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유정아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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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사람이면어때서 (2018년 초판 2쇄)
저자 - 유정아
출판사 - 북폴리오
정가 - 12000원
페이지 - 208p



한번쯤 세상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을때



상처받기 싫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들, 나누고 싶은 공감의 한마디를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언제나 성공한 사람이 되기위해, 남들을 밟고 앞서 나가기 위해, 1등을 향해 숨이 턱에 차도록 뛰어다니는 뜀박질 인생을 산다. 하지만 성공이란 열차의 정원수는 제한되어 있고 나머지 사람들은 달리는 기차를 잡아타기 위해 발을동동 구른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은 실패자들일까?...성공한 사람들 외의 평범한 사람, 흔한 사람들을 어루만져주는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자신도 실패의 쓴맛을 경험하고 이후의 순간이 가장 찌질하고 구질구질한 순간이었다 고백하는 작가의 프롤로그를 보면서 뭔가 나도 작가의 글을 통해 공감하고 위로 받을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실린 글들은 작가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에 다니며, 직장에 다니며 문득문득 떠오른 다양한 단상들을 정리하여 쓴 글들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으로 써내려간 글들은 책을 읽는것 만으로도 어느정도 위안의 감정이 들게 만드는것 같다. 전철에 뛰어들어 자살한 불행한 인생을 위해 걱정하고 명복을 빌어주는 마음, 오래되 망가져 버린 워크맨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마음(웬지 이 마음은 나도 알것 같다..-_- 나 역시 오래된 워크맨을 책상속 고이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까...),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명함을 준비하지 못해 자책하는 마음, 그 마음들이 모여 차갑게 식은 가슴에 작은 온기를 불어 넣는다.



[성실함은 화장실 문 밖에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시절 화장실 때문에 주인의 꾸중을 들은 이후로 화장실에 가지 않게 됐다는 작가의 이야기는 서글퍼 진다. 우리 회사도 집중 근무시간이라며 오전 몇시간 동안 화장실 출입을 지양하는 캠페인을 펼치 있다. 생리현상 조차 생산성 저하로 연결 시키는 실적 지상주의가 너무나 비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죽지 말아야 하는 이유, 살아야 하는 이유]
2년간 준비한 시험에 실패하고 죽음을 생각했다는 작가는 엄마를 생각하며 극복했다고 한다. 인생에서 뼈아픈 실수를 경험 한다는건 그만큼 성장 한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성공한다면야 좋겠지만...커피를 살아야 하는 이유로 정했다고 하는데..음...난 독서가 그런 삶의 소소한 이유가 될려나...다른 일에 집중하는게 가장 상처를 잊는 좋은 방법 같다.



[어차피 해피엔딩이야]
한 편의 만화를 본 어느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만화들처럼 삶의 결말이 해피엔딩이라는 걸 확신 할 수 있다면 지금의 일상이 조금 덜 버겁지 않을까, 하는. 그 다음부터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어차피 해피엔딩이야'라는 말을 주문처럼 속으로 외운다. 인생이 끝날즈음의 내가 행복할지 아닐지는 모른다. 하지만 미래의 행복을 믿는 게 현재의 고통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된다면 굳이 그것을 회의할 이유는 없다. 그래서 나는, 내 삶이 해피엔딩일 것을 믿는다.


그래...새드 엔딩은 이제 그만...불합리하고 납득하기 힘든 일 투성인 직장생활이지만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오늘도 나는 해피엔딩을 꿈꾼다. 30대 초반의 직장인으로서 쓰디쓴 실패를 경험하고 꿋꿋이 일어서 인생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는 작가의 생각과 글들은 내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것 같다. 나를 비롯해 세상의 많은 시시한 사람들이 공감하고 힘을 북돋아 주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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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이 있는 집
김진영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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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이있는집 (2018년 초판)

저자 - 김진영

출판사 - 엘릭시르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86p




시체 썩는 냄새가 풍기는 마당있는 집으로 초대합니다.



내 가정이 전부라 여기는 여성..그런 여자의 집 마당에서 언제부턴가 시체 썩는 냄새가 난다...나의 아늑한 집 마당에 묻혀 있는 저 시체는 누구이며 저 시신을 묻은 사람은 누구인가? 나의 평화롭던 가정을 깨트리려 하는 자는 누구인가?!!! 나의 전부인 남편과 아들을 위협하려는자는 누구도 용서할 수 없다...내가 지켜낼 것이다!



