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여자들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5
박문영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지상의여자들 (2018년 초판)_그래비티 픽션-5

저자 - 박문영

출판사 - 그래비티북스

정가 - 14500원

페이지 - 327p



한국 페미니즘 SF



몇 안되는 SF 전문 출판사인 그래비티북스에서 내놓고 있는 국내 작가의 SF시리즈 그래비티 픽션의 다섯번째 작품이 출간되었다. 요즘 같은 시기에 딱 맞는 페미니즘 SF....얼마전부터 페미니즘 운동이 사회적 관심을 가지면서 서점가에도 페미니즘 작품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SF시장에도 페미니즘 바람이 불고 있는것 같다. 내가 읽은 페미니즘 SF라야 근래에 나온 작품은 없었고, 아~주 오래전...1994년에 출간했었던 [세계여성소설걸작선] 1,2권과 아작에서 나온 [내 플란넬 속옷]정도 뿐이었다. 3권 모두 영미쪽 페미니즘 작가의 작품들이었으니 국내 작가의 페미니즘 SF는 이 작품으로 처음 접하는 것이다.



대도시의 현대적 문명이 들어오지 않은...아직은 낙후된 소도시 구주시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마을의 남자들이 한명, 한명 사라지는 것이다....중국에서 시집온 아내를 때리려던 그 순간....베트남에서 시집온 아내를 학대하려던 그 순간...노년의 아내를 괴롭히려던 그 순간.....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아들이 이상한 빛에 빨려들어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처음에는 한 두건이던 실종신고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고, 정부는 국가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려고 하지만, 집계된 실종자만 160명이 넘어서는 시점에서 정부는 구주시를 폐쇄조치 해버린다. 얼마전 구주시에 떨어진 운석과 연관시키면서 남자들의 실종이 외계인의 소행이라는 소문과 함께 고립된 마을사람들과 구주시 밖의 네티즌들은 사라진 이들이 모두 사회에서 쓸모없이 가족들에게 학대만을 일삼던 쓰레기들이었던 사실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잘된 일이라는 옹호여론이 형성된다. 이제 남성들은 여성의 눈치를 보면서 분노하지 않도록 마인드컨트롤을 해야하고, 사회에 불만을 가졌던 여성들은 구주시로 몰려드는 현상이 발생한다. 집회를 벌이고 여성의 인권신장을 소리 높여 외치는 구주시의 여성들...사라진 남자들을 돌아올 수 있을까?....



영미권의 페미니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었다. 분노하는 남자들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구주시...이 작품이 그리는 세계는 디스토피아인가 유토피아인가...작품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페미니즘 운동처럼 상당히 급진적이고 주도적이다. 작품을 보는 남성들에겐 (목숨을 부지하고 싶다면) 지금까지의 기득권을 누리던 남녀 권력계통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디스토피아일 것이요, 여성들에겐 여성의 주체성을 강조하며 가슴속 감춰두고 있던 목소리를 목청껏 소리치게 만드는 계몽적 작품일 것이다. 



여성을 학대하는 죽어 마땅한 '남자'들만 사라지는 세계가 지금껏 억눌려온 여성의 인권신장을 가져올 수 있을까?...또다른 형태의 차별사회가 시작 되는건 아닌지...여성들의 공화국에서는 지금의 차별이 없어지게 되는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지금까지 세기를 거듭해오면서 응축되어온 여성들의 분노가 이렇게 폭발하고 있다는건 알 수 있을것 같았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대등관계여야 한다는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는데, 이렇게 남녀 서로를 향한 날선 대립각은 한편으로 씁쓸하게 느껴지면서도 지금 벌어지는 여성들의 투쟁이 진정한 평등사회로 넘어가는 필수불가결한 과도기적 단계라는 생각도 든다.  



어쨌던...젠더 감수성을 일깨우는 페미니즘 소설로서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장르적 SF소설로는 많은 부분이 아쉬웠다...SF이면서도 SF적 설명이 실종된 개연성을 찾아 볼 수 없는 전개와 한국SF에서 유독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치우침...하드SF가 취향인 내겐 이런 순문학 같은 SF는 영 안맞는듯...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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