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한강 세트 - 전5권
김세영 지음, 허영만 그림 / 가디언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오! 한강 1 : 해방 (2019년 초판)

오! 한강 2 : 6.25전쟁

오! 한강 3 : 전쟁 이후

오! 한강 4 : 독재

오! 한강 5 : 투쟁

글 - 김세영

그림 - 허영만

출판사 - 가디언

정가 - 60000원

페이지 - 264, 228, 256, 172, 216p



해방 직후 부터 6.29선언까지... 두 부자를 통해 바라본 격동의 한국사



이름이 바로 브랜드인 '허영만'화백의 초기작이자 실로 암울하고 폭풍과도 같았던 한국 현대사에 휘말린 부자의 인생을 통해 객관적 시선으로 시대를 바라보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대작 대하역사 만화가 25년만에 부활했다. '허영만'화백과 함께 [미스터 Q], [타짜] 같은 인기작을 함께 했던 만화작가 '김세영'의 시대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글과 지금의 농익은 화법과는 다른 느낌의 거칠지만 힘이 넘치는 작화를 보이는 초기 '허영만'화백의 그림이 만나 1945년부터 1987년까지 격동의 42년을 5권 분량의 만화에 성공적으로 담아 내었다. 



[1~2권]

일제치하 말...깊은 촌구석 시골에서 소작농의 아들로 농사를 짓던 소년 이강토는 지주의 횡포로 친구를 잃은날 해방의 소식을 접한다. 한국을 지배하던 일본인은 물러가고 자유의 바람이 불어오지만 이강토가 체감하는 실상은 여전히 전과 다를바 없었다. 그러던중 우연히 일본 소녀가 놓고간 물감과 화구로 그림의 맛을 본 강토는 열정과 재능을 그림에 쏟아붓고, 부모를 어렵사리 설득하여 그림을 배우기 위해 동생들과 엄청난 농사일을 뒤로하고 서울로 향한다. 정식교육을 받지 못해 힘겨워하던 강토에게 소련에서 넘어온 사회주의 이념은 그동안 지긋지긋하게 겪어온 계급사회에 대한 혁명적 이념으로 다가온다. 그사이 투표를 통해 남한에서는 대한민국이, 북한에서는 조선인민공화국이 수립되고 이념으로 갈등하던 이강토는 자신을 돌보던 형님을 따라 북한으로 월북한다. 북조선에서 강렬한 자본주의 비판의 그림으로 지위를 얻은 강토는 사회주의 이념에 영혼을 잠식당하고 급기야 자신이 직접 6.25전쟁에 자원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처절한 전쟁이 시작되고...생과 사의 고비를 넘어가며 남한군의 포로로 붙잡힌 강토는 남한과 북한 어디에도 끼지 못하고 혼란스러워 한다. 그렇게 남한에 머물게 된 강토는 전쟁으로 폐허가된 남한에서 살아남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데.....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로선 일제탄압의 종식을 고한 광복 해방과 동족간 이념의 차이로 인하여 발발된 비극적 전쟁 6.25는 솔직히 교과서에서나 봤을법할 정도로 멀게만 느껴진다. 더군다나 수능시험을 위해 주입식 교육을 받아온 나로선 국사 교과서에 나온 짧막한 몇 줄과 사진 몇 장으론 당시의 자세한 상황을 이해하지도 못할뿐더러 당장 생활과 연관이 없어 무관심했던것도 사실이다. 그런의미에서 젊음으로 분기탱천한 이십대 청년 이강토의 눈으로 바라본 이념간의 분쟁이 극에 달했던 혼란의 시기는 내게 다른 어떤 매체보다 더욱 자세하고 생생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그저 자유롭게, 잘살아보고자 자신의 신념을 지지하고 토론하던 친구들과 동포들은 결국 열강의 이권다툼과 권력욕에 물든 몇몇 인물들 때문에 하루 아침에 총부리를 겨누는 철천지 원수가 되버린 것이다. 혁명사상에 고취되 매일 피분수를 뒤집어 쓰던 이강토가 결국 이상과 현실의 처절한 괴리로 정신이 붕괴되는 장면은 전쟁 이후 69년간 분단으로 단절되어 살아가는 우리의 아픔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라 너무나 아프게 다가왔다. 



