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빌려드립니다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60
알렉스 쉬어러 지음, 이혜선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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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빌려드립니다 (2019년 초판)_청소년 걸작선 60

저자 - 알렉스 쉬어러

역자 - 이혜선

출판사 - 미래인

정가 - 11000원

페이지 - 284p



초저출산 시대에 경고를 날리는 디스토피아 SF



엄선된 청소년 SF를 출간하는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이 어느덧 60번째를 맞이했다. 청소년, 영어덜트를 대상으로 하지만 깊이 있는 주제의식이나 충분히 실현될법한 민감한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는 비단 청소년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한번쯤 숙고하게 만드는 의미있는 SF시리즈라 생각된다. 이번 작품 역시 고령화, 저출산, 불임등 현재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불안요소들이 시간이 흘러 극대화 되었을때 과연 어떤 세계가 그려질지 이야기하는 디스토피아 미래소설이다. 현대 의학기술은 끝없이 발전하여 인간의 기대수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조만간 100세 시대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제 한 몸뚱이 건사하기도 힘든 경쟁시대에서 아이를 낳는건 웬만한 결심이 아니면 힘든 사회가 되버렸고, 결국 출산율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처 1%대를 밑도는 초저출산 시대를 맞이한다. 자연스럽게 인구분포는 태어나는 아기들보다 노인인구가 많아진 역피라미드 초고령화 시대가 도래하고 이로인한 각종 문제들이 여기저기 터져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이 이야기는 한발짝 더 깊숙이 들이밀며 시작된다. 



초고령화 시대 노화에 대한 끈질긴 연구 끝에 드디어 인간의 노화를 정복하고, 노화 억제제를 통해 인간은 젊은 몸뚱이로 200살 이상의 수명을 누리게 된다. 다만 노화 억제제도 노화를 늦추는것일뿐 죽음 자체를 정복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약을 복용하고 더이상 외모로 나이를 가늠하는 시대는 끝이 난다. 그러나 인간의 수명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의 불임은 가속화되고, 어느새 임신 성공률은 0%에 수렴한다. 아기를 본 기억이 희미해지고, 자신이 낳은 자식을 키우는 행위에 대한 갈망이 극에 달할즈음...아이 시간제 대여업이 선풍적 인기를 누린다. 어린아이를 반나절 혹은 하루동안 임대하여 가상 육아 체험을 하는 체험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전국의 아이들이 대여업을 노리는 유괴범에게 유괴당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유괴당한 뒤 도박판에서 판돈으로 걸렸다가 대여업자 디트에게 넘어간 소년 테린도 대여소년이 되는 운명을 맞게된다. 생판 처음 보는 집에 들어가 처음 보는 아주머니에게 엄마라 부르며 그들의 모성본능을 한껏 자극하고 돈을 받아오는 테린은 점차 거짓 연극놀음에 염증을 느끼고, 주인인 디트의 눈을 피해 도주의 기회를 엿보고, 테린의 생각과는 관계없이 디트는 테린이 성장하여 상품가치가 없어지기 전에 외모의 노화 없이 평생 아이의 몸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피터팬 이식 수술 소위 피피 이식수술을 강제로 시키려 하는데.....






실로 무서운 상상의 미래세계이다. 가뜩이나 아이키우기 어려운 사회로 출산률은 바닥이고 방사능, 환경호르몬 같은 오염에 노출되 실제로 시간이 지날수록 불임부부가 늘어나고 각종 불임 클리닉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실정인데, 이 극악의 상태가 지속된다면....정말로 아이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보다도 힘든 세상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아이를 갖고 싶은 부모의 열망 그리고 단 한번이라도 모성을 느껴보고 싶은 절박한 부인들의 마음이 너무나 와닿기에 이 아이와 엄마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잔인한 아이 대여업이 필수불가결이 되는 상황이 이해된다. 다만 모성의 본능을 이용하여 돈벌이를 하고 이를 위해 피피 이식수술(늙지 않는 수술)을 받지 않은 진짜베기 아이를 유괴하기 위해 혈안이 되는 미처버린 광기의 세상이 공포를 자아내기도 한다. 



