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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양들의침묵 (2019년 초판)
저자 - 토머스 해리스
역자 - 공보경
출판사 - 나무의철학
정가 - 15000원
페이지 - 640p
심리 스릴러의 바이블
심리 스릴러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바로 그 작품이 재출간되었다. 스릴러 장르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번쯤 이름은 들어봤을 작품. '안소니 홉킨스'와 '조디 포스터'의 열연으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영화화로도 성공시킨 그 작품 [양들의 침묵]이다. 심리 스릴러의 바이블이라 수식했지만 정작 본인은 원작을 이번에야 처음 접했으며 그나마 십수년전 공중파 심야 외화극장에서 방영했던 삭제판으로 시청했을 뿐이라 그당시는 꽤나 강렬한 충격이었지만 디테일한 스토리는 거의 망각한채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거의다 잊었다곤 하지만 굵직한 뼈대는 기억하고 있기에 원작을 읽는 내내 너무나 안타까웠다. ㅠ_ㅠ 아....스토리를 하나도 모르고 읽었다면 이 강렬한 반전의 충격을 100% 고스란히 경험할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밀려들 정도로 원작은 영화와는 다른 섬세하고 디테일한 심리적 스릴을 선사했다.
정신질환자 격리감옥에 갇혀 있는 최고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아홉 건의 연쇄살인을 저지른 이지적 식인귀 한니발 렉터.
FBI 연수생이지만 끈질긴 집착과 야망으로 렉터와 마주하는
초짜 프로파일러 클라리스 스탈링.
그리고 여섯 여성의 신체 가죽을 벗겨내고 유기한 현재 진행형 연쇄살인마 버팔로 빌.
버팔로 빌에게 납치된 일곱 번째 타깃 캐서린을 목숨이 붙어있는채로 찾아야만 한다!
가죽이 벗겨지기까지 그녀에게 남은 시간은 단 5일.
가죽을 벗겨내는 버팔로 빌의 범죄 이상심리를 파악하기 위해서
이상 범죄심리 분야에 정통한 미치광이 정신과 박사 렉터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밖에 없고,
살인마의 정보를 끌어내려는 스탈링과 정보를 무기로 이용하려는 렉터 박사의 숨막히는 심리대결이 펼쳐진다.
전작 [레드 드래건]으로 감옥에 갇힌 렉터로 인하여 졸지에 한니발 렉터가 안락의자에 앉아 범인을 추리하는 안락의자 탐정물이 되버리는데, 역사상 이렇게 위험하고 치명적인 안락의자 탐정이 있었던가? 감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그저 대화를 나누는것 만으로도 이토록 무거운 존재감을 발산하니... 상대의 심리적 약점을 단번에 꿰뚫는 심안과 지적인 대화 뒤에 감춰놓은 날카로운 비수가 어느새 상대의 마음에 걸린 빗장을 거둬내고 연약한 속살을 후벼판다. 차분한 이지적 모습과 대조되는 가학적 폭력성과 반사회적인 식인 기호가 독자에게 공포와 거부감을 뛰어넘는 캐릭터 자체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 그런 인간의 심연속 잠재된 폭력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복합적인 요소들이 한니발 시리즈가 처음 태동한 1975년 이래 4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대 싸이코 범죄물의 가장 매력적인 빌런으로 한니발 렉터를 꼽는 이유이리라.
"우리는 렉터를 연구해보려고 했습니다.
이 수감자를 우리의 기념비적인 연구 기회로 삼아보자고 생각하면서요.
이런 표본을 산채로 확보하는 건 대단히 드문 일이거든요."
"무슨 표본이요?"
"순수한 소시오패스요." _27p
어쨌던, 버팔로 빌이 피해자의 목구멍 깊숙이 나방 고치를 밀어넣는 이유, 그가 여성의 가죽에 집착하는 근본적 원인, 클라리스 스탈링의 머리속 양들이 울부짖는 이유, 그녀가 버팔로 빌을 잡는 것에 모든것을 내건 근본적 원인, 렉터 박사의 모호하고 상징 가득한 힌트들까지...작품 전반에 걸쳐 심리학을 기반으로한 넘쳐나는 상징과 은유들을 심리학의 '심'자도 모르는 본인조차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뭔지 잘모르겠지만 심오하면서도 그물처럼 얽혀있는 플롯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절정에 이르고 강렬한 반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버팔로 빌의 살인에 이르는 이상심리와 클라리스 스탈링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진 울부짖는 양의 근원적 의미를 깨닫게 되는 신비한 정신적 체험을 경험케하는 것이다. ㅋ
스릴러 거장으로 불리는 '토머스 해리스'의 작품이라곤 신작 [카리 모라] 한편밖에 못봤지만 이 작품 [양들의 침묵]이 역대급이란건 한니발 시리즈의 문외한인 나조차도 알 수 있을정도로 범접할 수 없는 강렬한 다크포스를 뿜어낸다. 스릴러 마니아라면 이미 이 원작과 영화를 감상했겠지만 아직 이 작품을 읽지 못한 스릴러 팬이 있다면 이 찬란한 고전을 거치지 않고선 진정한 스릴러를 논하는 것이 무의미 하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