[3~4권초반]

어찌됐던 처참했던 전쟁에서 살아남은 강토는 북에서 만났던 여성이 자신의 아들을 출산한뒤 무사히 남한으로 내려와 극적으로 재회하고 동거하게 된다. 폐허속에서 아내와 어린 아기를 보살피기엔 일자리도 없고 능력도 없어 힘들기만 하고 강토의 고뇌와 방황은 더욱 깊어진다. 하지만 강토의 아내는 초인적인 생활력으로 가정을 꾸려나가고 강토에겐 그림으로 성공시키기 위해 뒷받침 한다. 하지만 강토는 좀처럼 붓을 들지 못하던 강토는 정치로 눈을 돌리는데.....



이승만 독재를 거쳐 박정희와 전두환까지...독재의 트리플크라운은 한국 근현대사의 어두운 그늘이다. 허나 민주주의의 도약과 약진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흘리고 희생하던 시기이기도 하였으니 피의 화요일이라 불리는 4.19혁명은 독재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 몸바친 국들의 시체위에 이루어진 성과였던 것이다. 강토 역시 어수선한 시류에 말려들어 자신과 뜻이 맞는 정치가를 지지하지만 권력앞에 인간이길 거부한 정치깡패들에게 또다시 휘둘리고 좌절하게 된다. 그렇게 지쳐버린 강토는 세상과 담을 쌓고 그림에 매진하게 되고, 자신이 겪어온 삶의 철학을 그림에 접목하여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드디어 화가로서 이름을 날리게 된다. 드디어 이강토의 기나긴 방황의 끝에 다다른 것이다.



[4권 중반 ~ 5권]

이강토의 셋째 아들 석주는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은듯 혈기왕성한 미대생이다. 전두환의 독재를 타도하기 위해 운동권 학생회를 조직하고 데모에 참여하는 열혈운동가이다. 하지만 정부의 압제는 점차 심각해져만가고, 데모에 참여했다가 검거된 석주는 그길로 군대로 강제 입대하게 되고, 강압적인 군대문화속에서 현실과 고민하게 된다. 안정적이고 부유한 삶과 억압과 굴종의 저항의 삶...그 기로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뇌하는 석주의 선택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던 이강토는 어느덧 중년이 되어 뒤로 물러나고, 이야기의 포커스는 강토의 셋째 아들 석주에게로 넘어간다. 거리에 최루탄 냄세가 끊이지 않던 전두환이 정권을 잡던 시절. 광주사태를 지나 1987년 6.29선언이 발표되어 전두환이 내려오기 전까지의 위험했던 석주의 학교생활이 펼쳐진다. 80년도에 태어나 격변의 80년대를 함께 했지만 그저 기억속에만 흐릿하게 남아있는 시대였다. 하지만 얼마전 연휴를 빌어 방영한 영화 [1987]을 보면서 얼마나 불합리하고 암울한 시대였는지를 깨달았고 지금의 민주주의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지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속 뜨거운 무언가가 솟구치는걸 느낄 수 있었는데, 4권과 5권은 영화에서 봤던 운동권 학생들의 고뇌가 잘드러나 있는 작품이었다. 학생들의 힘으로...나아가 그들에게 공감하고 용기낸 시민들의 힘으로 일구어낸 6.29선언과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국민들의 함성을 보면서 이것이 국민의 힘으로 성취한 민주주의라는걸 깨닫게 된다. 이 모든것이 바탕이되어 얼마전에도 촛불집회를 통해 한번더 국민의 힘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수십년의 시간, 격변의 시대, 두 남자의 인생이 숨쉴틈없이 펼쳐진다. [타짜]를 통해 검증된 스토리텔링과 군더더기 없는 그림은 그들의 인생속으로 몰입시키고 그들의 감정을 함께 공감하게 만든다. 굵직한 이야기와 함께 강토와 석주의 사랑을 시대의 운명속에 녹여내니 안타깝고 절절한 사랑이야기가 가슴아프게 다가오고 이내 딱딱한 역사만화가 아닌 한 인간의 파란만장한 인생만화로 변화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 시대에 떠밀려버린 우리의 할아버지, 아버지의 이야기...그 보편적인 감성이 '허영만'화백의 최대강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만화는 1987년에 안기부의 의뢰로 2년간 만화잡지에 연재된 만화라고 한다. 반공주의를 위해 만들어 달라던 안기부의 제안에 연재동안 내용에 관해 터치하지 않는 조건으로 수락했다고 하는데, 전두환에서 정권의 바통을 넘겨받은 노태우 정권 역시 자유주의 성향은 아니었던 만큼 이 만화의 연재 자체가 '허영만'화백과 '김세영'작가님에겐 커다란 도전이자 저항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다만 그런 태생적 배경때문이었는지 박정희 독재가 생략되고, 전두환의 만행이 다소 약하게 그려지는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와 억압에 굴하지 않고 작가 정신으로 그려낸 격동의 현대사라는 점에서 뛰어난 대작이라는 것은 명약관화이니 다시금 세상에 나와 빛을 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분단과 독재...아프고 피하고 싶은 역사지만 우리가 끝까지 마주봐야 하는 책임이기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과 다음 세대를 이어갈 청소년들이 꼭 읽어봐야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비록 비극적 역사일지라도 그것을 반면교사 삼아 현재를 바꿀 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가치있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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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커빌가의 개 1
이토미야 무기 지음, 김미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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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커빌가의 개 1 (2019년 초판)
저자 - 이토미야 무기
역자 - 김미림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정가 - 12000원
페이지 - 351p



