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양이 8 - 에이 설마~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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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8 : 에이 설마~ (2019년 초판)

저자 - 네코마키

역자 - 장선정

출판사 - 비채

정가 - 10000원

페이지 - 206p



소박한 휴식같은 힐링만화



제목은 오며가며 뇌리에 박히도록 봤는데, 만화 자체는 이번에서야 처음 접하게 되었다. 간소한 그림체에 반려동물을 키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에피소드들 그리고 귀여운 사고뭉치 애기냥이 '콩알', '팥알'과 덩치는 크지만 순박한 매력덩어리 댕댕이 '두식'이까지...그냥 펴놓고 보다보면 '피식' 웃음지으며 폭풍처럼 소용돌이치는 내 마음에도 평화와 안식을 찾아주는 그런 만화였다. 뭣보다 자신을 고양이로 착각하는 순수한 댕댕이 두식이가 가장 정감가고 귀여웠는데 야옹이 흉내를 내며 주인에게 애교 부리는 모습엔 아무리 댕댕이를 싫어하는 사람일지라도 단박에 장벽을 무너뜨릴 가공할 귀여움을 장착하고 있더라. 



너른 마당과 주택...팔십세 할아버지부터 손자 손녀까지 3대가 함께 하면서 냐옹이와 댕댕이, 비둘기와 참새, 거북이 비단잉어까지...-_-;;;(동물의 왕국인가?...) 그야말로 복닥거리며 살아가는 모습은 결혼하여 분가하기전...울집에 가장 어른이셨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의 왁자지껄한 우리 가족의 모습과 닮아있어 오래전 기억속에 잊혀져 있던 아련하게 남아있는 가족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마구 자극했다. 그땐 온가족 모두가 키우던 말티즈 한마리를 애지중지 귀여워 했었는데...머...그 말티즈는 고이 늙어 명대로 살다가 요단강을 건넜지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함께 늙어갈수 있다는건 참 좋은것 같다. 지금도 두 딸래미들의 성화에 냥이던 댕댕이던 데려오고 싶지만서도 아내가 도끼눈을 뜨고 결사 반대하여 좌절되고 있지만 말이다...ㅠ_ㅠ 



어쨌던...집을 비운 사이 온집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두식 & 팥,콩알 개냥이들이 징글징글 해보이면서도 병환으로 몸져누운 할아버지를 마냥 걱정하며 기다리고 마침내 퇴원하여 돌아온 할아버지를 누구보다 반기며 달겨드는 개냥이들의 모습에서 역시 종을 초월하는 한 가족으로서 깊은 애정과 따스한 사랑을 느끼게 만든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면서 수백 수천번 매번 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동물과의 이야기들을 자극없이 잔잔하게, 편안한 아날로그식 감성으로 소개하니 매번 새로운 이야기로, 매번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것 같다.



비록 콩고양이네 집이 폭탄터진 난장판이 될지언정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겐 한조각의 유쾌함과 차 한잔의 여유같은 휴식을 선사하는 작품이었다. 앞으로도 콩냥이와 팥냥이와 개냥이의 이야기들을 조금더 지켜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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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 내 기억이 찾아가는 시간
하창수 지음 / 연금술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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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이 찾아가는 시간 : 미로 (2019년 초판)

저자 - 하창수

출판사 - 연금술사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37p



Labyrinth



2041년 14년 전에 보낸 메일이 도착하고

메일 안에는 14년전에 쓴 아버지의 미발표 소설 초고가 담겨있다.

과거에 쓰인 소설속 이야기가 현재에 벌어지는 것을 목격한 아들 미로...

아버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미로는 망자 접속장치 ADM을 시도하는데....


