 현직 인기 SF작가 '김보영'님과 SF의 살아있는 만물박사 서울SF아카이브의 '박상준'대표님의 손에서 말이다. 세상의 모든 일들이 전부 SF로 귀결되는 기적같은 이야기...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무궁무진한 과학의 세계 SF로 당신을 초대한다. 


"전 미래에서 왔습니다."
로봇이 말했다. 

자신이 미래에서 타임워프한 로봇이며 타임워프의 충격으로 잠시 기억을 잃었다고 말하는 의문의 로봇 봉봉...SF단편 영화제에 모인 SF작가 지망생 신작가와 SF진성덕후 장삼덕은 이 로봇을 보고 이상한 로봇이라며 무시하려 하지만 자신의 기억이 돌아오지 못하면 미래에 인류의 종말이 도래할거라는 충격적 발언에 봉봉에게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봉봉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 방법은 일정 수준 이상의 지능과 언어 구사력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주제에 대해 생각을 나누며 토론 한다면 그 대화의 패턴을 도출하여 엉키고 잃어버린 메모리 데이터를 정리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인류의 미래를 걸고...SF덕후들의 토론이 벌어지는데....


봉봉과 캐릭터들의 인류종말 저지의 일환으로 SF관련 질문에 대한 수준높은 응답이 책을 한가득 채운다. 인공지능 로봇을 인간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튜링 테스트와 [노인의 전쟁], [공각기동대]를 예로 들어 로봇기술의 현재와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는가 하면 젠더문제, 인류의 종말, 사후세계, 인류의 우주진출, 시간여행까지...한번쯤 궁금했을 법한 엉뚱하지만 상상력 넘치는 기발한 질문들에 대해 실존 과학기술과 레전드로 불리는 SF소설들을 예로들어 독자들의 이해를 높인다.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 '로버트 하인라인'의 [조던의 아이들], '제임스 P. 호건'의 [별의 계승자] 같은 SF팬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주옥같은 레전드 SF소설들이 줄줄이 소개되고, 소설 뿐만아니라 '시로마사무네'의 [공각기동대], '니헤이 츠토무'의 [시도니아의 기사],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 등등등 만화와 영화를 넘나들며 SF의 이해를 돕기 위한 효과적 교보재로 다양한 SF작품들이 줄줄이 언급된다. 질문에 대한 훌륭한 예시인 동시에 해당 작품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SF의 저변을 확대하고 새로운 덕후의 유입을 도모하려는 고도의 계략이 숨겨져 있음을 눈치챈건 본인 뿐만은 아니겠지? ㅎㅎ 훌륭한 본격 SF덕후 양산 입문서인 것이다. 흐흐흐...  


영광스럽게도 책에는 본인이 냈던 3가지 질문중 2가지 질문이 채택되어 수록되었다. >_< 꺄!~  
 


 

시간여행 질문은 '로버트 J. 소여'의 [멸종]을 떠올리면서 쓴 질문이다. 작품속 장삼덕의 답변은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을 예로들어 공중에서 타임워프하는 경우를 설명한다. [멸종]에도 같은 방법으로 공중에서 타임워프하게 되는데, 시간의 변화에 따라 없던 산이 생기고 공터가 도시로 변하기도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타임머신이 깊은 산속에 끼어버리던가, 바다속에 잠겨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구안의 지형만 고려하면 될까? 물론 아니다.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기 때문이다. -_- 이 태양계의 지구의 움직임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타임머신은 무중력 우주공간에 나타나던가 목성이나 화성에 처박혀 버릴지도 모를일이다...참...어렵다. ㅎㅎ 얼마전 읽은 시간여행물 [우리가 살 뻔한 세상]에서는 천체의 움직임까지 고려하여 시간여행 패러독스를 피하는 방법을 생각해 내기도 한다.  


