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과 도망치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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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과 도망치다 (2019년 초판)

저자 - 츠지무라 미즈키

역자 - 이정민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99p



어디에 있던 우리들은 이어져 있어

그게 가족인 거야.



불쾌감이 온 몸을 휘감는 이야미스 미스터리와 대척점에 서있는, 읽는것 만으로 마음이 정화되는 힐링 미스터리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의 신작이 일본미스터리 전문 출판사 블루홀6에서 출간되었다. [거울 속 외딴성]의 감동이 아직 가슴 한켠에 남아 있기도 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독특한 제목과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해변에 드리워진 여성의 실루엣이 그려진 표지까지... 이 추운 겨울 꽁꽁 얼어붙은 이들의 냉가슴을 땃땃하게 불지펴줄 감동 작품이리란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30대 후반의 여인 사나에와 초등 5학년 지카라는 도망중이다.

믿었던 연극배우인 남편의 충격적 스캔들.

그리고 잠적.....

쏟아지는 세상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고 

사나에와 지카라는 그저 천하의 몹쓸 불륜남의 아내와 아들일뿐.

그런 시선을 참을 수 없었던 사나에는 결심한다. 


"둘이서 도망쳐 보자."


매스컴을 피해, 극단의 관계자를 피해, 이웃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 

지카라를 괴롭히는 친구들을 피해....

무작정 떠난다. 

그리고 부딪힌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그렇게 그들은 조금씩 깨닫고 성장한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한다는 걸.....



야반도주. 이 모자는 낮에 도망치니 주반도주인가?...작품은 두 모자의 주반도주 도주기(?), 여행기(?)로 채워진다. 삶의 터전을 남겨두고 초딩 아들을 데리고 낯선 곳으로 도망가야 했던 사나에의 처참하고 절박한 심정이 가슴 저리게 만들고,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하듯 연고도 없는 외지인을 품어주는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그래도 할 수 밖에 없다.

짊어진 것이 있는 사람은 강하다.' _206p



도쿄 -> 고치현 시만토 -> 효고현 이에시마 섬 -> 뱃푸 시 -> 센다이 시 -> 홋카이도

일본 전역을 돌아치는 모자의 도주기는 각기 다른 풍광과 사람들이 보여주는 지역색 만큼이나 다채롭고 볼거리가 가득하다. 아직 때묻지 않은 시골 사람들의 후한 인심이 우리내 시골의 정서와 닮아 있어 미소지으며 보게 된다. 물론 아들을 위해, 엄마를 위해 힘든일도 마다 않고 온힘을 쏟는 모자의 노력이 마음을 움직이는 계기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던, 모자의 고군분투와는 별개로 맑은 시만토 강에서 나뭇가지를 드리워 낚는 징거미 새우 낚시, 아름다운 이에시마 섬의 정경, 벳푸 시의 뜨거운 모래찜질, 대지진의 충격을 추스리고 다시 삶의 터전을 이루려는 센다이 시 까지...그동안 모르고 있던 일본의 특색있는 자연 경관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그려져 언젠가 한번쯤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물론 방랑 모자의 팔도유랑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힐링 '미스터리'니까. 사나에가 정말로 도쿄를 떠나 도주하게 만든 계기인 아들의 이불에 숨겨둔 피묻은 칼의 비밀이 미스터리적 요소를 충족하면서 대단원을 장식한다. 하지만 비율로 따지자면 '미스터리' 보다는 '드라마'쪽이 좀 더 높은 비중을 갖는듯. 점점 세상은 각박해져만가고 피를 나눈 가족은 하루아침에 남이 되어버리는 가족해체가 만연해져버린 지금. 그래도 세상엔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사람 살만한 세상이구나! 라는걸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랄까...'이타심', '가족'....이 작품을 읽고 나면 뿌연 회색빛 하늘이 조금은 파랗게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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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악몽과 계단실의 여왕
마스다 타다노리 지음, 김은모 옮김 / 한겨레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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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 가지 악몽과 계단실의 여왕 (2019년 초판)

저자 - 마스다 타다노리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한겨레출판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79p



