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위크
강지영 외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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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위크 (2019년 초판)

저자 - 전건우, 정명섭, 김성희, 노희준, 신원섭, 강지영, 소현수, 정해연

출판사 - 캐비넷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78p



불철주야 24시간 일주일 내내 당신의 장르 기호를 맞춰드립니다. 매일 매일 색다른 장르의 재미를 선사하는 장르문학 편의점! 어위크 편의점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상당히 독특한 컨셉의 단편집이 출간되었다. 일주일 내내 각기다른 장르의 재미를 추구하는 앤솔러지 단편집이라니...독특한 발상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일곱가지 매력의 수록작들은 그 호기심을 이내 만족감으로 전환시킨다. 별다른 규칙은 없다. 그저 재미있을 것! 그리고 이야기 안에 '어위크' 편의점이 등장할 것!....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장르소설계에서 내노라 하는 장르장인들이 작심하고 만든 기발하고 참신한 장르종합선물세트. 즐겨라! 시공을 초월하는 환상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프롤로그_전건우

중식, 태영, 현우....

그들 앞에 나타난 권총 한정은 앞으로 일어날 그들의 불행을 암시하는 저주받은 물건이었을까?

미래없이 하루를 살아가던 그들 손에 쥐여진 리볼버 권총 한정은 망상속에서만 머무르던 객기를 

실현시킬 방아쇠를 당긴다. 

농협 현금수송차량 강도 계획을......

당연하게도 현실은 인실X인것을 그들은 몰랐겠지만....

이미 일은 벌어지고 

중식, 태영, 현우는 돈가방을 들고 쫓자오는 경찰을 피해 'a Week' 편의점으로 처들어 간다.

편돌이 한주를 인질로 삼고 문밖의 경찰과 대치하던 급박한 상황에서

유달리 눈빛을 번뜩이던 편돌이 한주는 강도 3인방에게 느닷없이 

기묘하고 야릇한 일곱가지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고시원 기담]의 '전건우'작가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연상되는 독특한 도입부로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 끈다. 



SUN. 대화재의 비밀_정명섭
을미사변 이후 신변에 위협을 느낀 고종황제는 거처를 외국 공사관이 밀집된 운현궁으로 옮긴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운현궁엔 원인을 알 수 없는 대화재가 발생하지만 다행히 황제는 무사히 피신하고 불도 진압한다. 그로부터 며칠뒤 평리원 검사 이준은 손탁호텔의 주인 미스 손탁의 부름을 받고 호텔을 찾는다. 그곳에서 미스 손탁은 이준에게 고종황제의 표식과 함께 은밀하게 운현궁 대화재의 원인을 조사해 달라는 황제의 전갈을 전달하고, 이준은 그날의 관계자들을 만나며 수상한 화재의 원인을 조사하는데....

[붕괴][달이 부서진 밤]등 국내 좀비 마니아이자 [상해임시정부]를 써낸 역사팩션 소설가 '정명섭'작가의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한 팩션 추리 단편이다. 이미 2018년 출간되었던 팩션소설 [미스 손탁]과 같은 세계관의 단편으로 보이는데, 일제의 조선 침탈 야욕이 드러나던 어지러운 시대에서 조선을 위해 운현궁 화재를 파해치는 검사 이준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물론 이 단편에서도 당연히 어위크 편의점이 등장한다. 조선시대의 만물상, 'a Week Srote' 주일상점이 사건해결의 핵심 장소로 등장하는 쎈쓰!! 



MON. 옆집에 킬러가 산다_김성희

A건설사의 산업스파이를 암살하기 위해 미국서 건너온 킬러는 A건설사가 지은 임대주택 302호에서 옆방 303호에 살고 있는 산업스파이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려고 하지만 아파트를 어떻게 지어먹었는지 가만히 있어도 옆집, 윗집, 아랫집, 윗집에 옆집의 소리까지 모두 들릴 정도로 무(無)방음을 자랑하는 층간소음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소음 아비규환속에서도 오로지 평온함을 유지해주는 고마운 이웃 301호의 존재에 무한한 감사를 느끼고, 어느새 조용한 301호 처자와 짝사랑에 빠져버린 킬러는 자신의 임무도 잊은채 그녀를 위해 시끄러운 이웃들을 처리하기로 마음 먹는데.....

- Q & A로 진행되는 독특한 구성과 실제로 살인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심각한 층간소음 문제를 풍자와 해학으로 웃프게 그려낸 코믹 스릴러이다. 분명 작가는 층간소음에 스트레스를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라 생각될 정도로 소음 지옥도를 창조해 낸다. 귀여운 킬러와 끔찍한 이웃들의 대치와 웃음을 자아내는 반전까지 ㅎㅎ 유쾌살벌한 킬러 러브스토리였다.  



