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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의 기담 - 이상야릇하고 재미있는 옛이야기
오정희 지음, 이보름 그림 / 책읽는섬 / 2018년 9월
평점 :
오정희의기담 : 이상야릇하고 재미있는 옛이야기 (2018년 초판)
저자 - 오정희
출판사 - 책읽는섬
정가 - 13000원
페이지 - 173p
어릴적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바로 그 이야기
작가 오정희님은 이번에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접하는 작가님이기에 띠지의 믿고 읽는 작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냥 [기담]이 아닌 [오정희의 기담]이라고 본인의 이름을 제목에 걸고 작품을 출간한다는건 그만큼 작품에 대한 만족감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반증일까?...어릴적부터 기담, 괴담에 심취한만큼 오싹 살벌한 도시괴담이 아닌 우리에게 익숙한 전래동화 속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기묘한 이야기는 현대 기담과는 또다른 의미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여기 실린 여덟편의 기담들은 어릴적 시골집 뜨싯한 아랫목에서 졸린눈을 꿈뻑이던 내게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기묘하고 이상하고 야릇한 옛날 이야기...딱 그것이었다. 띠지에 실린 할매 작가님이 차분한 목소리로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ㅎㅎ
작품에 실린 여덟가지 이야기는 오래된 판타지 세계로 나를 초대한다.
1. 어느 봄날에
죽은 동생을 살리기 위해 마법을 거는 누이 이야기...
- 한국식 언데드 이야기의 변주
2. 그리운 내 낭군은 어디서 저 달을 보고 계신고
구렁이로 태어난 아들이 장가가는 이야기....
- 구렁이를 자식으로 낳아 벌어지는 이야기는 다른 전래동화에서도 봤었던 플롯이라 익숙한 느낌이다.
3. 앵두야, 앵두같이 예쁜 내 딸아
의붓엄마의 계략으로 억울하게 죽어간 소녀의 이야기...
- 전래잔혹동화...
4. 용화산
천년묵은 지네와 용이되지 못한 이무기의 치열한 결투....
- [은혜갚은 까치]가 떠오른다.
5. 누가 제일 빠른가
딸을 시집보내기 위해 진귀한 기술을 가진 청년들이 자신의 기술을 뽐내는 이야기...
- 외국동화중에 진기한 재주를 가진 형제들이 위험에 처한 공주를 구하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보니 그 이야기가 떠올랐다.
6. 주인장, 걱정 마시오
혈혈단신으로 잔혹한 산적무리를 소탕하는 모험이야기....
- 여덟편의 이야기중 유일하게 실존인물을 토대로 한 이야기이다.
7. 짚방망이로 짚북을 친 총각
짚방망이로 짚북을 치는 신기한 이야기...
- 이야기의 무대는 한국을 벗어나 중국으로까지 확장된다.
8. 고씨네
글공부만 하는 남편을 둔 아낙의 이야기...
- 죽어라 고생만 시키더니....끝까지 호강한번 못누리는구나!
여덟편의 기담은 현실과 이계를 오가며 인간과 요괴가 공존하며 실존인물과 설화가 함께하는, 실로 경계없는 신비로운 오정희 작가님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아련한 사랑 이야기, 성실함과 기지로 성공하는 밝고 명랑한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신데렐라]의 원전속 엄마의 인육을 갈아먹고, [콩쥐 팥쥐]의 팥쥐가 벌로 죽음을 당한뒤 인육으로 만든 젓갈이 되는등의 잔혹동화 같은 이야기도 실려있어(물론 그정도로 참혹하진 않다만...) 기담으로서 이야기의 다양성을 맛보여 준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여덟편의 이야기중 [앵두야, 앵두같이 예쁜 내 딸아]가 제일 마음에 든다. 계모의 모함...계모의 계략에 놀아나는 무능한 아빠...그리고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착하디 착한 딸 앵두....뭔가 [신데렐라]나 [콩쥐 팥쥐]가 떠오른다. 이렇듯 전래동화나 외국동화에서 봤음직한 이야기들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옷을 입고 찾아오니 익숙함과 전혀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라는 신선함이 합쳐져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웬지 유치할것 같지만 이야기 이야기마다 인생의 희노애락이 함축되어 담겨있고, 결말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정성도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중 하나인것 같다. 정말로 읽을수록 빠져드는 옛이야기...오정희 작가님이 거는 마법에 단단히 홀리게 되는 신기한 기담들이랄까...이렇게 작가님의 이야기가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그동안 잊고 있던 아련한 추억속 기억의 조각들을 다시금 짜맞출 수 있게 해주어 너무 좋다. 여덟편은 좀 짧은 느낌인데...좀더...좀더 작가님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줬음 좋겠다. ㅎㅎ 어른이 읽어도 정겹고 흥미롭고, 아이들에겐 말할것도 없이 최고의 옛날이야기라 생각된다. 울 딸래미들한테두 재우기전에 한편씩 읽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