외모, 능력, 잠재력 최강의 초보기사 좌충우돌 성장기



그동안 여러 작품을 읽어왔고, 여러 장르의 라이트 노벨을 읽어왔지만 판타지 라이트 노벨은 처음 접하는것 같다. 누구나 '라노벨'이라는 말을 들었을때 떠올릴법한 왕과 공주, 마물과 마법이 공존하는 그 판타지 세계를 말이다. 사실 제목만 보고서는 '홈즈'시리즈에 나오는 [바스커빌가의 개]를 떠올리며 중세 추리물? 정도로 생각했는데 -_- 막상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받아보니 내가 생각했던것과는 다른 의미의 [바스커빌가의 개]였다.



대대로 바스커빌 왕가를 지켜오던 후작가문 포말하우트가의 둘째 아들 와이스는 왕립학원을 졸업하고 별다른 직업 없이 집안에만 파묻혀 있던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일본의 신조어.)이었다. 그러다 부모의 반강제적 강압으로 왕녀 아멜리아의 근위기사로 임명되고, 왕녀를 최측근에서 호위하던 새내기 기사 와이스는 시시각각 왕녀에게 다가오는 위협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그녀를 향한 음모를 파헤치면서 점차 아멜리아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자신을 발견하는데....



결국 제목의 의미는 바스커빌 왕가를 지키는 사냥개 포말하우트 가문을 가리키는 동시에 왕녀의 근위기사인 와이스를 지칭하는 제목이기도 하고....실제로 진짜 개인 도베르만까지 등장하는 복잡한 중의적 제목이라고 볼 수 있을듯하다. 어쨌던, 판타지 라노벨은 처음이지만 한때 즐겨봤던 판타지계 라이트노벨의 조상이라 부를 수 있는 [슬레이어즈]라 부르고 [마법소녀 리나]라고 쓰는 애니를 즐겨봤던지라 크게 무리없이 읽을 수 있었다. 



워낙 내공이 없다보니 다른 라이트 판타지들과 비교하기는 그렇고 독특하게 다가왔던 설정이라면 각 인물들은 소환수라고 부르는 소환술을 사용하여 전투를 벌이는데, 단순히 마물이나 몬스터를 떠올리던 내게 '체셔', '3월토끼', '매드해터(미친모자장수)'등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속 캐릭터를 소환수로 설정하고 있고, 각 캐릭터의 특징을 살려내 전투하는 모습이 특이하면서도 반갑게 느껴졌다. 또한 상황에 따라 SD미니 사이즈에서 거대 사이즈로 변화되고 각 소환수는 각각의 의식을 가진 독립된 개체로 나오는 설정은 [디지몬]혹은 [피카츄]와 흡사하여 익숙하게 느껴졌다. 왕과 귀족관계가 분명한 중세 계급사회를 배경으로 동화속 캐릭터들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는 기묘한 판타지 세계라...거기에 [딸기 100%]류의 하렘물 뺨치는 (자신은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초매력의 주인공과 그 주인공에 가슴설레며 짝사랑하는 뭇 여성들과의 답답하면서도 달달한 로맨스가 펼쳐지니 나같은 초심자도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던것 같다.



"최강의 착각계 근위기사, 각성하다!"