세상을 살면서 단 한번도 마주하고 싶지 않은 악몽



상당히 독특한 제목으로 판타지 혹은 몽환적 성격의 일본추리라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막상 작품을 까보면 그 어떤 작품보다 현실적이고 생활밀착형이며 일반적인 상황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최악의 끔찍한 악몽같은 상황이 진정한 공포로 와닿는 네 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단편집이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맞아 죽고 그 손에서 떠난 돌멩이가 개구리의 원한을 등에지고 수박만한 짱돌이 되어 다시 던진이의 뒷통수를 후려치는 이야기랄까...머...그런 다소 불편한 내용의 네 편의 옴니버스 단편집이다. 비록 시작은 미미했으나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악의는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 처럼 극단을 향해 치달아간다. 도망칠곳 없이 자신을 집어삼킬 악의를 피해 달아나는 4인의 각기 다른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봤음직한, 혹은 내가 겪을지도 모를 일상성을 다루는 이야기라 좀 더 피부에 와닿았던 것 같다. 


 

1. 매그놀리아 거리, 흐림

딸이 납치됐다. 납치범이 전화를 걸었다. 납치범의 요구는 황당하게도 매그놀리아 거리로 나와 전화를 받으라는 것. 복잡한 거리 한복판. 울리는 전화를 받자 전화기 너머 납치범이 말했다. "지금부터 거리의 누군가가 내게 떨어져 죽으라 야유하면 난 딸이 납치당한 장소를 말하지 않고 떨어져 죽을 것이다." 남자는 재빨리 고개를 들어 건물 옥상을 둘러봤다. 남자가 서있는 바로 앞 고층 건물 난간에 휴대폰을 든 남자가 위태롭게 서있었다. 남자와 마찬가지로 거리를 걷던 인파가 고개를 들어 옥상 끝의 남자를 바라봤다. 금새 사람들이 모였다. 하늘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자 기다림에 지쳤는지 불만 섞인 목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때 누군가 외쳤다. "시간 그만 끌고 그냥 뛰어내려버려!!!!" 



2. 밤에 깨어나

밤거리 여성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르는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제빵공장 야간조에 일하는 남자가 의도치 않게, 묻지마 범죄자로 오해받게 된다. 범죄당시 알리바이가 있어 의심으로 그쳤지만 오래도록 백수생활을 하다 밤마다 외출하는 남자를 보는 이웃들의 눈초리는 이미 차갑게 식어있다. 어느새 이웃마을에서 조직된 자경단원들이 남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기에 이르는데.....



3. 복수의 꽃은 시들지 않는다
처음엔 초딩아들이 누군가에게 밀쳐 도로로 넘어지고, 차에 치어 크게 다칠뻔한 사건이 발생한다. 두번째로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이번엔 스쿠터를 타고 퇴근하는 남편이 거리에 매놓은 노끈에 목이 걸려 넘어질뻔한다. 시시각각 남자의 가족을 위협하는 누군가의 존재. 그리고 잊고 있던 고등학교 시절 왕따였던 동급생이 나무에 목을 메 자살한 사건이 떠오른다. 지금의 위협은 당시 자살한 동급생의 복수인 것일까? 



4. 계단실의 여왕

DVD를 빌리러 나가던 여성은 불편한 이웃 할머니를 피해 들어온 아파트 계단실에서 정신을 잃은채 누워있는 여자를 발견한다. 눈에 띄는 외상없이 자는듯 누워있는 여자의 얼굴을 살핀 여성은 이내 여자가 같은 층에 살고 있는 양아치 여자임을 알아챈다. 매일 요란한 화장과 헐벗은 옷을 입고 자신을 비웃던 여자...마침 잘됐다 싶은 여성은 죽던 말던 쓰러져 있는 여자를 그대로 두고 가려고 하는데.....



불현듯 내게로 찾아온 극단적 상황. 도대체 내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곰곰이 오래전 과거의 혹은 얼마전 일들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들의 뇌리에 떠오르는 원인들. -_-;;; 그렇다 이것은 악의의 나비효과. 내가 지은 작은 죄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 최악의 천벌로 찾아온 것이다. 



'여느때처럼 버스 정류장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던 내게 누군가 다가온다. 허름한 차림의 남자. 촛점을 잃은 눈빛. 불그스름한 얼굴. 코를 찌르는 알콜냄세. 얼굴을 찡그린 내게 남자가 말을 한다. 뻐끔. 뻐끔. 귀를 가득 채운 락음악 소리에 붕어처럼 뻐끔거리는 입모양의 남자가 우습게 보인다. 마냥 뻐끔거리는 남자.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뭔데요?"

