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여성구락부
김재희 지음 / 코핀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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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여성구락부 (2019년 초판)

저자 - 김재희

출판사 - 코핀북스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00p



움츠러 있던 경성의 아낙들이여 일어나라!



(이 얘길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겠지만) 얼마전 참석했던 한국추리소설협회 + 추리소설마니아 정모에서 함께 술잔을 기울였던 '김재희'작가의 신작이다. 당시 술자리에서 짧막하게 캐쥬얼한 좀비 시대극을 탈고했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바로 그 작품이 책으로 출간된것이다. 사실 제목만 봤을땐 작가의 근간 [경성탐정 이상 4]에 실린 일곱번째 단편 [마리 앤티크 사교구락부]의 스핀오프(?) 겪의 작품일거라 예상했는데 실상은 귀부인들의 자존심을 앞세운 질투와 그녀들의 고급스런 취미생활을 비추는 사교구락부로서의 외적인 측면은 흡사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깊숙한 속내는 전혀 다른 상반된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당시 작가님께 듣기로는 좀비 시대극이라고 전해 들었지만 그렇게 한마디로 간단히 정의할 수 있는 장르의 책은 아니었으니, 사회파추리, 페미니즘, 역사시대극, 독립운동, 좀비, 사이킥 등등등 이 모든 장르적 요소들을 판타지라는 그릇에 담아낸 작품이었다. 좀 말이 안되면 어떠랴...판타지는 어떠한 설정도, 상상도 모두가 허용되는 장르가 아닌가. ㅎ 일제치하의 암울한 시대안에서 이렇게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은 결코 흔치 않으리라 생각한다.



신문사 사주인 남편을 둔 반설아는 자신을 지독히 학대하는 남편을 견디다 못해, 강도사건으로 조작하여 남편에게 쌍칼침을 놓아 저세상으로 보내버린다. 형사는 반설아를 범인으로 의심하지만 결정적 증거가 없어 심증만 굳히고, 설아는 남편이 운영하던 신문사의 새로운 사주로 취임하면서 사장실이 아닌 수습기자로서 일을 시작한다. 신문사 선배들의 은근한 무시와 차별속에서 힘겹게 일을 배우던 설아는 우연히 어릴적 친구 윤민주와 재회하게 되고, 윤민주의 소개로 경성여성구락부에 가입하게 된다. 부잣집 여식부터 보헤미안 스타일의 여장부까지 다양한 여성들이 모여 강의도듣고, 사격연습도 하는등 구락부를 통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던 반설아는 이 구락부의 숨겨진 진짜 목적을 알게되고...윤민주가 운영하는 병원의 비밀실험에 휘말리면서 반설아의 격동의 인생 2막이 시작되는데.....



400페이지의 작품은 정확인 반을 뚝 잘라 전반부와 후반부 전혀 다른 장르로 나뉘어 전개된다. 전반부는 반설아의 울분의 살인에 이어 세상의 편견과 차별을 물리치고 신문사의 사주이자 수습기자로 활동하는 고군분투와 함께 그녀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일본 형사들과의 쫓고 쫓기는 관계를 그리는 페미니즘 추리소설의 분위기로 전개되는 반면, 후반부에는 사람들을 좀비로 만드는 괴질의 발생과 이 병원균을 연구하여 일본인들을 몰아내려는 비밀실험에 참여하여 궁극의 초능력을 얻게되는 반설아의 모험 그리고 폭풍같은 액션이 몰아치는 대망의 경성여성구락부 특급 여전사들 VS 일본 괴력좀비부대의 대혈투가 숭고한 대한민국 독립운동과 맞물려 장엄하고 장대하게 펼쳐진다.



전/후반부 장르만 변하는 것은 아니다. 전반부 계획살인을 저지르고 발각될까 두려워 전전긍긍하고 미인계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던 수동적인 반설아는 후반부부터 이런 저런일들을 거치며 점차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신여성으로 변모해나간다. 껍질속에 갇혀 있던 반설아가 껍질을 깨고 자유로운 날개를 달아가는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요소로 작용하는듯 하다.



