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과 도망치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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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속 외딴성의 그 벅찬 감동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을 작품이군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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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머린
이사카 고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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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브머린 (2019년 초판)

저자 - 이사카 고타로

역자 - 최고은

출판사 - 현대문학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32p




죄를 짓는 다는건 서브머린 같아.

시간이 지나 잊혀진 것 같다가도 잠수함 처럼 수면위로 떠올라 상기 시키거든.



[칠드런] 이후 12년 만에 진나이와 무토 콤비가 돌아왔다. 라지만 아쉽게도 [칠드런]을 보지 못한 관계로 본인에겐 처음 접하는 콤비의 작품 [서브머린]이다. 작가가 가장 애착을 가지는 캐릭터라고 꼽는 진나이는 상당히 괴짜스럽고 독특한 성격의 캐릭터였다. 할말은 거침없이 내뱉고, 특유의 삶의 방식을 고집하는 '케세라세라'식의 태도는 자칫 개인주의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언뜻 언뜻 비춰지는 내면의 따스함이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그야말로 괴짜 츤데레였다. 이게 맞는 비교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이 보기엔 권투 만화 [더 파이팅]의 마모루 같았달까...-_-;;; 타인의 눈치를 보지않고 거침없이 살아가는 탕아였다.



"제 직장 상사 중에 자신만만하고 뭐든 할 수 있다는 태도에, 사방에 민폐만 끼치는 사람이 있는데요.
지기 싫어하고, 이상한 데 집착하고, 억지만 부리고. 입버릇은 귀찮아, 인데
일전에는 건방진 고등학생을 옥상으로 끌고 올라가서 다섯 시간쯤
억지로 기타 연주를 들려줘서 결국 울려 버렸어요."
_60p



진나이와는 대척점에 서있는 캐릭터가 무토이다. 무책임한 진나이와 함께 가정법원 조사관으로 활동하는 무토는 두 아이의 아빠이자 꼼꼼하고 책임감 있는 성격의 남자이다.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나름 애쓰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통해 일본 사회의 소년법과 날로 심각해지는 소년범죄 그리고 죄의 무게와 용서에 대해 가벼운듯 하면서도 진중하게 접근하는 '이사카 고타로'식 화법으로 그려나간다.



19살 미성년 다나오카 유마는 무면허로 차를 몰다 조깅하던 행인을 덮쳐 사망시킨다. 재판을 받기전 다나오카는 진나이와 함께 다나오카의 사고 배경을 조사한다. 조사중 과거 다나오카가 어렸을적 부모님을 교통사고로 잃은 사실을 확인하고 이후 초등학생시절 절친한 친구를 음주 교통사고로 잃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교통사고로 소중한 사람을들 잃었던 다나오카가 이번엔 직접 교통사고로 타인의 생명을 빼앗고 소년원에 가게될 처지에 놓인 것....다나오카의 주변 사람들을 조사하던 진나이와 무토는 다나오카의 교통사고 이면에 숨겨진 사실들을 확인하게 되는데.....



이 작품 역시 직전에 읽었던 [끝없는 살인]과 마찬가지로 다나오카 유마의 무면허 교통사고의 동기를 파고드는 'Why done it'에 치중하는 작품이다. 끔찍한 교통사고를 겪어오며 불행한 생을 살았던 소년은 왜 운전대를, 그것도 무면허로 잡아야만 했던걸까? 그리고 행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결말에 진실에 도달했을때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남기는 그런 작품이었다.



진나이, 무토 뿐만아니라 진나이의 친구인 맹인 나가세와 인터넷 범죄로 무토의 가정관찰을 받고 있는 오야마다 슌 등 개성있는 캐릭터와 얽혀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자칫 무겁게 흐를 수 있느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낸다. 특히나 인터넷에 무수히 올라오는 범죄예고 글중에서 실현가능한 글들을 골라내는 능력을 가진 오야마다 슌의 능력은 꽤 인상깊었다.



살면서 무수히 보게되는 범죄의 피해자는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날 갑자기 가까운 지인들, 내 가족 혹은 내가 겪게 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해자는 어떨까? 정말로 한눈에도 단박에 알아 볼 수 있는 흉악한 괴물의 모습을 한 범죄형 얼굴을 가진 사람들일까? 작가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평범했던 사람도 단 한순간에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상처 투성이 나약한 미성년자도 의도치 않게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해자는 언제까지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를 감당하고 살아야 하는건지, 확실시 되는 범죄를 막기위해 또다른 범죄를 저질러야 한다면? 등등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고심해 볼 문제들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날로 심각해져만 가는 소년범죄 문제를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작품이랄까....