진짜베기 소년 테린의 눈을 통해 바라본 피피 이식 수술을 받은 어른아이들의 모습을(아이의 몸으로 술담배를 즐기고, 욕설을 날리는 모습) 보면서 영생에 대한 욕망, 죽음과 노화에 대한 두려움이 극에 달했을때 어떤 기형적 세상이 도래하는지 단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었다. 지금 이순간 현실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적 이슈이기에 작품이 전하는 우려와 충격은 좀 더 컸던것도 같은데... 이상태로 몇세대가 지나게 되면....과연 이 작품을 단순히 픽션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유괴된 소년 테린의 가족 찾아 삼만리를 그리고 있지만 현실을 기반으로 한 섬뜩한 세계가 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는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가슴을 찌른다.... 



덧 - 작품과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고령화 시대를 그리는 '가키야 미우'의 [70세 사망법안 가결], '야마다 무네키'의 [백년법], '마이니치 취재반'의 [간병살인]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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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 - 윤자영 연작소설 한국추리문학선 5
윤자영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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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당탐정사무소사건일지 (2019년 초판)_한국추리문학선5

저자 - 윤자영

출판사 - 책과나무

정가 - 13800원

페이지 - 440p



나승만 X 당승표 크로스!!



한국추리작가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고등학교에서 생물과학을 가르치는 추리소설 쓰는 과학선생님 '윤자영'님의 [교동회관 밀실 살인사건]의 속편이 출간되었다. 얼마전 추리동호회 정모에 참석하여 작가님을 실제 뵙고 잠깐이지만 술잔도 나누면서 '윤자영업자'님께 영업당한 책인데, 전작을 읽지 않았음에도 크게 무리 없이 각각의 단편속에 (현직 교사이기에 알 수 있는) 번뜩이는 트릭과 재치가 담겨있는 작품이었다. 추리소설 작가에서 전작의 정선 폐교 사건을 계기로 탐정으로 전업한 청년 당승표와 경찰 생활을 퇴직하고 당승표와 함께 탐정 사무소를 차린 나승만, 그리고 고등학교 과학 선생을 때려치고 탐정사무소에 들어온 김민영까지....이 개성 넘치는 세 명이 꾸려나가는 나당탐정 사무소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으니...그들의 질풍노도 사건일지속으로 빠져든다.



1. 시체고치 - 도르래 살인사건 

머리와 양 팔을 제외하고 빨랫줄로 고치처럼 말린 상태로 이중 도르래에 목이 메달려 죽은채 발견된 두 구의 시체....그들의 이마엔 각각 No.1 , No.2 라는 넘버링이 쓰여있다. 경찰은 추가 살인을 우려하여 수사를 하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내지 못하고, 경찰서 이세민 팀장은 나당탐정사무소에 해당 연쇄살인 사건의 해결을 부탁하는데....

- 1교시 물리시간. 이중 도르래와 도르래가 지탱하는 무게가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 하지만 학창시절 난 물리가 젬병이었지...-_-;;;; 처음 만난 나승만과 당승표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던 단편이다. 과학선생님의 물리 트릭 역시 신선하게 다가왔다는...

 


2. 황 영감 살인사건

흉기로 16번 찔린채 발견된 졸부 노인이 발견되고, 경찰은 노인의 유산을 노린 아들을 유력 용의자로 체포한다. TV로 검거소식을 접한 당승표는 사건 자체에 흥미가 생겨 나승만과 함께 사건이 발생한 지방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노인 살인사건과 함께, 한 일진 고등학생의 추락 자살사건의 진상에 대해 밝혀달라는 학생 엄마의 의뢰를 받는다. 각기 다른 사건, 두 구의 시체 그리고 하나로 이어지는 사건의 진실......

- 2교시 도덕시간. 남을 괴롭히는 사람은 벌을 받는 법이란 인생의 진리가 담긴 작품이다. 서로 다른 사건이 하나로 이어지면서 각 사건의 트릭을 풀어내는 열쇠로 작용할때 추리문학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이 단편에서 추후 탐정사무소 크루로 들이게될 김민영 선생과 재회 한다.(전작에서 먼저 출연했던것 같다.) 다 좋았는데, 한가지 아쉬운건 노인 살해방법이 조금은 번잡스러웠달까...-_- 

 


3 의문의 도박판 사건 

무더운 여름 탐정사무소를 찾아온 김노인은 노름빚으로 잃은 판돈 10억을 되찾아 달라는 의뢰를 한다. 이에 의뢰를 수락하는 당승표는 곧바로 도박판에 찾아가 사기 수법을 배우며 타짜 공부를 시작하고, 마침내 오함마를 든 나승만과 함께 20억 판돈이 걸린 역대급 도박판을 시작하는데.....