물론 치밀한 사전조사로 현실적 시대물을 그리는 역사팩션의 여왕이라 불리는 작가답게 실존했던 역사의 한순간에 실존했던 무대에서 실존했던 총기류와 무기류로 화끈하게 펼쳐지는 액션들은 비록 좀비와 초능력자의 혈투라는 허구의 이야기지만 허구 사이에 묘~하게 현실감을 부여하면서 만세운동으로 스러져간 순국선열들의 독립의 의지를 발견케도 한다. -_- 



"사패는 간사하고 야비하며, 파괴적인 성격을 지녀 간사할 사에 부술 패를 넣었습니다. 이 사패는 경성에도, 동경에도 여러 명 존재합니다." _69p


"신종 병이라 이름을 지었어요. 존비. 손톱이 송곳처럼 날카롭게 변하고, 얼굴이 추해져서 송곳 존, 추할 비를 붙였어요." _196p



사이코패스를 사패로, 좀비를 존비로 변형하는 '김재희'식 명명, 그 특유의 기발함과 재치에 슬며시 웃음짓게 된다. 그런 아이디어와 고뇌들이 모여 작가가 머리속에 그리던 이야기를 모두 담아낸 장르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다. 자칫 어수선하다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지만 시대에, 일본 제국주의억압받던 경성 여성들이 분연히 일어나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나아가 나라의, 여성의 독립을 쟁취하려는 피튀기는 투쟁이 녹아있는 의미있는 시대판타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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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0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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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 (2019년 초판)

저자 - 요 네스뵈

역자 - 문희경

출판사 - 비채

정가 - 16000원

페이지 - 680p



스칸디나비아 스릴러의 자존심!



이 찌는듯한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줄 북유럽의 차가운 바람을 가득 안고 열 번째 해리 홀레시리즈가 돌아왔다. 더 크고, 더 묵직하게....-_- (베개로도 못쓸정도의 무지막지한 두께...ㄷㄷㄷ) 사실 해리 홀레 시리즈라봐야 작년에 읽었던 [리디머]달랑 한편뿐이라 아직 시리즈로서의 매력은 느끼지 못했었다. 그래서 이번 작품으로 드디어 시리즈로서의 매력을 느껴보나 했는데...잉?!!! 시작부터 [리디머]의 끝과 어긋나는 느낌이 들어 찾아보니 헐...[리디머]와 [폴리스] 사이에 무려 3편이 더 끼어있었다는....ㅠ_ㅠ 출판사에서 시리즈 순서대로 출간해준게 아니었던 것이다. 어쨌던 머..좀 연결이 안되면 또 어떠랴. 그런거 상관없이 그냥 끝내주는데...   



미제사건이 발생했던 장소에서, 

미제사건이 발생했던 그 날짜와 시간에, 

미제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이 피해자로 발견된다.

미제사건의 피해자와 동일한 방법으로 참혹하게 살해된 

경찰들의 시체가 한 구, 두 구, 세 구....

시체가 연이어 늘어나지만 범인의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


그러던중 성폭행이 연루된 미제사건의 유력 용의자였던 범인 발렌틴의 유력한 목격증언이 제보된다. 이를 통해 경찰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발렌틴을 의심하지만 발렌틴은 이미 교도소에서 죄수들에게 폭행을 당해 사망한뒤 화장된 상태....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수사에 난항을 겪는 사이 해리 홀레가 있던 강력반의 동료 안톤 미테트까지 경찰 살인마에게 참혹하게 살해당한다. 경찰직을 떠나 경찰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범죄학을 가르치는 교수 해리 대신 군나르를 필두로 베아테, 크리스테나, 비에른 등 과거 해리의 동료들이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 하지만 결국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해리 홀레는 다시 오슬로 경찰서로 돌아오게 되는데.....