TUE. 당신의 여덟 번째 삶_노희준

미래사회 노년의 과학자 앞에 나타난 그 자신은 여덟개의 다중우주 속에서 차원이동을 통해 왔다고 밝힌다. 한때 사랑했던 연인이었던 클라라를 살리기 위해 여덟개 차원의 과학자는 각각 타임머신을 연구하고 일곱 차원의 과학자는 타임머신 개발에 성공했으나 본인만은 개발에 실패하여 차원을 이동하여 왔다고 말한다. 뜬금없이 똑같은 외모로 나타나 믿을 수 없는 말을 하는 그를 망상 혹은 가상현실로 치부하는 과학자는 더이상 차원이동하여 왔다는 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데, 그때 차원이동의 그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고.....

- 평행우주, 타임머신, 블랙홀, 이벤트 호라이즌 등등등 복잡한 SF, 과학 용어들이 난무하면서 다차원 우주만큼 따라잡기 난해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허나 그 이야기들이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오면서 아픈 머리를 싸메고 읽게 만드는 SF만의 매력을 물씬 풍긴다. 경계를 허물고 시공간을 초월한다는 점에서 이 앤솔러지의 의도와 가장 잘맞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은데.....근데 누가 결말 설명좀...-_-;;;; 



WED. 박 과장 죽이기_신원섭

발전소의 가스 압축기를 만드는 회사에 민과 수진 그리고 수진의 남편 박과장은 열병합 발전소 시설 증설 공사의 발전기 시운전을 위해 출장을 나간다. 오래전부터 수진을 짝사랑 해오던 동성 후배 민은 출장지에 나와서도 티격대며 감정 싸움을 하는 박과장을 보며 살의를 느끼고 얼마전 수진이 농담섞어 건넨 말을 떠올린다. "그인간 죽여버렸음 좋겠어." 그리고 정말로 발전기 시연중 사고사로 위장한 박과장 죽이기를 머리속에 그리는 민은.....

- 신원섭 작가의 [짐승]을 인상깊게 봤었는데, 이번 작품도 지긋지긋한 남편을 영영 떠나 보내버리려는 위험한 여자들의 도박이 금단의 사랑과 함께 긴장감 넘치게 펼쳐진다. 작품과는 별개로 작품에서 전문용어가 난무하며 굉장히 극사실적인 가스 압축기 시연 장면이 묘사되는데 실제로 작가님이 이쪽 개통의 경험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는....



THU. 러닝패밀리_강지영

전국을 강타한 모바일 게임 러닝패밀리 이 게임에 기묘한 소문이 초등교실에 퍼진다. 자신이 플레이하는 캐릭터가 게임상에 죽으면 현실세계 어딘가에서 실제로 누군가 죽는다는 소문....초등교사 소연은 며칠째 연락불통 결석중인 학생의 집에 가정방문을 나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허물어질듯한 집안 장판에 뚫린 기묘한 구멍 사이로 위태롭게 걸려있는 제자와 마주하는데....

[개들이 식사할 시간][페로몬 부티크]등 인상깊은 작품을 내놓고 있는 '강지영'작가의 단편이다. 기본설정만 본다면 인기만화 [간츠]가 떠오르는데, 단편이란 한정된 분량에 쫓겨서인지 풀어놓은 서두에 비해 밍숭한 결말은 아쉽게 느껴진다.



FRI. 아비_소현수

음주운전으로 길가의 소녀를 치어 죽이고 자신도 유명을 달리한 남편. 그리고 남은 아내와 어린 자식....아내는 매일밤 죽은 남편이 모르는 여성에게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악몽을 꾼다. 그리고 문득 남편의 차에 치어 죽은 소녀의 이모가 유명한 무속인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그러던 어느날 죽은 남편을 대신해 살길을 강구하고자 면접을 보러 다니던 아내 앞에 무당 이모가 나타나고, 그녀는 죽은 남편이 자신의 신어머니의 저주를 받아 무간지옥에서 매일 끔찍한 죽음의 고통속에 시달린다고 말하는데....끝없는 죽음의 저주를 풀기 위해선 아내가 지옥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 밀리터리SF [프린테라]로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를 선사하더니 SF와는 전혀 다른 무속 오컬트 공포로 또한번 빅재미를 선사한다. -_- 역시 재능러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구나! [프린테라]와 마찬가지로 [인시디어스], [곡성], [신과 함께] 등등 인기 오컬트 작품들의 설정을 차용하면서도 번잡스럽지 않게 장점만을 뽑아내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창조하니 그냥 타고났다고 밖에는....일곱가지 단편중 가장 재미있는 작품으로 꼽는다. 



