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미혼출산
가키야 미우 지음, 권경하 옮김 / 늘봄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0세미혼출산 (2019년 초판)

저자 - 가키야 미우

역자 - 권경하

출판사 - 늘봄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90p



40세 미혼녀의 고군분투 출산기



39살, 여행사 아시아 상품개발을 담당하는 17년차 배테랑 과장 유코는 업무차 간 캄보디아에서 함께간 까마득하게 어린 후배 28살의 미즈노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술기운, 분위기에 취해 원나잇을 보낸다. 그리고 얼마뒤...시일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던 유코는 임신테스트진단 키트에 소변을 묻히고...몇 분뒤 선명하게 떠오르는 붉은 두줄...하룻밤의 정사로 임신해 버린 것이다...미즈노가 이미 회사내 미녀 사원과 사귀고 있던 사실을 아는 유코는 미즈노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만약 캄보디아 일로 임신한다면 어떨것 같냐고 묻고, 미즈노는 이내 정색하며 어떻해서든 낙태시킬 것이며 그런 사유로 살인을 저지르는 남자의 심경을 이해할것 같다는 무책임한 폭탄발언을 한다. 출산과 낙태...아빠없는 아이라는 불안감과 미혼 임신으로 인한 세상의 시선이 두렵지만...지금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최초이자 마지막 기회 일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이 그녀의 마음을 출산쪽으로 기울게 만든다. 모든 것이 막막하고 불안하기만 한데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회사에는 유코의 임신 소문이 퍼지고, 미즈노의 애인 사에가 나타나 유코의 아이에 대해 캐묻기 시작하는데....




[결혼 상대는 추첨으로]와 [70세 사망법안, 가결]로 첨예한 사회 문제를 극단적 설정으로 밀고나가 자연스럽게 예민한 사회문제를 고민하게 만드는 작가 '가키야 미우'가 이번에 주목한 부분은 직장생활로 결혼시기를 놓쳐버린 만혼녀의 미혼출산이다. 사실 제목만으로도 유코가 받게될 불편한 시선과 그녀가 겪어야 할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일들, 거침없이 부풀어 오르는 소문과 오해들이 쏟아질거라는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그녀가 겪는 웃지못할 한바탕 에피소드를 통해 지금 이사회에서 사회적 통념을 벗어난 미혼 임산부에 대해 얼마나 몰이해하고 편견에 가득차 있는지를 그리고 국가적으로 사회적 제도가 얼마나 미비한지를 깨닫게 만든다. 극단적 설정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작품 역시 지금까지의 전작들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는 작품인 것이다. 



어쨌던, 임신사실은 회사를 넘어 가족, 고향마을까지 파다하게 소문이 퍼지고 가족과 친구들은 제일먼저 불륜을 의심하고 직장상사는 육아휴직 시 가중되는 업무부하를 신경쓰며 직접적으로 사퇴를 강권하고 원나잇남 미즈노와 애인 사에는 끊임없이 유코의 뱃속 아기에 대해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뒷조사까지 감행한다. -_-;;; (어째 그녀의 주변엔 정상적인 사람이 한명도 없는건지...) 한마디로 진퇴양난 사면초가의 상태...40세의 미혼 산모가 아이를 낳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이던가....



"도대체 이 나라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거지. 가정이나 아이를 소중히 하자니, 많은 벽들이 가로막는다고." _328p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폐쇄적이고 닫힌 사회라는걸 이 작품을 통해 깨닫게 된다. 회사에 판단을 맡기는 유명무실한 육아휴직 제도나 한국은 폐지된 호주제가 아직도 건재하고 호적없이 자랄 아기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유코의 모습을 보니 오히려 유교적 선비의 나라 한국이 일본보다 좀 더 나은것 아닌가 싶을 정도니..-_-;;; 그래봐야 도찐개찐 도토리 키재기겠지만...시간이 흐르면서 과거의 제도들은 불필요한 낡은 관행으로 치부하면서도 결혼제도에 대해서는 왜이렇게 집착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안정되고 행복한 삶의 척도를 결혼으로 인식하는 뿌리깊은 인식을 물려받아서인지 사회적으로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결혼해서 산다는것 외에는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사회적 통념에 반하는 이런 케이스들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하는 꽉막힌 사고방식과 낮은 포용성은 안타깝게 생각된다. 아빠 없는 임신에 대해 손가락질하고 수근거리기전에 그녀들이 얼마나 절박하고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하는지 안다면 지금의 냉대는 없으리라.



그런의미에서 미혼 임신, 출산녀들의 냉혹한 실상을 알려주는 이런 작품은 다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꼭 필요한 유익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뿐만아니라 국제결혼을 한 유코 오빠의 에피소드를 통해 피부색에 따른 인종차별과 국제결혼의 어려운 현실을 함께 그리니 글로벌 시대의 화합까지 같이 도모하는 작품이 아닌가...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들과 너무나 두꺼운 유리천장, 차별, 불평등, 편견, 복지사각지대...보기만 해도 숨막히는 세상이지만...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믿고싶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또다른 유코와 그녀의 귀여운 아이들이 남들과 다름없이 사랑받고 풍족하게 살아가는 세상이 오길 희망해본다. 갑갑하고 답답한 이야기임에도 교설적이지 않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던건 무거운 상황을 가족들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으로 극복하는 훈훈한 이야기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현실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자로서 유코의 심리를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세상에 홀로 맞서는 엄마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던것 같다. 재미와 시의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조흔 계몽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