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살인 - 벼랑 끝에 몰린 가족의 고백
마에다 미키 외 지음, 남궁가윤 옮김 / 시그마북스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간병살인 (2018년 초판)

저자 - 마이니치신문 [간병 살인]취재반

역자 - 남궁가윤

출판사 - 시그마북스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51p




일가족을 파멸로 몰아넣는 비극...간병



급속도로 진행되는 노령화 사회로 간병인구는 해마다 치솟는 상황이다. 적게는 10년내외, 많게는 50년이상을

내 자식을...내 부모님을 꾸준히 돌보며 간병해오던 사람들이 막다른 골목에 내몰려 자신의 손으로 목숨을

끊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대중은 이 사람을 살인자라 손가락질 하며 욕할 수 있을까? 살인을 저지른 사람을

욕할 것인가...이 사람이 살인을 저지를 수 밖에 없게 만든 사회적 시스템의 부재를 탓할 것인가?...

이 작품은 마이니치 신문사에서 2015년 12월 부터 2016년 6월까지 간병 살인 기획시리즈로 개제되었던 기사를

단행본으로 각색한 논픽션 작품이다. 여러 유형의 간병 살인을 저지른 가해자를 직접 인터뷰하여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였고, 나아가 간병 살인이 발생되는 문제점에 대한 분석과 현실적 개선 방향등의 면밀한 조사가 담겨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랫동안 돌보던 가족을 눈물을 머금고 사망시키는 사건이 종종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는걸

지켜 본적이 있다...그들이 어떤 심리로, 어떤 마음으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 작품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된것 같다...



"저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말았지만 다시 태어나도 어머니의 자식으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2001년 자전거를 타던 마유코는 교차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혼수상태에 빠지고 얼마뒤 가까스로 의식은

돌아왔지만 말도 하지 못하는 식물인간이 된다. 슈퍼에서 일하던 사나에는 어머니의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24시간 365일 밀착 간병을 하게된다. 그렇게 간병생활을 한지 12년....처음의 의욕은 희미해지고

엄마 마유코의 상태는 날이 갈수록 악화된다. 자신의 몸상태도 정상이 아님을 깨달은 사나에는 이제 엄마를

편하게 해주자는 마음으로 엄마의 심장에 칼을 내리박고, 사나에 자신의 배에 5차례 칼을 찌른다.....

사나에는 빠른 응급처치로 목숨을 구하지만 자신의 엄마를 죽였다는 죄책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불과 40대에 불과한 사나에가 이렇게 비극적 결정을 내리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작품은 그 이유로 부족한

간병지원 체계, 주변의 관심 부족, 극심한 수면 부족으로 인한 우울증과 극단적 감정 기복의 상태 등을 꼽

는다. 남아있는 가족이 사람답게 살 권리...환자의 연명치료...참으로 민감하고 서글픈 문제이다...일본 경찰청

은 2007년부터 간병 스트레스로 인한 살인사건(미수포함)으로 통계를 내고 있는데, 이 통계에 따르면 2007년 

부터 2014년 까지 8년동안 전국에서 371건의 간병 살인이 일어났다. 연평균 46건이며, 8일에 1건꼴로 일어난다는 

이야기다...그나마 노령화 사회를 미리 준비했다는 일본이 이정도니 우리나라라면...ㅠ_ㅠ 말할것도 없겠지...

그저 암담할 뿐이다...나의 가족이, 부모가, 나의 형제가, 나의 자녀가 병져 눕게 되면 간병인을 따로 사서 쓰지 

않는 이상 가족 구성원들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시설에 보내자니 매월 큰 비용이 지출되고, 가족이 

맡자니 24시간 전담 간병이 필요하니 직장생활은 불가능 하다. 결과적으로 수입은 끊어지지만, 병원등의 지출은 

꾸준히 이어지니 상황은 극단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하루하루 먹고살 돈을 걱정해야 

하는 극한의 정신적 압박은 결과적으로 간병 살인이라는 최후의 결정을 내리게 떠미는 것이리라...