 

가깝다면 가까운 20년 후 한국의 미래를 그리는 이 작품은 죽음과 시간이라는 다소 무거운 철학적 주제를 20년 후 발달된 과학국가로 자리잡은 한국을 배경으로 SF장르로 풀어낸 작품이다. 국내작가의 SF답게 통일된 한국이라는 익숙한 배경에서 우리의 정서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영미SF에 비해 친근하게 다가오고 주제에 비해선 괜찮은 가독성을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의문의 메일이라는 초기설정만 봤을때는 특정 물건을 통해 과거와 현재 인물이 시공간을 초월하여 통신하고 미래를 바꿔나가는...우리에게 익숙한 [시그널]이나 [프리퀀시]류의 작품일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작품을 까보니...그런 나의 예상은 덧없이 무너져 버린다. -_-;;;



정신이나 마음, 영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를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리적 존재로 만드는 스피릿 필드라는 영역을 발견하고 개척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운 물리학자 윤준승 박사는 14년전 독일에서 독살로 의심되는 커피를 마시고 사망한다. 이후 스피릿 필드에 대한 연구는 거대기업 슈퍼퓨처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유지를 이어나가고 윤박사의 아들 미로가 슈퍼퓨처사에서 연구를 이어받는다. 생전 윤박사는 물리학박사와 더불어 닥터 클린워스라는 필명으로 SF작가로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는데 박사가 죽기 직전 예약 발송한 메일 한통이 14년 후 아들의 메일로 도착한다. 메일 안에는 윤박사의 미발표 유작이 첨부되있었고 소설을 읽은 미로는 소설의 내용이 실제세계에서 현실로 벌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충격과 의문에 휩싸인다. 아버지의 의문의 죽음... 슈퍼퓨처사의 금지된 망자접속기술 ADM의 연구... 메일 한통의 의미....미로는 어지러운 미로속을 탈출할 수 있을까?...



SF답게 작가가 그려낸 20년 후의 세계는 지금과는 굉장히 다른 급변한 세계를 그려낸다. 한국은 통일을 이룩하여 북쪽에 세계적 규모의 연구소를 유치하고, 중국은 급속화된 사막화로 땅덩어리 대부분을 사막으로 잃고 나라 자체가 공중분해 되버린다. 스피릿 필드의 연구를 통해 죽은자와 만날 수 있는 ADM(After Death Machine)을 개발하여 망자와 접속하지만 접속자 대부분이 자살해 버리는 치명적 부작용으로 ADM의 사용이 금지되기도 한다. 작품에서는 자세히 언급되지 않지만 망자와의 만남이 영적인 장치를 통해서는 아닌듯하고 가족들이 모아온 망자의 생전 데이터들을 토대로 AI에 망자의 특징을 입력하여 만나는 기술로 판단된다. 그런면에서 볼때 ADM은 '김초엽'작가의 [관내분실]속 망자 도서관과도 닮아있다고도 볼 수 있을것 같다. 



머....이런저런 SF적 아이디어들과 시공간을 초월하는 메일 같은 흥미로운 소재들을 통해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가득 고양시키지만 문제는 이들을 풀어가는 방식이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가 직접 언급하지만 죽음과 시간이라는 철학적 문제를 과학으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하는데 이 작품으로 삶의 끝이 죽음인지? 시간을 되돌린다면 죽음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오히려 내가 직접 작가에게 묻고 싶어진다. -_-;;; 스피릿 필드, 사이킥 필드, ADM 등등 작품 내내 언급되는 SF적 개념과 물건들은 구체적인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이 관념적이고 개념적인 이론으로만 소개되니 구체적으로 무얼 말하는지 알 수 없었고 그렇다고 작가가 전하고자 했다는 죽음과 시간의 상관관계 또한 모호함뿐이라 내겐 전달되지 않았다. 앞선 이야기들을 매듭짖지 않고 서둘러 마무리하는 듯한 다소 뜬금없는 느낌의 결말때문에 더 그런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읽고나니 출구 없는 미로를 해메인 기분이 들었다. 유독 국내SF 작품을 포스팅 하면서 매번 하는 얘기지만 SF라기보단 순문학을 본것 같은 기분이랄까...-_- 



덧붙여 '인터벤션'이라는 이름으로 작품에 주석 대신 작가가 직접 작품에 개입하여 배경을 설명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물론 미래를 배경으로 설명이 필요하다는건 알겠지만 '인터벤션'의 과도한 사용은 '스티븐 킹'의 괄호() 설명급의 불필요한 남발로 작품에 대한 집중력을 흐트려버리는 단점으로 작용한다....ㅠ_ㅠ머..아쉬운 마음에 다소 불평을 늘어 놓았지만 생과 사, 시간과 기억이라는 뭔가 심오한 철학적 논제를 SF적 상상력과 개성적인 캐릭터로 풀어나가는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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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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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2019년 초판)_가제본