이책에 실린 모든 질문과 답변이 모두 흥미롭고 재미있다. 꼭 SF팬이 아니라도 말이다. 기나긴 시간동안 프로젝트가 좌초되지 않고 이렇게 결과물로 나올 수 있음에, 이 뜻깊은 프로젝트에 본인도 작게나마 힘을 보탤 수 있었던 것에 더없이 기쁘고 뿌듯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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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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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2019년 초판)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권일영

출판사 - RHK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81p



본인 뿐만 아니라 본인의 소중한 가족까지 완전히 망가트려 버리는 일



RHK출판사의 계약종료임박 '히가시노 게이고' 리커버 시리즈의 이번 주자는 [편지]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름 조차도 모르던 작가에 출간된 작품도 백 편이 훌쩍 넘어가니 리커버가 됐던 베스트셀러건 내겐 전부 생소한 작품이다. -_-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인데, 2006년 발표되어 출간 한달만에 130만부가 팔려나간 괴물같은 작품이고, 2006년 국내 초역 후 13년만에 새로운 옷으로 다시 세상에 나왔다. 소재, 장르 가릴것 없이 다양한 이야기를 선보이는 작가의 이번 작품은 살인자 형을 둔 동생이 세상에 나와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지울 수 없는 꼬리표를 달고 편견과 차별의 대상으로 겪게되는 고난의 이야기를 그린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동생을 위해 일찍부터 학업을 포기하고 몸을쓰는 고된 직업으로 생활을 꾸려나가던 츠요시는 동생 나오키의 대학등록금 마련을 위해 해서는 안될 짓을 저지르기로 마음먹는다. 이삿짐 센터 알바를 하면서 눈여겨 봤던 홀로사는 할머니가 사는 부잣집에서 돈을 훔치려는 것이다. 집에 전화를 걸어 받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 창문을 뜯어 집안에 침입한 츠요시는 불단이 모셔진 서랍에서 두둑한 돈봉투를 발견하고 품속에 넣고 조용히 집을 나가려 한다. 그런데 츠요시의 마음을 잡은 것은 불단방을 지나가며 본 식탁위의 군밤 한봉지...동생이 군밤을 유달리 좋아하는 것이 생각난 츠요시는 발길을 돌려 식탁의 군밤을 집어드는데, 갑자기 안방에서 나오는 주인 할머니와 눈이 마주치고...비명을 지르며 전화를 거는 할머니를 말리려던 츠요시는 얼떨결에 갖고 있던 드라이버로 목을 찌른다. 범죄를 저지른 당일 경찰에 붙잡힌 츠요시에게 징역 15년형이 선고되고, 졸업을 앞둔 고등학생 나오키만 세상에 홀로 남겨진다. 안그래도 어려운 집안사정으로 힘겹게 살던 나오키에게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꼬리표가 추가되고...홀로 세상의 냉혹한 시선과 싸워야 하는 나오키의 운명은....



강력범죄가 아니라 단순 범죄만으로도 범죄자의 신상이 밝혀진것도 아닌데 주위의 시선이 두려워 살던 곳을 떠나는 경우를 종종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본 것 같다. 하물며 단순절도 같은 (성범죄는 논외로 하더라도) 경우도 그런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살인사건의 가해자가 나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나의 친척...가족...나의 친형이라면...과연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까?...살인자의 동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오키의 인생이 철저히 망가져 버리는 현대판 연좌제의 모습을 보면서 어찌보면 작가는 이를 통해 피해자와 그의 가족 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주변까지 철저히 파괴시켜버리는 범죄라는 행위 자체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너무 비약인가...-_-;;)



츠요시의 징역형이 확정된 순간부터 나오키의 친구들과 선생들의 분위기는 미묘하게 변화하고, 집세를 낼 수 없어 집에서 쫓겨난 나오키는 고등학교만이라도 졸업하기 위해 형의 일을 숨긴채 식당 아르바이트를 한다. 하지만 감추려하면 할수록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족쇄는 끊임없이 나오키를 따라오고 결국 꿈을 잃고 희망을 포기한채 고된 하루벌이 일을 전전하는데...그냥 그렇게 인생의 실패자로 끝났다면 이렇게 안타깝진 않았으리라...얄궂게도 재능은 왜이리 타고 났으며, 얼굴은 또 왜 그리 잘생겼고, 왜그리 근면 성실한건지...-_-;;;; 전도유망한 청년이 어떻게던 연좌제의 늪을 벗어나려 혼신의 힘을 들여 고군분투 하지만, 인생을 

