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화 - 오딘, 토르, 로키 이야기
케빈 크로슬리-홀랜드 지음, 제프리 앨런 러브 그림, 김영옥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북유럽신화 : 오딘, 토르, 로키 이야기 (2019년 초판)

저자 - 케빈 크로슬리-홀랜드

그림 - 제프리 앨런 러브

역자 - 김영옥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25000원

페이지 - 239p



바이킹 전사들의 강철같은 용맹의 기원



마블 시리즈를 공유하는 MCU 세계관의 판타지 축을 담당하고 있는 머슬 히어로 [토르]로 캐릭터 자체는 익숙하지만 막상 토르의 모태가 되는 북유럽 신화는 살면서 단 한번도 접해본적이 없다. 기껏해야 제우스, 헤라클레스가 등장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정도나 만화나 영화를 통해 단편적으로 접했을뿐...-_- 하여 정식으로 처음 만난 북유럽 신화는 내게 굉장히 낯설고 생소했지만 그런만큼 게르만 특유의 강철같은 강인함과 깊은 어둠에 휩싸인 다크판타지의 세계를 선사하는 작품이었다. 



북유럽 신화를 읽으며 마블의 [토르]시리즈가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오락영화로 제작되긴 하였으나 나름 노르드 신화의 세계관을 충실히 반영하여 제작됐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냥 신화만 읽었다면 난해할 수도 있었던 부분들이 이미 이미지화된 영화를 통해 머리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져 이해를 도왔달까. 힘쓸줄만 아는 조금은 아둔한 토르의 캐릭터나 재치 넘치는 모사꾼이지만 태생적 한계로 신들 사이에 섞이지 못하는 로키의 깊은 한 역시 신화와 영화 둘 다 동일한 베이스로 그려지고 있었다. 



어쨌던 기존에도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작가들에 의해 재창조된 다양한 버전의 북유럽 신화들을 만날 수 있지만 뭣보다 이 작품이 갖고 있는 강점이자 차별점은 이번 버전이 북유럽 신화 '아트북'이라는 점이다! 일반 판본을 압도하는 대형 판형에 각종 판타지 어워드 수상실적을 보유하고 있는 판타지 전문 일러스트레이터 '제프리 앨런 러브'의 이야기의 핵심을 짚어내는 매력적인 일러스트가 더해지니 아트에 가까운 환상적 페이지에 독자는 압도될 수 밖에 없으리라...블랙 & 화이트의 대비와 거친 붓터치로 거친 질감을 살려낸 그의 역동적인 일러스트들은 치열한 신들의 전쟁 한가운데로 독자를 소환시킨다.  



하여 일러스트가 가미된 인상적인 에피를 올려본다.




로키는 본처를 두고 거인족과 정을 통하여 세 아이를 낳는다.
첫째는 거대한 뱀 요르문간드
둘째는 반은 인간 반은 시체의 몸을 가진 헬
셋째는 거대하고 흉폭한 늑대 펜리르였다.

아스가르드의 신들은 장차 세계를 위협할 소지가 있는 로키의 세 아이들의 존재를 우려하기 시작했고, 결국 오딘은 로키가 없는 사이 토르와 호니르에게 로키의 아이들을 처리하도록 명령한다.

첫째 요르문간드는 깊고 깊은 바닷속에 유폐되고
둘째 헬은 세계수 이그드라실의 맨 밑뿌리 아래 어두침침한 망자의 도시로 보내진다.




셋째 펜리르를 결박하기 위해 오딘은 뇨르드에게 쇠사슬을 만들것을 지시한다.


그러나 막강한 펜리르는 간단히 뇨르드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이에 오딘은 난쟁이족에게 황금을 댓가로 마법의 사슬을 제작해줄것을 의뢰한다.