남자는 앞서 했던 말을 다시 반복하듯 말한다. "학생. 내가 급한일이 생겨서 급히 가봐야 하는데...차비가 부족해서....버스비 천원만 빌릴 수 있을까?" 요즘 버스비를 위시해서 사람들에게 구걸하는 사람들이 많다더니 이 주정뱅이도 딱 그런 부류인가 했다. "없어요! 저리 가세요!" 차갑게 말했지만 남자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구차하게 조르다 반응이 없던지 급기야 내 팔목을 붙들고 매달렸다. "아...시X! 저리 꺼져요!" 강하게 남자를 밀치자 남자는 힘없이 나가 떨어졌다. 나는 곧바로 정류장에 도착한 버스를 탔다. 버스 창밖의 남자는 땅바닥에 주저않은채 나를 노려봤다. 남자의 분노에 찬 눈빛은 출발한 버스를 계속 따라갔다.' 



위 상황은 가상이지만 본인도 버스 정류정에서 원만이? 천원만, 오백원만이 들을 꽤 자주 만났었다. 돈을 건넨 적은 한번도 없지만 만약 위 상황의 남자가 실제로 급박한 상황이었다면...예를들어 평소 병을 앓아오던 아들의 용태가 급변해 당장 돌아가지 않으면 임종을 지키지 못할 상황이었다면? 혹은 집을 지키던 노모가 머리를 부딪혀 의식을 잃어가면서 마지막으로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던 상황이라면? 남자의 부탁을 매정하게 거절한 학생은 의도치 않게 남자에게 철천지 원수가 될지도 모른다. 며칠 뒤....혹은 몇달 뒤....버스를 기다리던 학생이 남자가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을지 누가 아랴.....



매순간 언제나 선의를 배풀라는 말이 아니다. 그저 쳇바퀴 굴러가듯 반복되는 평범한 하루속에서 아주 작디 작은 사건 하나가 언젠가 내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악의의 씨앗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 그 공포가 독자의 숨통을 서서히 조여온다. 나역시 의식하지 못한채 그런 악의의 씨앗을 뿌려왔고, 앞으로도 뿌리게 될지 모르기에....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부처, 예수가 아닌 이상에야....-_-



불쾌감이 온몸을 휘감는 이야미스의 정수를 보여준다. 빠른 호흡이 가독성과 집중력을 높이고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이 진정한 절망을 목도하게 한다. 읽다보면 끝없는 지옥의 계단을 걸어내려가는 기분이다. '저놈은 자업자득이야.', '정말 재수도 없는 놈이구만.', '마른하늘에 날벼락이군.' 네 편. 네 명의 사람들이 보여주는 이야기속에서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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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3 -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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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3 :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 (2019년 초판)

저자 - 이케이도 준

역자 - 이선희

출판사 - 인플루엔셜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69p



썩어빠진 인간들에게 날리는 거침없는 하이킥!


 

드디어 기다리던 [한자와 나오키] 3부가 나왔다. 금융소설 중 이렇게 재미있고 긴장감 넘치는 작품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극강의 카타르시스를 선보이는 본격 경제소설!! 더 강하게, 더 독하게 3배 더 재미있는 작품으로 컴백했다. 유독 계급간 위계질서가 뚜렷하고 수직관계가 분명한 은행가에서 오로지 신념 하나로 바른 목소리를 내는 '한자와 나오키'는 비단 은행가 뿐만 아니라 계급과 떡고물을 빌미로 부조리한 행태를 답습시키는 모든 조직사회의 고인물들에게 시원하게 한방 먹이는 이세상 '을'들에게 대리만족감을 주는 캐릭터이다. 대나무 같이 곧은 성품과 불도저식 추진력, 결단력 필요에 따라서는 협박과 회유술까지 서슴없이 펼치는 한자와...당신은....샐러리맨들의 진정한 영웅이야...



2편에서 한방 크게 지르고 윗선의 눈밖에 난 한자와 나오키는 결국 도쿄중앙은행의 자회사 도쿄센트럴증권회사 부장으로 파견된다. 그러던중 IT회사인 전뇌에서 한자와의 증권회사로 도쿄스파이럴을 M&A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고 거대한 기업간 M&A를 성사시키기 위해 한자와와 부하직원들은 전략을 짠다. 하지만 전뇌 주식회사는 한자와의 전략을 듣기도 전에 계약을 파기하고 도교중앙은행의 증권팀에 M&A 전략업무를 맡긴다. 그와 동시에 셀트럴 증권회사에서 실질적 M&A 업무를 맡았던 직원이 도쿄중앙은행으로 영전하게 되고....한자와는 일련의 사태에 모종의 냄새를 맡는데.....