- 3교시 IT(정보통신기술)시간 -_-;;;;. 잠시 쉬어가라는 작가님의 배려인가. 나당판 타짜가 펼쳐지는데, 타짜와 유사한 전개로 흘러감에도, 등장인물이 도박을 벌이는걸 그저 눈으로 쫓기만 하는데도 또다시 심장을 쪼아대며 손에 땀을 쥐는 스릴과 긴장감을 선사하니...이래서 도박은 중독이다....



4. 김민영 탐정 데뷔 사건 

드디어 연금이 빵빵한 평생직업 선생을 때려치고 미래가 불투명한 나당탐정사무소로 입사하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해버린 김민영 신입 탐정의 첫 의뢰는 한 유치원 소년의 친자확인 의뢰이다. 손녀가 다니는 유치원에 같은 반 소년이 아무리 봐도 자신의 아들과 닮았다고 여기는 노모는 이 소년이 아들의 핏줄인지 아닌지 확인해 달라고 외뢰하는데.....

- 4교시 생물시간. 현직 생명과학 교사인 작가님의 생생한 생물학 지식과 자세하고 구체적인 난임 시술에 대한 지식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 작품이다. 엇갈린 사랑...그리고 빗나가 버린 사랑의 화살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되돌아 오는 씁쓸한 작품. 실제로 유사한 사례가 종종 보도되곤 했으니, 충분히 발생 가능한 일인듯....

http://imnews.imbc.com/weeklyfull/weekly04/2985546_17957.html



5. 왕 게임 사건 

전작의 보스 사이코킹 구요동이 감옥에 들어가고, 그의 아들 구민기는 복수의 칼날을 간다. 구민기가 보낸 사자는 당승표에게 트럼프 왕 게임을 제안하고, 당승표는 흔쾌히 수락하는데....

- 5교시 더 지니어스 복습. tvN에서 방영되었던 게임쇼 [더 지니어스]에서 소개되었던 왕 게임이 작품에서 재현된다. 역시 구라와 실화를 구분할 수 없는 타짜들의 두뇌싸움이 펼쳐지고 짜릿한 승부 뒤에 남은 것은.....



6. 최후의 대결 

바로 구민기의 초대장이었다. 사이코킹의 복수를 위해 구밀복검한 사이코썬(SON)이 준비한 것은 그 유명한 공포핫스팟 곤지암 정신병원....나승만을 인질로 삼고 나승만을 구하려면 정신병원에서 벌어지는 추리게임에 승리해야만 하는 당승표와 김민영은 동료를 구하기 위해 목숨건 위험한 게임에 참가한다....

- 6교시 사회시간. 얼마나 사이코이길래....아들까지 이런 미친짓을.....-_-;;; 어쨌던, 폐쇄된 공간, 각자에게 돌아간 게임의 룰이 적힌 쪽지 그리고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대망의 클로즈드 서클이 대단원의 막을 장식한다!!!



각각의 단편이 유기적으로 이어질뿐더러 크게는 전작 [교동회관 밀실 살인사건]과도 이어지는 연작소설이라 전작을 읽고 봤으면 좀 더 재미있게 즐기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뭣보다 생물, 물리, IT기술 등등 현업에서 얻은 과학적 지식들과 교사로서 얻은 에피소드들을 트릭으로 녹여내 살을 붙이고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방식이 전형적인 탐정추리작품의 진부함을 날려버리고 신선함으로 다가오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여 좋았다. 역시 경험이 가장 커다란 재산이랄까...1번 작품과 2번 작품의 실제 경험에서 우러 나오는 트릭의 해법은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이해됐던것 같다.