뒤바꿀 결정적 순간에서 나오키에게 날아오는 편지 한통...감방에 있는 츠요시가 보내는 옥중 편지 한통이 산통을 깨면서 그동안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린다. 악마가 보내는 편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최적의 타이밍에 전달되는 편지....그래서 제목이 [편지]인 것인가...



물론 작가의 가학적 성향이 의심되는 악질적 타이밍에 전달되는 편지 때문에 제목이 [편지]는 아니다. 작품 전반에 걸쳐 가해자와 피해자의 속죄와 용서에 대한 의문이 이 [편지]를 매개로 끊임없이 독자에게 물음을 남기기 때문이다. 자신이 저지른 일도 아니고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로 인생이 꼬여버린 나오키에게 얼마나 더 오랜 시련을 겪어야 사회는 나오키를 받아 줄 수 있을까?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규정할 수 있을까? 가해자가 얼마나 속죄해야 가해자에 대한 분노의 마음을 놓을 수 있을까?...죄와 용서...머라 딱히 규정지을 수 없는 이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가 나오키의 인생을 통해, 츠요시의 옥중편지를 통해 평행선을 달리듯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진다. 작품의 열린결말 역시 속죄와 용서라는 질문을 독자 개개인의 생각에 넘기는 작가 나름의 답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회에 깊숙히 자리잡은 차별과 편견에 대해 이토록 처절하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게이고'만의 천부적 스토리텔링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된다. 어찌보면 진부하고 어찌보면 신파적이고 통속적인 이야기임에도 오백여 페이지가 순식간에 사라지는건 대중의 코드를 날카롭게 캐치하고 대중의 입맛에 맞는 서사를 통해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게 만드는 필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리라. '히가시노 게이고'의 [죄와 벌]이라는 말이 절로 이해가 되는...실로 묵직한 휴먼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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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의 여왕 백 번째 여왕 시리즈 4
에밀리 킹 지음, 윤동준 옮김 / 에이치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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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사의여왕 (2019년 초판)

저자 - 에밀리 킹

역자 - 윤동준

출판사 - 에이치(h)

페이지 - 435p



죽음을 넘어선 사랑의 힘



한계를 넘어서는 고난 속에서 꿋꿋이 자신의 운명과 싸워 나가는 소녀. 여왕 칼린다의 여정이 드디어 막바지에 다다랐다. 2018년 7월 [백 번째 여왕]을 시작으로 약 3개월에 한 편씩 쉼없이 달리던 여왕 시리즈가 이번 네번째 작품 [전사의 여왕]으로 기나긴 여정의 막을 내린 것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칼린다의 여정이, 그녀의 기나긴 고난의 끝이 다행스러운 동시에 한편으론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가녀린 소녀가 전사가 되어야 했던 이유...그녀의 목숨을 건 마지막 모험이 펼쳐진다. 



전편에서 타렉으로 현신한 악마 우둑과의 목숨을 건 사투에서 가까스로 오른팔을 잃으면서 우둑을 물리치지만, 우둑은 지하세계로 도망치면서 칼린다의 정인 데븐을 잡아가버린다. 타렉이 이끌던 군대와 타라칸드를 점령하던 부타 반란군과의 치열한 전쟁은 우둑의 소멸로 종식되고 타라칸드엔 마침내 평화가 찾아온다. 타렉에 이어 타라칸드의 실권을 잡은 왕자 아스윈은 그동안 일반백성과 능력을 타고난 부타족과의 반목을 종식시키기 위해 타라칸드의 금기를 깨고 이웃나라의 부타족인 가미공주와 혼인을 약속한다. 타렉시절 군부에 있던 장교 로캐쉬는 왕자의 의지에 반해 반란군을 조직하여 부타와 백성간의 반목을 도모하고, 칼린다는 연옥에 갇힌 데븐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마침내 칼린다의 정성이 닿아 데븐이 갖혀있는 지하세계로 찾아가는 칼린다...그리고 그녀에게 닥치는 새로운 고난...칼린다는 데븐을 저승에서 구해낼 수 있을 것인가...