바스커빌 왕가를 위협하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비밀결사의 위협과 왕녀를 지키기 위해 서서히 진정한 기사로 각성해 가는 와이스의 성장스토리. 앤드(AND) 일본 애니의 전형적 캐릭터인 외모+능력치+잠재력은 최강의 스탯을 가졌으나 눈치는 제로인 우리의 히어로 와이스의 엉뚱한 모험이 유쾌하게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일본 웹소설 연재사이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는데, 애니로도 만나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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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병동
가키야 미우 지음, 송경원 옮김 / 왼쪽주머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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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병동 (2019년 초판)

저자 - 가키야 미우

역자 - 송경원

출판사 - 외쪽주머니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62p



임종환자의 인생 리플레이



[70세, 사망법안 가결], [결혼 상대는 추첨으로], [40세, 미혼출산]의 작가 '가키야 미우'의 신작이 '또' 나왔다! 이렇게 꾸준히 신작이 출간된다는건 소위 잘팔리는 작가라는 반증이 아닌가 싶은데, 일단 지금까지 읽었던 작품들과 지금 읽은 이 작품까지 4편의 이야기는 버릴것 하나 없이 정말로 너무나 좋았기에 그녀의 이어지는 신작 출간소식이 마냥 반갑게만 느껴진다. 첨예한 사회문제를 극단적 설정으로 독자에게 생각할거리를 던지던 전작들과는 달리 이번 작품은 사회적 문제를 벗어나 삶과 죽음이란 인간의 기본적 본질에 대해 좀더 집중하는 작품이었다.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말기암 환자를 담당하는 호스피스 병동의 의사 루미코는 특유의 눈치없는 행동과 언변으로 환자와 주변인들의 클레임을 자주 겪는다. 하지만 본인 자신은 문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니 병원내 평판은 점차 떨어지고 자신감은 급격히 꺾여만 간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병원내 공터에 떨어진 청진기를 발견한 루미코는 환자 진찰에 새로 주은 청진기를 사용한다. 그리고 벌어지는 마법같은 일들이 루미코의 남은 의사생활을 바꿔놓는다....



환자의 몸에 청진기를 대고 있는 동안은 환자의 마음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뿐만 아니라 환자가 떠올리는 이미지까지 엿볼 수 있고, 더 나아가 환자의 인생중 특정시점으로 돌아가길 원한다면 청진기는 그 시점으로 환자를 타임슬립 시켜주는 것이다. (물론 환자의 머리속에서 말이다...)



우리의 인생은 오직 직진뿐이다. 그래서 갈림길과 만났을때 내가 선택한 길이 시궁창 진흙길일지라도 돌이켜 되돌아갈 수 없다. 그저 그때 그 순간의 선택을 후회하며 걸어나갈 뿐....여기 모든 의학적 치료를 받았으나 차도가 없어 임종을 앞두고 진통제를 맞아가며 죽을날만을 기다리는 네 명의 시한부 환자가 있다. 하루 하루 육신의 고통은 더해가고 마음은 피폐해져만 간다. 그런데 우연히 그들의 마음속 외침을 듣게된 루미코는 차마 그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못하고, 그들에게 단 한번의 기회를 더 주기로 한다. 그들이 선택한 인생의 길과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말이다...


  

정말로 오래되었지만 비슷한 소재로 [일요일 일요일밤에]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쇼프로 '이휘재의 인생극장'이 떠오른다. 인생을 뒤바꿀 선택의 갈림길에서 각각의 선택을 했을때 인생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양쪽 모두 보여줬던 이 프로그램은 비록 코믹극화이지만 타인의 인생을 엿본다는 관음증적 욕구를 자극하는 동시에 현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쌍방선택지를 보여주는 신선함에 꽤 큰 인기를 끌었고 출연자 '이휘재'를 스타반열에 올리기도 했었다. 이 [후회병동] 역시 [인생극장]과 궤를 같이 한다. 아니 오히려 [인생극장]보다 더욱 애절하고 절박하다. 죽기직전까지 천추의 한으로 남을 후회스러운 선택의 다른 결과를 볼 마지막 기회를 얻으니 어찌 절박하지 않겠는가...-_-



하지만 새롭게 얻은 기회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생을 경험한다 쳐도 현실은 죽어가는 몸뚱이에 병원 침대속 그대로이다. 바로 그 부분이 이 작품의 매력이라 생각된다. 다른 선택지의 인생이 더 없이 행복했더라도 아니면 지금보다 더한 극한의 고난의 인생이었더라도 결국 그들을 기다리는 현실은 죽음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그들이 엿본 인생의 희비와는 관계없이 그들을 짓누르던 과거의 후회를 훌훌 털어버리고 비로소 미련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생의 덧없음에 묘하게 공감하고 납득해 버린다. 