두꺼운 분량 만큼 최강의 가독성을 자랑하는 해리 홀레시리즈에서도 분량으로는 손에 꼽을 이번 작품도 언제 다 읽었는지도 모르게 페이지가 사라져 버리는걸 보니 이번 [폴리스]는 가히 '요 네스뵈'의 무르익은 필력의 완성형이라해도 과언이 아닐듯 하다. 그도 그럴것이 이번 경찰연쇄살인범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대체 몇명의 용의자를 오슬로에 풀어놓는 건지...낚시질을 위한 떡밥 용의자에게도 엄청난 분량의 스토리를 만들어 부여하니 누가 진범이라해도 이상하지 않을정도로 낚시질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는걸 알 수 있다. 공직을 떠나있던 해리가 본격적으로 수사에 뛰어드는 부분이 중반 이후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해리의 부제가 느껴지지 않는건 편집광적일 정도로 사건의 도입부에 쏟아붓는 맥거핀 공세와 해리의 동료들이 펼치는 탄탄한 사전 수사가 밀도있게 전개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중후반부 시리즈의 주역 해리가 본격적으로 사건에 참전하면서 부터는 두배의 속도감에 시원한 액션이 가미되어 하드보일드로서의 극강의 재미를 선사한다.   



시리즈를 거듭해오며 진화하는 잔혹한 사건 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던 해리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이번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할애된다. 정말 동정심이 생길 정도로 처절하게 망가져만 가던 해리에게 행복으로 가는 마지막 선택의 기회를 주면서 행복할 권리와 모든것을 망쳐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사이에 두고 갈등하는 해리의 고뇌를 꽤 인간적이고 공감되게 그려낸다. 자신과 연관된 사람들을 불행하게 떠나보내는 저승의 사자로서 그가 느끼는 극도의 불안감이 더욱더 작품을 어둡고 암울하게 만드는데...과연 해리는 행복해 질 수 있을까?....ㅠ_ㅠ



부패경찰의 추잡하고 역겨운 커넥션과 간부들간의 치열한 정치패권다툼 거기에 경찰 조직에 앙심을 품은 경찰 연쇄살인마의 대담하고 집요한 범행들이 한데 뒤섞여 한편의 지옥도를 연상케 한다. 고담 오슬로가 따로 없다는...-_-; 단 한편밖에 읽지 못했지만 [리디머]의 '요 네스뵈'와는 또다른 모습의 '요 네스뵈'였다. 작품이 시리즈를 거듭해오며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으며 지금도 꾸준히 진화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데 일종의 경지에 도달했달까....[리디머]에서 보았던 중요장면에서 과감하게 장면전환을 걸어 독자를 불안감에 떨게 만들던 떡밥들이 이번 [폴리스]에서는 한층 세련되고 다중적으로 진행되는걸 볼 수 있었다. 이른바 떡밥잔치다....ㅎㅎ 범인이 다음 살인을 예상하게 만든뒤 무려 4~5명의 피해자 떡밥을 낚시대에 걸어 드리워 놓고 독자가 물기를 기다리는거다. 


예를들어 다음 미제사건의 날짜와 시간이 다가오고, 살인자의 범행이 임박했을때,

1. 소녀를 주시하는 의문의 남자. 남자는 소녀에게 서서히 다가가고, 불안해진 소녀는 집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려 하지만 문이 잠긴 상태. 철컥! 철컥! 잠긴문은 열릴줄 모르고 급기야 문을 쾅쾅 쳐대는 소녀!!!!!!!

2. 거울을 보던 여성의 등뒤로 문이 열리고, "왔어?" 묻지만 방에 들어온자는 대답이 없다. 어느새 여성의 등뒤에선 남자는 부드럽게 여성의 목을 주무르고, 평소에 한번도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던 여성은 불안해하며 고개를 돌리며 하는데!!!!!!

3. 차를 함께 타고 가던 남성은 차를 세우고 경찰에 대한 무능력을 신랄하게 비판한뒤 함께 탄 경찰을 두고 트렁크에서 무언갈 꺼내려 한다. 꺼내려는 것이 트렁크 안에서 부딪히며 들리는 쇳소리가 경찰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트렁크에서 남성이 꺼내든 것은!!!!!!

4....

5.....


