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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의 신
아가와 다이주 지음, 이영미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12월
평점 :
막차의신 (2018년 초판)
저자 - 아가와 다이주
역자 - 이영미
출판사 - 소소의책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18p
진짜로 2018년 마지막 책...
이제 2018년이 약 2시간 가량 남았다. 정말로 올한해 올리는 마지막 서평이 될듯 하다. 서평단 도서로 받아놓고 마감일자를 착각해 오늘 부랴부랴 읽고 올리는 서평이지만 가슴 따뜻한 에피소드들로 연말을 마무리하기에 딱 좋은 작품이었던것 같다.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자정이 다된 늦은밤...막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전투같은 업무일과를 마치고 피곤에 찌들어 잠시나마 휴식을 위해 눈을 붙이는 샐러리맨, 업무의 연장인 회식자리에서 분위기에 휩쓸려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들이키고 얼큰한 술기운에 기대서 있는 회사원, 즐거운 데이트를 마치고 귀가를 위해 막차를 탄 알콩달콩 커플들,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집에가는 잠깐의 시간에도 단어장을 암기하는 수험생...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하는 공통의 공간 막차에서 그들의 인생은, 그들의 꿈은 그렇게 이어진다. 누구나 한번쯤 옆자리의 아저씨는, 앞자리의 아가씨는, 뒷자리의 커플들은 이 막차를 타고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궁금해 해본적이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누구나 가져봄직한 그 호기심을 같은 막차를 탄 일곱명의 사람들을 통해 속시원히 풀어주는 작품이다. 하루의 시작을 여는 첫차와는 전혀 다른 온도인 막차에 탑승한 사람들이 갖고있는 사연들은 무엇일까?...
자정에 가까운 늦은 시각...사람들로 꽉찬 만원철도는 K역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갑자기 급정거 하는 철도에 사람들은 몸이 쏠리고, 여기저기 비명과 탄식이 오갈즈음...구내 방송에서 K역에서 인사사고로 열차가 정거하였고, 잠시 대기해야 한다는 안내방송이 들려온다. 순간 사람들의 뇌리에는 기차역의 인사사고가 달려오는 철도로 몸을 날리는 자살 아니면 사람이 떨어져 참혹하게 다치는 사고라는 것을 직감한다...발디딜틈 없는 만원철도...그리고 급정거....열차에 탄 일곱명의 사람들은 이 막차를 타고 어디로 향하고 있던 것일까?....
제1화 파우치
만원버스에서 만난 변태치한이 나의 엉덩이를 잡고, 순간 빡침을 누르고 치한이 내 뒤에 서있는 남성임을 확인한 나는 손을 뒤로 돌려 치한남자의 소중이를 슬며시 움켜쥔다. 깜짝 놀란 눈빛의 남성과 눈이 마주치고, 나는 최대한 유혹하는 눈빛과 함께 미소를 발사한다. 뒤이은 의미심장한 남성의 미소를 뒤로하고 역에서 내린 나는 남성이 나를 따라 내리는 것을 확인한뒤 사람이 없는 으슥한 곳으로 유인한다. 그리고 남성을 향해 돌아본 나는.....!!!!
- 머..세상엔 정말 다양한 페티쉬가 있고, 각자의 기호와 취향이라지만....참...일본에서는 이런 페티쉬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걸 보면...참으로 낯설다..-_-;;;
제2화 브레이크 포인트
프로젝트 완수를 위해 쉼없이 매일밤 철야를 하던 개발팀에게 사장의 명령으로 재충전을 위한 하루 휴가가 주어진다. 할일이 태산인 팀원들의 볼멘소리와 함께 오래만에 갖는 하루의 휴식에 들떠하는 모습을 보며 만감이 교차하는 나...자정이 가까운 시각에서야 하루일과를 마무리하고 팀원들을 위해 팀장인 나는 먼저 퇴근길에 오른다. 막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나는 우연히 불켜진 권투도장에서 땀흘리며 연습하는 선수를 보고 발길을 멈추는데....
- 빡빡한 업무에도 잠깐의 브레이크 포인트가 재도약을 위한 힘이 되듯....인생에서도 자신만을 위한 브레이크 포인트가 필요한것 같다. 물론 나의 브레이크 포인트는 독서겠지?...ㅎㅎ
제3화 운동 바보
연습때문에 오랜만에 보게되는 경륜선수 남친을 만나러 당장 달려가야 하지만....회사근처 이태리 음식점에서 와인을 시키는 나....회사 회식때문에 늦는다고 문자를 보내고, 네 잔째 와인잔을 비운다...대체 우리 사이가 왜 이렇게 된걸까?....
- 헌신과 부담은 종이 한 장 차이...상대를 위한 일일지라도...그 상대가 부담이 된다면 사이는 소원해지리라.
제4화 오므려지지 않는 가위
암으로 쓰러진뒤 아버지는 이발소 가위를 놓고 병원에 입원해 암과 사투를 벌인다. 우연히 술집에서 만난 옆테이블의 사람이 알고보니 아버지 이발소의 단골 손님임을 알게되고,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가 무르익는 그 순간...아버지가 위독하는 어머니의 다급한 전화 한통...온힘을 다해 막차를 탔지만...기차는 멈추고, 인사사고라는 안내방송이 들려온다....발을 동동구르며 입이 마르고 가슴은 방망이질 치는데...
- 단편들중 가장 감동적인 작품이다. 떠나는 아버지를 위해 인생의 커다란 결심을 하는 아들의 마음이 눈물겹다.
제5화 고가 밑의 다쓰코
우연히 만난 다리 밑의 콩트작가 다쓰코에게서 유년시절 슬픈 이야기를 듣게되는 나....
- 크로스드레서?....여성복 도착증?....여장한 남자 다쓰코의 이야기인데, 정말로 일본은 이런 페티쉬가 일반적인 건가?!!...-_-;;;
제6화 빨간 물감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학교에 빠지는 날이 점점 많아지는 나....하루는 녹색들판을 캔버스에 그리던 나는 갑자기 불현듯 붉은색을 색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빨간색 물감을 찾지만 갖고 있던 물감을 다 써버렸다. 순간 나의 피로 그리면 된다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칼을 들어 손목을 그어버리는데....
- 개인적이고 인간불신에 사로잡혀 있던 외톨이 소녀 내가 세상을 향해 손을 내밀게 되는 특별하지만 잔잔한 이야기....
제7화 스크린도어
누군가에게 떠밀려 선로에 떨어진 나는 들어서는 열차 앞에서 몸이 굳어버린다. 순간 누군가의 도움으로 선로 아래 안전지대로 피신하여 목숨을 건지게 되고, 공포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린 나는 목숨을 구해준 남성을 찾지만, 남성은 자신의 신분을 감춘채 이미 떠나버린뒤였다. 어떻게던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은 나는 플랫폼의 매점원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하는데....
- 수십년을 이어온 기적적인 인연의 끈....뭔가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법한 기적같은 감동적 이야기가 가슴을 따뜻하게 덥힌다.
때로는 감동적으로, 때로는 안타까움을 전하는 막차를 탄 사람들의 일곱빛깔 사연들....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공간과 감성이기에 각기 다른 그들의 이야기에 동화되어 읽을 수 있었던것 같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공감하게 만드는 착한 미스터리로서 추천하면서...올해의 마지막 서평을 끝맺는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