실로 끔찍한 발상의 소재이다. 편안한 휴식처이자 안식처인 집 마당에 구더기가 들끓며 악취를 풍기며 썩어가는 사람의 시체가 발견되다니....그렇게 겉으로는 평화롭고 부족함 없이 화목해 보이던 한 가정이 사실은 온갖 더럽고 불결한 진실을 가득 숨긴채 썩은내를 풍기고 있었다는 충격적 사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유리탑 처럼 위태롭게 이어져오던 가식적인 평화는 마당의 시체로 금이 가버리고, 단 한순간에 산산조각 나 버리고 만다. 



[주란]

홍콩 여행중 불의의 사고로 언니를 잃고 정신적 충격에 빠져 과대망상증에 빠진 주란은 요양을 위해 대도심에서 조금은 한적한 분당 전원주택으로 이사온다. 소아과 의사인 남편과 15살 아들 승재와 함께 부족함 없이 생활하며 서서히 정신적 안정을 되찾으려는 찰나 화단을 꾸미기 위해 만들어 놓은 마당 정원에 언제부턴가 정체 불명의 악취가 난다. 악취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참을 수 없어진 주란은 모종삽을 들고 마당 흙을 파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삽 끝에 닿는 딱딱한 무언가를 유심히 지켜본 주란은 소스라치게 놀란다. 하얗고 뭉뚝한,..다섯 마디...그것은 누군가의 손가락이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퇴근한 남편에게 자신이 발견한 사실을 말하지만....남편은 또다시 망상증이 도진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리고 그날밤....잠결에 눈을 뜬 주란은 남편의 빈자리를 발견한다....온 집안을 살펴봐도 남편은 없고...다음날 침대에서 자고 있는 남편에게 간밤의 일을 물으니 남편은 나간적 없이 계속 잠을 잤다고 하는데....주란의 망상인가? 아니면 남편이 거짓을 말하고 있는건가?.....



[상은]

제약회사에 다니는 남편에게 이혼 서류를 내민날 남편에게 거칠게 성폭행을 당하고, 그렇게 바라고 시도했던 임신이 되버렸다. 아이가 생겼다고 남편에 대한 마음이 변화가 생긴것은 아니다. 앞으로 태어날 아기와 나의 인생을 위해...남편을 죽여야만 한다..소아과 의사와 낚시터에서 만나기로 했다는 남편을 졸라 가는길에 낚시터 근처인 친정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동안 참아왔던 날들은 오늘로 끝이다....



남편을 의심하면서도 남편에게 모든걸 의지하고 그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심약하고 여린 여성 주란과 임신한 몸으로 지겨운 가난이란 굴레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남편을 살해 하려는 강인한 의지의 여성 상은....이 두 여성이 우연히 얽히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출판사에서 공개하는 플롯만 봤을땐 그저 심약한 여성과 싸이코패스 미치광이 살인마 남편의 비밀스러운 가정폭력을 그리는 'B. A. 패리스'의 [비하인드 도어] 같은 스릴러가 펼쳐질거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페이지가 넘어갈 수록 그렇게 단순한 작품은 아니란걸 깨닫게 되었다. 누구나 예상가능한 시나리오에서 세번 이상 비틀면서 예상치 못한 반전의 묘미를 선사하는 작품이었다. 



현실과 망상을 오가는 주란의 혼란스러운 심리 묘사를 통해 몰입하다 보면 정말로 남편이 살인마인지 아니면 주란이 미쳐가고 있는건지 헷갈리게 만들고 그런 착란상태의 주란에게 상은이 슬쩍 발을 얹어 놓으니 주란의 심리상태는 그야말로 아비규환 헬게이트가 열리는 것이다. 가정이 자신의 모든것이라 여기고 가정이라는 껍질속에서 숨어 살아오던 주란은 이 아비규환을 통해 어찌됐던(자의던 타의던) 세상을 향해 한발짝을 내밀게 된다. 그 한발짝이 가족을 지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지 아니면 가족을 산산조각내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말이다.... 