이런 떡밥들이 한번에 살포되면 소녀가 죽을지 여성이 죽을지 남성이 죽을지 누가 죽을지도 모르겠고, 다음에 이 소녀와 여성과 남성이 어떻게 됐는지 확인하기 전까지는 이 불쾌하고 불안한 긴장감을 계속 안고 페이지를 넘겨야만 한다. ㅠ_ㅠ 그야말로 끝까지 붙들고 읽게 만드는 잔인한 작품아닌가..머...다른 스릴러들도 비슷하겠지만 '요 네스뵈'의 떡밥은 어떻게 써야 독자가 미치는지 제대로 알고 쓴다는 느낌?...독자를 쪼는 능력이 아주 탁월하다는 것에 있다. 



넘치는 떡밥과 대담한 미스디렉션이 절묘한 반전의 묘미로, 거칠것 없는 강한 액션이 차갑고 냉혹한 북유럽의 하드함으로 다가오는 최고의 스릴러다. 이정도는 되야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자존심이라 일컬을 수 있겠지. 다음 작품에서는 해리의 쌔빠지는 개고생이, 절망적 고뇌가 그칠 수 있을지....걱정되면서도 기대하게 만든다.  

  


덧 - 작품속 미제사건들이 전작들과 연관이 된다고 하는데...하나도 모르겠고...전작들을 전부 읽고 본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게 안된다면 그래도 직전작인 [팬텀]은 먼저 읽고 보는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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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해경 캐릭터 도감 - 산의 요괴, 바다의 괴물
뤄위안 지음, 박주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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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요괴,바다의괴물산해경캐릭터도감 (2019년 초판)

저자 - 뤄위안

역자 - 권소현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25000원

페이지 - 399p



지금은 바야흐로 춘추전국 요괴시대!!!



전통적 강자 일본요괴의 틈을 비집고 한국요괴들이 약진하니 이를 잠잠히 지켜보던 잠룡 중국 요괴가 드디어 요괴전쟁에 참전하였다.

이말이 뭔고 하니....국내 꾸준히 출간되던 일본 요괴도감들에 이어 개인 출판 프로젝트 텀블벅에서 한국 요괴도감류들의 예상외의 약진을 통해 새로운 한국요괴도감의 시장이 형성되고 메이저 출판사들도 발맞춰 한국요괴도감 시장에 뛰어들어 춘추전국시대를 개막하더니 드디어 이 난립한 요괴도감 시장을 천하통일 평정키 위해 수만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요괴도감 끝판왕 산해경이 도감으로 출간되었다는 말이다. -_-



동아시아 최고의 신화적 지리서이자 동식물 도감, 한,중,일 동양 문화권 전설들의 모체이자 중국과 그 주변의 산세, 먼 나라의 풍속, 괴물, 영웅의 행적, 신들의 계보 등 고대인의 무의식 속 원형적 이미지들이 집대성된 동아시아 최고의, 가장 오래된 지리서. 바로 산해경이다



기원전 3~4세기 경 무당들이 썼다고 전해지는 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산해경에 등장하는 신과 요괴, 괴물들을 귀여운 2D캐릭터로 새롭게 창조하고, 알기쉬운 설명으로 풀어놓은 [산해경 캐릭터 도감]이 한스미디어에서 출간되었다. 무려 1,231마리의 산해경 속 괴물들을 모두 담아낸 기존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역대급 볼륨으로 그 위용을 자랑한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세상의 중심을 외치던 중국에게서 한국이나 일본 모두 원하던, 원치않던 많은 영향을 전해 받았으리라 생각된다. 당연히 신화나 전설, 그에따라 자연스럽게 파생되는 요괴 역시 마찬가지일지니 신과 인간, 자연의 조화를 이야기하는 산해경 속 다양한 캐릭터들로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봉황, 구미호 등과 같이 중국에서 넘어와 한국에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린 요괴들과 비슷한듯 다른 부분들을 비교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사실 구미호야 말로 한중일 3국에 모두 뿌리를 내린 대표적 요괴가 아닌가 생각되는데...이렇게 토착요괴인줄 알고있던 다수의 요괴들이 사실은 중국에 근간을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번 [산해경 캐릭터 도감]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수천 마리의 요괴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읽고 있으니 수천, 수만년을 뛰어넘어 시공간을 넘나드는 환상적인 기분에 사로잡힌다. 인간에게 위해를 가하는 끔찍한 일본의 요괴들과는 달리 신화적 성격이 강한 산해경의 요괴들은 '착한' 마물들로서 아이와 함께 보기에도 무리 없고,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돋보인다. 

