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9초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9초 (2019년 초판)
저자 - T.M.로건
역자 - 천화영
출판사 - 아르테(arte)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81p
가슴속 체증을 한방에 날려버릴 통쾌한 한방!
두 아이의 엄마로서 어린 여자와 바람나 집을 나가버린 무책임한 남편 대신 가족을 지키기 위해 홀로 대학교 시간강사로 힘겹게 일하는 세라는 이제나 저제나 계약직 시간강사에서 벗어나 전임강사로 승진하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 뛰어난 실적과 높은 강의 평가에도 그녀의 승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있었으니...그녀의 주임교수이자 인기학자이며 성공한 지식인, BBC에도 그가 출연하는 정규프로그램이 있을 정도로 만인의 존경을 받는 학자 앨런 러브록의 존재이다. 완벽한 지식인의 품격 뒤에 가려진 개차반 같은 저열하고 더러운 본모습으로 시도 때도 없이 세라에게 추근대고 성희롱을 일삼는데서 그치지 않고 급기야 그녀의 재계약을 빌미로 성행위를 강요하는 것이다. 결국 참다 못해 폭발 지경에 이른 세라에게 악마의 달콤한 속삭임 같은 기회가 찾아오는데.....
"내게 이름 하나를 주십시오. 한 사람의 이름을.
내가 그 사람을 사라지게 해주지. 당신을 위해서."
_135p
우연히 알게된 러시아 마피아의 보스가 건넨 제안에 고민에 고민을, 갈등에 갈등을 거듭하던 그녀는 결국 앨런 러브록의 파렴치한 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악마가 던진 시험에 굴복하고 만다. 앨런 러브록의 이름을 건넨 것이다. 그리고 며칠뒤....정말로 앨런 러브록이 실종되는데...
머...길던 짧던 인생을 살면서 정말로 살의를 느낄 정도로 증오하는 사람과 관계를 맺게 되는 경우가 한번쯤은 있을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자의 경우 군대에서 그런 살인충동을 느끼게 되는데 정말 개꼴통 또라이가 나보다 한달 먼저 선임이라면 그 또라이가 제대하기 전까지 2년은 그냥 버린 시간이자 헤어나올 수 없는 연옥에 갖혀버렸다고 보면 될 것이다. ㅠ_ㅠ 짬밥이 차면 개기기라도 하지, 신병일땐 정말로 죽빵을 날리고 영창을 가야할지를 매일밤 고민하며 눈물짓는 억겁의 고통의 시간...(다행히 지금 군대는 완전 바꼈다고....)
어쨌던, 그렇게 매일 매순간 참을 인(忍) 세 번을 마음속에 그리던 내게 사신이 건네준 단 한명의 이름을 쓸 수 있는 한장짜리 데스노트를 줍게 된다면....정말로 아무런 고민 없이 죽음의 노트에 이름을 써낼 수 있을까?...누구나 상상속에서 상대를 수천번을 칼로 찌르고 폭탄을 던지고, 빌딩 옥상에서 떨어트리더라도 실제 세상에서 없애버리는 것엔 엄청난 심리적 부담감과 죄책감 그리고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 인간을 아주 깔끔하게 세상에서 사려져 버리게 만들고, 그 누구도 의뢰인이 누군지 모르게 비밀보장을 해준다면? 그땐 대부분의 사람들이 악마가 건넨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리라....
그렇다 우리의 치열하게 살아가는 소시민 세라도 결국 악마와의 거래에 사인을 하고 만다. 그리고 그 순간 작품을 읽는 독자들에겐 가슴 깊숙한 곳에서 응어리가 풀리듯 조그만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웃긴 이야기지만 내가 가장 싫어하고 경멸하는 그 이름을 앨런 러브록에 치환하여 보게 되는 것이다. -_- 이러니 작품에 감정이입을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지 않겠는가. ㅋ 그렇게 앨런 러브록은 세상에서 사라지고 대학교는 갑작스럽게 실종된 러브록 때문에 발칵 뒤집힌다. 착하고 마음여린 세라는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근데 느닷없이 세라에게 날라온 문자 한통.
'나는 네가 한 짓을 알고 있다.'
이거 슬래셔 무비 제목 아닌가?..ㄷㄷㄷ 파국이다...파국....한통의 문자 이후 멘붕에 빠진 세라에게 진정한 악몽같은 스릴러가 시작된다....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했을 법한 통쾌한 복수를 소설로나마 대리만족하게 만들고 판 전체를 뒤엎는 상황전개로 스릴의 극단을 체험케 하면서 결말의 가슴속 체증을 한방에 날려버릴 통쾌한 반전의 한방으로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끝내주는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나약하고 산산이 부서질것만 같은 의존적인 여성 캐릭터가 마지막 죽음의 위기에서 짜내고 짜낸 기지로 겨우 탈출하는 기존 스릴러들과는 달리 복수의 주체자로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강인한 의지로 극복해 나가는 진취적이고 저돌적인 여성상을 그리는 것에서 리벤지 스릴러로서의 통쾌함을 효과적으로 살려냈다고 평하고 싶다. 하여 심리 스릴러는 취향이 아닌 본인도 단번에 머리채 잡아끄는 강렬한 작품이었다. 남에 눈에 피눈물 내다 등짝에 칼침맞지 말고 착하게 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논하는 압도적 긴장감의 권선징악 스릴러! 차카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