십여년간 돌보던 부모님을 죽일 수 밖에 없던 사례들... 중증 장애아로 태어나 오십여년 동안 돌보던 부모가

결국 자녀를 죽인 사례들...장애아를 돌보던 엄마에게 치매가 발병하여 자녀와 엄마 두명을 간병 해야 하는 아빠

의 사례...등등 이런 저런 비극적 상황을 바라보고 있자니 너무나 서글프고 울화가 치밀어 참을 수가 없었다.

수요는 미친듯이 치솟는데 그에 반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 현실을 타개할 혁신적 복지는 이뤄질 수 

없는 것인가...씻어낼 수 없는 가난과 절망의 굴레가 죽을때까지 이어지는 현실이 참혹하기만 하다.



대부분의 간병 살인은 환자와 간병인 모두 동반 자살을 시도 하고 있다. 그들이 죽음만이 영원한 안식이라 느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비단 옆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한국사회는 더욱 처참한 결과를 불러 올것이

불보듯 뻔하다. 나는 아닐거라 생각하지만 당장 우리 부모님도 치매를 앓으신 할머니를 간병했었고, 나 역시 

시간이 지나면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지 모른다. 이 작품을 통해 시급한 현실적인 사회적, 제도적 장치의 필요

성을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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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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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별이사라지던밤 (2018년 초판)

저자 - 서미애

출판사 - 엘릭시르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87



하늘의 별을 좋아하던 넌 우리 가족의 빛나는 별이었어...

너의 버킷리스트라며 전국의 천문대를 함께 도는 동안 

난 하늘의 별을 모두 갖는 기분이었단다.

별을 자세히 관찰하겠다며 천체 망원경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널 보며 이제는 정말 다컸다며 네 엄마와 대견해 하기도 했는데....

천문학자를 꿈꾸던 네가 차디찬 시신을 발견된날...

내 마음속 별이 빛을 잃은 날이었어.

16살의 꿈많고 우리 가족의 중심이던 네가 별이되어 하늘로 올라가고

2년이 지나서 네 엄마는 암에 걸렸단다. 수술을 했지만 암은 재발하고

네 엄마는 스스로 너의 곁으로 떠났어....

이제 나도 밝게 빛나는 네 별 옆에서 네 엄마와 함께 빛나려고 준비중이야...

잠시만 기다려줘...



'추리의 여왕'이라 불리는 '서미애'작가의 신작이라고 하는데, 아쉽게도 작가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인지라

오히려 어떠한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無의 상태에서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 작품을 읽으며 너무나 슬프고...

너무나 깊은 심연 속으로 침잠시키는 가슴아픈 이야기 때문에 내 멘탈은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딸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별을 좋아해 딸아이와 함께 천문대를 가본 경험자로서, 별과 SF를 좋아해 두 딸 아이에게 

우주와 관련된 이름을 지어준 아빠로서 상상조차 하기 싫은 소재인지라 온몸의 떨림을 억누르고 절절한 마음

으로 주인공의 아픔에 공감하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힘겹게 넘기게 만든 이야기였다. 



딸을 잃고 3년이 지나고, 암투병중이던 아내는 스스로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내던진다. 아내의 장례를 치르고

자신도 목숨을 끊겠다 마음먹던 우진은 장례식이 끝나고 외투를 정리중에 우연히 주머니에서 의문의 쪽지를

발견하고 심장이 멎는듯한 충격을 받는다. 

"진범은 따로 있다"

분명 딸아이를 죽음으로 몰은 범인들은 나름의 죄값을 치른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쪽지는 무엇인가?....

궁금증과 의혹 때문에라도 지금은 죽을 수 없는 우진은 딸아이를 죽인 범인들중 한명인 윤기를 자동차로 미행

하던중 윤기를 피해 도망치듯 서있던 우진의 차에 올라탄 처음 보는 여학생을 태우게 되고... 이렇게 우진과 

의문의 여학생과의 기묘하고 불편한 드라이브는 시작된다.....