"죽어 가는 사람의 욕망이 산 자의 그것과 다르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욕망이라는 동력이 삶의 의욕을 만들 듯,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욕망을 안고 살아간다." _옮긴이의 말_457p



연명치료를 거부한 환자들이지만...그들이 삶에 대한 욕망까지 놓아버린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삶에 대한 욕망이 하루라도 더 살기 위한 욕망은 아닐 것이다. 판타지 혹은 꿈 같은 타임슬립을 통해 그들이 얻은 것은 그동안 자신의 인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확신일 것이요, 자신이 사라진 이후 남게될 가족이 행복하게 살아가리란 믿음이리라...임종을 앞둔 네 명의 시한부 환자들의 인생을 통해 작가는 비록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들이 걸어왔던 인생을 되돌아 보고 그들의 삶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다독여 주고 후회없이 떠날수 있도록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다. 죽음 앞에 선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잔잔한 감동과 울림을 남기는건 바로 그런 마음 때문이리라...



가슴 따뜻해지는 잔잔한 감동 에피소드도 있지만 추리소설 같은 반전과 배신의 긴장 넘치는 에피소드도 있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인생 자체가 진정한 스릴러아닌가...더불어 쌩초보였던 루미코가 마법의 청진기로 점차 배테랑 의사로 성장하고 마음을 열어가는 소소한 과정 역시 또하나의 재미요소로 작용한다. 적지 않은 분량인데도 순식간에 독파해 버리게 만드는 몰입감을 자랑하니...이쯤되면 '가키야 미우'도 본인의 믿고 보는 작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야 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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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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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2019년 초판)

저자 - 임성순

출판사 - 은행나무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48p



장르종합선물세트



때때로 아무생각 없이 전혀 기대하지 않고 집어든 작품에서 레전드급 재미를 경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로지 감과 느낌에 의지한 초이스와 그 감이 맞아 떨어졌을때의 기분좋은 쾌감...그리고 내겐 무명이었던 아무개 작가는 완소작가로 거듭나게 된다. 바로 이 작품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번도 들어본적 없는 처음 접하는 작가이기에 작품에 대해 어떠한 사전 지식도 없었고 오로지 띠지의 "블랙코미디, 디스토피아, 오컬트, 패러디……"라는 문구에 끌려 서평단을 신청한 책인데, 그 막연한 기대감이 완전히 적중한 것이다.



그동안 장르문학 앤솔러지나 출판사 공모에 투고했던 단편들과 이 단편집을 위해 새롭게 써낸 단편을 모아 6가지 독특한 발상의 강렬한 색체를 띈 작품집으로 독자를 맞이한다. 공포와 호러, SF를 넘나들며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선보이는 극단적 세계와 그 안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 발버둥치는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들이 무섭도록 날카로운 사회 비판의 칼날로, 웃픈 블랙코미디로, 잔혹한 크로테스크 호러로, 외로운 쓸쓸함으로...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개성넘치는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다.



1. 몰:mall:沒

군제대 직후부터 기울어진 집안을 위해 노가다 판에 뛰어든 일용직 청년에게 새롭게 떨어진 임무...정부관리자와 경찰이 지켜보는 앞에서 건물 잔해를 파헤쳐야 한다...

-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 건물 잔해를 난지도로 실어와 그곳에서 시체와 잔해를 분리했다는 짧막한 신문기사를 모티브로 쓰인 작품이라고 한다. 물론 작품안에서 '삼풍'이라는 직접적 언급은 없다. 다만 당시 엄청난 희생자를 낳았던 이 전대미문의 사고를 축소, 은폐하려는 국가의 만행과 잔혹한 현실 앞에서 멘탈이 붕괴되어가는 사회 초년생의 모습이 비극으로 가슴을 후벼판다. 대형사고 후 망각....그리고 또다시 인제로 인한 대형사고가 터지는 한국사회 특유의 무능력한 위기대응 로테이션은 이후에도 계속되니까 말이다...

 


2.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신인 미술작가들을 발굴하고 이 작품들을 부유층에 고가에 팔아넘기는 미술 브로커였던 남성은 뜻하지 않은 예술작품 탈세 사건에 연루된 후 쭈욱 내리막길을 달린다. 이혼에 파산위기에도 정신못차린 남성은 해외로 시장을 넗힌다며 미국으로 떠나고, 예술관계자들이 참석한 파티에서 우연히 기묘한 전시회에 관해 듣게된다. 프라이빗하고, 강렬하고, 위험한 전시회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에 관심이 동한 남성은 전시장을 찾아가는데....