현직 사이언스 티처다운 미사여구를 배재한 직설적 문체와 간결한 플롯이 속도감을 높이고 더불어 전형적인 캐릭터의 정의관을 벗어나 돈과 연루되면 비상한 머리회전을 보이며 실리를 챙기는, 영화 [타짜]의 능구렁이 같은 '너구리'가 생각나는 나승만과 이상한 부분에서 츤데레를 발산하지만 잔혹한 사건을 만나면 감정이 결여되는 당승표 같은 캐릭터의 역발상적 설정도 기존 작품들과는 다른 새로운 맛을 선사한다. 물론 트릭을 위해 덧붙인 이야기가 녹아들지 않고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작품도 눈에 띄었지만 전반적으로 오랜만에 시간가는줄 모르고 즐긴 한국 탐정추리물을 본 것 같아 만족스러웠고, 이어서 싸이코썬(이 아닐지도...-_-;;;) 김민식과의 최후의 결전이 펼쳐질 속편 [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가 기대된다.



각 단편을 통해 인간 본연의 뒤틀리고 비뚤어진 욕망에 휘둘리는 타락한 인간군상들을 그려내지만 암울하다기 보다는 경쾌하게 읽히는 이유는 죄 그 자체에 중심을 두고 처벌하지 않고 각각의 사정에 따라 용서과 관용을 베푸는 당승표의 따뜻한 마음이 뒷받침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런 당승표의 모습에서 서글서글하고 친근감 넘치는 작가님이 겹쳐보였다면 무리수일까...-_-;;; ㅎ 어쨌던 다음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한번 작가님과 술자리를 가질 기회가온다면 그땐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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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변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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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변화 (2019년 초판)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권일영

출판사 - 비채

정가 - 13800원

페이지 - 410p



나를 나로 규정짓는 조건



사회파 제왕 '히가시노 게이고'가 또 돌아왔다. 안그래도 내는 작품의 속도도 빠르고 출간된 작품도 많은데 2005년 [변신]으로 출간 후 14년만에 출판사를 달리하여 새로운 이름, 새로운 옷을 입고 출간되니, '게이고'월드는 끝도 없이 확장되는구나 -_- 어쨌던, 1994년작으로 15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현재의 미스터리 트렌드와 비교하여 위화감이 없고 오히려 '게이고'만의 서스펜스가 폭발하고 있으니 실로 대단한 작가임엔 분명한듯...



부동산에 들이닥친 권충강도는 사람들을 위협하며 돈가방에 돈을 담으라고 종용한다. 우연히 강도사건에 휘말린 청년 나루세는 가만있으라는 강도의 말을 어기고 도망치려는 어린 소녀를 목격한다. 강도 역시 소녀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권총의 총구가 소녀를 향하는 순간....몸을 날려 소녀를 보호한 나루세....탕!.....정신을 차린 나루세는 자신이 병원에 있음을 깨닫는다. 오랜시간 병원에서 의사들의 관심속에 재활치료를 하던 나루세는 자신이 강도가 쏜 총에 머리를 얻어맞아 죽을뻔했고, 가까스로 때마침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한 청년의 뇌를 이식받아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사고를 담당하는 뇌의 일부분을 타인의 뇌로 이식받은 나루세의 수술 후 경과는 놀랍도록 좋아졌고, 마침내 퇴원하여 집에 돌아가게 된다. 사고전부터 교재해오던 메구미와의 감격스러운 재회이후 언제나 그렇듯 메구미를 모델로 그림을 그리던 나루세는 전과는 다른 메구미의 모습에 혼란스러워 하는데......



내가 나일 수 있는 이유....이번 작품에서 '게이고'가 던지는 질문은 나를 나로 규정짓는 조건은 무엇인가? 라는 정체성의 탐구이다. 사실 나온지도 오래된 작품이거니와 출판사에서 공개한 플롯만으로도 작품 전반의 줄거리가 충분히 파악되리라. 장르 영화, 소설 등등 매체에서 수없이 사용되었던 장기이식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제목이 기억나지 않지만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주인공이 점차 귓가에 들리는 정체불명의 목소리를 듣고 범죄를 저지르는 내용의 작품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 당시 작품을 읽고 사람의 영혼이 깃든 곳이 심장이라는 의미를 담은 작품이라 생각했었던것 같다. 하물며 심장만 바꿔도 영혼이 바뀌느니 어쩌느니 하는데 사고와 기억과 논리를 관장하는 뇌가 타인의 뇌로 바뀐다니....-_-;;; 외면만 그대로면 뭣하나 내면은 쌩판 남인것을....이건 다른이의 혼령이 씌인 빙의와 다름 없는것 아닌가...