작품을 읽는 입장에서는 뻔히 보이는 사실을 눈가리고 아웅하는 주란의 소극적 태도에 화딱지나고 발암을 일으킬것 같은 답답함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 발암 마저도 결말의 반전을 위해 차곡차곡 쌓아논 작가의 노림수라고 생각된다. 치밀한 설정과 탄탄한 구성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하며 읽게 만드는 작품이다. 고요하고 적막한 부자집 전원주택안에서 벌어지는 허상위에 그려진 평화의 적나라한 실체와 나의 전부라 여겼던 가족이 갑자기 낯선 타인으로 다가올때의 섬뜩한 공포를 잘 살려낸....시체썩는 냄새를 풍기는 마당있는 집으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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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의사는 벚꽃을 바라보며 그대를 그리워한다 마지막 의사 시리즈
니노미야 아츠토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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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의사는벚꽃을바라보며그대를그리워한다 (2018년 초판)

저자 - 니노미야 아츠토

역자 - 이희정

출판사 - 소미미디어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16p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종종 늙고 난 뒤 노년의 이야기를 하다보면 이런 얘기를 한다. 벽에 똥칠하면서 사느니 차리리 깔끔하게 죽음을 택하겠다고. 아직 삼십대...당연히 죽음에 대한 막연한 생각으로 내뱉은 말이고 솔직히 앞으로 닥치게 될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은 없는것 같다. 다만 누구나 바라는 바겠지만 잠든것 처럼 조용히, 고통없이 갈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머...어른들은 그것도 복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 작품을 읽고 나니 그 생각이 한층 더 강렬해졌다...작품속 등장하는 어디에나 있을법한 평범한 회사원이, 대학생이, 의사가 한순간에 중증질환에 걸리고...미처 의학의 힘으로는 손써볼 도리도 없이 엄청난 고통과 함께 죽음에 이른다. 환자의 죽음과의 처절한 싸움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그려져 몸서리 처질만큼 공포로 다가온다. 솔직히 무서웠다...천명에 한명, 만명에 한명...이름도 헤아릴수 없는 수많은 질병들에 걸릴 확률은 이렇게 체감하기 힘들정도로 낮은 확률이지만, 분명 지금 이순간에도 누군가는 낮은 확률의 죽음의 마수에 잠식당하고 있고 그 마수는 나에게도 뻗쳐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는 3명의 의사가 등장한다. 후쿠하라는 종합병원의 부원장으로 천재적 실력의 외과의사이자 치료의 열의로 활활 타오르는 강인한 인물...그의 사전에 포기란 글자는 없다. 무조건 고친다는 신념으로 단 1초라도 생명을 늘리기 위해 돌진한다. 다른 한명인 키리코는 사신이라 불리는 내과의이다. 불치병을 고치기 위해 무리하느니 차라리 깔끔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남은 시간을 자신을 위해 쓰는게 낫다는 생각을 갖고 불치병 환자들을 비밀리에 상담해주고 치료를 포기하게 한다. 당연히 후쿠하라와는 앙숙으로 대치되는 인물이다. 마지막 한명은 오토야마이다. 수련의 시절 후쿠하라와 키리코의 절친으로 극단적인 두명의 의사 사이에서 적절한 중용을 찾아가는 의사로 그려진다. 어찌보면 얼마전 읽었던 [신의 카르테]에서 이치토의 캐릭터와 가까운 인물이라고 보면 될듯하다. 3명의 전혀 다른 기질의 의사와 3명의 불치병에 걸린 환자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통렬하게 숙고하도록 만드는 작품이었다.


 


1. 서장


2. 어떤 회사원의 죽음

중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둔 하루 전날 평소 컨디션이 않좋아 병원을 찾은 회사원은 청천벽력같은 말을 듣는다. 급성백혈병에 걸렸다는것....그날 바로 입원을 하고 관해를 위해 독하디 독한 항암제를 때려 붓는다. 입안은 헐고 머리카락 뿐만 아니라 눈썹까지 빠져버리고, 구토는 끊임없이 나온다. 하지만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위해,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참아낸다....그리고 항생제 치료가 끝나는 날....

- 아....살기위해 모든것을 불태웠지만 그가 맞이한 죽음은 너무나 처참하고 끔찍했다...그저 경악과 안타까움 뿐...