태고의 전설 속 진기한 요괴들을 집대성한 중국 대표 요괴도감으로 손색이 없는 자료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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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남
슈노 마사유키 지음, 정경진 옮김 / 스핑크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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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남 (2019년 초판)

저자 - 슈노 마사유키

역자 - 정경진

출판사 - 스핑크스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78p



12년 만에 다시 나타난 연쇄살인마 가위남



아직 미스터리 장르에 내공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출간 당시 별다른 반응을 끌어내지 못하고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2007년에 출간되었던 이 [가위남]이나 저자 '슈노 마사유키'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다. 그런데 12년만에 복간이라니...12년간 지하에 있던 이 작품을 다시금 수면위로 끌어올리려는 출판사의 의도는 궁금해졌다.'제13회 메피스토 상 수상작', '2000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2위'의 수상경력이야 바다건너 한국에까지 번역되려면 당연한 필요충분조건일 것이고, 한해에도 새로운 미스터리 작품들이 수십, 수백편씩 쏟아지는 마당에 12년이나 지난 고전(?)을 복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대로 묻혀두기엔 너무나 아까울 정도로 그렇게 대단한 작품이란 말인가? 기대감 반 호기심 반으로 다시 돌아온 연쇄살인마 가위남을 들춰봤다.



미모의 여고생의 목에 깊숙이 파고든 비닐끈

질식의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과 부릅뜬 두 눈

그녀들의 고운 목선 아래 깊숙이 박혀 있는 스테인리스 가위


두 번의 범행을 성공적으로 저지른 가위남은 세번째 타깃을 잡고 그녀의 뒤에서 범행기회를 노리며 은밀히 미행한다. 평범한 출판사 편집부에서 2년째 알바로 일하고 있는 26살 백키로에 육박하는 거구의 가위남은 우연히 전국 고등학생을 상대로 하는 학습지 첨삭 답안지 우편물을 보고, 그중에서 성적이 뛰어난 소녀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우편물의 주소를 보고 집을 찾아가 얼굴을 확인하고, 소녀를 미행하여 가장 범행이 용이한 시간에 목을 조르고 가위를 꽂는 가위남...이번 세번째 타겟 역시 늦은 저녁에 귀가하는 화요일을 디데이로 잡고 소녀의 집앞에서 귀가하길 기다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소녀는 귀가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역으로 향하는 가위남은 역근처 어두운 공원에서 부자연스러운 무언갈 발견하고 다가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비닐끈이 목에 감기고 그 아래 깊숙이 가위가 박힌채 싸늘하게 죽어있는 가위남의 세번째 타겟과 마주하는데....


매주 토요일마다 드럭스토어에서 자살할 약물을 구입하여 자살을 시도하고

자살에 실패하는 순간 자신안의 또다른 인격 '의사'가 나타나 조롱하는 심각한 망상증.

백 키로에 육박하는 육중한 몸무게로 떨어진 자존감.

머리 좋은 소녀에 대한 이상적 집착.



이 모든게 떡밥이다!!!! 전부다!!! 다른건 다 집어치우고 결말부터 이야기 하자면 솔직히 진실이 밝혀지는 반전의 순간 뭐가 반전이고 뭐가 트릭인지 한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_-;;;; 그만큼 상상하지도...예상조차 못한 범인의 정체에 정신이 아득해지는것을 느낀것 같다. 거의 본인이 최고의 미스터리로 치는 [살육에 이르는 병]의 반전과 맞닥뜨렸을때의 임팩트였는데, 서술트릭이 아님에도 이 [가위남]역시 트릭을 이해하기 위해 앞부분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ㅠ_ㅠ 와....이렇게 농락 당하다니....가위남이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경찰들을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진행되는게 뭔가 싸~했는었는데 그걸 이런 반전의 장치로 써먹다니!!!