SAT. 씨우세클럽_정해연

고학력 백수로 밥만 축내던 딸 소연을 위해 아버지는 과감하게 세븐위크 편의점 프렌차이즈의 어위크 편의점 점주자리를 딸에게 맡긴다. 어찌됐건 그녀의 인생에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열심히 운영하려는 딸의 의지와는 달리 프렌차이즈 사장의 망나니 행각은 매스컴의 지탄을 받으며 대중의 외면과 함께 편의점의 매출급락으로 이어지고 이를 대처하기 위해 씨우세(CEO리스크를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클럽이 조직된다. 이에 사장은 씨우세 클럽에게 자신의 별장에 와서 인기 연애인 내연녀의 목걸이를 훔쳐줄것을 부탁한다. 3억원을 호가하는 목걸이를 내연녀에게 선물했는데, 내연녀가 그 목걸이를 착용하고 모델로 나서겠다고 공언했지만 사실 그 목걸이는 짝퉁 목걸이였던 것이다. 날카로운 매스컴에서 목걸이가 짝퉁인것이 발각되면 또다시 대중들의 지탄을 받을 것은 당연한일. 하여 소연을 포함한 씨우세가 나선 것이다. 그런데 막상 별장에 들이닥쳐 잠자고 있는 내연녀를 보니 이미 그녀의 목에 걸려있어야 할 목걸이가 없네?.......

[지금 죽이러 갑니다][내가 죽였다]의 작가. 돌고 도는 목걸이의 행방은 과연?....엎치락 뒤치락 돌고도는 목걸이가 탐욕스런 인간의 욕망의 굴레처럼 반전과 재미를 준다.



에필로그_전건우

미스터리한 편의점 알바 한주의 일곱가지 이야기는 모두 끝났다. 과연 중식, 태영, 현우의 운명은 어찌될까?.....



일 - 역사 추리

월 - 코믹 추리

화 - 하드SF

수 - 추리

목 - SF 판타지

금 - 오컬트 공포

토 - 추리



요일별로 단편을 나눈 이유는 하루에 한편씩 즐기라는 의도인가? 근데 이를 어쩌나...하루만에 다 읽어 버린 것을....-_-;;; 헐헐....'전건우'작가의 도입부 부터 이미 독자를 [환상특급]의 세계로 모시는데 어찌 중도에 책을 덮을 수 있겠는가. 단편의 접근성, 다양한 장르적 재미를 통해 실로 편의점식 패스트 인스턴트 문학장르를 개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약빤 기획력을 선보인다. 진심 일회성으로 끝내기엔 아쉬운 기획인데...투위크, 쓰리위크 이어서 나와주면 안되려나....   


근래들어 가장 참신한 앤솔러지로 끝을 알 수 없는 장르의 매력에 빠져보길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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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시드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조호근 옮김 / 비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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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시드 (2019년 초판)

저자 - 옥타비아 버틀러

역자 - 조호근

출판사 - 비채

정가 - 15800원

페이지 - 550p



죽음조차 야생의 그녀를 길들일 순 없다



비채 출간 예정작에 이름을 올린지 꽤 오랜시간이 지났음에도 나오지 않아 애타게 만들던 그 SF가 드디어 영롱한 실물 자태를 드러냈다. [킨], [블러드 차일드]를 잇는 '옥타비아 버틀러'의 대표작 [와일드 시드]가 오랜 기다림 끝에 출간된 것이다. -_- 그런데 그렇게 손꼽아 기다려 손에 넣고 나서야 알게되었다. SF의 비상을 꿈꿨지만 소리없이 사라져버린 비운의 출판사 '오멜라스'에서 2011년 출간되었던 [야생종]이 [와일드 시드]로 재출간 되었다는 것을....-_-;;;; 왜 영어 제목과 번역된 제목이 매칭이 안된건지. 더군다나 [야생종]은 이미 본인 책장 깊숙이 박혀있는 책 아닌가...아...난 정말 바보란 말인가...OTL.....머 SF는 워낙 절판이 빨라 일단 사재기 해놓는 탓에 책장속에서 빛을 보지 못한 작품이 수두룩하고 동일작품도 판본별로 모아오고 있으니 그렇다치고 어찌됐던 새로운 커버에 새로운 번역으로 재출간된 만큼 쌈빡한 비채판본으로 휘리릭 읽어재꼈다.   



3700년을 살아온 신체강탈자

그리고 300년을 살아온 신체변형자....

시간, 공간, 성별, 인종을 초월하여 

무한의 삶을 사는 초인 남녀의 

피로 쓰여진 역사가 펼쳐진다.  