3. 어떤 대학생의 죽음

삼수끝에 힘들게 의대에 학격한 소녀...이제 새롭게 펼쳐질 의사로서의 인생이 그저 신기하기만 한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다리에 힘이 빠지고 넘어지는 횟수가 많아져 병원을 찾아가 검진을 받는다. 결과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온몸의 힘이 빠지고 시간이 지나면 먹을수도, 숨쉴 힘도 없어져 사망에 이르는 원인불명의 불치병이다. 물론 치료방법은 현재까지 없다....전도유망한 의사에서 하룻밤만에 시한부생을 선고받은 소녀는 절망에 빠지고.....

- 공포소설보다 더 공포스럽다...멀쩡하던 소녀가 목숨을 잃기 까지 단 4개월....의사를 위해 20년의 인생을 전력질주하던 소녀는 한순간에 목표를 잃고 방황하게 된다. 아...인생이란 무엇이란 말인가....ㅠ_ㅠ



4. 어떤 의사의 죽음

3명의 의사중 누군가 피를토하고...검사결과 하인두암 3기를 선고 받는다...절친했지만 각자의 신념 때문에 멀어진 그들이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의사를 통해 다시금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된다.

- 아..작가...이 나쁜 사람....ㅠ_ㅠ

 


5. 종장


 


질병에 걸려 차츰 스러져가는 일련의 과정이 너무나 현실적이고 참혹하여 작품을 읽기 힘들정도 였다. 같은 의학 소설이지만 [신의 카르테 1]과는 비슷하면서도 상당히 다른 대척점을 보인다. [신의 카르테 1]에서는 죽음에 임박한 불치병 환자가 고통속에서도 이치토의 노력으로 평화스러운 죽음을 맞는데, 이 작품속 환자들은 시종일관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환자의 모습이 처절하게 그려진다. 물론 사투를 벌이는 환자 옆에서 힘을 실어주는 의사가 있지만 어쨌던 그들은 그저 조력자일 뿐...극약에 가까운 항암제를 먹고 구토를 하고, 사망에 이를 정도의 방사선을 쬐고 피를 토하고, 눈 깜빡일 힘조차 없어져 가는 이 모든 고통을 겪고 공포를 감내해야 하는 사람은 바로 환자인 것이다. 작품속 3명의 환자들은 병마와 싸우느니 차라리 죽음을 받아들이는게 낫다고 느낄 정도로 극한의 고통을 겪으면서 생을 지속할 것인지, 죽음을 받아들일 것인지에 관해 결정을 내리는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각자의 의지로 선택을 하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후회없이 보낸다. 그 선택이 설령 지옥같은 고통일 지라도 말이다...그들의 용기 있는 선택에...의미있는 죽음에 저절로 숙연해진다.



정말로 집중하며 읽은 작품이다. 질병이란 예측 불가능한 것이기에 더욱더 감정이입 하게되고 가독성도 뛰어나 몰입하게 만든다. 죽음의 무게, 삶의 무게를 감내해야 하는건 다른 누구도 아닌 환자 본인이다. 그런 환자들에게 의사란 어떤 존재인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좋은 작품이었다.

 



덧 - 어쨌던 회사원의 처참한 죽음이 뇌리에 박혀 떠나가질 않는다...ㅠ_ㅠ...악몽 꿀거 같아...의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질병을 정복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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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이브스 1 - 달 하나의 시대
닐 스티븐슨 지음, 성귀수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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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이브스 1 : 달 하나의 시대 (2018년 초판)
저자 - 닐 스티븐슨
역자 - 성귀수
출판사 - 북레시피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67p



달이 폭발했다.



사이버펑크 장르의 대표적 작가이자 현존하는 네임드 SF작가인 '닐 스티븐슨'의 신작이 정말 오랜만에 출간되었다. [스노우 크래시], [다이아몬드 시대]로 독특하면서도 사이버펑크적인 세계관으로 많은 인기를 얻은 작가인데 [스노우 크래시]는 '아바타'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작품으로 작가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다만 난 사이버펑크 알러지 때문에 아쉽게도 책장에는 꽂아놨지만 읽어보진 않은 작품이고, 그나마 레전드 SF 시리즈 그리폰 북스 신판으로 나왔던 [다이아몬드 시대]를 딱 10년전에 읽었었는데 워낙 오래되서 기억은 잘 나지않지만 오리엔탈리즘이 믹스된 약간은 난해한 사이버펑크 세계관의 작품으로 기억된다. 그런 작가의 신작이기에 새로운 사이버펑크 SF인줄 알았는데 막상 작품을 읽어보니 사이버펑크는 완전 배제된...아주....제대로 하드한 하드SF였다!!! 꺄아!!~~ (하긴 사이버펑크가 인기있던 시대는 지나긴 했지...-_-)