이렇게 쪽지 한장으로 모든것을 잃은 아빠는 다시 한번 마지막 한방울의 힘을 짜낸다.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빛나는 별이던 딸을 위해서...작품은 한국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지배층과 피지배층, 가진자와 그렇지 못한자

사이의 계층간 격차로 비롯된 더러운 음모와 부조리를 문제제기 한다. 나의 가장 소중한 분신, 내 모든걸 바쳐

사랑을 쏟아내는 하늘의 선물...아이가 못다피고 바스러진것도 억장이 무너지는데, 아이를 살해한 악당들이 

권력과 힘을 이용해 교묘하게 법의 심판을 피해가고 게다가 진범은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나라면 어떤 감정이 들게 될까?....그저 텍스트를 읽는것 만으로도 피가 거꾸로 솟는듯한 분노가 일게 되는데

페이지가 넘어갈 수록 내 마음속 온도는 영점으로 떨어져 내리는것 같았다. 



사실 약간 눈치만 있는 사람이라면 우진과 여학생의 기묘한 여행 끝에 무엇이 기다릴지는 예상할 수 있을것

같다...바꿔말하면 이렇다할 반전은 없지만 신의 장난 같은 우연한 만남으로 인해 둘사이의 운명을 어떻게 

비틀어버리는지, 양파처럼 한꺼풀씩 벗겨지는 비밀이 어떤 참혹한 진실을 향해 달려가는지...차안의 어색했던 

분위기는 차츰 거역할 수 없는 종말을 향해 압도적 긴장감을 선사하며 돌진한다. 



권력자의 부조리한 딜로 인해 아무 저항도 할 수 없이 산산이 조각난 소시민의 축 처진 어깨는 현실사회 그 

자체의 모습이기에 씁쓸한 뒷맛과 함께 가슴 언저리 꽉막힌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내가 권력자라면?...

죄를 지은 내 아이를 일말의 고민 없이 단죄 할 수 있을까?...막상 죄를 면할 힘이 생긴다면 모두들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까?...단지 누군가는 힘이 있어 죄를 피하고...누군가는 힘이 없어 당하고만 사는것 아닐까?...

현실은 잔혹하게 냉정하다...이 작품을 보면서 다시 한번 넘을 수 없는 계층간의 벽을 느끼며 깊은 암울감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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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색기계 - 신이 검을 하사한 자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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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색기계 (2018년 초판)
저자 - 쓰네카와 고타로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RHK
정가 - 14000원
페이지 - 463p


골드 머신


이렇게 직설적인 제목일 줄이야...정말로 금색기계가 등장하는 SF 추리소설이 출간되었다. 그런데...이 기계가 
에도시대에 등장한다?!!!...


그저 심심풀이로 사람을 베어 죽이고 칼을 찬 무사가 곧 법이 되는 무법천지 야생의 시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달에서 우주선을 타고온 달 일족이 부리던 사이보그 보디가드 금색기계와 가슴에 손을 얹는것 만으로 생명을 앗아
갈수 있는 신묘한 힘을 가진 소녀 하루카가 펼치는 복수혈전이 [야시]의 작가 '쓰네카와 고타로'만의 기묘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로 전개된다. 1700년대...일본도를 피흘리며 싸우던 그 격동의 시대에...금빛 기계가 웬말이냐?!!! 
라는 생각이 들수도 있겠는데...이 시대물과 사이보그 SF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장르를 거부감 없이 절묘하게 
섞어 놓았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설정만 보자면 허무맹랑한 짬뽕드라마라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이 허무
맹랑한 설정으로 무려 2014년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것...완성도, 재미, 몰입감...뭐하나 빠짐
없이 난생 처음 보는 신박한 SF시대물을 창조해 냈다. 


손대는 것만으로 목숨을 빼앗는 기묘한 능력을 숨긴체 살아가던 여성 하루카는 에도시대 경찰로 근무하는 남편
겐신이 쌍둥이 딸을 납치한 귀어전이라는 산적무리를 찾아간뒤 실종된다. 귀어전과 유곽의 우두머리 구마고로가
관련되있음을 알아낸 하루카는 구마고로를 찾아가 자신을 산속의 귀어전으로 데리고 가 줄것을 청한다. 구마로고
는 아름다운 여성이 산적 소굴을 찾는것을 궁금히 여겨 연유를 묻고, 하루카는 귀어전과 얽힌 2대에 걸친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데.....