고대 이집트 누비아인으로 태어난 도로는 12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어린나이에 죽음을 맞이하려는 고통과 절망에 빠진 찰나 자신의 능력을 각성한다. 자신의 원하는 대로 타인의 신체를 점거하여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깨어난것. 죽음의 순간 머리를 베고 있던 어머니의 몸으로 들어간 도로는 혼란에 빠지고 그뒤로 3700년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신체를 거쳐가면서 인간계 정점에 서 죽음을 초월한 초인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억겁의 시간을 거쳐가면서 지울 수 없는 고독에 몸부림치던 도로는 필생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지구에서 살고 있는 초능력자들을 직접 찾아나선다. 그런 노력끝에 마침내 아프리카 오지에서 자신과 동류인 초인 아냥우와 만나게 된다. 300년을 살아오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생물로 변신할 수 있고 타인의 질병을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난 그녀를 통해 자신의 목적에 한발 다가간 것을 확신한 도로는 그녀에게 더이상 죽음의 고독을 경험하지 않도록 불사의 자손들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하면서 자신과 함께 하자고 말한다. 도로의 끝을 알 수 없는 어둠과 강렬한 카리스마, 호기심 그리고 그가 그리는 이상향에 끌린 아냥우는 300년간 살았던 보금자리를 떠나 도로와 함께 초기 아메리카 뉴욕으로 향하는데....



"훔치고 죽이고, 그거 말고 또 뭘 하나?"

"빚어내는 일을 하지.

조금이라도 또는 상당히 독특한 능력을 지닌 사람을 찾아

사방을 돌아다니고, 그런 사람을 찾아내서 데려와 한데 몰아넣은

다음 새롭고 강한 일족으로 빚어내지."

"그런 걸 사람들이 순순히 받아들인단 말인가? 자기 일족에서,

가족에게서 떨어져 나오는걸 받아들인다고?"

"가족까지 전부 데려오는 사람도 있어. 물론 대부분 가족이 없어.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이유로 낙오자로 살던 이들이니까.

기꺼이 나를 따라오지."


44~45p



결국 초인을 소재로 하는 SF작품이다. 그런데 단순히 범인들을 초월하는 능력으로 시원하게 한딱거리하는 슈퍼히어로물이 아니라 우생학에 의거하여 무수히 많은 세대를 거치며 새로운 품종을 개량하듯 터부시 되는 근친혼도 마다않고 여성의 자궁에 우월한 씨를 뿌려 초인 아기를 양산하는 충격적 이야기가 담겨있다. 게다가 흑인여성인 작가가 직접 경험하고 느껴왔던 인종, 젠더문제를 작품에 녹여내면서 억압과 굴종의 역사로 점철된 고통과 아픔을 함께 담아낸다. 남성 그리고 파멸, 파괴의 신으로 묘사되는 도로와 유색인종의 여성이자 치유의 신으로 묘사되는 아냥우의 만남을 통해 서로에게 강렬하게 끌리지만 그들의 극단적인 능력 만큼이나 함께 공존할 수 없음을, 지독한 비극을 이미 암시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도로의 달콤한 말에 종족번식을 위한 가축처럼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제대로 성장하기도 전에 갑작스런 능력의 변이로 미쳐버리거나 자살해버리는 모습을 봐야만 하는 아냥우의 고통에서 자손을 잇는 생물학적 도구로서만 이용되는 여성들의 지독히 깊게 베인 억압과 고통의 역사를 통감할 수 있었다...



여성으로 고통을 겪는 아냥우 뿐만 아니라 일반인보다 월등히 뛰어난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일반인들의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 탄압받는 뮤턴트를 그리는 [X-MAN]처럼 초인들의 삶 자체도 일반인과 섞이지 못하고 비극으로 점철되어 있음을 그리며 다름으로 야기되는 모든 종류의 폭력을 그녀만의 언어로 이야기한다.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의 아프리카 흑인 여성이 주역이고 혈연을 통한 부족/일족에 기반된 순혈주의 세계관 그리고 심심치 않게 묘사되는 식인장면이 확실히 기존에는 접해보지 못한 스타일의 작품이라 기괴하고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굳이 작품에 함의된 페미니즘적 의미를 찾지 않더라도 독심술, 염동력, 신체변신, 정신감응, 사이코메트리, 이능력자들의 대결 등 초인SF로서의 재미도 놓치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차별을 극단적 증오로 풀어내기 보다 화해와 공존의 방법을 모색하는 것으로 매듭 짓는 작가의 관점이 좋았다. 흥미와 의미를 모두 잡는 SF였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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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 한국추리문학선 1
양시명 지음 / 책과나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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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커피유령과바리스타탐정 (2018년 초판)_한국추리문학선 1

저자 - 양수련

출판사 - 책과나무

정가 - 12800원

페이지 - 365p



따뜻한 커피 한잔에 욕망 한 스푼, 죽음 두 스푼



'양수련' 작가의 [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을 끝으로 드디어 올 6월에 참석했던 추리 마니아 정모에서 추리게임으로 선물받은 책들을 모두 털었다. 한국 추리문학을 이끌어 가는 한국추리작가협회원들의 한국추리문학선 시리즈의 포문을 여는 첫번째 작품이자 모바일영화 시나리오 공모 대상, 제6회 대한민국영상대전 우수상 수상자인 '양수련'작가가 써낸 9편의 이야기가 담긴 연작 단편집으로 독특한 설정과 민감하고 무거운 사회문제들을 과감하게 녹여낸 사회파 미스터리 작품이다. 



