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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색기계 - 신이 검을 하사한 자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평점 :
금색기계 (2018년 초판)
저자 - 쓰네카와 고타로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RHK
정가 - 14000원
페이지 - 463p
골드 머신
이렇게 직설적인 제목일 줄이야...정말로 금색기계가 등장하는 SF 추리소설이 출간되었다. 그런데...이 기계가
에도시대에 등장한다?!!!...
그저 심심풀이로 사람을 베어 죽이고 칼을 찬 무사가 곧 법이 되는 무법천지 야생의 시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달에서 우주선을 타고온 달 일족이 부리던 사이보그 보디가드 금색기계와 가슴에 손을 얹는것 만으로 생명을 앗아
갈수 있는 신묘한 힘을 가진 소녀 하루카가 펼치는 복수혈전이 [야시]의 작가 '쓰네카와 고타로'만의 기묘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로 전개된다. 1700년대...일본도를 피흘리며 싸우던 그 격동의 시대에...금빛 기계가 웬말이냐?!!!
라는 생각이 들수도 있겠는데...이 시대물과 사이보그 SF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장르를 거부감 없이 절묘하게
섞어 놓았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설정만 보자면 허무맹랑한 짬뽕드라마라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이 허무
맹랑한 설정으로 무려 2014년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것...완성도, 재미, 몰입감...뭐하나 빠짐
없이 난생 처음 보는 신박한 SF시대물을 창조해 냈다.
손대는 것만으로 목숨을 빼앗는 기묘한 능력을 숨긴체 살아가던 여성 하루카는 에도시대 경찰로 근무하는 남편
겐신이 쌍둥이 딸을 납치한 귀어전이라는 산적무리를 찾아간뒤 실종된다. 귀어전과 유곽의 우두머리 구마고로가
관련되있음을 알아낸 하루카는 구마고로를 찾아가 자신을 산속의 귀어전으로 데리고 가 줄것을 청한다. 구마로고
는 아름다운 여성이 산적 소굴을 찾는것을 궁금히 여겨 연유를 묻고, 하루카는 귀어전과 얽힌 2대에 걸친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데.....
작품은 1547년부터 1747년 까지 도깨비들이 사는 궁궐 귀어전 때문에 태풍처럼 휘몰아치는 운명의 바람에 내몰린
사람들과 압도적 힘을 가진 금색님(금색기계)이 뒤섞여 한치앞도 예상하기 힘든 이백년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백년의 시간이 말하듯 부모님과 남편을 앗아간 원수 귀어전에 복수를 하려는 소녀의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그
안에는 하루카의 엄마가 소녀시절 소년이었던 구마고로와 만나 함께 귀어전에서 생활하던 시절의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엄마가 겪은 모질고 험난한 격동의 시대를 그리며 하루카의 복수에 대한 당위성을 견고하게 다진다.
신비에 휩싸인 기계생명체 금색님과 복수의 칼날을 가는 즉살능력의 하루카, 상대의 살의와 거짓을 눈으로 보는
심안을 가진 구마고로등 기이한 능력이 어우러진 시대활극을 보고 있자니 혈혈단신 부모님의 복수를 위해 불로불사의
만지와 함께 조직을 뒤쫓는 내용의 만화 [무한의 주인]이 떠오른다. 말도 안되는 설정으로 가득한 이야기지만,
각 캐릭터들의 진지하고 처절한 개인사와 당시의 시대를 절묘하게 녹아낸 작품이기에 두 작품은 서로 맞닿아 있는
듯 하다. 불로불사의 만지나 금색 갑주를 입은 사이보그나...다를게 뭐가 있나...-_-
하루카, 구마고로, 겐신...그리고 금색님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복종과 배신, 사랑과 용서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미묘한 감정선을 잘 드러내며, 기계의 몸에 인간의 인격이 덧씌워진
기계인간의 감정을 함께 보여주며 진정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순간의 찰나에 잘리고
썰리며 죽음을 맞이하는 작품인 만큼 굉장히 진지한 분위기로 전개되는데, 말끝마다 '삐로,삐로로' 혹은 '뽀잉'등의
기계 비프음을 내는 금색기계의 대화장면은(굉장히 중요한 장면임에도..) 웬지 긴장을 풀어주는 코믹한 요소로 작용
되어 실소를 자아낸다..-_-;;; 그동안 요괴나 귀신이 등장하는 공포호러를 접목한 에도시대물은 여럿 봤는데 이렇게
SF를 적용한 에도시대물은 처음인지라 굉장히 신선하고 새로운 느낌이었다. [무한의 주인]이 거의 내 인생만화급인데
[무한의 주인]이 취향이라면 이 작품도 절대 실망 시키지 않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작가가 들려주는 장르를 초월한
SF, 추리, 판타지 이야기에 어느새 흠뻑 취하게 될것이다...
[녹색 안광을 내뿜는 기묘한 금색 갑주의 무사...금색기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