- 영화 [상류사회]에서 특권의식을 가진 상류층 사람들이 예술의 본질을 호도하고 권력과 부의 도구로 사용하던 장면이 떠오른다...AV배우 '하마사키 마오'의 육체로 그려낸 미술작품을 보고 현웃터졌었는데, 작품 초반엔 거품이 잔뜩낀 미술업계의 현실을 냉혹하게 비판하는 사회비판물로 가는가 싶더니 비밀에 쌓인 전시회가 언급되면서 부터는 하드고어 호러로 분위기 급변한다. 후반부의 이야기는 '오쓰이치'의 단편집 [메리 수를 죽이고]에서 마지막 단편 [에바 마리 크로스]와 비슷하면서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이 떠오르는...비밀스럽고 음침하고 그로테스크한 피의 축제가 벌어진다. 예술과 오컬트 악마숭배가 뒤섞인 웨스턴 공포 단편이었다.   



3. 계절의 끝

종말학자를 남친을 위한 목숨건 단심가

- 사회비판, 하드고어를 잇는 이번 작품은 SF...무려 포스트 아포칼립스다. 의문의 사고와 함께 2년간의 겨울이 찾아오고 생존을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는 주인공 여성의 고군분투가 아련한 일상적 남친과의 에피소드라는 전혀 상반된 분위기 속에서 교차된다. 전지구에 몰아친 극한 상황과 한 생존자의 애틋한 사랑이란 급격한 갭의 차이만큼 뛰어난 몰입감과 감정이입이 되는 작품이었다. 작품속 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든 종말의 이유가 공교롭게도 얼마전 들었던 인기팟캐 '엘랑'작가의 [우주별곡]의 Ep.14~15에서 다뤘던 [대멸종 시나리오 TOP 7] 중 한가지 이유가 다뤄지니 이 어찌 신기한 우연이 아니라 할 수 있겠는가!! 단편속 종말을 야기하는 대멸종 인자는 팟캐의 몇 위일지..ㅎㅎㅎ 익숙한 소재지만 그 익숙함이 친숙함으로 다가온다. 



4. 사장님이 악마예요

악마 사장님 아이를 갖고 싶습니다!

- 이 지옥같은 시대에서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낳아 기르는건 어쩌면 지옥보다 더한 불지옥을 걷는것일지도 

모르겠다. 코믹한 사회풍자와 촌철살인 그리고 오컬트...-_- 이 작품집을 위해 쓰여진 단편인데, 급하게 쓴 탓인지 중도에 끊은듯한 결말이 아쉽다. 좀 더 딥하고 극악의 오컬트를 보여줬어도 좋았을듯...



5. 불용(不用)

마음이 구멍난 열쇠수리공의 이야기

- 6편의 단편중 가장 감성적이고 쓸쓸한 작품이다. 세상과 단절된 주인공이 유일하게 세상과 소통하는 법은 '자물쇠 없는 열쇠'를 깎는 일이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상처받고 상처받던 주인공은 급기야 가슴에 구멍이 나버리고...이 텅빈 구멍을 무엇으로 메울 수 있을까...작가 자신의 감정이 묻어있는 작품이라는 설명이 좀 더 작품을 와닿게 한다. 나의 구멍난 마음속엔 어떤 물건들이 담겨 있을지 생각해 본다.



6. 인류 낚시 통신

인류의 휴머니즘 실현을 위해...인류를 낚는다.

- 작품을 읽고 작가 후기를 보고나서야 이 작품이 [은어낚시통신]이라는 작품의 패러디(혹은 오마쥬)라는걸 알았다. 상당히 원작과 대구를 맞추려 공들인듯 한데, 원작을 전혀 모르니 100% 즐겼다고는 볼 수 없겠구나....허나 패러디의 원소스를 모른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건 없던것 같다. 패러디던 오마쥬건 비틀기던 작품을 통해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은 뇌에 때려박히니 말이다. 이번 작품의 소재는 역겨운 정치판 + 인구폭발 + 휴머니즘의 실종이란 신랄한 사회비판에 한국판 비밀결사 프리메이슨을 양념으로 얹은듯한 느낌이다. 인류 낚시 통신의 대의를 위해 일반인들 속에 암약한 이들은 과연 어떤 계략을 획책할것인가.....