마침내 난쟁이가 만든 마법의 끈으로 펜리르를 결박한 신들은 펜리르를 호수 한가운데 작은섬 링비에 가둬 놓는데 성공한다.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로키의 세 자식들을 잔인하게 유폐한 오딘의 결정은 훗날 로키의 배신으로 멸망하는 아스가르드의 불행한 결말을 암시하는 복선이라고 볼 수도 있을것 같다. 거대 괴수들과의 한판 외에도 묠니르를 휘두르며 거인족과의 화끈한 한판승을 펼치는 토르의 거침없는 활약상, 신체를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는 로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상상도 못한 가장 쇼킹한 에피는 암말로 변신한 로키가 숫말과 교미하고 직접 조랑말을 출산하는 장면이....ㄷㄷㄷ) 등등 기상천외한 판타지가 북유럽 신화의 세계로 매료시킨다. 



세계수 이그드라실로 이어진 신들의 나라 아스가르드, 인간들이 살고 있는 중간계 미드가르드, 거인들의 나라 요툰헤임, 사자의 나라 니플헤임까지...바이킹의 용맹이 깃든 노르드 신화 속으로 빠져보자!



덧 - 그나저나 아스가르드와 미드가르드의 왕래는 해임달이 지키고 있는 무지개 다리를 통해서만 가능한데 신계와 인간계를 잇는 의미에서 '무지개 다리를 건넌다'라는 의미가 이때부터 죽음을 의미하게 된건 아닌지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해본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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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킬 - 이재량 장편소설
이재량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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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킬 (2019년 초판)

저자 - 이재량

출판사 - 나무옆의자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43p



버러지 같은 인간들을 박멸하라



제목부터 심상치 않더니 내용은 더욱 기이하고 음습하다. 정말로 싹다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바퀴벌레들이 온몸을 기어다니듯 찝찝하고 근질근질한 소설 [올킬]이다. 얼굴이 비칠 정도로 곱디 고운 검정색 키틴질 껍질 아래에 살포시 숨겨놓은 수천마리의 새끼가 담긴 알주머니를 달고 인간과 가장 가까운 곳에 침투해 서식하는 지구상 최강의 지배자.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바퀴벌레를 정말 구역질이 나도록 질리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ㅠ_ㅠ 생경한 공포! 이걸 혐오곤충 호러라고 해야할지..뭐라 불러야 할지..-_-;;;  



유년시절 아버지의 학대속에서 커온 고광남은 병적인 결벽증이 생겼고 그런 결벽 집착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에 이른다. 서른줄이 넘어 겨우 겨우 결혼엔 성공하지만 남편의 이상증세에 질린 아내는 아이를 낳자마자 이혼을 요구하고 고광남은 아내와 아들에게 집을 넘기고 제천의 깊은 산골짜기 쓰러져가는 오두막을 개조하여 홀로 기거한다. 그런 깊은 오지에 언제부턴가 시끌벅적 공사차량들이 오가더니 고광남의 오두막 바로 옆에 으리으리한 전원주택이 지어지고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건축 디자이너 부부가 주택에 들어오고부터는 매일밤 늦게까지 시끌벅적 가든파티가 끊이지 않는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고광남의 오두막 방향으로 쓰레기 봉투에 쌓여있는 음식찌꺼기들은 며칠째 그대로 방치되어 썩은내가 진동하고 시꺼먼 파리때가 달라붙어 깔끔한 고광남은 홀로 끓탕을 하는데, 그러던 어느날....고광남은 수채구멍 사이로 긴 더듬이를 안테나처럼 내밀고 밖을 살피는 검은색 곤충과 맞닥뜨리고.....그날부터 바퀴벌레와의 치열한 사투가 시작된다. 그러나 시중 약제로 질기고 질긴 바퀴벌레를 박멸하기엔 역부족...참다 못해 시내에서 눈여겨 봤던 사설 해충구제업체 올킬에 전화를 걸자 곧바로 흰색 밴에서 흰색 방역복을 입은 백발의 여성이 고광남의 집으로 찾아오는데......


이때만해도 고광남은 전혀 알수 없었다. 올킬에 의뢰한 바퀴벌레 박멸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를......