유년시절 어머니의 끔찍한 죽음을 직접 목도한 '환'은

재가한 교수 아버지를 따라 일본에서 외로운 생활을 하며

점차 세상과 단절한채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다. 

그러던 어느날 '환' 앞에 나타난 이세계의 혼령 '할'....

엉뚱한 잔소리꾼이지만 오로지 '환'의 눈에만 보이는 영혼 '할'의

존재로 세상으로 나갈 힘을 얻은 '환'은 14살의 나이에 아버지의 

그림자를 박차고 한국으로 향하고.....


불과 23살의 나이에 서울 도심지에 카페 '할의 커피맛'을 운영하는 갓(GOD)점주가 되다!!!....ㄷㄷㄷ



(금수저가 부럽지만...) 카페 자금의 출처야 어찌됐건...조선시대 아리따운 처자가 건넨 초기 커피 '양탕국'의 쌉싸레한 맛을 죽어서도 기억하는 귀신 '할'은 매일아침 갓내린 아메리카노를 마셔야 직성이 풀리는 커피유령이니 아침마다 지정석에 앉아 '환'이 내려준 감미로운 커피 한잔을 즐긴다. 사정을 모르는 일반인들은 언제나 비어있는 자리에 놓여 식어가는 커피를 바라보며 의문을 갖게되고, 급기야 고수레 커피가 시그니처 메뉴에 오를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한다. -_- 가게의 성황과는 별개로 바리스타 '환'의 유년시절의 상처에서 비롯된 어두운 기운은 각종 사건 사고를 불러오며 그가 가는곳 마다 범죄가 끊이지 않고, 그런 범죄현장에서 날카로운 통찰과 집중, 추리력으로 사건들을 해결하면서 어느새 바리스타 탐정으로 불리게 되는데.....



사건 하나. 14시 30분의 도둑 

가게안의 손님은 3명, 한명은 화장실에 간사이 노트북이 분실되고, 한명은 핸드폰이 분실, 다른 한명은 보고 있던 잡지가 분실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러다 가게가 망할판! 가게를 지키기 위해 바리스타 탐정이 나서는데....

- 딱 워밍업 스러운 단편 



사건 둘. 결혼의 두 얼굴 

중국인 며느리를 둔 시어머니는 담근 김치를 전하기 위해 아들의 집을 찾지만 아들의 집엔 아무도 없고 어쩔 수 없이 카페에서 종일 기다리다 김치를 '환'에게 맡기고 돌아간다. 김치를 대신 전하기 위해 아들의 집을 찾은 '환'은 그곳에서 중국인 며느리가 사망해 경찰이 조사하는 것을 목격하는데....며느리를 죽인 살인범은 누규?

 - 외국인 아내를 폭행하는 한국인 남편, 돈을 노리고 접근하여 사기치는 외국인 여성들...국제결혼의 어두운 민낯....



사건 셋. 비 오는 날의 수다 
천둥번개가 치며 쏟아지는 비를 피해 카페에 들른 집주인과 임형사, '환'은 이야기 꽃을 피운다. 임형사는 자신이 경험한 사건으로 추리퀴즈를 내는데...

- 쉬어가는 퀴즈 코너 



사건 넷. 뱅여 

제주도의 커피 원두 농장을 찾은 '환'은 농장주인과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농장을 둘러보기 직전 농장주가 잠시 자리를 비우고, 기다리다 오지 않는 농장주를 찾아 농장을 돌아다니던 '환'은 사망한 농장주를 찾아내는데.....

- 탐욕에 눈이 머니 가족도 필요 없다.



사건 다섯. 평생도의 비밀 

TV에서 미인도 그림을 보고 과거의 기억을 조금 떠올리는 '할'을 위해 경복궁을 찾은 '환'과 '할'은 거리에서 이름없는 화가가 판매하는 오래된 그림에서 기묘한 느낌을 받는다. 그 그림에 집착하는 '할'을 위해 그림을 구입하려 하지만 다짜고짜 판매를 거부하는 화가는 장사를 접고 돌아가고, 그날부터 언제나 '환'의 곁을 맴돌던 '할'이 모습을 감추는데....

- 유령 '할'의 정체에 대한 약간의 힌트. 그러나 아직 갈길이 먼듯....