한순간 모회사 도쿄중앙은행에 프로젝트를 빼앗긴 자회사 도쿄센트럴증권의 한자와 나오키.....그래서 저지르고 만다. 샐러리맨으로서는 도저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반격을 말이다...-_-;;; (당신 정말 이래도 괜찮겠어???) 사실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어디까지나 픽션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생각되지만 그렇게 상식적이지 않은 반전의 전개이기에 더욱 흥미를 돋우고 극강의 흡인력을 갖는건지도 모르겠다. 



[스포유의]

일개 자회사 파견직 부장이....모회사가 진행하는 M&A에 정반대되는 집어먹힐 위기에 처한 상대 회사의 M&A 저지 업무를 맡다니...이건 뭐...쿠데타 아닌가?...브레이크 없이 돌진하는 한자와를 보면서 이번엔 정말로 돌아오지 못할 강을 넘는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특유의 강단과 위기대처 능력으로 또한번 요단강 저 너머에서 살아 돌아오는 것을 보면서 이 남자야말로 진짜 불사신이라는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잠시 은행가를 벗어나 기업간 치열한 계략이 맞물리는 비즈니스의 꽃 M&A를 주제로 한자와와 악의 무리들의 한바탕 난장을 보는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 주식, 채권, 매수, 합병 그냥 볼때는 당췌 먼소린지 개념도 잡히지 않던 단어들이 이 작품을 읽으며 머리속에 다이어그램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하는 경제 개념을 잡아주는 주옥같은 작품이다. 잡어먹으려는 자와 잡아먹히지 않으려는 자. 자본을 등에 업고 주식을 매수해 회사를 통으로 집어삼키려는 고래와 어떻게던 고래의 아가리를 피하려는 새우의 치열한 싸움. 그러나 고래가 생각지 못한 위험요소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반전의 귀재 '한자와 나오키'의 존재였던 것이다. 



M&A와 더불어 이번 3부에서는 버블세대에 이어 새롭게 사회에 발을 디딘 청년들의 불만과 세대간의 갭을 깔아놓는다. 마치 지금의 기성세대와 엄청난 스펙으로 무장하고도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세대와의 갈등을 보는듯 하여 좀 더 감정이입하면서 볼 수 있었던것 같다. 작품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기성세대, 청년세대 모두 각자의 불만을 갖고 있다. 자신의 불만에만 사로잡혀 내일을 볼 수 없다면 분명 스스로 고사하게 된다고....



"월급쟁이만이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하고, 그곳에서 활약하는게 가장 행복하지. 회사가 크냐 작으냐는 관계없어. 지명도도 관계없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건 간판이 아니라 알맹이니까." _281p



이 말을 그저 현실물정 모르는 이상론자의 말로 치부할지 아니면 정말로 실현시킬지는 각자 스스로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으리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와는 별개로 회사를 다니고 있는 본인에게도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작품이었다.



"어떤 곳에 있어도, 또한 대형 은행이라는 간판이 없어도 스스로 빛나는 인재야말로 진정한 인재일세. 정말로 우수한 인재는 그런 사람이 아니겠나?" _460p



이 작품을 읽는다면 이 당연한 한마디에 전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자와 나오키'의 마지막 도전이 4부에서 펼쳐지게 된다.....마지막에 웃는자가 진정한 승자이다. 과연 '한자와 나오키'는 마지막에 어떤 웃음을 지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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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과 도망치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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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속 외딴성의 그 벅찬 감동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을 작품이군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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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머린
이사카 고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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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브머린 (2019년 초판)

저자 - 이사카 고타로

역자 - 최고은

출판사 - 현대문학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32p




죄를 짓는 다는건 서브머린 같아.

시간이 지나 잊혀진 것 같다가도 잠수함 처럼 수면위로 떠올라 상기 시키거든.