 


불현듯 스무살 무렵 끔찍하도록 불쾌한 경험이 본인의 뇌리를 스치듯 훑고 지나간다. 아파트에서 2층 단독주택으로 이사간 본가에 얹혀살던 본인은 무더운 여름날 본인 방에 누워 잤더랬다. 덥기도 하고 원체 답답한걸 싫어해서 빤스 한장 입고 이불 없이 누워자는데 스스슥...사사삭.....벽을 스치는 듯한 불길한 소리에 이어 등짝 한가운데 손가락 한마디 만한 크기의 무언가가 등짝을 쿠션삼아 안착하고....번개같이 일어나 형광등을 키고 이불을 살펴보니 어느새 방 구석 장농밑으로 번개같이, 거의 날다시피 달려가는 살이 통토하게 오른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검은색 바퀴벌레 한마리....이런 젠장할...미친듯이 바퀴약을 장농틈사이로 뿌려대지만 눈으로 뒈지는 모습을 보기전까진 불안하여 누울수도 없고 그런 와중에도 등짝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착륙의 불쾌한 촉감....그런날은 잠은 다잔거다. 불행한건 그런 끔찍한 경험이 한번에 그치지 않았다는것이니...아흐흑.....



이 작품을 읽으며 작품속 불사신처럼 끊임없이 나타나는 바퀴벌레에 미쳐가는 고광남을 보면서 그때 당시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등짝 한가운데가 미치도록 가려운걸 느끼면서 나도 고광남과 함께 미쳐버리는줄 알았다. 정말로 작가가 세스코에 몸담았거나 아니면 바퀴벌레 연구 학위가 있는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악마의 곤충에 대한 빠삭한 습성과 묘사가 진저리나도록 생생하게 와닿는다. 



끈질긴 생존력, 엄청난 번식력으로 무장하여 인류가 멸망해도 끝까지 지구상에 남아 군림할 최강의 생물로서 인류는 태초부터 바퀴벌레와 공존해오며 인류를 앞선 바퀴의 극악의 생존력에 공포심을 느꼈고 그 공포의 DNA가 이어져오기에 지금도 우리는 그렇게 바퀴를 혐오하고 단 한순간도 같은공간에 있기를 거부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세상을 살아 오면서 이런 바퀴벌레 보다 더 끔찍하고 혐오스런 인간들을 목격하지 않았던가...아무도 모르게 남에게 빌붙어 자신의 배를 불리는 버러지 같은 인간말종들....번번이 마주하게 되는 더러운 민낯에 더해가는 사람에 대한 실망과 회의. 올 킬 Ltd. 에서 장판 사이 사이, 수챗구멍 속안에 서식하고 있는 수천마리의 바퀴들을 시원~하게 박멸하는 카타르시스와 함께 또다른 통쾌한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쾌감 뒤엔 그에 따른 책임과 새로운 공포가 도사리고 있지만 말이다....



바퀴벌레에 대한 혐오공포를 자극하면서 교묘하게 인간의 이기심에 따른 혐오감을 조장하여 인간과 바퀴를 동일선상에 두고 독자로 하여금 저울질 하게 만든다. 과연 바퀴와 인간 어느쪽이 더 유해한가....더불어 결벽의 인생을 살아온 고광남이 바퀴벌레로 인하여 서서히 무너져가는 정신착란의 과정이 무섭도록 세밀하게 그려져 극도의 공포를 자극한다. '카프카'의 [변신]도 아니고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플라이]도 아닌 '이재량'의 [올 킬]이 보여주는 극악의 그로테스크.....치솟는 혐오감과 돌진하는 몰입감이 돋보이는 독특한 공포 호러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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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진화 류츠신 SF 유니버스 5
류츠신 지음, 박미진 옮김 / 자음과모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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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진화 (2019년 초판)_류츠신 SF 유니버스 5

저자 - 류츠신

역자 - 박미진

출판사 - 자음과모음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15p



"우주에서 제일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우주를 이애할 수 있다는 것이죠."

"우주에서 제일 이해가 쉬운 것이 바로 우주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고요."