달이 폭발했다. 라는 강렬한 첫 문장을 시작으로 의문의 달 폭발 이후 7개의 돌덩어리로 분리된 달 파편들이 서로 충돌을 일으켜 무수히 많은 운석무리가 형성되는 화이트 스카이 단계를 거쳐 이 운석때들이 지구로 떨어져 내리는 하드레인 단계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2년...무려 5천년간 지속될 하드레인이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멸절시키기 전에 지구를 탈출해야 한다....[아마겟돈]을 연상케 하는 익숙하다면 익숙할 운석 충돌 대재난의 시나리오지만 문제는 지구를 향해 오는 운석이 한개가 아니라 수억개이다...ㄷㄷㄷ 이번 1편은 달 폭발 부터 하드레인까지 1년이 남은 시점, 생존을 위한 인류의 노력이 펼쳐지는데 멀지 않은 미래가 배경인 만큼 실제 존재하는 과학 이론들을 토대로 지극히 현실적이고 엔지니어적인 실현가능한 치밀한 설정의 이야기로 가득찬 하드 SF의 정수를 보여준다.



화이트 스카이, 하드레인을 예측한 과학자 두브박사와 우주정거장 이지에서 로봇공학자로 근무중인 다이나를 주축으로 인류의 존속을 위해 2년만에 전지구가 급박하게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바로 '클라우드 아크'이다. 지구멸망까지 남은 시간은 단 2년...대규모 우주선을 구축하여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고, 그렇다고 땅속 지하 벙커를 만들어 대피하기엔 오천년이라는 하드레인의 기간이 너무나 길다. 고심끝에 인류는 적도 위 궤도에 위치한 우주정거장 이지의 근방에 5인이 거주 가능한 소형 거주구 4000개를 쏘아 올려 각 거주구를 통로로 연결한 매쉬 토폴로지 형태의 집단 거주구 건설계획을 세운다. 결과적으로 전 인류중 목숨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단 2만명뿐....
이 2만명은 우주에서 5천년 이상 생존하여 지구의 동식물과 인류의 동결 DNA를 지켜내 이후 다시 한번 인류를 존속시키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된 것이다.



단 2년만에...턱없이 부족한 시간에, 턱없이 부족한 자원과, 턱없이 부족한 인원과, 턱없이 부족한 공간으로 세대 우주선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일단 우주에 올라가면 모든 물자는 자급자족 해야 한다. 하드레인 이후 지구는 불타오를텐데 어디에서 식량과 물자를 조달 할 수 있을까?...작품속 두브박사도 클라우드 아크의 프로젝트에 비관적이지만 작품을 읽는 나조차 무리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하드SF아닌가...이야기는 픽션일지언정 뒷받침 하는 설정들은 철저히 현실 과학에 기반을 두지 않는가...작가는 시선을 우주로 돌린다. 하여 [마션]에서도 언급되었던 라그랑주 포인트를 이용한 천체궤도 비행을 통해 클라우드 아크를 오천년간 지속할 방법을 모색케 한다. 어찌보면 우주야 말로 진정한 무한한 자원의 보고가 아닌가...



인류 종말의 카운트 다운이 진행되면서 인류 존속을 위한 과학자들의 고군분투가 페이지를 가득 채운다. (사실 종말 직전 전인류의 집단 실성에 따른 광기의 헬게이트를 예상했지만...작품은 너무나 차분해서 예상외였다.) 글로 묘사하는 우주 거주구 축조가 머리속에 잘 그려지지 않아 비루한 상상력에 답답하기도 하고, 여러 이론들덕에 약간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실로 오랜만에 읽는 정통 SF라서 무척 즐겁게 읽은것 같다. 전 3권이라는 적지 않은 볼륨에 달폭발 이후 인류의 5천년간의 생존기를 담았다고 하니...남은 2,3권을 어찌 기대하지 않을 수 있으랴!! 여타 SF들 처럼 비슷한 설정의 세대우주선 이야기를 그려낼지...아니면 작가만의 새로운 세대우주선 이야기를 그려낼지....흐흐...궁금하다...하드SF 팬이라면...무조건 닥추한다. 더불어 '론 하워드'감독이 영화로 제작한다니...뭐 이런 썰이야 얼마든지 엎어질수 있어 실제로 극장에 영화가 걸려야 믿을 수 있겠지만, 어쨌던 정말로 영화로 나와 준다면 비루한 상상력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장면들을 꼭 두 눈으로로 보고 싶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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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새의 비밀 - 천재변리사의 죽음
이태훈 지음 / 몽실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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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새의비밀 : 천재 변리사의 죽음 (2018년 초판)