소심하고 평화주의자였던 나루세가 수술 이후 점차 브레이크가 파열된 자동차처럼 광폭해지고  분노조절장애로 극단적 행동을 서슴치 않는 모습을 보면서 뇌를 제공한 도너의 정체와 나루세가 겪게 되는 혼란이 불을보듯 뻔하게 예상되는데 이런 진부하다면 진부한 설정임에도 시시각각 더해가는 서스펜스와 페이지를 순삭케 만드는 극강의 가독성은 오히려 '게이고'의 여타 작품들보다 뛰어나니..이 무슨 아이러니한 상황인지 모르겠다만, 점차 자신의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는 자의식과 강렬한 폭력성으로 자신을 독점하는 타의식의 대립과 그사이에 휘둘리는 나루세의 혼란스러운 심리가 휘몰아치면서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스토리, 반전, 결말이 전부 예상되면서도 이렇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니....이런 경험은 또 처음인듯....



내 머리속을 점거하고 있는 의식의 충동에 의한 행동은 나의 책임인가? 실체 없는 타인의 책임인가?...실제로 실현가능한 이야기인진 모르겠으나 날로 발전해가는 의학기술로 볼때 언젠가는 논란이 될 수도 있는 문제이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24인의 인격을 가진 '빌리 밀리건'이 무죄를 선고 받았듯 나루세의 경우도 만약 법정에 서게된다면 무죄를 선고 받을 수 있지 않을까...생존을 위한 마지막 방편이었겠지만 누군가가 내머리속을 휘저으며 서서히 주도권을 쥐어간다고 생각했을땐 너무나 불쾌하고 몸서리처지게 싫을것 같다. 이제 14번째로 읽는 '게이고'의 작품인데, 아직도 읽지 않은 수십편의 작품이 남아있으니...ㅎㅎ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덧 - 비슷한 설정으로 인간의 뇌하수체와 생식기를 개에게 이식한 뒤 벌어지는 일을 그린 러시아 풍자SF '미하일 불가코프'의 [개의 심장]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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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대기 - 택배 상자 하나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 보리 만화밥 9
이종철 지음 / 보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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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대기 : 택배 상자 하나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 (2019년 초판)_보리만화방 9

그림 - 이종철

출판사 - 보리

정가 - 15000원

페이지 - 283p 



꿈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까대라!!



가대기 : 창고나 부두에서, 인부들이 쌀가마니 같은 무거운 짐을 갈고리로 찍어 당겨서 어깨에 메고 나르는 일. 또는 그 짐.


하루 이틀...아니 반나절 작업만으로도 두손 두발 다 들고 도망쳐버리는 극한의 육체노동. 택배 상하차 알바의 생생한 모습을 담은 만화가 출간되었다. 본인은 택배 상하차 알바는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한창 혈기왕성한 20대때 용돈벌이나 할겸 작은 접이식 상이나 CD진열장등을 창고에 내리고 싣는 까대기 알바를 경험한 적이 있다. 40톤짜리 컨테이너안에 빽빽하게 가득 실린 10~20키로짜리 박스들을 까대고 또 창고에 있던 박스들을 실어나르다 보면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팔근육은 찢어질듯 비명을 질러대며 어디라도 당장 도망가버리고 싶은 충동이 셈솟지만,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쉴틈없이 레일을 타고 쏟아지는 박스더미는 사고 자체를 마비시키고 노동하는 기계로 만들어 버린다. ㅠ_ㅠ 결국 이틀만에 사장의 욕을 들어처먹으며 그만뒀는데...-_-;;; 웃긴건 군대에 입대하고 1종 보급병 보직을 받고 한달에 한번씩 4.5톤 트럭에 가득실은 수백가마니의 쌀가마니 까대기를 입소한 그날부터 제대까지 했다는거....허허....꽃같은 청춘에 짙게 드리운 까대기의 그림자여...머...혈기왕성한 청춘시절에 이런저런 이유로 노가다나 까대기 한번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만은...요즘은 없을지도 모르려나...;;; 어쨌던...극악의 상하차는 아니지만 나름 까대기 경험자로 이 만화의 출간소식을 접하면서 호기심이 일기도 하고, 십수년전의 꿈에 부풀어 있던 청춘시절이 떠오를것 같기도 한 마음에 책을 펴들었다. 