사건 여섯. 운이 좋은 아이 

폐지로 생계를 유지하는 조부의 손에서 어렵사리 커가던 소년이 조부를 떠나 엄마와 함께 산다고 떠난지 얼마안되 다시 초췌한 모습으로 '환' 앞에 나타난다. 사정을 묻는 '환'의 질문에 도망치듯 사라진 소년은 시간이 지날수록 몸의 상처가 늘어만 가는데.....

- 개인적으로 가장 가슴아픈 단편이다...돌이킬 수 없도록 망가져 버린 누나가 제일 마음에 걸리던...ㅠ_ㅠ 아동학대는 이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범죄행위다.



사건 일곱. 길바닥에 놓인 사랑 

매일밤 남녀의 싸움 소리에 잠을 설치는 '환'은 불만 가득한 눈빛으로 맞은편 골목을 쳐다보고, 다음날 맞은편 골목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숨진 남성의 시체가 발견된다. 말단 공무원이던 남성이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 사연은 무엇일까?...

- 초범이긴 하나 범인의 범행 이후의 행동이 너무나 어설퍼 거슬렸다. -_-



사건 여덟. 환의 인터뷰 

바리스타 탐정으로 유명세를 떨치자 방송국 PD에게 인터뷰 제의가 들어오고 '환'은 갈등에 갈등을 거듭하다 인터뷰 요청을 수락한다. PD의 질문에 답하던 '환'은 갑자기 인터뷰를 중단하고 카메라에 담긴 영상을 삭제해 버리는데.....

- '김전일', '코난'처럼 가는곳마다 범죄를 몰고 다니는 '환'에게 심정을 묻는 장면이 꽤 인상깊었다.



사건 아홉. 미혹으로의 초대 

카페에서 강령회 회원들과 영혼과의 강령회를 기획하고, 여러 회원들과 강령회를 시작하려는 찰나 소환을 진행할 강령자가 모습을 감춘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화장실 안에서 목이 졸려 숨진 강령자가 발견되는데.....

- 귀신을 보는 지유의 캐릭터가 그냥 소비되 버린것 같아 아쉽다. 뭔가 보여줄줄 알았는데...-_-;;;



자신에게만 보이는 유령과 함께 티키타카 투닥거리며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에서 장르는 다르지만 만화 [고스트 바둑왕]의 '히카루'와 '사이'가 떠올랐다. 하여 바둑에 '바'자도 모르던 일자무식 '히카루'가 바둑귀신 '사이'를 만나 바둑기사로 성장하는 만화처럼 유령 '할'이 사건 해결에 핵심적인 힌트를 주면 바리스타 '환'이 그 힌트를 받아 사건을 해결할줄 알았건만, 작품에서 '할'은 거의 사건해결과는 관개없는 개그캐로 그려지더라. 마음을 꽁꽁 걸어잠근 '환'의 마음에 걸린 빗장을 풀어주는 영혼의 프랜드 정도의 역할이랄까? 이들의 가벼움이 사건 자체의 무거움을 경감시켜주어 좋았다.



외국인 사기결혼, 아동학대, 과도한 집착, 외도, 치정, 배신 등등 이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 접할 수 있는 끔찍한 사건들이 작품내 벌어지면서 익숙한 혼란을 야기한다. 이런 끔찍한 사건들이 익숙한것도 비극이요, 탐욕과 욕망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것도 지옥이리라. 그런 피비린내 나는 수라장에서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는 바리스타 탐정 '환'의 활약은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쾌감을 선사한다. 사회의 어두운 부분들을 지적하는 아홉 편의 이야기들은 좋았지만 작품을 읽는중에 대강의 스토리라인이 파악되어 반전의 묘미가 가감되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번 [계간 미스터리 2019년 봄호]에 실린 '양수련'작가의 인터뷰를 보니 속편도 언급되던데 다음에 만날 '환'과 '할'의 이야기에는 유령 '할'의 정체가 밝혀질지, 원수같은 '환'과 아버지의 관계가 진전될지 기대된다. 다음엔 또 어떤 사건들로 인간에 내재된 심연의 치부를 들춰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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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라이징
토머스 해리스 지음, 박슬라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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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라이징 (2019년 초판)

