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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앰 필그림 1
테리 헤이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수첩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아이앰필그림 1 (2018년 초판)
저자 - 테리 헤이스
역자 - 강동혁
출판사 - 문학수첩
정가 - 13000원
페이지 - 474p
단 한권만으로 나의 최애 스파이 소설이 되었다.
이렇게 말하고 싶지만 사실 정통 스파이물은 거의 읽어본 적이 없다. 그저 '이단 헌트'가 북치고 장구치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시리즈나 찾아 볼 정도랄까...그 유명한 [007]시리즈도 별 흥미를 못느끼는걸 보면 나와 스파이장르는 그닥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생각이 단번에 바껴버렸다. 아직 진짜로 끝내주는 스파이물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단걸...스파이 장르의 전설적인 작품들은 접해보지 못했지만, 그동안 장르소설만 읽어온 덕후로서 판단하건데 전설에 필적할 정도로 아주 죽여주는 작품이란게 나의 평가다. 그것도 단 한권만 봤는데 말이다. 단 1권만 보는데도 소름과 전율을 몇번이나 느꼈는지 셀수도 없을 지경이니 말 다한거 아닌가..ㅎ
[스콧 머독]
뛰어난 머리로 하바드 의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스콧 머독은 우연히, 아주 우연히 CIA의 눈에 띄어 스파이 생활을 시작한다. 스파이로서 첫 파견근무지 터키에서 사수의 반역행위를 간파하고 사적 감정을 배재한체 스파이로서 냉철히 일을 마무리 짓고, 가장 유능한 스파이인 '푸른 기수'라는 칭호를 받게된다. 하지만 9.11 테러를 기점으로 자신이 경험한 모든 범죄와 사건의 지식을 정리한 책의 출간과 함께 스파이 생활을 정리한다. 이제 스파이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 세상속 깊숙이 숨어들지만, 그가 쓴 범죄사건 책을 감명깊게 본 경찰 브래들리가 각고의 노력으로 신분 세탁을 하고 파리에서 은둔해 살고 있는 스콧을 찾아내는데.....
[사라센 사람]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사라센사람은 유년시절 사우디 왕가를 공공연히 비판했다는 죄명으로 잔인하게 참수당한 아버지를 보면서 커다란 충격에 빠지고, 부패에 찌든 사우디 왕가를 자신의 손으로 꼭 무너트리리라 다짐한다. 이후 더욱 이슬람교에 더욱 맹렬히 빠져들고 결국 지하드로 아프가니스탄에 홀로 들어가 목숨을 걸고 자신만의 성전을 치룬다. 그렇게 전쟁을 겪으며 성년이 된 사라센은 9.11테러 사건을 보면서 테러 목표를 사우디 왕가에서 미국으로 수정하고 효율적이고 치명적 테러를 위해 은밀하게 차근 차근 준비 단계를 밟아 나가고...마침내 미국 전체를 초토화 시킬 강력한 힘을 손에 넣는데.....
과거 스파이물이 미국과 소련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냉전시대 핵무기의 위협을 주된 소재로 썼다면 이 작품은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실질적 위협이 되고 있는 극단적 이슬람무장단체를 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미국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굴욕과 아픔의 상징이 되버린 9.11 테러 이후 끊임 없이 벌어지는 자살폭탄 테러와 테러시도들은 미국을 포함한 유럽사회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으니 현 상황에서 이 작품의 설정은 굉장히 현실적으로 와닿고 정말로 일어날수도 있는 현실공포로 다가올거라 생각된다. 그도 그럴것이 작품에서 미국을 멸망시킬 테러 무기는 현실적으로 상당히 실현 가능성이 높고 막아내기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허름한 모텔
널려있는 마약들과 곳곳에서 보이는 섹스 흔적들
목의 대동맥이 잘린체 죽어있는 콜걸의 시체
경찰은 단순한 마약에 의한 쾌락살인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경찰의 지원요청으로 살인현장을 바라본 스콧 머독은 이내
부자연스러운 점을 발견한다.
황산으로 가득 채운 욕조에서 뼈마져 흐물거릴 정도로 녹아버린 시체
치아대조를 할 수 없도록 입안의 치아는 전부 뽑혀진 상태
방안의 모든 가구에는 스프레이 소독제로 흥건하여 어떠한 DNA도 발견 할 수 없는 상황
살인범과 피해자의 신원을 전혀 파악 할 수 없는 완전범죄
이내 살인범이 사용한 은폐행위들이 자신이 써낸 책의 내용을 토대로 한것이란걸 깨닫는다.
과연 이 완전범죄 살인마와 미국을 멸망시키려는 테러분자 사라센 사람과의 접점이 있는지 어떤지는 아직 모르겠다. 아직 1권밖에 못봐서리....하지만 한눈에 펼쳐 보이듯 연상되는 자세한 상황묘사와 잔인하고 잔혹한 폭력적 상황들, 그 무엇보다 탄탄하고 치밀한 구성의 서사는 서서히 작품에 빠져들게 만들면서 전율의 카타르시스를 향해 내달린다. 이렇게 미칠듯이 재미있는데 스콧 머독과 사라센 사람은 아직 만나지도 않았다는거.... 스콧 머독의 스파이 생활과 은퇴 이후의 삶, 사라센 사람이 테러분자가 된 이유와 테러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치명적인 무기를 갖게되는 시점에서 1권이 끝나니, 어찌보면 1권은 최고의 스파이와 테러분자가 운명을 건 정면대결을 펼칠 2권의 프롤로그에 해당되는지도 모르겠다. 겨우 프롤로그인데 이렇게 서스펜스가 흘러넘치니 2권은 사람 잡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이토록 강렬한 긴장감을 주는건 사건 하나 하나 허투로 넘어가는것 없이 매우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여 설득력 있는 인과관계를 이끌어 내는데 그 이유가 있다. 주인공 스파이 보다 테러분자에게 더 많은 분량을 내주면서 평범한 아들이자 누이의 동생이던 한 소년이 세상을 끝내려 하는 테러리스트로 거듭나게 되는 당위성을 부여한다. 뭐든 뚝딱 뚝딱 갑자기 악의 정점에 서버리는 여타 작품들과는 달리 이 작품은 악인 사라센 사람이 테러분자가 되어가며 겪는 고난과 역경을 자세히도 그려낸다. 그가 겪는 고통과 고독, 인내를 통해 서서히 살인기계로서, 최악의 테러리스트로 성장해 가는 과정은 다른 의미로의 성취감을 맛보여 준다. 비단 테러분자에 그치지 않고 웬만한 조연들 각자의 삶도 밀도있게 그려가면서 독자적인 캐릭터를 구축해가니 이야기는 풍성해지고 그들이 정반대의 목표를 향해 정교하게 맞물려 들어가는 모습에서야 작가의 치밀하게 설계된 빅픽쳐를 엿보게 된다.
이렇게 엄청난 작품이 작가의 장편 데뷔작이라는데 놀라고, 디스토피아 펑크 SF 영화의 전설 [매드 맥스]시리즈 1,2,3편과 [버티컬 리미트]의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레인 오프 화이어], [클리프 행어], [플라이트 플랜]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한 초유명 시나리오 작가였다는데서 바로 납득해 버렸다.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한 공포로 떨리게 만들고, 숨 쉴틈없는 긴장감으로 땀흘리게 만든다.
본격적인 대결은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말이다. -_-
단 한권만으로 내 최애 스파이 소설이 되었다.
그리고 2권을 읽고 나면 내 인생 최고의 스파이 소설이 될 것이다. (아님 말고..ㅋ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