'이사카 고타로' 특유의 유머와 진지함이 녹아있는 작품이다. 존재감을 발하는 독특한 캐릭터 진나이와 중심을 잡으려 노력하는 무토의 캐미가 작품을 더욱 빛내는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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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살인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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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살인 (2019년 초판)

저자 - 니시자와 야스히코

역자 - 주자덕

출판사 - 아프로스미디어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23p



집단 안락의자 탐정 미스터리



죽여도 죽여도 아무리 죽여도 끝나지 않는다. 

진정 살의는 전염되는 것인가?

무차별 살인이 거듭되는 현 시대를 날카롭게 관통하는

끝나지 않는 살인.

끝없는 살인....



일본 작품을 주력으로 내놓는 중소 출판사들이 고사될 위기에 직면한 좋지 않은 시기에도 불구하고 장르전문 1인출판사 아프로스미디어에서 벼르고 별러 야심차게 내놓은 본격 미스터리가 출간되었다. 일본 미스터리의 진수를 선보이며 미스터리에 목마른 팬들의 니즈를 만족시킬 독특하고 기상천외한 작품 [끝없는 살인]이다. 



1997년 11월 6일. 이십대 후반의 회사원 고즈에는 멘션 현관문을 여는 순간 그녀를 뒤따라온 건장한 청년에 의해 자신의 집에 갇힌다. 남자는 고즈에를 밀쳐 쓰러트리고 들고온 덤벨을 휘둘러 고즈에의 머리를 내리친다. 그리고 쓰러져 있는 고즈에 위에 올라탄 청년은 비닐끈을 그녀의 목에 감고 조르기 시작한다. 갑작스런 충격에 놀라 정신을 잃을 뻔한 고즈에는 가까스로 정신을 부여잡고 청년에게 거칠게 저항하다 손에 잡힌 덤벨을 휘둘러 목숨을 부지한다. 고즈에 살해에 실패한 청년은 덤벨에 맞아 흘린 혈흔과 뒷주머니에 있던 학생수첩을 두고 도주한다. 


경찰의 수사결과 범인이 흘리고간 학생 수첩은 멘션 근방에 있는 고등학교였고, 범인이 이 고등학교에 다니다 실종된 1학년 학생이었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고즈에 살인기도 전 세 명의 사람들을 살해했던 사실을 밝혀 낸다. 하지만 고즈에 살인미수 후 청년은 모습을 감춰버리고....


4년의 시간이 흘렀다.


연쇄살인의 유일한 생존자 고즈에는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경찰의 부름을 받고 한 저택에 찾아간다. '연미회'라 불리는 추리 모임에서 고즈에의 미해결 사건을 두고 추리하기 위해서....인기 미스터리 작가들과 전직경찰 탐정, 프로파일러, 현직 경찰 그리고 고즈에까지 7명이 4년전 벌어졌던 미스터리한 사건을 파고드는데.....



세 건의 살인과 한 건의 살인미수. 그리고 사라진 범인. 실로 미스터리한 사건을 두고 내노라 하는 인사들의 경계없는 추리대결이 펼쳐진다! 제한적인 정보안에서 그들이 주장하는 사건의 동기와 범인(물론 범인은 이미 정해져 있지만) 그리고 범인의 행방까지 상상치 못한 기상천외한 주장들에 의혹의 시선을 날리지만 그들이 펼치는 주장에 대한 이유를 듣다 보면 어느새 독자들도 그들의 주장에 현혹되게 만든다. 때로는 굉장히 비약적이고 불가능한것 같은 추리도 어느새 수긍하게 되고, 독자들 마저도 사건을 생각하며 팩트체크하게 만드는 참여형 작품이랄까....



결국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개개인의 추리 배틀이 펼쳐지는 작품이라 볼 수 있는데, 사건 현장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원탁에 앉아 추리를 펼치는 다중 안락의자 탐정 스타일의 작품이라 볼 수 있을것 같다. 비슷한 작품으로 '아이작 아시모프'의 [흑거미 클럽] 혹은 장르는 다르지만 '제임스 P. 호건'의 [별의 계승자] 과의 작품이랄까. 각 인사들이 각자의 추리를 내놓고 자리에 함께한 이들이 설전을 벌이는 배틀형식을 놓고 봤을때는 '이노우에 마기'의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물론 이 작품은 [그 가능성~] 보다는 훨씬 진중하고 중후한 추리 배틀을 펼치지만 말이다. 