중국 SF의 대표주자 '류츠신'의 청소년들을 위한 SF시리즈 [류츠신 SF 유니버스]가 시리즈 다섯번째 작품 [고독한 진화]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1편을 제외하고 2편부터 마지막 5편까지 읽어오면서 더이상 그가 그려내는 영어덜트를 위한 경계없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SF 세계를 볼 수 없다는게 마냥 아쉽게만 느껴지는데...[삼체] 이후로 또 세계가 깜짝 놀랄 새로운 SF를 들고 나오리라 믿어의심치 않으면서 국내에선 다시 만날 그날까지 잠깐 동안의 휴지기를 갖게 될것 같다. ㅠ_ㅠ



이번 마지막 단편집의 주제는 사랑이다. 남녀간의 사랑이 아닌 타인을 위한 희생과 도전 그리고 목표를 향한 끝없는 사랑....앞선 작품들도 기술진보를 앞장서는 최신 과학 이론으로 무장한 SF와 수만년의 역사를 함축하는 동양의 철학적 사조를 절묘하게 조합하여 '류츠신'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깊이있는 작품세계를 선보였는데, 그런 '류츠신'의 끝을 알 수 없는 세계가 이번 작품에서 오묘하고 영롱한 빛을 발한다. 



1. 타인의 눈

죽어라 일만 한 당신 떠나라! 대신 타인의 눈과 함께....과도한 업무에 지친 남자는 드넓은 들판에 한가득 꽃이핀 아름다운 자연으로 여행을 떠난다. 거기엔 정체모를 여성의 눈과 함께인데, 남자가 보는 모든 풍경과 후각, 미각의 신경등 남자가 느끼는 모든 체험이 무선기기를 거쳐 어딘가에 있을 여성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다. 여성과 교신하며 여성의 부탁대로 행동하던 남성은 여성이 그토록 자연경관에 미련을 가진 이유를 깨닫게 되는데.....



2. 지구 대포

불치병에 걸린 과학자는 어린 아들을 남겨두고 동면에 들어간다. 동면에서 깬 과학자는 동면전의 환경관 너무나 다르게 극악으로 악화된 환경에 놀라게 되고, 그를 알아본 사람들은 과학자를 납치하여 거대하고 깊숙한 공동에 빠트리고, 과학자는 끝없이 아래로 아래로 추락 하게 되는데.....



3. 산골 마을 선생님

너무나 열학한 외딴 시골마을 마을 사람들은 순간의 만족감을 위해 더이상 내일을 바라보지 않는 근시안적 삶을 산다. 무지하고 낙후되고 그릇된 그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아이들만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허름한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촛불을 밝히며 지식을 전달하려는 선생님은 노력에 대한 결실도 보기전에 식도암이라는 불치병에 걸리는데......


한편, 2만년의 우주전쟁이 끝나고 외계 함대는 일정 지식 이하의 생명체가 있는 행성은 소멸하기로 결정한다. 이에 우주 내 생명체가 있는 행성의 지식 테스트를 실시하고, 마침내 지구 차례가 다가오는데......



'결혼도 못한 마을의 노총각들은 매일같이 도박을 하거나 술을 퍼마시고 농사일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알고 있었다. 찢어지게 가난하면 대도시에서 언제나 도무을 준다는 것을 말이다. 그 돈은 손바닥만 한 밭뙈기에서 1년 내내 흙을 파서 버는 것보다도 훨씬 많았다. 교육이 없다면 사람이 천박해지고 열악한 자연환경은 사람을 좌절시키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가 정말 이 마을에 가망이 없다고 느낀 것은 이곳 사람들의 생기 없는 눈빛 때문이었다.' _150p




전작들에서 끝없는 우주로 향하던 시선을 거둬 이번엔 지구 내부로 옮긴다. 내가 서있는 땅을 파고들어 지구 반대편에 구멍을 내고 그 구멍안으로 뛰어든다면 끝없이 추락하여 지구 대기권 밖으로 빠져나갈까? 아니면 끝없이 구멍 사이를 추락하게 될까? 어릴적 이런 생각 안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역시도 이런 엉뚱한 상상을 했는데, 이 상상에서 비롯된 이야기가 [타인의 눈], [지구 대포]에서 실제 과학이론에 근거하여 상세하게 그려진다. 또한 [타인의 눈], [지구 대포]는 각각의 단편이면서도 이어지는 연작 단편의 형식을 띈다. 실제로 지구를 관통하는 통로가 건설된다면, 지구는, 인류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사실 '류츠신'이 청소년을 위해 하고픈 말이자 이 시리즈의 백미이자 궁극적 작품이 [산골 마을 선생님]이라 생각된다. 실제로 지금도 중국 격오지에서는 작품에서 그려지는 낙후된 환경과 가난에 찌들어 하루 생계를 걱정하기에 바빠 기본 교육조차 받지 못하는 산골 마을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있다는 것을 천명하고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을 위해 투자해야 함을 강조하는 작품이었다. 살신성인으로 피를 토하며 숨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아이들에게 열역학 법칙을 가르지는 장면과 그 가르침으로 지구 멸망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은 이 글만 봐서는 엉뚱하고 허무맹랑해 보이겠지만, 그 어떤 신파를 보면서도 마음에 와닿지 않아 코웃음치던 본인에게 울컥하는 뜨거운 감동과 눈물을 선사한 작품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작품이었다. ㅠ_ㅠ 