[칠드런] 이후 12년 만에 진나이와 무토 콤비가 돌아왔다. 라지만 아쉽게도 [칠드런]을 보지 못한 관계로 본인에겐 처음 접하는 콤비의 작품 [서브머린]이다. 작가가 가장 애착을 가지는 캐릭터라고 꼽는 진나이는 상당히 괴짜스럽고 독특한 성격의 캐릭터였다. 할말은 거침없이 내뱉고, 특유의 삶의 방식을 고집하는 '케세라세라'식의 태도는 자칫 개인주의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언뜻 언뜻 비춰지는 내면의 따스함이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그야말로 괴짜 츤데레였다. 이게 맞는 비교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이 보기엔 권투 만화 [더 파이팅]의 마모루 같았달까...-_-;;; 타인의 눈치를 보지않고 거침없이 살아가는 탕아였다.



"제 직장 상사 중에 자신만만하고 뭐든 할 수 있다는 태도에, 사방에 민폐만 끼치는 사람이 있는데요.
지기 싫어하고, 이상한 데 집착하고, 억지만 부리고. 입버릇은 귀찮아, 인데
일전에는 건방진 고등학생을 옥상으로 끌고 올라가서 다섯 시간쯤
억지로 기타 연주를 들려줘서 결국 울려 버렸어요."
_60p



진나이와는 대척점에 서있는 캐릭터가 무토이다. 무책임한 진나이와 함께 가정법원 조사관으로 활동하는 무토는 두 아이의 아빠이자 꼼꼼하고 책임감 있는 성격의 남자이다.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나름 애쓰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통해 일본 사회의 소년법과 날로 심각해지는 소년범죄 그리고 죄의 무게와 용서에 대해 가벼운듯 하면서도 진중하게 접근하는 '이사카 고타로'식 화법으로 그려나간다.



19살 미성년 다나오카 유마는 무면허로 차를 몰다 조깅하던 행인을 덮쳐 사망시킨다. 재판을 받기전 다나오카는 진나이와 함께 다나오카의 사고 배경을 조사한다. 조사중 과거 다나오카가 어렸을적 부모님을 교통사고로 잃은 사실을 확인하고 이후 초등학생시절 절친한 친구를 음주 교통사고로 잃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교통사고로 소중한 사람을들 잃었던 다나오카가 이번엔 직접 교통사고로 타인의 생명을 빼앗고 소년원에 가게될 처지에 놓인 것....다나오카의 주변 사람들을 조사하던 진나이와 무토는 다나오카의 교통사고 이면에 숨겨진 사실들을 확인하게 되는데.....



이 작품 역시 직전에 읽었던 [끝없는 살인]과 마찬가지로 다나오카 유마의 무면허 교통사고의 동기를 파고드는 'Why done it'에 치중하는 작품이다. 끔찍한 교통사고를 겪어오며 불행한 생을 살았던 소년은 왜 운전대를, 그것도 무면허로 잡아야만 했던걸까? 그리고 행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결말에 진실에 도달했을때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남기는 그런 작품이었다.



진나이, 무토 뿐만아니라 진나이의 친구인 맹인 나가세와 인터넷 범죄로 무토의 가정관찰을 받고 있는 오야마다 슌 등 개성있는 캐릭터와 얽혀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자칫 무겁게 흐를 수 있느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낸다. 특히나 인터넷에 무수히 올라오는 범죄예고 글중에서 실현가능한 글들을 골라내는 능력을 가진 오야마다 슌의 능력은 꽤 인상깊었다.



살면서 무수히 보게되는 범죄의 피해자는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날 갑자기 가까운 지인들, 내 가족 혹은 내가 겪게 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해자는 어떨까? 정말로 한눈에도 단박에 알아 볼 수 있는 흉악한 괴물의 모습을 한 범죄형 얼굴을 가진 사람들일까? 작가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평범했던 사람도 단 한순간에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상처 투성이 나약한 미성년자도 의도치 않게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해자는 언제까지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를 감당하고 살아야 하는건지, 확실시 되는 범죄를 막기위해 또다른 범죄를 저질러야 한다면? 등등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고심해 볼 문제들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날로 심각해져만 가는 소년범죄 문제를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작품이랄까....



'이사카 고타로' 특유의 유머와 진지함이 녹아있는 작품이다. 존재감을 발하는 독특한 캐릭터 진나이와 중심을 잡으려 노력하는 무토의 캐미가 작품을 더욱 빛내는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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