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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0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9년 7월
평점 :
폴리스 (2019년 초판)
저자 - 요 네스뵈
역자 - 문희경
출판사 - 비채
정가 - 16000원
페이지 - 680p
스칸디나비아 스릴러의 자존심!
이 찌는듯한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줄 북유럽의 차가운 바람을 가득 안고 열 번째 해리 홀레시리즈가 돌아왔다. 더 크고, 더 묵직하게....-_- (베개로도 못쓸정도의 무지막지한 두께...ㄷㄷㄷ) 사실 해리 홀레 시리즈라봐야 작년에 읽었던 [리디머]달랑 한편뿐이라 아직 시리즈로서의 매력은 느끼지 못했었다. 그래서 이번 작품으로 드디어 시리즈로서의 매력을 느껴보나 했는데...잉?!!! 시작부터 [리디머]의 끝과 어긋나는 느낌이 들어 찾아보니 헐...[리디머]와 [폴리스] 사이에 무려 3편이 더 끼어있었다는....ㅠ_ㅠ 출판사에서 시리즈 순서대로 출간해준게 아니었던 것이다. 어쨌던 머..좀 연결이 안되면 또 어떠랴. 그런거 상관없이 그냥 끝내주는데...
미제사건이 발생했던 장소에서,
미제사건이 발생했던 그 날짜와 시간에,
미제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이 피해자로 발견된다.
미제사건의 피해자와 동일한 방법으로 참혹하게 살해된
경찰들의 시체가 한 구, 두 구, 세 구....
시체가 연이어 늘어나지만 범인의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
그러던중 성폭행이 연루된 미제사건의 유력 용의자였던 범인 발렌틴의 유력한 목격증언이 제보된다. 이를 통해 경찰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발렌틴을 의심하지만 발렌틴은 이미 교도소에서 죄수들에게 폭행을 당해 사망한뒤 화장된 상태....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수사에 난항을 겪는 사이 해리 홀레가 있던 강력반의 동료 안톤 미테트까지 경찰 살인마에게 참혹하게 살해당한다. 경찰직을 떠나 경찰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범죄학을 가르치는 교수 해리 대신 군나르를 필두로 베아테, 크리스테나, 비에른 등 과거 해리의 동료들이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 하지만 결국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해리 홀레는 다시 오슬로 경찰서로 돌아오게 되는데.....
두꺼운 분량 만큼 최강의 가독성을 자랑하는 해리 홀레시리즈에서도 분량으로는 손에 꼽을 이번 작품도 언제 다 읽었는지도 모르게 페이지가 사라져 버리는걸 보니 이번 [폴리스]는 가히 '요 네스뵈'의 무르익은 필력의 완성형이라해도 과언이 아닐듯 하다. 그도 그럴것이 이번 경찰연쇄살인범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대체 몇명의 용의자를 오슬로에 풀어놓는 건지...낚시질을 위한 떡밥 용의자에게도 엄청난 분량의 스토리를 만들어 부여하니 누가 진범이라해도 이상하지 않을정도로 낚시질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는걸 알 수 있다. 공직을 떠나있던 해리가 본격적으로 수사에 뛰어드는 부분이 중반 이후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해리의 부제가 느껴지지 않는건 편집광적일 정도로 사건의 도입부에 쏟아붓는 맥거핀 공세와 해리의 동료들이 펼치는 탄탄한 사전 수사가 밀도있게 전개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중후반부 시리즈의 주역 해리가 본격적으로 사건에 참전하면서 부터는 두배의 속도감에 시원한 액션이 가미되어 하드보일드로서의 극강의 재미를 선사한다.