"아마 모르셨겠지만 이 소설집의 콘셉트는 '니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닥치는 대로 준비했어' 입니다. ~중략~ 사실 소비자 맞춤으로 구성했다기보다는 제가 써보고 싶은, 지금까지 안 써봤던 걸 쓰려다 보니 이렇게 된 겁니다. ~중략~ '한번 해보지 뭐....' 이렇게 해서 쓰게 된 소설입니다." _작가의말_241p



매우 솔직한 작가의 변이긴 한데, 한가지 간과해선 안되는건 누구나 쓰고 싶다고 해서 다 쓸 수 있는게 아니라는 거다. -_- 다양한 장르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각 특성에 맞는 재미포인트와 그 안에 자신만의 메시지까지 녹여내는 능수능란한 필력은 그저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는 나올 수 없으리라...개인적으로 6편 모두 마음에 드는건 아니지만 이 소설집을 읽다보니 오래전 '오츠이치'의 단편집 [Zoo]를 읽었을때의 신박한 감정이 살짝 되살아 났다. 오로지 극렬한 사회비판만 있었다면 이렇게 집중하지 못했으리라. 정치, 경제, 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찰진 비판과 풍자가 문학의 마이너 장르와 성공적으로 이종교합되어 입가엔 쓰디쓴 웃음과 가슴속엔 깊은 울림을 남긴다. '임성순'이란 이름 석자가 뇌리에 박혔으니 앞으로 여러 작품들로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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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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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2019년 초판)

저자 - 커크 월리스 존슨

역자 - 박선영

출판사 - 흐름출판

정가 - 16000원

페이지 - 428p



탐욕에 눈이 멀어 양심을 내다 판 악질덕후



영국 트링자연사 박물관에서 299마리의 새 가죽을 훔쳐 달아난 '에드윈 리스트' 사건을 수년간의 추적과 자료수집, 인터뷰를 통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논픽션 실화 [깃털도둑]이 출간되었다. 본인은 정식 판본 출간전 사전 서평단에 참여했었고, 운좋게 가제본으로 먼저 읽어볼 수 있었다. 머...깃털 도둑이라는 제목만 봤을땐 상식적으로 조류중에 아름다운 깃털을 가진 종이 있고(공작새처럼..) 그 아름다운 무늬에 매혹되 박물관까지 침입하여 새 가죽을 훔쳤나보다....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작품을 읽고 나니 차라리 조류의 아름다움에서 비롯된 절도가 오히려 낫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_-;;;;; 



덕후...어떤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소위 매니아를 일컫는 말이다. 요즘엔 긍정적인 의미로 순화되었지만 얼마전만 해도 폐쇄적이고 편집증적인 모습에 비정상적인 광기를 지닌 사람이란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던 말이다. 이런 덕후들은 일단 뭔가에 한번 빠지면 정말로 미쳐버리는데 점찍어둔 컬렉션을 소장하기 위해 불법도 서슴치 않는 집착적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에드윈 리스트'가 이 미친 덕후였던 것이다....



트링 자연사 박물관에는 찰스 다윈의 라이벌로 아마존에서 수많은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각종 생물들을 연구하고 표본을 수집한 박물학자 월러스의 표본자료들이 소장되어 있는 곳이다. 월러스는 아마존의 생태를 연구하며 다윈과 마찬가지로 생물의 선택적 진화를 도출해낸 생태학자인데, 그는 극락조를 비롯하여 집까마귀, 푸른채터러 등 평생모은 수천종의 표본 자료들을 인류의 과학발전을 위해 트링 박물관에 기증한다. 



"지구의 역사를 공부하고 이해하는 데 분명 활용 가치가 있을것입니다. 새 가죽에는 과학자들이 아직 묻지 않은 질문에 대한 답이 숨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철저히 보호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by 월러스



그로부터 100년 뒤...2009년 6월 23일밤...가로등이 비치지 않는 뒷골목에 한 남자가 트링박물관 창문을 깨고 그 틈으로 숨어든다. 그가 도착한 곳은 조류보관실...서랍에 보관중이던 집까마귀 47마리, 왕극락조 37마리, 케찰 39마리 등등 16종, 총 299마리의 새가죽을 돌돌 말아 트렁크에 훔쳐 넣고 유유히 뒷골목으로 빠져나와 기차를 타고 자신의 하숙집으로 귀가 한다. 그로부터 한달뒤에야 새가죽 도난을 발견한 박물관 큐레이터는 그제서야 도난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고 범인을 찾으려 하지만...남아있는 증거는 이미 사라진 뒤...우리의 범인은 사건 며칠뒤부터 이베이 같은 온라인 사이트에 훔친 가죽을 버젓이 올리고 수만달러의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지만 영국경찰은 범인의 실마리조차 잡아내지 못하는데.....-_-;;;