영어덜트SF를 보면서 훌쩍이다니 뭔가 보통사람들과는 감동코드가 확연히 다른것 같기도 하지만 SF작품임에도 읽는 내내 '장예모' 감독의 [책상 서랍 속의 동화]가 떠오르면서 분필을 아껴야 할 정도로 낙후된 시골에서 순박하고 선량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생각나고 상황에 몰입하다보니 극적인 결말에 마음이 대차게 흔들렸던것 같다. 이러니 시리즈중 가장 좋았던 단편을 꼽으라면 [산골 마을 선생님]을 뽑을것 같다. ㅎ



지구를, 세계를 구원할 메시아는 엄청난 업적을 자랑하는 세계적 영웅이 아닌 우리 주변에 코흘리는 아이들일지도 모른다는 발상이 너무나 좋았다. 그것도 엄청난 과학기술로 무장한 삼체 외계인과 지구인의 수천년의 피터지는 전쟁을 그렸던 [삼체]시리즈를 써낸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마음에 든다. 또다른 관점으론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탈인간화로 획일화 되어도 결국 세상을 바꾸고 움직이는건 사람의 헌신과 희생이라는 인간적 측면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공감됐던것 같다. 무궁한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는 아이들이 꼭 읽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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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초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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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초 (2019년 초판)

저자 - T.M.로건

역자 - 천화영

출판사 - 아르테(arte)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81p



가슴속 체증을 한방에 날려버릴 통쾌한 한방!



두 아이의 엄마로서 어린 여자와 바람나 집을 나가버린 무책임한 남편 대신 가족을 지키기 위해 홀로 대학교 시간강사로 힘겹게 일하는 세라는 이제나 저제나 계약직 시간강사에서 벗어나 전임강사로 승진하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 뛰어난 실적과 높은 강의 평가에도 그녀의 승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있었으니...그녀의 주임교수이자 인기학자이며 성공한 지식인, BBC에도 그가 출연하는 정규프로그램이 있을 정도로 만인의 존경을 받는 학자 앨런 러브록의 존재이다. 완벽한 지식인의 품격 뒤에 가려진 개차반 같은 저열하고 더러운 본모습으로 시도 때도 없이 세라에게 추근대고 성희롱을 일삼는데서 그치지 않고 급기야 그녀의 재계약을 빌미로 성행위를 강요하는 것이다. 결국 참다 못해 폭발 지경에 이른 세라에게 악마의 달콤한 속삭임 같은 기회가 찾아오는데.....



"내게 이름 하나를 주십시오. 한 사람의 이름을. 

내가 그 사람을 사라지게 해주지. 당신을 위해서." 

_135p



우연히 알게된 러시아 마피아의 보스가 건넨 제안에 고민에 고민을, 갈등에 갈등을 거듭하던 그녀는 결국 앨런 러브록의 파렴치한 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악마가 던진 시험에 굴복하고 만다. 앨런 러브록의 이름을 건넨 것이다. 그리고 며칠뒤....정말로 앨런 러브록이 실종되는데...