시리즈를 거듭해오며 진화하는 잔혹한 사건 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던 해리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이번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할애된다. 정말 동정심이 생길 정도로 처절하게 망가져만 가던 해리에게 행복으로 가는 마지막 선택의 기회를 주면서 행복할 권리와 모든것을 망쳐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사이에 두고 갈등하는 해리의 고뇌를 꽤 인간적이고 공감되게 그려낸다. 자신과 연관된 사람들을 불행하게 떠나보내는 저승의 사자로서 그가 느끼는 극도의 불안감이 더욱더 작품을 어둡고 암울하게 만드는데...과연 해리는 행복해 질 수 있을까?....ㅠ_ㅠ
부패경찰의 추잡하고 역겨운 커넥션과 간부들간의 치열한 정치패권다툼 거기에 경찰 조직에 앙심을 품은 경찰 연쇄살인마의 대담하고 집요한 범행들이 한데 뒤섞여 한편의 지옥도를 연상케 한다. 고담 오슬로가 따로 없다는...-_-; 단 한편밖에 읽지 못했지만 [리디머]의 '요 네스뵈'와는 또다른 모습의 '요 네스뵈'였다. 작품이 시리즈를 거듭해오며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으며 지금도 꾸준히 진화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데 일종의 경지에 도달했달까....[리디머]에서 보았던 중요장면에서 과감하게 장면전환을 걸어 독자를 불안감에 떨게 만들던 떡밥들이 이번 [폴리스]에서는 한층 세련되고 다중적으로 진행되는걸 볼 수 있었다. 이른바 떡밥잔치다....ㅎㅎ 범인이 다음 살인을 예상하게 만든뒤 무려 4~5명의 피해자 떡밥을 낚시대에 걸어 드리워 놓고 독자가 물기를 기다리는거다.
예를들어 다음 미제사건의 날짜와 시간이 다가오고, 살인자의 범행이 임박했을때,
1. 소녀를 주시하는 의문의 남자. 남자는 소녀에게 서서히 다가가고, 불안해진 소녀는 집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려 하지만 문이 잠긴 상태. 철컥! 철컥! 잠긴문은 열릴줄 모르고 급기야 문을 쾅쾅 쳐대는 소녀!!!!!!!
2. 거울을 보던 여성의 등뒤로 문이 열리고, "왔어?" 묻지만 방에 들어온자는 대답이 없다. 어느새 여성의 등뒤에선 남자는 부드럽게 여성의 목을 주무르고, 평소에 한번도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던 여성은 불안해하며 고개를 돌리며 하는데!!!!!!
3. 차를 함께 타고 가던 남성은 차를 세우고 경찰에 대한 무능력을 신랄하게 비판한뒤 함께 탄 경찰을 두고 트렁크에서 무언갈 꺼내려 한다. 꺼내려는 것이 트렁크 안에서 부딪히며 들리는 쇳소리가 경찰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트렁크에서 남성이 꺼내든 것은!!!!!!
4....
5.....
이런 떡밥들이 한번에 살포되면 소녀가 죽을지 여성이 죽을지 남성이 죽을지 누가 죽을지도 모르겠고, 다음에 이 소녀와 여성과 남성이 어떻게 됐는지 확인하기 전까지는 이 불쾌하고 불안한 긴장감을 계속 안고 페이지를 넘겨야만 한다. ㅠ_ㅠ 그야말로 끝까지 붙들고 읽게 만드는 잔인한 작품아닌가..머...다른 스릴러들도 비슷하겠지만 '요 네스뵈'의 떡밥은 어떻게 써야 독자가 미치는지 제대로 알고 쓴다는 느낌?...독자를 쪼는 능력이 아주 탁월하다는 것에 있다.
넘치는 떡밥과 대담한 미스디렉션이 절묘한 반전의 묘미로, 거칠것 없는 강한 액션이 차갑고 냉혹한 북유럽의 하드함으로 다가오는 최고의 스릴러다. 이정도는 되야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자존심이라 일컬을 수 있겠지. 다음 작품에서는 해리의 쌔빠지는 개고생이, 절망적 고뇌가 그칠 수 있을지....걱정되면서도 기대하게 만든다.
덧 - 작품속 미제사건들이 전작들과 연관이 된다고 하는데...하나도 모르겠고...전작들을 전부 읽고 본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게 안된다면 그래도 직전작인 [팬텀]은 먼저 읽고 보는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