반전의 충격은 잠시 접어두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작품은 첫 시작부터 상당히 흥미롭게 흘러간다. 처음부터 연쇄살인마 가위남의 시선으로 타겟을 집요하게 쫓는 장면이 이어지다가 느닷없는 카피캣의 등장....이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겪인가. 연쇄살인마가 자신의 범행 수법을 본따 자신의 타겟을 훔친 카피캣을 추적한다는 기존 미스터리에 대한 발상의 전환은 내겐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가위남은 홀로 자신을 카피한 가짜 가위남을 쫓고, 경찰들은 세 건의 살인 모두 가위남의 소행으로 판단하고 가위남을 쫓는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서로의 접점이 교차되고, 드디어 가위남의 결정적 실마리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예의 그 경악할 반전이 후두부를 강타하며 사고를 마비시켜 버린다........



독특한 설정과 더불어 주목할만한 점은 이 연쇄살인을 바라보는 세상의 반응을 조롱하고 풍자하는 작가의 시선이다. 세 건의 가위남 사건으로 세상은 발칵뒤집히고 연일 방송에서는 가위남의 정체와 살인동기를 두고 온갖 추측과 억측을 쏟아낸다. 시신에게서 어떠한 성적 범행 흔적이 없었던 점을 들어 성불구자인 범인이 남성성의 상징인 가위를 여성의 몸에 꽂는 행위로 성적 흥분을 느끼는 쾌락범죄자일거라는 범죄심리학자의 주장, (실존하는 영국 록밴드) XTC의 노래 '시저맨'의 가사를 분석하며 가사속 이상 살인동기를 찾아 헤매는 전문가들, 커다란 가위로 몬스터를 찢어죽이는 게임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전문가들 등등등...그리고 주마등처럼 본인의 머리속을 스쳐가는 기시감? 데자뷔?....분명 옆나라의 소설에서 그려지는 상황이 어쩜 그리도 '한국적'인건지 모르겠지만 '유영철', '강호순'등의 이상충동에 사로잡힌 연쇄살인범이 나타날때마다 뉴스에서는 연일 그들의 범행충동을 폭력적 게임과 PC에 저장되있는 포르노등에서 찾지 않았던가.... 



골때리는건 그런 전문가들의 분석과 억측들을 코웃음치는 가위남의 냉소적 태도에 있다. 정말로 동기가 없는 무동기 범죄...무동기 시리얼 킬러가 가위남이 TV를 보며 자신의 억측들에 냉소를 날리는 장면, 작품속 코믹하게 그려지는 이 대목에서 갑자기 생각치 못한 서늘한 공포가 엄습한다. 이세상에 무동기 범죄는 없는 것이라도 되는양 쾌락살인마로 몰아가는 매스컴, 세상 사람들의 심리. 평범한 얼굴로 우리들 곁에서 아무 생각없이 아무렇지 않게 잔혹한 범행을 저지르는 무동기 범죄야말로 가장 공포스러운 범죄가 아닌가...그래서 그렇게 무리하게 살인 충동에 대한 이유를 찍어 붙이려는 것인가?...여타 작품에서 그려지는 피에 굶주린 미친 열정에 사로잡힌 싸이코 살인마들보다 차갑게 얼어붙은 지극히 평범한 가위남은 뭔가 다른 공포와 불쾌함을 선사한다. 



정말 몇 년만에 느껴보는 강렬한 충격과 카타르시스였다. 바로 이 느낌 때문에 미스터리를 읽는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잊고 있었던 느낌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든 작품이랄까. 12년만에 연금 해제한 출판사의 의도를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이대로 누군가의 기억속에 묻히기엔 아까운 걸작 본격 미스터리이니 말이다. 게다가 이 완벽한 작품이 작가의 데뷔작이라니....ㄷㄷㄷ 이렇게 대단한 작가를 왜 아직 모르고 있었는지 의아했는데, 2013년 불과 10년의 작품활동만에 요절했다는 말에 이해가 되었고, 앞으로 작가의 신작을 만날 수 없는것에 아쉬움이 남았다. 