작품은 1547년부터 1747년 까지 도깨비들이 사는 궁궐 귀어전 때문에 태풍처럼 휘몰아치는 운명의 바람에 내몰린
사람들과 압도적 힘을 가진 금색님(금색기계)이 뒤섞여 한치앞도 예상하기 힘든 이백년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백년의 시간이 말하듯 부모님과 남편을 앗아간 원수 귀어전에 복수를 하려는 소녀의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그 
안에는 하루카의 엄마가 소녀시절 소년이었던 구마고로와 만나 함께 귀어전에서 생활하던 시절의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엄마가 겪은 모질고 험난한 격동의 시대를 그리며 하루카의 복수에 대한 당위성을 견고하게 다진다.
신비에 휩싸인 기계생명체 금색님과 복수의 칼날을 가는 즉살능력의 하루카, 상대의 살의와 거짓을 눈으로 보는 
심안을 가진 구마고로등 기이한 능력이 어우러진 시대활극을 보고 있자니 혈혈단신 부모님의 복수를 위해 불로불사의 
만지와 함께 조직을 뒤쫓는 내용의 만화 [무한의 주인]이 떠오른다. 말도 안되는 설정으로 가득한 이야기지만, 
각 캐릭터들의 진지하고 처절한 개인사와 당시의 시대를 절묘하게 녹아낸 작품이기에 두 작품은 서로 맞닿아 있는
듯 하다. 불로불사의 만지나 금색 갑주를 입은 사이보그나...다를게 뭐가 있나...-_-


하루카, 구마고로, 겐신...그리고 금색님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복종과 배신, 사랑과 용서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미묘한 감정선을 잘 드러내며, 기계의 몸에 인간의 인격이 덧씌워진 
기계인간의 감정을 함께 보여주며 진정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순간의 찰나에 잘리고 
썰리며 죽음을 맞이하는 작품인 만큼 굉장히 진지한 분위기로 전개되는데, 말끝마다 '삐로,삐로로' 혹은 '뽀잉'등의
기계 비프음을 내는 금색기계의 대화장면은(굉장히 중요한 장면임에도..) 웬지 긴장을 풀어주는 코믹한 요소로 작용
되어 실소를 자아낸다..-_-;;; 그동안 요괴나 귀신이 등장하는 공포호러를 접목한 에도시대물은 여럿 봤는데 이렇게 
SF를 적용한 에도시대물은 처음인지라 굉장히 신선하고 새로운 느낌이었다. [무한의 주인]이 거의 내 인생만화급인데
[무한의 주인]이 취향이라면 이 작품도 절대 실망 시키지 않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작가가 들려주는 장르를 초월한
SF, 추리, 판타지 이야기에 어느새 흠뻑 취하게 될것이다...

 

 

[녹색 안광을 내뿜는 기묘한 금색 갑주의 무사...금색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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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그것이 들어가지 않아
고다마 지음, 신현주 옮김 / 책세상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남편의그것이들어가지않아 (2018년 초판)

저자 - 고다마

역자 - 신현주

출판사 - 책세상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21p




열려라 참깨..



참으로 선정적이고 적나라한 제목이다. 파스텔톤의 색감에 흰색 글씨가 아니었다면 도저히 대중교통을 타고선

읽을 수 없는 책의 제목이랄까..-_-;;; 하긴 제목의 글씨가 잘 안보여도 도저히 버스, 지하철에선 당당하게 

읽을 수 없는 책인건 마찬가지 인듯하다. 솔직히 루리웹에서 이 책이 일본 본토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소식을 봤을때만 해도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처럼 자극적인 제목과는 달리 속 내용은

땃땃한 감동적인 작품일줄 알았다...그런데.....아뿔싸...진...진짜로....그것이 들어가지 않는 이야기였다니!!!

