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의 여왕 백 번째 여왕 시리즈 4
에밀리 킹 지음, 윤동준 옮김 / 에이치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전사의여왕 (2019년 초판)

저자 - 에밀리 킹

역자 - 윤동준

출판사 - 에이치(h)

페이지 - 435p



죽음을 넘어선 사랑의 힘



한계를 넘어서는 고난 속에서 꿋꿋이 자신의 운명과 싸워 나가는 소녀. 여왕 칼린다의 여정이 드디어 막바지에 다다랐다. 2018년 7월 [백 번째 여왕]을 시작으로 약 3개월에 한 편씩 쉼없이 달리던 여왕 시리즈가 이번 네번째 작품 [전사의 여왕]으로 기나긴 여정의 막을 내린 것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칼린다의 여정이, 그녀의 기나긴 고난의 끝이 다행스러운 동시에 한편으론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가녀린 소녀가 전사가 되어야 했던 이유...그녀의 목숨을 건 마지막 모험이 펼쳐진다. 



전편에서 타렉으로 현신한 악마 우둑과의 목숨을 건 사투에서 가까스로 오른팔을 잃으면서 우둑을 물리치지만, 우둑은 지하세계로 도망치면서 칼린다의 정인 데븐을 잡아가버린다. 타렉이 이끌던 군대와 타라칸드를 점령하던 부타 반란군과의 치열한 전쟁은 우둑의 소멸로 종식되고 타라칸드엔 마침내 평화가 찾아온다. 타렉에 이어 타라칸드의 실권을 잡은 왕자 아스윈은 그동안 일반백성과 능력을 타고난 부타족과의 반목을 종식시키기 위해 타라칸드의 금기를 깨고 이웃나라의 부타족인 가미공주와 혼인을 약속한다. 타렉시절 군부에 있던 장교 로캐쉬는 왕자의 의지에 반해 반란군을 조직하여 부타와 백성간의 반목을 도모하고, 칼린다는 연옥에 갇힌 데븐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마침내 칼린다의 정성이 닿아 데븐이 갖혀있는 지하세계로 찾아가는 칼린다...그리고 그녀에게 닥치는 새로운 고난...칼린다는 데븐을 저승에서 구해낼 수 있을 것인가...



이번 대망의 완결편에서는 크게 아스윈과 칼린다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크게 두 줄기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선대부터 지속되어온 부타족의 박해와 억압을 끝내고 종족간 화합을 이룩하여 타라칸드의 진정한 평화를 이룩하려는 아스윈 왕자의 노력과 연옥에 갇힌 데븐을 구해내기 위해 직접 위험천만한 언더월드로 내려가 대악마들과 마지막 대결을 벌이는 칼린다까지...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숨쉴틈 없는 액션과 애절한 로맨스가 눈을 땔 수 없이 휘몰아친다. 



시리즈 전반에 걸쳐 작품에 커다란 갈등의 축으로 작용하던 강력한 힘에 대한 근원적 두려움 땅, 물, 바람, 불의 4가지 요소를 자유롭게 지배하는 부타족에 대한 일반인들의 공포심을 무너뜨리는 일은 칼린다와 아스윈이 각고의 노력을 들이지만 이번 [전사의 여왕]에서도 한번 뇌리에 박힌 불신은 깨트릴 수 없는 터부와 금기로 백성간 화합을 방해한다. 영화 [X맨]시리즈에서 뮤턴트들에 대한 열등감과 두려움의 발로로 같은 인간이 그들을 박해하는 장면과 흡사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판타지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계급간의 갈등에 능력자들과 일반인간의 다름에서 비롯된 차별적 갈등요소는 신에게 내려받은 고유의 초능력을 발휘하는 볼거리 외에 사회적 수용과 이해라는 측면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다음으론 전작의 결말에서 어느정도 예상한 칼린다의 지하세계 모험이다. 대부분의 신화에서 저승으로 정인을 찾아 가는 내용이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곤 하는데, 이번 칼린다 시리즈에선 대미를 장식하는 완결편에 데븐과 칼린다의 사랑을 시험하듯 행복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으로 데븐을 구하기 위해 위험한 언더월드로 찾아가는 칼린다의 모험이 선택되었다. 칼린다 시리즈를 읽은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작품의 배경이 수메르 신화를 모티브로 구현된 세계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작품에서는 지하세계와 관련된 수메르 신화가 지하세계로 들어가는 힌트로 빈번하게 언급된다. 타라칸드에 구전 전설로 내려오는 '지하세계로 간 이난나' 이야기인데, 이 전설은 실존하는 수메르 신화를 기반으로 한다.



[지하세계로 간 이난나]

하늘의 여신 이난나는 남편 두무지가 누군가에게 홀려 저승에 내려가고 그 남편을 찾기 위해 직접 지하세계로 내려간다. 지하세계는 한번 들어가면 누구도 돌아나올 수 없는 죽음과 어둠의 땅이지만 남편을 위해 위험한 땅에 발을 내딛는다. 저승의 문 앞에서 이난나는 수문장에게 문을 열라고 말하고, 수문장은 이난나에게 몸에 지니고 있는 물건을 대가로 내놓으라고 한다. 왕관, 팔찌, 옷가지....일곱번째 문을 지나는 이난나는 알몸이 되었고, 벌거벗은 이난나를 본 저승의 여왕은 진노하여 몰매 맞은 고깃덩어리로 변해 나무못에 걸리는 최후를 맞는다.



칼린다의 명계에서의 모험이 이 신화와 똑같다고는 볼 수 없지만 각 저승의 문지기들에게 통과의 댓가를 치르는등의 일부 설정은 흡사하여 신화와 작품을 비교하면서 작가가 그려낸 더욱 위험하고 암담한 명계의 모습을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작품에서 언급되는 신족과 악마들 모두 실제 수메르 신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이니 신화와 작품을 비교하며 보면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리라.) 물론 저승에서 각성하며 깨닫는 칼린다의 전생의 사랑이라는 로맨스 요소도 데븐과 칼린다 그리고 미지의 존재와의 삼각관계를 형성하면서 새로운 갈등의 핵으로 작용하게 된다.



통속적인 로맨스 소설에 우리에겐 낯선 수메르 신화의 판타지 세계관과 차별과 반목으로 점철된 종족간의 깊은 갈등이 이 시리즈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다가온다. 로맨스를 선호하는 독자나, 판타지 취향의 독자들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어찌됐던, 얼떨결에 예비신부가 되서 고생만 죽도록 하던 칼린다의 고난도 이제 끝이 났다. 해피엔드일지 새드엔드일지는 작품을 읽을 사람의 몫으로 남겨두고...언젠간 다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 칼린다 시리즈

1부 [백 번째 여왕]

2부 [불의 여왕]

3부 [악의 여왕]

4부 [전사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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