이제는 '조니뎁'의 가위남 대신 '슈노 마사유키'의 가위남이 먼저 떠오르리라...


치밀하고 완벽한 본격 미스터리로서, 극강의 서스펜스를 자랑하는 심리 스릴러로서, 20년이란 시간의 간극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신박한 설정의 작품으로 아직 [가위남]을 접해보지 못한 미스터리 마니아에게 강력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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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기담집 - 아름답고 기이하고 슬픈 옛이야기 스무 편
고이즈미 야쿠모 지음, 김영배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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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기담집 : 아름답고 기이하고 슬프 옛이야기 스무 편 (2019년 초판)

저자 - 고이즈미 야쿠모

역자 - 김영배

출판사 - 허클베리북스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87p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하는 보석같은 이야기



골동 : 1. 오래되었거나 희귀한 옛날의 기구나 예술품.

       2. 여러가지 자질구레한 것이 한데 섞인 것.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상승되는 일본의 값지고 귀한 이야기들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다. 그리스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건너갔다가 미국국적을 취득하고 일본에 귀화하여 눈을 감은 그가 겪은 인생만으로도 하나의 환상문학이 될 것 같은 파란눈의 일본인 '고이즈미 야쿠모'가 수집하고 각색한 9편의 기담들과 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신비한 동양의 동,식물에 대한 애정어린 11편의 에세이가 한데 섞인 기담집이다.



우리가 접했던 [전설의 고향]처럼 오래전부터 일본 대대로 흘러 내려오던 기이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이 21세기 타국에서 생명을 얻게 된 것이다. 특히 1부에 실린 9편의 고전 기담들은 다른 괴담,기담집에서 접했던 이야기들과 디테일한 부분은 다르지만 기담을 이루는 기승전결 자체는 상당히 흡사하여 이 원전 기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형태를 달리하여 파생되었음을 짐작케 한다.


  

1부 오래된 이야기

1. 유령폭포의 전설

'유령폭포에 가서 시주함을 들고 온다면 내 오늘 짜낸 베는 모두 당신에게 드리지.'

농담처럼 시작된 내기에 걸린 아낙들의 베가 수십필에 달하고, 마침내 갓난아기를 업은 여인 오카쓰가 이 위험한 내기에 도전한다. 아기를 등에업고 으으스한 폭포에서 시주함을 든 오카쓰의 등뒤로 들리는 누군가의 성난 목소리......눈을 질끈 감고 마을로 뛰어든 오카쓰와 아낙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 어느 괴담집에서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읽었던 버전에서는 부인은 낫을 들고 있었는데....참혹한 결말은 동일하다. ㅠ_ㅠ 겨우 7페이지의 짧은 이야기지만 그 끔찍한 잔영은 오래도록 남는다.


2. 찻잔 속

차를 마시려던 무사의 찻잔속에 비친 정체를 모를 남성은 무사를 보고 비웃는다.

잔속의 차를 버리고 다시 따라도 똑같이 찾잔에 비치는 건방친 남성....성질이 난 무사는 이내 찻잔속 차를 들이켜 마셔버리는데.....

-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인데 아쉽게도 미완의 기담이다...ㅠ_ㅠ

 

3. 상식

우연히 들른 사냥꾼에게 주지스님이 말한다.

'이곳에서 나와 함께 있으면 신비로운 보현보살님을 만날 수 있네.'

그리고 열심히 독경을 읊던 주지 스님의 머리맡에 정말로 성스러운 빛과 함께 보살님의 형체가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이를 지켜본 사냥꾼은 이내 등에 두르고 있던 활을 뽑아 보현 보살을 향해 활시위를 잡아당기는데.....

-  학식이 풍부한 성인이라도 세상사는 상식이 없는 한 그저 사기당하기 쉽상인 무지한 중생에 불과한 것이다. 인생의 지혜가 담긴 반전 같은 기담.


4. 생령

가게에서 열심히 일하는 청년이 날이 갈수록 안색이 안좋아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남성은 청년에게 이유를 묻고, 청년은 매일밤 자신을 찾아와서 괴롭히는 생령에 관해 이야기 한다.