어쨌던, 미씽링크, 성별트릭, 피해자 범인 트릭 등등 우리가 익히 봐오던 미스터리 트릭들로 무장한 논증과 논거들을 보면서 그동안 가슴한켠에 남아있던 본격 미스터리 트릭에 대한 갈증이 조금이나마 해갈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누구나 코웃음 칠만한 비약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나가는 '연미회' 5인 인사들의 추리를 보면서 작가가 얼마나 골머리를 싸매고 작은 단서, 하나의 의혹에 목을 맸을지가 머리속에 그려져 가여워 보일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인의 추리 뒤에 이어지는 결말에서야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은 충격과 경악 그 자체이기에......왜 제목이 끝없는 살인인건지,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온몸을 휘감는 불편함의 근원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그 숨겨진 악의가 현실의 세태와 맞닿아 있기에 불쾌함의 강도는 더욱 깊어진다. 이야미스 본격 미스터리인건가....



범인은 이미 서두에 밝히고 시작된다. 실종된 16세 고등학생. 어리다면 어린 그러나 키 180cm의 거구인 그놈은 왜 중년의 의사와 늙은 노인, 그리고 초등학생을 무참히 살해하고, 나아가 이십대 여성 고즈에를 살해하려 했을까?....이야기의 핵심은 'Why done it' 바로 '동기'에 있다. 작품을 읽으면서 여러 가능성들을 소거하며 독자가 떠올린 와이던잇이 결말의 진실과 맞아 떨어지는지 확인하면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자, 집단지성 추리에 목마른 이들이여 당신도 이 추리모임에 참석해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펼쳐 보시라!!! (물론 본인은 실상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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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2 - 복수는 버티는 자의 것이다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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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2 : 복수는 버티는 자의 것이다 (2019년 초판)

저자 - 이케이도 준

역자 - 이선희

출판사 - 인플루엔셜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14p



나를 건드리는 자 피눈물을 흘리게될 것이야!



설령 자신에게 피해가 오더라도 당한만큼 갚아주는 통쾌한 사나이 [한자와 나오키] 2편이다. 샐러리맨들의 공감과 한을 날려버리는 통렬한 한방은 2편에서도 어김없이 계속된다. 1편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차장 진급과 동시에 도쿄로 발령받은 한자와 나오키의 거침없는 행보는 2편에서 계속되는데, 역시 위기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이 남자...남자가 봐도 매력적이야! ㅎㅎ 



도쿄 영업2부 차장으로 발령받은 한자와는 얼떨결에 주거래 기업인 이세시마 호텔의 부실채권 판정을 위한 금융청의 감사를 대응하는 막대한 중책을 맡게 된다. 금융청이 이 호텔을 부실하다고 판단해버리면 은행의 신용도가 하락하고 주가 하락 불을 보듯 뻔한일, 나아가 은행의 존속까지 위협될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을 영업부 차장이 떠안은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압박에 흔들릴 한자와가 아니었으니, 이세시마 호텔을 찾아가 사장을 만나 경영난에 허덕이는 호텔을 흑자로 회생할 대안 찾기를 고심한다. 이윽고 금융청의 냉혹한 감사관 구로사키의 감사가 시작되고, 한자와와 본격적으로 격돌하는데.....



기업을 풍비박살 내버리는 냉혹한 감사관 구로사키 VS 은행을 위해 호텔을 지켜내야 하는 한자와 나오키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이 시작된다!


칼과 방패의 싸움은 숨막히는 긴장감을 유발하고, 공무원....그것도 권력의 일선에 있는 감사관 앞에서도 당당히 맞서는 한자와의 기개에 일종의 통쾌함과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회사생활하면서 상사 눈치 보랴, 유관기관 눈치 보랴. 이 눈치, 저눈치 보다보면 사시가 되버릴 정도로 피로감이 몰려오는데, 그런 압박없이 시원하게 질러대는 한자와의 일갈은 막힌 체증을 뚫어주는 톡쏘는 사이다 같은 청량감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다.