나도 절판된 SF서적들을 온/오프라인 헌책방들을 이잡듯이 뒤지며 찾아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SF의 불모지였던 과거 찍어낸 초판본도 적고 인기가 없어 바로 절판조치되면 시중에 풀린 도서는 몇 안되니, 영문판을 읽을 능력이 되지 않는한 그 책을 구해야만 작품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빌리면 된다고?...'내'것이 아닌 '남'의 책은 가치가 없다. 그래...그렇게 SF도서 덕후가 되버린다. 구하다 구하다 못구해 눈만 감으면 그 책이 머리속에서 멤돌땐 정말로 도서관에서 대여한뒤 분실 손망처리라도 해서 그 책을 취득해야 겠다고 떠올린적도 있었다. (다행히 그정도로 이성을 잃은적은 없었다.) 남들에겐 그저 재미없는...그래서 더럽게 안팔려 절판된 허황된 공상과학에 왜저리 목숨을 거냐고 손가락질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런 말을 들은적도 있다.) 그래서일까...트링자연사 박물관에서 인류의 진귀한 생물학 자원 299점을 훔친 도적 '에드윈 리스트'의 행태에 대차게 욕을 하면서도 그 마음만은 공감할 수 있었던건...ㅠ_ㅠ



그래...이제 '에드윈 리스트'가 어디에 빠져있었는지 이야기 할때가 왔다. 사실 논픽션인 만큼 작가는 책의 서두에 이미 '에드윈'이 무슨 덕후인지 밝히고 있으나 혹시라도 스포일러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길 바란다.



좀 된 영화인데,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흐르는 강물처럼]을 아는지?...아름다운 자연...흐르는 강물속에 들어가 플라이 낚시를 하는 그림같은 장면이 인상적인 영화다. 플라이(fly) 물가에 사는 곤충이나 벌레 등의 모양으로 만든 미끼를 물고기가 있는 수면으로 날려 물고기를 유인해 낚는 방식을 플라이 낚시라고 하는데, 그중 플라이를 직접 만드는 것을 타잉이라한다. 특히 연어잡이 플라이는 화려하고 복잡한 모양으로 타이어들의 관심을 받는데, 이 연어 타잉에 새의 깃털을 재료로 사용한다. 특히 이미 멸종된 조류의 깃털을 많이 사용할수록 타이어들의 관심과 부러움을 한몸에 받으니...희귀조류의 깃털에 플라이 타이어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하는 것이다...-_-;;;; 인공염색을 한 깃털을 사용하면 되는것 아니냐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그들은 말한다. 인공깃털은 진짜가 아니라고...진짜 깃털을 사용해야만 진짜 가치있는 플라이가 되는거라고...(이건 뭐...나랑 똑같잖은가...ㅠ_ㅠ)



플로리스트 였던 '에드윈'은 어릴적부터 플라이 타잉에 남다른 재능을 발견하고, 세계적 타잉 대회에서도 입상하면서 플라이 타잉계에 입성한다. 자연스레 타잉계에서 부와 명예를 안겨주는 수천달러를 호가하는 깃털들에 매혹되지만...집안사정은 여의치 않다. 그런데 트링박물관에서 그가 애타게 찾아해맨 새가죽이 그것도 수백개의 새가죽이 서럽속에 잠자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갖고 싶은데...눈앞에 수백개의 새 가죽이 놓여있는데...손델 수 없는 절망감...그렇게 깃털에 눈이 먼 '에드윈'은 음악대학교 졸업을 몇 달 앞두고 돌이킬 수 없는 절도짓을 실행해 버리는 것이다...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는 생태적 표본들을 말이다...덕후 대 덕후로서 희소성 넘치는 레어에 대한 집작과 열망은 십분 이해하지만, 정말 골때리고 허무한건 경찰의 수사과정과 뒷이야기들이다. 그릇된 욕망이 불러온 대참사...그리고 집단 이기주의속에서 현실을 외면하고 광기에 휩싸이는 사람들을 통해 냉소조차도 나오지 않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혼자 똥을 수집하면 그건 그냥 미친놈이다. 그런데 그 똥 모으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여 참여하고 기괴한 모양의 똥에 열광하면 그건 새로운 문화가 되고, 새로운 시장이 개척된다. 남들은 전혀 이해 못하지만 덕후들의 바운더리 안에서는 신으로 군림할 수 있는 그곳...정말로 골때린 사실은 깃털까지 훔친 플라이 타잉 덕후 '에드윈'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실제 플라이 낚시는 커녕 강가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_-;;; 삼십년...사십년전도 아니고 바로 십년전에 일어난 사건이라니...세상은 참으로 요지경이고 덕후의 세계는 심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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