- 누군가를 헤하고 싶은 마음이 극에 달하면 그 어둠의 사념이 형체를 갖고 상대를 헤하기 위해 찾아간다. 그것이 생령이니, 일본의 저주인형과 비슷한 개념인가?....


5. 사령

지방에서 벼슬을 지냈던 주군이 죽고, 남은 가족에게 죽은 주군이 살아생전 부당한 영리를 취하였으니 남은 가족들의 재산을 몰수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부하들이 형을 집행하려는 순간, 가족이 부리던 하인이 갑자기 몸을 치떨더니 죽은 주군의 목소리로 고하노니....

- 자신의 억울함,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저승 삼도천에거 되돌아온 사령이 가족을 구하다.

 

6. 오카메 이야기

'병으로 죽은 뒤에도 남편을 찾아오는 아내'

죽기직전 아내는 남편에게 자신이 죽고난 뒤에도 절대로 재혼하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남기고 죽는다. 그뒤부터 시름시름 병약해져가는 남편을 이상하게 여긴 부모는 아들에게서 기이한 이야기를 듣는데.....

- 무섭다....죽어서도 남편의 정기를 빨아먹는 아내의 집착이....ㄷㄷㄷ



7. 파리 이야기

살아생전 가난한 살림을 꾸리기 위해 언제나 검소하게 생활하던 하인이 죽고, 얼마뒤 집안에 커다란 파리가 날아든다. 도저히 파리가 있을 수 없는 날씨임에도, 쫓아내도 쫓아내도 안방으로 날아 드는 커다란 파리의 정체는.....

- 머..다 좋은데...하필...파리라니...-_-;;;



8. 꿩 이야기

시아버지의 꿈을 꾼 며느리에게 사냥꾼을 피해 자신에게 도망쳐온 수꿩 한마리. 이 꿩이 돌아가신 시아버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며느리는 수꿩을 쌀뒤주에 숨겨주고, 사냥꾼은 추적을 포기하고 돌아간다. 이후 밖에서 돌아온 남편에게 아내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이 모두를 조용히 듣던 남편은 뒤주속에 숨어있던 꿩을 잡아 목을 비틀어 죽어버리는데....

- 부자 관계가 몹시 않좋았나보다...-_-;;;


9. 츄고로 이야기
성실함과 잘생긴 외모로 인기가 많았던 병사 츄고로는 어느날부터 피골이 상접하고 시름 시름 앓아간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동료병사에게 츄고로는 기이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한밤중 어여쁜 여인이 자신을 붙잡더니 자신과 결혼해 달라고 청하였고 이내 소매를 붙들고 강가의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 이 기담은 '우라시마 타로' 전설의 요괴식 변형인가?.... 


2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

10. 어느 여인의 일기

실제 그 시대를 살다간 어느 여성의 일기를 발췌한 글이다. 1800년대 후반 도쿄에서 가정을 꾸린 가난한 여성의 결혼과 3번의 임신과  3번 모두 아기들을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슬프고 비극적인 이야기가 가슴에 깊이 사무친다....ㅠ_ㅠ



11. 헤이케 게
12. 반딧불이
13. 이슬 한 방울
14. 아귀
15. 일상사
16. 몽상
17. 고양이 타마
18. 한밤중에
19. 풀종다리
20. 꿈을 먹고 사는 짐승



"무서웠다가 웃고, 울다가 따뜻해진다."

낯선 타국에서 누구보다 동양을 사랑하고 그 동양의 문학에 심취하여 기담집을 낸 작가의 열정과 노력에 놀라면서 2부에 담겨있는 이슬 한방울, 고양이, 꿈을 먹고 사는 요괴 '바쿠'까지 작가의 따뜻하고 애정어린 몽환적 글들이 가슴가득 따스하게 채워진다. 하지만 난 역시 1부의 기담/괴담이 더 좋았지만...ㅎㅎ 무더운 이 여름 산뜻하게 시작하는 첫번째 기담/괴담집으로 딱 어울리는 작품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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