더불어 바깥에는 은행을 노려보는 구로사키 감사관이 배수의 진을 치고 있고, 안에는 한자와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계략을 꾸미는 악의 무리들이 장난질을 치니....안팎에서 쏘아대는 무수한 화살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부정부패에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한자와의 대응은 웬만한 미스터리 뺨치는 반전의 매력을 선사하니 만족도는 오를 수 밖에....며칠전 읽었던 [미생]과 같은 샐러리맨을 위한 작품임엔 분명하나 난관을 극복하고 타개하는 방식은 실로 천양지차, 대척점에 있는 작품이다. 



학연, 지연, 혈연...어딘가에 얽매일 수 밖에 없는 회사생활에서 독고다이로 이빨을 드러내는 한자와의 방식은 물론 현실에서는 지극히 위험하다. 하지만...그저 지켜보는건 문제될게 없으니 ㅎ 그냥 팝콘이나 먹으며 뼈속까지 썩어버린 조직의 쓰레기들을 처단하는 걸 지켜보는 거다. 한자와에게 감정이입하고 대리만족이나 하는거지 뭐...-_-;;; 단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이 되니까. 



언제까지고 앞으로만 나아갈것 같던 한자와도 이번 2편에서는 잠시 주춤한다. 이빨을 너무 드러낸 역효과가 온 것이다. 곧이어 출간될 3편에서는 주춤한 한자와가 어떻게 다시 절치부심하여 일어서는지 지켜보는 것도 좋은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근성의 투견. 한자와의 혈투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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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가 웃는 순간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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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가웃는순간 (2019년 초판)

저자 - 찬호께이

역자 - 강초아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16800원

페이지 - 559p



악마소환이 시작된다!



실로 굉장히 오랜만에 정통 오컬트 공포 호러 작품이 출간되었다. 그것도 이름만 대도 누구나 알만한 네임드 작가의 손 끝에서 말이다. 오컬트 호러 팬으로서 상당히 반가운 소식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면서도 아주 약간의 우려가 들었다. 이 작품을 쓴 네임드 작가가 전문 호러작가가 아니라 사회파 추리로 유명한 '찬호께이'였기 때문이다. 사실 요즘에는 장르간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장르간 크로스오버가 빈번이 보여지는만큼 장르 선긋기가 전근대적 유물로 보여지기도 하지만....사회적 비판으로 무장한 전문 사회파 추리 작가의 본격 공포호러는 어떨지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비등하게 찾아오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더라. 그렇게 작품을 일독하고 평하자면 '만족스럽다', '기대 이상이다', '오컬트 호러와 추리의 절묘한 만남' 이라 평하고 싶다. 



홍콩문화대학 신입생 아화는 입학을 위해 짐을 들고 자신이 생활할 기숙사에 도착한다. 아화가 생활할 기숙사는 노퍽관. 이 노퍽관에는 7대 불가사의가 전해져 내려온다. 아화의 절친 버스와 위키는 기숙사에서 새로 만난 여학생인 칼리, 야묘, 샤오완, 산산, 즈메이와 함께 식당에서 7대 불가사의 괴담에 대해 이야기한다. 거짓과 진실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던중, 4학년 선배 아량이 이들앞에 나타나 노퍽관 괴담이 진실이라는 증거를 보여주겠다며 이들을 기숙사 지하로 데려간다. 100년전부터 존재해왔다는 지하실의 낡은 문을 연순간 아화를 비롯한 학생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지하실 바닥에 커다랗게 그려진 오망성. 그리고 그안에 자리잡은 염소그림....저주받은 흑마법진이 그려져 있는 것이었다. 이후....지하실에서 돌아온 이들에게 7대 불가사의와 관련된 기과하고 미스터리한 일들이 벌어지며 한명씩 처참하게 목숨을 잃어가는데......


 


사실 작품을 읽기전엔 작가의 이력이 있는 만큼 공포의 탈을 쓴 추리소설일거라 짐작했었다. 하지만 예상관 달리 거의 본격 정통 오컬트 소설이라는 점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물론 추리적 요소가 아예 배제된건 아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오컬트 호러전이랄까...악의 근원을 찾아가는 과정이 추리소설 뺨치는 복선과 트릭의 묘미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어찌됐던 오컬트 공포인 만큼 오컬트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작가는 기대 이상으로 오컬트에 대한 개념과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작품을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구나 한번쯤은 봤을법한 흑마법의 시그니처 펜타그램. 그리고 펜타그램에 그려진 염소악마 바포메트(혹은 바포멧). 흔히들 서양의 악마라면 떠올리는 염소악마 바포메트는 마녀의식과 밀접한 관련을 띄고 있는 악마이다. 마녀들이 숭배하고 소환시키려는 악마가 바포메트이기 때문이다. 멘데스의 염소라고도 불리는 바포멧은 영화에서도 그 이미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충격적인 후반 장면인 집단 마녀의식으로 유명한 오컬트 영화 [서스페리아]에서도 바포메트의 이미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개인적으론 충격이라기 보단 코믹했지만...-_-;;;) 