이번 대망의 완결편에서는 크게 아스윈과 칼린다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크게 두 줄기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선대부터 지속되어온 부타족의 박해와 억압을 끝내고 종족간 화합을 이룩하여 타라칸드의 진정한 평화를 이룩하려는 아스윈 왕자의 노력과 연옥에 갇힌 데븐을 구해내기 위해 직접 위험천만한 언더월드로 내려가 대악마들과 마지막 대결을 벌이는 칼린다까지...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숨쉴틈 없는 액션과 애절한 로맨스가 눈을 땔 수 없이 휘몰아친다. 



시리즈 전반에 걸쳐 작품에 커다란 갈등의 축으로 작용하던 강력한 힘에 대한 근원적 두려움 땅, 물, 바람, 불의 4가지 요소를 자유롭게 지배하는 부타족에 대한 일반인들의 공포심을 무너뜨리는 일은 칼린다와 아스윈이 각고의 노력을 들이지만 이번 [전사의 여왕]에서도 한번 뇌리에 박힌 불신은 깨트릴 수 없는 터부와 금기로 백성간 화합을 방해한다. 영화 [X맨]시리즈에서 뮤턴트들에 대한 열등감과 두려움의 발로로 같은 인간이 그들을 박해하는 장면과 흡사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판타지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계급간의 갈등에 능력자들과 일반인간의 다름에서 비롯된 차별적 갈등요소는 신에게 내려받은 고유의 초능력을 발휘하는 볼거리 외에 사회적 수용과 이해라는 측면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다음으론 전작의 결말에서 어느정도 예상한 칼린다의 지하세계 모험이다. 대부분의 신화에서 저승으로 정인을 찾아 가는 내용이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곤 하는데, 이번 칼린다 시리즈에선 대미를 장식하는 완결편에 데븐과 칼린다의 사랑을 시험하듯 행복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으로 데븐을 구하기 위해 위험한 언더월드로 찾아가는 칼린다의 모험이 선택되었다. 칼린다 시리즈를 읽은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작품의 배경이 수메르 신화를 모티브로 구현된 세계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작품에서는 지하세계와 관련된 수메르 신화가 지하세계로 들어가는 힌트로 빈번하게 언급된다. 타라칸드에 구전 전설로 내려오는 '지하세계로 간 이난나' 이야기인데, 이 전설은 실존하는 수메르 신화를 기반으로 한다.



[지하세계로 간 이난나]

하늘의 여신 이난나는 남편 두무지가 누군가에게 홀려 저승에 내려가고 그 남편을 찾기 위해 직접 지하세계로 내려간다. 지하세계는 한번 들어가면 누구도 돌아나올 수 없는 죽음과 어둠의 땅이지만 남편을 위해 위험한 땅에 발을 내딛는다. 저승의 문 앞에서 이난나는 수문장에게 문을 열라고 말하고, 수문장은 이난나에게 몸에 지니고 있는 물건을 대가로 내놓으라고 한다. 왕관, 팔찌, 옷가지....일곱번째 문을 지나는 이난나는 알몸이 되었고, 벌거벗은 이난나를 본 저승의 여왕은 진노하여 몰매 맞은 고깃덩어리로 변해 나무못에 걸리는 최후를 맞는다.



칼린다의 명계에서의 모험이 이 신화와 똑같다고는 볼 수 없지만 각 저승의 문지기들에게 통과의 댓가를 치르는등의 일부 설정은 흡사하여 신화와 작품을 비교하면서 작가가 그려낸 더욱 위험하고 암담한 명계의 모습을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작품에서 언급되는 신족과 악마들 모두 실제 수메르 신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이니 신화와 작품을 비교하며 보면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리라.) 물론 저승에서 각성하며 깨닫는 칼린다의 전생의 사랑이라는 로맨스 요소도 데븐과 칼린다 그리고 미지의 존재와의 삼각관계를 형성하면서 새로운 갈등의 핵으로 작용하게 된다.