페이지를 넘길수록 내 멘탈로 산산이 조각나는걸 느낄 수 있었다. 작가 실명을 걸고 출간한것 같은데, 도저히

자기 이름을 걸고 불특정다수의 남들이 읽게 하기엔 너무나 프라이빗한 이야기들이었다....ㅠ_ㅠ



나는 오지게 오지인 시골에서 태어나 동네에서만 쭈욱 커온다. 육아스트레스에 신경증이 걸린 어머니 아래서

엄마의 사랑 없이 동생들을 돌본 나는 19세가 되어서야 대학진학을 빌미로 집에서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지방대 하숙집엔 나 외에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하숙집에 들어온 첫날 짐을 푸는중에 한학년 위의 남자가 

거리낌 없이 열린 방으로 들어오더니 나의 방에서 편한 자세로 스포츠 뉴스를 보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건방지고 당당한 모습이 싫지만은 않던 나는 그 후로 몇번의 데이트를 거쳐 드디어 결전의 그날이 온다. 긴장한

채 누워 있던 내게 남친은 한창을 용을쓰고....우지끈..우지끈...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남친이 말한다...

'들어가지지가 않아.....'



심인성 발기부전의 여성형 사례라고 봐야 할까?...남자는 서지 않듯이...여자는 열리지 않는다...ㅠ_ㅠ 보통

이런 문제가 생기면 부부 클리닉에서 상담을 받던가 뭔가 해보려고 하겠지만 쿨한 남자와 소심한 여자는 직접

적인 성행위 대신 유사성행위로 욕구를 해소하며 결혼까지 이르게 된다. 육체적 행위가 결여된 사랑은 남매

처럼 정신적 유대를 견고히 하지만 왕성한 남자는 결국 아내 몰래 업소를 드나들기 시작하고, 내심 상처는 

받지만 남편에게 그것을 내색하진 않는다....읽다보면....작가의 기구하고 불행한 인생의 흐름에 탄식만 나오게

된다. 



부부사이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라고 생각한다. 여기 이 부부처럼 최소한의 말로 서로를 해아리며 이해하는 

부부사이도 좋지만 그건 아무런 문제가 없을때 얘기고...이렇게 이혼사유까지 될정도의 정신적 육체적 문제

라면 분명 많은 대화와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역시 결혼 생활을 하면서 여러

위기를 대화로 해쳐나간걸 생각하면 진실된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충분히 자각하고 있는데, 그래서 

이 부부의 문제 접근 방식이 너무나 아쉽고 안타깝다. 다른 남자들의 그것은 아무런 문제없이 받아들이면서 

정작 남편의 그것을 받아 들이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너무나 예민하고 유리멘탈인 그녀가 평생 살며 살을 

섞어야 하는 관계에 대한 부담감 때문일까?...정신과 의사는 아니지만 문외한인 내가 봐도 분명히 심리적 요인에 

의한 문제이기에 적극적인 극복을 위한 노력없이 시간이 흘러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유흥 업소에 다니는 남편...심리적 압박을 피해 아무 남자와 자는 아내...둘 다 서로의 비밀을 알고 있는것

같지만 모른척 하고 살아가는 비현실적인 부부의 상황...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데, 작품을 읽다 보면

마음으로는 일그러지고 고통받은 삶을 산 부부에게 동정심이 생긴다. 육체적 관계를 초월해 살고 있지만 그 

육체적 관계 때문에 고통과 아픔을 겪는 부부의 삶...적극적인 노력 없이 덮어놓고 무마하려는 소극적 태도

때문에 부부가 받은 오랜 고통을 생각해 보면 다시 한번 대화의 중요성을 상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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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렌의 참회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세이렌의참회 (2018년 초판)

저자 - 나카야마 시치리

역자 - 이연승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23p




새내기 기자의 고군분투 성장기



진정한 언론이란 무엇인가?...매일 쏟아져 나오는 자극적인 뉴스와 가십들 속에서 진짜 뉴스를 찾아 위험을

무릎쓰고 현장을 뛰어다니는 사회부 기자들의 열정과 자기반성이 가득 담긴 작품이 출간되었다. 이제껏 한번도

실망시킨 작품 없이 매번 예상을 뛰어넘는 이야기를 선보이는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신작으로 말이다.

PC방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전기 차단기를 내려 게임을 하던 사람들이 화를 내는 모습을 몰카

로 보여주며 짤막하게 정신 상담의의 의견을 보여주고 게임이 일반인에게 미치는 폭력적 영향이라고 설명하던

쓰레기 뉴스를 본게 얼마되지 않았다...수준 이하의 자극적 뉴스와 조작질, 오보 등등 현재의 매스컴은 자체

자정작용의지로는 도저히 정화 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스컴의 파급력은

한 인간을 사회적으로 매장 시킬 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대통령까지 갈아치울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갖는다...그러니 위정자는 방송을 장악하고 수시로 어용뉴스를 틀어대 민중들을 세뇌 시키는 짓거릴 하겠지...