머...길던 짧던 인생을 살면서 정말로 살의를 느낄 정도로 증오하는 사람과 관계를 맺게 되는 경우가 한번쯤은 있을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자의 경우 군대에서 그런 살인충동을 느끼게 되는데 정말 개꼴통 또라이가 나보다 한달 먼저 선임이라면 그 또라이가 제대하기 전까지 2년은 그냥 버린 시간이자 헤어나올 수 없는 연옥에 갖혀버렸다고 보면 될 것이다. ㅠ_ㅠ 짬밥이 차면 개기기라도 하지, 신병일땐 정말로 죽빵을 날리고 영창을 가야할지를 매일밤 고민하며 눈물짓는 억겁의 고통의 시간...(다행히 지금 군대는 완전 바꼈다고....)



어쨌던, 그렇게 매일 매순간 참을 인(忍) 세 번을 마음속에 그리던 내게 사신이 건네준 단 한명의 이름을 쓸 수 있는 한장짜리 데스노트를 줍게 된다면....정말로 아무런 고민 없이 죽음의 노트에 이름을 써낼 수 있을까?...누구나 상상속에서 상대를 수천번을 칼로 찌르고 폭탄을 던지고, 빌딩 옥상에서 떨어트리더라도 실제 세상에서 없애버리는 것엔 엄청난 심리적 부담감과 죄책감 그리고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 인간을 아주 깔끔하게 세상에서 사려져 버리게 만들고, 그 누구도 의뢰인이 누군지 모르게 비밀보장을 해준다면? 그땐 대부분의 사람들이 악마가 건넨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리라....



그렇다 우리의 치열하게 살아가는 소시민 세라도 결국 악마와의 거래에 사인을 하고 만다. 그리고 그 순간 작품을 읽는 독자들에겐 가슴 깊숙한 곳에서 응어리가 풀리듯 조그만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웃긴 이야기지만 내가 가장 싫어하고 경멸하는 그 이름을 앨런 러브록에 치환하여 보게 되는 것이다. -_- 이러니 작품에 감정이입을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지 않겠는가. ㅋ 그렇게 앨런 러브록은 세상에서 사라지고 대학교는 갑작스럽게 실종된 러브록 때문에 발칵 뒤집힌다. 착하고 마음여린 세라는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근데 느닷없이 세라에게 날라온 문자 한통.



'나는 네가 한 짓을 알고 있다.'



이거 슬래셔 무비 제목 아닌가?..ㄷㄷㄷ 파국이다...파국....한통의 문자 이후 멘붕에 빠진 세라에게 진정한 악몽같은 스릴러가 시작된다....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했을 법한 통쾌한 복수를 소설로나마 대리만족하게 만들고 판 전체를 뒤엎는 상황전개로 스릴의 극단을 체험케 하면서 결말의 가슴속 체증을 한방에 날려버릴 통쾌한 반전의 한방으로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끝내주는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나약하고 산산이 부서질것만 같은 의존적인 여성 캐릭터가 마지막 죽음의 위기에서 짜내고 짜낸 기지로 겨우 탈출하는 기존 스릴러들과는 달리 복수의 주체자로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강인한 의지로 극복해 나가는 진취적이고 저돌적인 여성상을 그리는 것에서 리벤지 스릴러로서의 통쾌함을 효과적으로 살려냈다고 평하고 싶다. 하여 심리 스릴러는 취향이 아닌 본인도 단번에 머리채 잡아끄는 강렬한 작품이었다. 남에 눈에 피눈물 내다 등짝에 칼침맞지 말고 착하게 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논하는 압도적 긴장감의 권선징악 스릴러! 차카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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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피난소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왼쪽주머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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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피난소 (2019년 초판)

저자 - 가키야 미우

역자 - 김난주

출판사 - 왼쪽주머니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83p



재난 더 가혹한 그들의 시선



인간의 힘으로 손써볼 수 없는 끔찍한 대재난으로 일본 사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동일본 대지진이 어느덧 8년이 지났다. 이제 근 십여 년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일본의 재난은 현재진행형이고 언제쯤 재난 복구를 끝마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기억속에 지우고 싶은 악몽 같은 순간을 되살려내는 작품이 출간되었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자신만의 언어로 끌어내 공론화 시키는 작가 '가키야 미우'가 이번엔 대재난 속에서 그 누구도 이야기 하지 못하고 쉬쉬했던 피해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차별의 실상을 낱낱이 이야기한다. 