 

   

어찌됐건, 이 작품의 매력은 서양의 공포에 동양적 코드를 덧입혀 독특한 오컬트 세계관을 펼쳐낸다는 점이다. 작품에서 샤오완이 외국 악마에 대항해 손가락 수인을 이용하여 저항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오래전 잊고 있던 굉장히 노스텔지어적인 감성을 떠올릴 수 있었다. 오래전부터 전해내려오는 밀교, 불교 비법으로 도술을 부리며 요괴에 맞서는....그렇다 '찬호께이'의 출신지 홍콩은 영환도사와 강시를 배출해낸 나라가 아니던가!! 비슷하게 [공작왕]도 떠올랐는데 8~90년대를 풍미했던 영화와 만화의 기억들을 되살리게 만드는 작품이었던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괴담이다. 이세상에 괴담 없는 학교는 없으리라. 노퍽관 기숙사에 내려오는 7대 괴담은 누구나 경험했을 보편적인 감성을 자극하면서 익숙한 공포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작품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주효한 역할을 해낸다. 



[노퍽관 7대 불가사의]

1. 444호실 - 교통사고로 죽은 룸메이트의 책상을 치우지 마라!

2. 거울에 비친 모습 - 한밤중에 8층 여자화장실에서 거울을 보지 마라!

3. 5층 반 - 노퍽관 엘리베이터에서 5층과 6층 버튼을 동시에 누르지 마라!

4. 나무에 매달린 시체 - 기숙사 동쪽 계단참에서 창밖의 고무나무를 쳐다보지 마라!

5. 방문세기 - 새벽 3시, 3층에서 차례로 방문을 세지 마라!

6. 살아 있는 조각상 - 한밤중 기숙사 밖 염소 모양의 청동 조각상 근처에 가지 마라!

7. 불길 속의 영혼 - 새벽 3시 9층에서는 불에 타 죽은 원혼들이 떠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학교들은 전부 공동묘지 위에 지어졌고, 12시가 넘으면 교정에 설치한 청동 조각상들이 걸어 움직이고, 화재사건 하나 없는 교실은 없었나보다. -_- 서양권은 모르겠지만 비슷한 정서의 동양권이라 그런지 작품에서 소개되는 일곱가지 괴담은 굉장히 익숙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금기를 깨는 행위에 대한 묘한 쾌감. 뒤이어 밀려오는 불안감은 공포소설의 가장 교과서적인 장치이자 효과적인 도구로서 독자의 마음속에 공포심을 차곡차곡 저금시켜 놓는다. 



초중반까지는 정통 오컬트 호러로서의 공포의 맛을 보여주고, 중반부는 초현실적인 판타지 호러로 탈바꿈하며(개인적으로 이 중반부가 조금 아쉬웠다), 후반부에는 수없이 깔아놓은 복선과 미스디렉션들을 회수하면서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오직 '찬호께이'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오컬트 판타지 호러 미스터리의 복합적 매력을 톡톡히 보여준다. 띠지에 쓰여있을 정도로 '어디서 본듯한' 클리셰들로 점철된 작품은 분명하다. 새로움 보단 익숙함이 앞서는 작품. 하지만 이 익숙함이 대중들에게 먹히기에 클리셰라 부르는것 아니겠는가. 클리셰 범벅이지만 오지게 재미있는 작품과 실험적 도전으로 점철됐지만 재미는 별로인 작품중 하나를 고르라면 본인은 주저없이 클리셰 범벅을 고르겠다. 장르소설의 기본은 철학도, 교훈도, 감동도 아닌 바로 '재미'니까! 결국 이 [염소가 웃는 순간]은 장르의 기본정신에 가장 부합되는 작품이라는 말이다. [유전], [서스페리아], [미드소마] 등등 명작 오컬트 영화들이 세계적으로 약진하는 만큼 이쪽 계통의 소설들도 쭈욱 만나보고 싶은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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