저자 - 이태훈

출판사 - 몽실북스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90p



국내 처음으로 선보이는 본격 특허추리



지금은 둘째를 낳고 본격 전업주부의 길을 걷고 있지만 아내는 아이를 낳기 전까진 역삼동에 위치한 특허사무소에서 분석사로 일한 경력자이다. 하여 자세히는 몰라도 아내 어깨 너머로 특허사무소에서 하는 일이나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느정도 알게 되었는데 그래서 이번에 출간된 국내에서 첫선을 보이는 본격 특허추리소설의 출간이 웬지 모르게 반갑게 느껴진것도 사실이다. 엄밀히 따지면 아무런 상관도 없지만 그래도 아내가 몸담고 있던 업계의 일을 다루는 추리 작품이라니...그저 반가운 마음이랄까..-_-;;; 가공할 만한 기술의 발견과 함께 신기술을 노리는 국내외 기업간의 암투와 비리....그리고 살인....특허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숨가쁜 이야기가 펼쳐진다.



천재 변리사라 불리는 소나무 특허사무소의 대표 송호성이 사무실 근처 뒷골목에서 칼에 찔려 살해된채 발견된다. 숨진 송변리사의 주머니엔 'AERUS-IL'라는 의문의 문자가 쓰인 쪽지가 발견되고...경찰은 인근 CCTV를 돌려보던중 살해 현장에서 송변리사의 절친인 강민호 변리사가 CCTV에 찍힌것을 발견하고 강변리사를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하며 수사에 착수한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될수록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미궁속으로 빠지는데....



본격 특허추리 답게 특허와 관련된 용어나 변리사들의 업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변리사들이 직접 위험을 무릎쓰고 뛰어들어 사건 해결의 중요한 역할을 해낸다.(머..변리사가 주인공이니 당연한건가..) 하프늄이라는 원자력 물질을 이용하여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강도의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신기술의 발견이 가져오는 파장과 이 특허기술을 둘러싼 특허사무소간의 피튀기는 경쟁, 신기술을 둘러싼 폭파기술 기업간의 경쟁, 부패와 비리에 찌든 국회의원과 국방부 그리고 국정원이 관여된 뇌에 직접적인 전기자극을 주는 금지된 실험 등등... 현직 변리사가 특허와 관련된 새로운 기술과 다양하고 해박한 지식으로 풀어놓는 이야기들은 작품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변리사로 일하면서 1년에 추리소설을 200권씩 독파할 정도로 추리 마니아인 작가가 직업적 경험을 십분 살려 써낸 작품이니 이 작품에 들인 노력과 정성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분명 열혈 독자에서 추리 작가로서의 처녀작인 만큼 정황상 어울리지 않는 구성의 허술함이나 다소 충동적이고 납득이 안되는 행동들의 단점들이 부분 부분 눈에 띈다. 하지만 어찌보면 '특허추리'라는 새로운 장르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선보이고자 하는 의욕으로 인한 약간의 오바? 정도로 볼 수도 있을것 같은데, 이야기의 참신함을 선호할지 치밀한 완성도에 비중을 둘지는 개개인의 호불호에 달릴것 같다.



흔히 창과 방패로 비유되는 총성없는 전쟁터 특허분쟁은 자세히는 모르지만 떠도는 카더라로 어디에 누구는 세계가 놀랄만한 발명을 했는데 특허신청을 안해서 돈 한푼 못벌었다더라 혹은 어디의 아무개는 사소한 기술을 특허신청 했는데 나중에 대박이 터져서 돈방석에 앉았다더라 등등등 무형의 아이디어 조차 법으로 보장받으며 권리로 인정되는...참 신기한 분야라고 생각된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특허분야에 사람의 목숨이 오락가락하고 나라의 운명이 좌우될 정도로 커다란 사건으로 발전되는 특허 전쟁터를 엿본것 같은 새로운 소재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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