포항에서 태어난 작가는 (배고픈) 만화가의 길을 걷기로 작정하고 성인이 되어 훌쩍 짐싸들고 서울로 향한다. 얼마안되는 가진돈으로 낡디 낡은 셋방을 구하고 만화를 그리려 하지만 다달이 다가오는 월세와 녹록치 않은 생활비에 쪼들리고, 결국 아침일찍 시작하여 오전중에 끝나는 택배 상하차 알바를 구하고 오후에 만화를 그리기로 마음 먹는다. 그렇게 극한의 까대기 육체노동을 경험하고, (본인과는 달리) 때려치고 싶은 충동을 극복하고 하루 하루 까대기를 한지 어언 6년....거쳐간 택배회사가 다섯 군데에 이를 동안 자신이 직접 경험한 땀흘린 노동의 가치와 냉혹하고 냉정한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돌아가는 택배업계의 실상 그리고 그 열악한 환경에서도 가족을 위해 '오늘도 참는다'를 되뇌이며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는 택배기사들과 트럭 운전사들의 모습을 그려내리라 마음먹고 그렇게 이 [까대기]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옥천 버뮤다, 명절 물량 폭탄, 김장철 절인배추 상자들, 조그만 충격에도 뻥 터져버리는 무시무시한 김장김치 폭탄, 40키로짜리 쌀가마니 무더기, 비올땐 젖을까봐 불안, 눈오면 길이 미끄러워 불안, 촌각을 다투는 배달 시간....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룡 택배사의 물량 독점으로 기사에게 배정되는 택배물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지만 한건당 수수료는 7~8백원 가량....그나마도 배송중 파손을 택배기사가 배상하고 고객의 크레임이 늘면 벌점까지 받게되는 불리하고 열악한 근로조건....그럼에도 그만두지 못하고 아프다고 쉬지도 못하고 일하는 이유는 뭐다?....그게 유일한 돈줄이니까...ㅠ_ㅠ 그저 젊었던 청춘시절을 회상해 보고자 집어든 책인데 의도와는 달리 여기에서도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노동의 현실이 날카롭게 훅 치고들어와 폐부를 후벼판다. 



택배 상하차, 배달이 정말로 힘들다는건 얼핏 알고 있었지만 만화에서 펼쳐지는 실상은 나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극한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꿈을 위해 6년의 인고의 시간을 버틴 작가님의 인내심과 열정에 그리고 지금 이시간에도 피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을 관계자분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하나 하나의 택배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저마다의 벽을 깐다.

벽을 깐다...'


 

'함께 그 벽을 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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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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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링미백 (2019년 초판)

저자 - B. A. 패리스

역자 - 황금진

출판사 - 아르테 (arte)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94p



날 가지려면 죽여줘



[비하인드 도어][브레이크 다운] 단 두편으로 메리지 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줬던 작가 'B. A. 패리스'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심리스릴러의 여왕답게 이번 작품도 절박한 상황에 놓인 여성의 밀도있는 심리묘사가 펼쳐지는 스릴러 일거라 생각하고 책을 들췄는데, 보기좋게 빗나가 버렸다. -_- 전작들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은 '남친'이었다.



메리지 스릴러에서 언제나 공식처럼 통용되어오던 돈많고 매너좋은 남친 혹은 남편, 하지만 완벽한 외면에 감추고 있는 본성은 그야말로 사악하고 악랄한 사이코패스라는 설정을 처음부터 반전시킨 것이다. 사실 심리 스릴러 그중에서도 메리지 스릴러는 캐릭터의 설정만 다를뿐 어느정도 기본틀은 그대로 가져가는 장르이다 보니 여러 작품에서 비슷비슷한 자가복제적 느낌을 지울수가 없는데, 그런면에서 볼때 이번 [브링 미 백]은 메리지/로맨스 스릴러의 기본 공식을 깨는것과 동시에 작가의 전작들과도 다른 성격의 시도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물론 남친을 주인공으로 치명적 악녀와 일전을 벌이는 '피터 스완슨'의 [아낌 없이 뺏는 사랑]도 있지만 어쨌던 이 작품은 결말까지 따져본다면 전에는 보지 못했던 신박한 설정의 작품임은 분명한듯 하다.