통속적인 로맨스 소설에 우리에겐 낯선 수메르 신화의 판타지 세계관과 차별과 반목으로 점철된 종족간의 깊은 갈등이 이 시리즈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다가온다. 로맨스를 선호하는 독자나, 판타지 취향의 독자들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어찌됐던, 얼떨결에 예비신부가 되서 고생만 죽도록 하던 칼린다의 고난도 이제 끝이 났다. 해피엔드일지 새드엔드일지는 작품을 읽을 사람의 몫으로 남겨두고...언젠간 다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 칼린다 시리즈

1부 [백 번째 여왕]

2부 [불의 여왕]

3부 [악의 여왕]

4부 [전사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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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쇠 잠긴 남자 - 상 작가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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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쇠잠긴남자 상,하 (2019년 초판)
저자 - 아리스가와 아리스
역자 - 김선영
출판사 - 엘릭시르
정가 - 13500원, 13500원
페이지 - 356p, 400p



자물쇠를 잠가버린 노인의 인생 추적 미스터리



'아리스가와 아리스'라는 이름은 수차례 들어봤으나 작가의 작품은 처음 접한다. 그렇게 책을 읽어 대는데도 이렇게 단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작가를 만나다 보면 한평생 읽을 수 있는 책은 한정되 있고, 죽을때까지 단 한번도 접해보지 못하는 작가도 있을거라는 사실이 아쉽기도하고 안타깝기도하다. -_- 어쨌던...잡소리는 접어두고..일본서 신본격으로 유명한 작가라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이작품은 신본격은 아니고 사회파 추리쪽에 더 가까운 작품이다. '미쓰다 신조'의 작가시리즈 처럼 '아리스가와 아리스' 자신이 직접 이야기에 등장하여 범죄학자 '히무라 히데오'의 조수역할로 사건해결에 참여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제3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고상을 수상했다. 전설적 탈출마술의 1인자 '후디니'도 아니고 [자물쇠 잠긴 남자]라니?...이 남자를 묶고 있는 자물쇠는 대체 무엇인가....



문학상 시상식장에서 만난 유명 역사소설가 가게우라는 아리스에게 지인의 수상쩍은 죽음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부탁한다. 작품활동을 위해 호텔로 잠적할때 만나 친해진 옆방에 투숙하는 노인 나시다가 얼마전 자신의 방에서 목을 메달아 자살했는데, 가게우라의 입장에서는 절대로 자살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자신이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가 전부라는...근데 그 의뢰를 받아들이는 아리스도 대단하다는...)호기심이 동한 아리스는 개인적으로 나시다의 죽음을 조사하지만 자살한 방은 밀실이었고 다른 사람의 침입 흔적이 없고, 나시다 역시 저항한 흔적이 없어 경찰은 자살로 처리중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끈질긴 질문 끝에 담당 경찰로 부터 나시다의 부검결과 수면제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것과 사망자가 머물던 방에서 수면제를 사용한 약봉지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낸다. 하지만 이 사실만으로는 자살의 정황을 뒤집을수 없기에 아리스는 직접 나시다가 머물던 호텔에 머물면서 호텔 관계자와 투숙객들에게 나시다에 대해 조사한다. 주에 4일 이상은 요양원 보조와 전화상담으로 자원봉사를 다니고 5년째 호텔에 홀로 묵고 있는 69세의 노인...그 사실외에 나시다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으니...이 노인의 삶 자체가 밀실과 다름없었던 것이다...