그런 시쳥률에 목을 메고, 정권에 기대어 여론을 조작하는 썩은 언론인들에게 일침을 날리는 듯한 작품이었다.



데이토 TV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 애프터눈 재팬에서 배테랑 사회부 기자 사토야와 새내기 신입 다카미는 연속

된 뉴스조작과 오보로 인하여 침체된 보도국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특종에 혈안이 되있다. 그러던 16세 소녀

의 유괴 사건에 사토야와 다카미가 기자로 투입된다. 경찰청의 보도통제 이후 유괴 되었던 소녀가 폐공장 단지에서 

온몸에 폭행자국과 묽은 황산 통에 얼굴이 담겨진채로 죽어있던 탓에 얼굴은 불에 태워진듯 처참한 상태의 시체로 

발견되고, 사건은 유괴사건에서 바로 살인사건으로 전환된다. 사토야와 다카미는 피해자가 다니던 고등학교를 

찾아가 같은 반 학생들을 인터뷰 하고 그중 한 친구에게 중요한 제보를 받게 되고, 사토야와 다카미는 순간 

특종을 직감하는데.....



유괴사건을 파헤치는 신문기자들의 열혈 저널정신을 그리던 '혼조 마사토'작가의 [미드나잇 저널]이 바로 떠오

르는 작품이었다. 유괴사건으로 시작하는 도입부나, 배테랑 선배와 초짜 신입의 콤비 플레이, 중간에 크게 헛다리

짚고 반성하여 참된 언론인으로 거듭나게 되는 신입의 성장과정...머...이런 저널인이 나오는 사회파 미스터리엔

당연한 클리셰들이려나...-_- 익숙한 클리셰들이지만 그 익숙함을 신선하고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로 그려내는건

오로지 작가의 몫이니, 예상가능한 이야기 속에서 반전의 한방을 터뜨리는 이 작품은 역시 '나카야마 시치리'!!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사회파 미스터리를 쓰는 작가가 언론과 기자를 소재로 작품을

낸것은 이 작가가 처음이라고 하니 작가로서 소재에 제한이 없는 폭 넓은 스펙트럼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작품은 매스미디어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실수투성이 신입 다카미의 시선을 통해 숨김 없이 드러내며 진정한 언론인

으로서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한다. 순간의 공명심으로 평범한 사람들을 범인으로 몰아세우는 오보를 방송하고

그로인해 하루아침에 죄인으로 몰려 생활 자체가 완전히 파탄 나버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언론의 파괴력과 파급력에

대한 경고를 보낸다.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져 버린 뒤에야 짤막하게나마 정정 보도라도 하면 다행이고, 오보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에겐 절대로 사과하지 않는다. 사과 하는 순간 언론으로서의 모든 권위는 상실된다고 믿는 

언론의 오래된 관행 때문이라고 한다....-_-;;; 그러고 보면 나역시 방송심위위원회의 경고를 받고 사과문을 띄우는건

봤어도 오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사과하는 모습은 한번도 본적이 없는것 같다....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대변하는 뉴스지만 잘못된 뉴스로 피해을 입은자에겐 등을 돌린다?...이 무슨 아이러니란 말인가...    

앞서도 말했지만 진정한 언론은 무엇인가...감춰진 진실, 차단돼 버린 피해자의 외침에 경청하고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전달해 주는것이 참된 언론이 해야 할일이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다카미의 용기를 낸 마지막 뉴스

속 외침은 많은 여운을 주는것 같다.



이번 작품도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처럼 여러가지 반전 장치를 마련해 놓는다. 이 작가...정말 반전 성애자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데, 작가의 작품을 몇권 읽다 보니 이젠 범인이 잡히고 나서도 페이지가

남아 있으면 으레 또 뭔가 숨겨 놨구나...라는 생각이 들정도다..ㅎㅎㅎ 참...그렇게 다작 하면서도 매번 이런 퀄리

티를 뽑아내니 어떻게 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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