저자 - 토머스 해리스

역자 - 박슬라

출판사 - 나무의철학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63p



절대악의 기원을 찾아서



[레드 드래곤]부터 이어져온 한니발 시리즈의 마침표이자 한니발 렉터의 기원을 다루는 작품 [한니발 라이징]이다. 인간을 뛰어넘는 후각신경, 타인의 마음속을 꿰뚫어 보는 심안, 초월적인 기억력, 평온함 속의 냉혹한 광기 그리고 동족의 몸뚱아리를 먹어치우는 식인 기호까지...그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렉터 박사의 과거를 통해 총명하고 사랑 넘치던 한 소년이 지옥의 수라장을 거치며 진정한 악마로 거듭나게 되는 안타까운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이 축조한 렉터성에서 한니발의 피를 이어받은 후손들이 대대손손 대를 이어가고, 수백년이 지나 다시 한니발의 이름을 부여받은 한니발 렉터는 어려서부터 남다른 지능과 호기심으로 성주 렉터백작 가문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다. 몇 년뒤 한니발의 동생 미샤가 태어나고 그때부터 한니발은 동생을 보살피며 오랜 시간을 함께 한다. 그러던 어느날 독일군이 2차세계대전을 위해 폴란드를 침공하고 전쟁의 여파는 순식간에 렉터성까지 밀려든다. 치열한 전쟁통에 부모와 가족을 잃고 렉터와 동생 미샤만이 홀로 살아남아 깊은 산속 산장에 기거하던중 적십자 마크를 두른 다섯 병사들이 산장을 찾는다. 하지만 그들은 전쟁중 생명 구호를 위한 단원이 아니었으니, 혼란한 전쟁통에 생존을 위해 적십자 단원으로 위장하고 적군, 아군 가릴것 없이 죽이고 약탈하는 전쟁 범죄자였던 것. 그날부터 렉터와 미샤, 그리고 다섯 망나니들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고, 몇 일뒤 목에 쇠사슬을 감은채 산속을 헤매던 한니발 렉터가 러시아군에게 발견된다. 끔찍했던 그날의 트라우마로 동생 미샤의 행방도, 다섯 전범들의 행방도 송두리째 기억속에서 사라지고 목소리조차 잃어버린 렉터는 프랑스에 있던 삼촌 로버트 렉터에게 인계되고 그곳에서 삼촌과 삼촌의 아내이자 일본인인 무라사키와 함께 지내게 되는데....


매일밤 렉터의 꿈속을 찾아오는 푸른 눈과 거미손

동생 미샤의 손을 꼭 붙들고 있지만 렉터를 장작으로 때리고

미샤를 낚아채는 푸른 눈....뒤이어 찢어질 듯한 미샤의 비명소리...

그리고 텅 빈 미샤의 눈동자와 마주치는 순간......

비명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난다. 

매일 밤....하루도 빠짐없이....



유년시절의 충격적 트라우마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렉터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로버트와 무라사키는 모든 마음을 다해 렉터의 상처를 보듬어주려 노력한다. 렉터 역시 어느정도 그날의 상처를 봉합하고 그들에게 마음을 열고 차츰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지만.....양부모의 걱정만으론 렉터의 심연속에 뿌리박힌 악마의 씨앗을 깨끗이 제거할 수는 없었으니....욕설, 냄새, 장면 등등 잠재의식 속에 봉인되 있던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기억의 파편들이 도화선이 되어 불붙는 순간 얌전한 소년 렉터는 거칠고 잔인한 악마의 본성을 드러내게 된다.  



평범한 사람도 죄책감 없는 잔혹한 살인기계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참혹한 전쟁의 진상이니 끔찍하게 가족을 잃은 소년이 악마가 되는 계기로 2차세계대전은 심정적으로 충분히 납득할만한 소스가 아닌가 싶다. 그것도....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방법으로 여린 소년의 가슴을 난도질 하니 악마가 되지 않고서 어찌 멀쩡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겠는가....1부는 렉터의 끔찍한 유년시절을, 2부는 의과대생이 되어 약탈한 보물들로 호위호식 하는 오인방을 찾아가 처절하게 응징하는 피의 복수가, 3부는 인간적 면모가 단 한조각도 남아있지 않은 완벽한 악마로 거듭난 렉터의 모습을 그려낸다. 



일부 팬들은 베일속에 가려져 있던 악마 한니발 렉터가 신비함을 잃고 평범한 인간계로 끌어내 버린 이 [한니발 라이징]에 불만을 쏟기도 하는것 같은데, 개인적으론 이유없이 살인과 인육을 즐기는 미치광이 렉터보단 상상을 초월하는 희대의 악마 역시 철저히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졌고, 악마보다 더 무섭고 끔찍한 존재는 바로 인간임을 이야기하며 한니발 시리즈를 매듭짓는 '토머스 해리스'식 마침표에 점수를 주고 싶다. 양들이 울부짖는 [양들의 침묵]속 클라리스 스탈링의 꿈과 미샤가 비명지르는 [한니발 라이징]속 렉터의 꿈이 기막히게 대칭되는 결말이 아닌가!...물론 두 사람간에 울부짖음을 그치는 방법은 확연한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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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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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양들의침묵 (2019년 초판)