홀로 사는 삶, 고독에 지친 노인의 자살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원한에 의한 타살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미스터리가 피해자보다는 가해자의 정체를 파헤치는 살인범 중심의 이야기로 흘러가는 반면 이 작품은 특이하게 사망자에게 극의 촛점을 맞추고 모든 미스터리가 풀리는 종장 직전까지 약 칠백여 페이지동안 끊임없이 자살/타살에 대한 진위여부로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확인할 수가 없으니 이렇다하게 범인을 찾는 단계는 미처 가보지도 못하고 종장을 맞이하게 되는데 종장의 눈부신 추리로 빛을 발하는 범죄학자 '히무라'의 사건 풀이를 보다보면 나름 납득은 간다지만 어찌됐던 기존의 미스터리 작품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다수의 밀실살인 명작을 남긴 작가의 새로운 도전은 바로 인간밀실? 혹은 인생밀실 인가?! 타인에게 자신의 사생활을 일절 함구하고 세상으로부터 자물쇠를 꽁꽁 걸어잠근 69세의 노인 나시다의 미스터리하고 비밀스러운 인생이 드러나는 순간 자살인지 타살인지 모를 미스터리한 사망사건은 자물쇠가 풀리듯 자연스레 해결된다. 물론 그 중심엔 작가 아리스의 고군분투가 펼쳐지는데 과거를 종잡을 수 없는 노인의 인생을 따라가기 위해 관계자들의 탐문에 탐문을 거듭하고 실낯같은 단서를 잡아 나시다 인생의 본질에 근접해 가는 과정이 시사 추적르포를 보듯 끈질기게 그려진다.



이중, 삼중으로 걸려있던 나시다의 자물쇠가 하나씩 풀려가면서 어지럽게 널려있던 과거의 조각들이 하나씩 짜맞춰질때 베일에 쌓여있던 그의 비극적이고 고단한 인생이 드러나고 호텔방에서 외로이 숨죽여 살 수 밖에 없었던 기구한 사연이 안타까움을 더해갈때쯤...사건을 결정짓는 진실이 경악과 충격으로 독자들을 강타한다. 나시다를 끝까지 따라오는 악연의 끈...사소한 시기심...애증...우연...마치 수억대 복권이 당첨된 사람이 인생의 운을 모두 소진해버리고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불행을 보는듯 했다.



이건 뭐...종장인 마지막 80페이지 전까지도 나시다의 자살/타살 여부가 드러나지 않으니 스포일러 하지 않고 서평쓰는게 굉장히 난감하다. -_-;;;; 자살이라면 자살의 동기가 무엇인지, 타살이라면 누가? 왜? 죽였는지...이 두가지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나시다의 인생의 발자취를 따라가 상당히 헷갈리게 만든다는 것. 여러 증거와 단서들을 종합해 밀실살인의 트릭이 드러나듯 단편적이던 인생이 짜맞춰 지면서 드러나는 진실이 작품의 재미요소라는 것. 그리고 주변인과의 대화에 사건의 진실이 숨겨져 있다는 것. (음...이건 다른 미스터리도 마찬가지겠군...-_-) 탐정겪인 '히무라 히데오'가 등장하면서부터 작품의 흐름이 급물살을 탄다는 것 정도....



"필드워크에 임하면 언제나 피해자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여왔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죽은 자를 똑바로 마주한 기억은 없어." _123p



망자의 인생을...비극으로 점철된 나시다의 인생을 깊숙이 들여다보면서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맺게되는 인연의 끈이란게 참 묘하다 생각되면서도 한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것 또한 그 인연의 끈이란걸 새삼 실감케한다. 한 인간의 기구한 인생속에 담긴 원죄, 참회, 심판. 이 모두를 아우르는 드라마랄까...가벼운듯한 '히무라'와 '아리스' 콤비의 분위기와는 반대로 굉장히 암울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작품이었다. 참고로 작품 전반에 걸쳐 오사카의 아름다운 풍경과 역사가 스토리와 함께 꽤 자주 그려지는데, 이런 풍광들이 사건과 어느정도 연관되는줄 알았더니만 전혀 그런거 없었다. -_-;;;; 오사카를 가봤고, 글로 쓰여진 묘사만으로 오사카의 건물과 거리가 파노라마처럼 그려지지 않는 이상 그냥 스킵해도 무방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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