2011년 3월 11일 14시 46분.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발생한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인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이 온 지축을 흔들어 댄다. 여느날과 다름없이 각자 하루 일과를 진행하던 미야기현 가모메가하마 시의 사람들은 전에 없던 지진에 공포에 휩싸이고 모두들 집밖 거리로 뛰쳐나온다.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사던 50대 여성 후쿠코는 지진 발생 후 급히 음식을 계산한뒤 운전대를 잡는다. 시동을 걸자마자 긴급 해일 발생 속보가 온 마을을 뒤덮고 집안에 있는 남편을 챙길 사이도 없이 차를 몰고 높은 지대로 향한다. 그러나 어느새 백미러에는 집채만한 시커먼 파도가 집과 차들을 삼키며 다가와 후쿠코의 차마저 집어 삼킨다. 탁류에 휩쓸린 차안에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물이 들어오고, 숨을 참고 가까스로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지만 거친 물살에 휘말려 죽음을 느낄때쯤....아직 탁류가 닿지 않은 2층 주택 배란다를 죽을 힘을 다해 붙잡는데 성공한다. 이후 냉장고를 타고 표류하던 초등학생을 구한뒤 천신만고 끝에 목숨을 부지하여 배고픔과 추위, 갈증을 이겨내고 겨우겨우 생존자 지정 피난소로 들어가는데....


엄청난 대재앙을 극복하고 피난소에 들어가지만 다른 종류의 재난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품은 50대 여성 후쿠코 외에도 40대 홀로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나기사, 그리고 20대 갓난장이를 업은 새댁 도오노를 통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낮은 수준의 일본 여성 인권의 실상을 고발한다. 작가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당시 직접 재난을 경험한 여성들을 인터뷰하며 써낸 작품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작품에서 그려지는 불쾌한 차별과 억압들이 작은 시골 마을의 '일부' 사례라고 믿고 싶을 정도로 도저히 2011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저열한 수준이었다. -_-;;; 물론 특수한 상황이고 심신이 지친 열악한 상황에서 일부 사람들의 이기심이 표출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에피소드도 있기에 솔직히 뭘 본건지 이해가 잘 안되기도 했다. 



"부녀자가 성폭행을 당했을 때, 72시간 내에 이 약을 복용하면 

임신하지 않는다는 것 같아요."


"호오, 그렇게 편리한 약이 다 있군."


"그런 사건이 있었던 건가?"


"그냐 집은 떠내려갔지. 일자리는 사라졌지. 남자들도 속이 답답할 테니, 그런 일이 생겨도

어쩔 수 없지요. 그러니까 여성 여러분, 눈감아 주세요. 

남자들이란 그런 동물이니까."

_208p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든 에피중 하나인데....-_-;; 길거리엔 온통 토사를 뒤집어 쓴 시체들이 즐비하고 피난소 내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여학생, 어린아이까지 있는 상황에서 이런 아스트랄한 워딩을 버젓이 할 수 있는 정신을 가진 사람이 실존한단 말인건지....아니면 작가의 갈등을 극대화하기 위한 가상의 장치인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에서는 대재해 이후 실제로 사후 피임약을 구호물품으로 지급하고 있는건 사실인듯 보였다. (설마 한국은 아니겠지..) 뭐....이런 극단적 사례 외에도 남자인 본인이 읽기에도 낯뜨거운 무논리로 여성들을 깔아 뭉개고 무시하는 에피소드들로 숨통 막히게 만드는데.... 



물론 이 작품에 그려지는 에피만으로 일본 사회 전체를 재단하기엔 성급하다고 생각된다. 일본 뿐만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도회지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 어르신들은 아직까지도 남존여비 사상이 짙게 베어 있고 그런 생각에 얽매여 본인을 희생한채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만큼 작품속에서 온갖 정신적 고난과 차별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기 위해 해체하고 연대하는 세 여성의 도전기는 가슴속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면서 그녀들의, 그녀와 같은 처지에 놓인 여성들의 용기있는 홀로서기를 응원하게 만든다. 피해복구를 위해 새로운 재건을 위해 모두가 알면서도 쉬쉬했던 민감한 이야기를 세상밖으로 꺼내는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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