저자 - 토머스 해리스

역자 - 공보경

출판사 - 나무의철학

정가 - 15000원

페이지 - 640p



심리 스릴러의 바이블



심리 스릴러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바로 그 작품이 재출간되었다. 스릴러 장르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번쯤 이름은 들어봤을 작품. '안소니 홉킨스'와 '조디 포스터'의 열연으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영화화로도 성공시킨 그 작품 [양들의 침묵]이다. 심리 스릴러의 바이블이라 수식했지만 정작 본인은 원작을 이번에야 처음 접했으며 그나마 십수년전 공중파 심야 외화극장에서 방영했던 삭제판으로 시청했을 뿐이라 그당시는 꽤나 강렬한 충격이었지만 디테일한 스토리는 거의 망각한채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거의다 잊었다곤 하지만 굵직한 뼈대는 기억하고 있기에 원작을 읽는 내내 너무나 안타까웠다. ㅠ_ㅠ 아....스토리를 하나도 모르고 읽었다면 이 강렬한 반전의 충격을 100% 고스란히 경험할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밀려들 정도로 원작은 영화와는 다른 섬세하고 디테일한 심리적 스릴을 선사했다.



정신질환자 격리감옥에 갇혀 있는 최고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아홉 건의 연쇄살인을 저지른 이지적 식인귀 한니발 렉터.

FBI 연수생이지만 끈질긴 집착과 야망으로 렉터와 마주하는 

초짜 프로파일러 클라리스 스탈링.

그리고 여섯 여성의 신체 가죽을 벗겨내고 유기한 현재 진행형 연쇄살인마 버팔로 빌.


버팔로 빌에게 납치된 일곱 번째 타깃 캐서린을 목숨이 붙어있는채로 찾아야만 한다!

가죽이 벗겨지기까지 그녀에게 남은 시간은 단 5일. 

가죽을 벗겨내는 버팔로 빌의 범죄 이상심리를 파악하기 위해서

이상 범죄심리 분야에 정통한 미치광이 정신과 박사 렉터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밖에 없고,

살인마의 정보를 끌어내려는 스탈링과 정보를 무기로 이용하려는 렉터 박사의 숨막히는 심리대결이 펼쳐진다.



전작 [레드 드래건]으로 감옥에 갇힌 렉터로 인하여 졸지에 한니발 렉터가 안락의자에 앉아 범인을 추리하는 안락의자 탐정물이 되버리는데, 역사상 이렇게 위험하고 치명적인 안락의자 탐정이 있었던가? 감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그저 대화를 나누는것 만으로도 이토록 무거운 존재감을 발산하니... 상대의 심리적 약점을 단번에 꿰뚫는 심안과 지적인 대화 뒤에 감춰놓은 날카로운 비수가 어느새 상대의 마음에 걸린 빗장을 거둬내고 연약한 속살을 후벼판다. 차분한 이지적 모습과 대조되는 가학적 폭력성과 반사회적인 식인 기호가 독자에게 공포와 거부감을 뛰어넘는 캐릭터 자체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 그런 인간의 심연속 잠재된 폭력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복합적인 요소들이 한니발 시리즈가 처음 태동한 1975년 이래 4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대 싸이코 범죄물의 가장 매력적인 빌런으로 한니발 렉터를 꼽는 이유이리라.



"우리는 렉터를 연구해보려고 했습니다. 

이 수감자를 우리의 기념비적인 연구 기회로 삼아보자고 생각하면서요.

이런 표본을 산채로 확보하는 건 대단히 드문 일이거든요."

"무슨 표본이요?"

"순수한 소시오패스요._27p



어쨌던, 버팔로 빌이 피해자의 목구멍 깊숙이 나방 고치를 밀어넣는 이유, 그가 여성의 가죽에 집착하는 근본적 원인, 클라리스 스탈링의 머리속 양들이 울부짖는 이유, 그녀가 버팔로 빌을 잡는 것에 모든것을 내건 근본적 원인, 렉터 박사의 모호하고 상징 가득한 힌트들까지...작품 전반에 걸쳐 심리학을 기반으로한 넘쳐나는 상징과 은유들을 심리학의 '심'자도 모르는 본인조차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뭔지 잘모르겠지만 심오하면서도 그물처럼 얽혀있는 플롯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절정에 이르고 강렬한 반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버팔로 빌의 살인에 이르는 이상심리와 클라리스 스탈링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진 울부짖는 양의 근원적 의미를 깨닫게 되는 신비한 정신적 체험을 경험케하는 것이다. ㅋ



스릴러 거장으로 불리는 '토머스 해리스'의 작품이라곤 신작 [카리 모라] 한편밖에 못봤지만 이 작품 [양들의 침묵]이 역대급이란건 한니발 시리즈의 문외한인 나조차도 알 수 있을정도로 범접할 수 없는 강렬한 다크포스를 뿜어낸다. 스릴러 마니아라면 이미 이 원작과 영화를 감상했겠지만 아직 이 작품을 읽지 못한 스릴러 팬이 있다면 이 찬란한 고전을 거치지 않고선 진정한 스릴러를 논하는 것이 무의미 하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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