어쨌던...그래서 우리 주인공 핀의 이야기는 이렇다.


영국에서 펀드매니저로 돈꽤나 만지는 젊고 잘생긴 청년 핀은 1월 1일날 시골에서 막 상경한듯 보이는 촌스러운 매력녀 레일라와 만나고 순박한 매력에 바로 사랑에 빠진다. 어찌저찌 레일라의 마음을 뺏은 핀은 그녀와의 결혼을 꿈꾸고 프랑스로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여행 내내 시무룩해 보이는 레일라....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이유를 케묻던 핀은 레일라의 고백에 커다란 충격을 받는다. 그녀가 여행전 핀을 두고 다른남자와 섹스를 했다는 것이다. 소위 뚝배기 깨지면 이성이 마비되고 폭력성향을 보이던 핀은 레일라의 고백에 뚝배기가 산산조각 나고...차에 타고 있던 레일라를 끌어내려 미친듯이 흔들어댄다. 그리고 주먹으로 치려는 찰나.....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화장실에서 마음을 진정하고 가보니......레일라가 없다....-_- 그 어디에도.....



그로부터 12년 뒤....

장기실종에 따른 사망처리가 된 레일라의 장례식장에서 레일라의 언니 앨런과 만난 핀. 동생과는 또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앨런과 사랑에 빠지고....그렇게 (꿩 대신 닭?) 앨런과 교제하던 핀은 주변사람들에게 앨런과의 결혼을 발표한다. 그런데...결혼 발표 이후부터 앨런과 핀이 함께 사는 집 주변에 놓여있는 마트로시카 인형...그 인형은 실종된 레일라가 갖고 있던 인형과 똑같은 인형이 아닌가....처음엔 누군가의 장난일거라 무시하던 핀은 계속되어 발견되는 인형에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인형과 함께 날아온 메일 때문에 지독한 혼란에 빠진다.


'레일라와 만나고 싶다면 앨런을 죽여줘!'



12년 전 사라진 레일라....그리고 12년 후 나타난 마트로시카 인형....

사라진 레일라인가? 아니면 그녀의 실종의 비밀을 알고 있는 누군가인가?!!!!



12년 만에 나타나 핀을 압박하는 정체불명의 협박범도 스릴의 요소지만 그것 둘째치고 개인적으로 작품에 동화되어 감정이입했던 요소는 바로 이거다. 


12년전 2년동안 미치도록 열광적으로 사랑했던 치명적 매력의 레일라 VS 현재 결혼 예정인 지고지순한 현모양처감 앨런...


당신이 핀이라면 과연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ㅋ 남초 사이트에 가면 이런 류의 VS질문이 많이 올라오는데, 예를들면 이런거다. '한가인 VS 김태희 둘중 사귈 수 있다면 누구와 사귀겠는가?' 떡줄사람은 생각도 않하는데 괜히 진지하게 둘 사이를 고민하고 있는 모태솔로 독거노인들....-_-;; 그런데 본인이 이 작품을 읽으며 어느새 레일라(진짜 레일라 인지 아닌지는 차치하고서라도)와 앨런을 밀리그램 단위까지 저울질 하고 있는것 아닌가!!! 친자매를 사이에 두고 이렇다 저렇다 선긋기를 못하고 갈팡질팡 왔다리 갔다리 흔들리는 핀의 모습이 우유부단 혹은 어장관리 하는것 같아 답답하면서도 왠지 은근히 공감되는 미묘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게 만든다. 개인적으론 이 재미가 쏠쏠한 작품이었다는...



결말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생각지도 못한 깜놀할 반전을 마련해놓고 있는데, 딱 반전과 마주했을때 쉬이 납득되지는 않았으나 실제적으로 유사 사례가 있는 케이스인 만큼 차근차근 생각해보면 그랬을 수도 있겠다고 수긍되어졌고 결말의 비극적 안타까움이 더해진듯 하다. 불쌍한 XXX여...ㅠ_ㅠ 'B. A. 패리스'의 팬이라면 실망시키지 않을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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