저자 - 권기태

출판사 - 다산북스

정가 - 비매품

페이지 - 453p




중력이 닿지 않는 그곳



어린시절 한번쯤은 꿈꿔봤을 희망...장래희망을 쓰는 칸에 한번쯤 써봤을 그 꿈...우주비행사...하지만 조금더 나이를 먹으면 그 꿈이 한국에서 얼마나 실현되기 힘든지 알게 된다. 지구의 중력을 떠나 우주로 날아간다는 것은 선택받은 소수의 몇몇만이 경험할 수 있는 실로 꿈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꿈의 기회가 일반인들에게 열린적이 지금으로부터 11년전 딱 한번 있었다. 무슨생각에서인지 한국에서도 우주인을 배출해내야 겠다는 의지아래 러시아에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고 러시아의 로켓에 한국인이 탈 자리 하나를 배정받은 것이다. 그리하여 한국인 최초 우주인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지원한 일반인들중 엄격한 심사를 거쳐 후보자들을 정하고 러시아 우주센터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한국최초의 여성 우주인 이소연씨가 2008년 소유즈 TMA-11호를 타고 우주비행에 성공한다. 이 작품은 실제 한국 우주인 프로젝트를 모티브로 평범한 35살 회사원이 우주인 프로젝트에 도전하면서 겪게되는 좌절과 환희의 경험담이다. 무엇보다 우주인 선발에 참여했었던 이소연씨와 고산씨를 실제 인터뷰하고, 당시 선발 프로젝트 과정을 면밀히 조사하여 사실적으로 작품에 녹여내는 점이 좋았다. 



35살...평범한 생물분야 연구원...한 여성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인 이진우는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선발공고를 통해 평생을 마음속에 품고 살던 꿈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느꼈다.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지원서를 내고, 체력검사, 인적성 검사를 거치며 수만대 일의 경쟁률을 이겨내고 비로소 마지막 4명의 후보에 이름을 올린다. 까다로운 신체검사와 여러 훈련을 거치며 드디어 러시아 우주센터에서 실제 우주인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게된다. 우주인이 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준비하던 김태우, 여성 후보자 김유진, 정우성 그리고 샐러리맨 이진우까지...우주로켓에 배정된 자리는 단 하나....그 한자리에 앉기 위해 4인은 서로 힘을 도우면서도 끝까지 경쟁해야 하는 동료이자 경쟁자로 훈련과 교육외에도 닥쳐오는 수많은 위기상황들을 함께 이겨내며 진정한 동료로 거듭나게 된다. 과연 최초 한국인 우주인으로 선발되는 최후의 1인은 누가 될 것인가.....



앞서 말했지만 작가의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사실적인 우주인 선발의 과정들이 내겐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원래가 관심있던 분야라서 그런것도 있겠지만...우리 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위해 자신의 모든것을 뒤로하고 죽기살기로 노력하는 비장감이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나라면 안온한 삶에 안주하길 거부하고 꿈을 위해 도전할 수 있을까?....우주를 향해 비상하려는 그들의 열망이 너무나 강렬하고 단단하여 경외감마저 드는것 같았다. 



사실 우주인 선발 프로젝트에 대해선 그저 간판만 달기 위해 나라돈을 쳐들인 실패한 프로젝트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엄청난 노력과 공으로 선발되 우주를 다녀온 한국최초 우주인 이소연씨의 그간의 행보도 그다지 좋게 보이진 않았고 말이다. (후쿠시마에 가서 그곳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일본 프로그램에는 왜 출연했는지도 의문이고...-_-;;;) 작가는 실제 프로젝트 참가자인 이소연씨와 고산씨를 인터뷰하긴 했지만 작품 자체는 철저히 상상으로 써낸 픽션이라고 못박는다. 해서 분명 작품속 등장인물과 실제 인물이 매칭되는 부분이 있지만 그냥 소설읽는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봤다. 하지만 실제 고산씨가 우주인에서 탈락하게된 사건이 작품에서도 결정적 부분에 쓰이면서 팩션과 픽션의 경계를 궁금하게 만들기도 한다. 



끝없는 경쟁 속에서 묘하게 피어나는 동료의식...그리고 그들을 갈라놓는 오해와 의심들....4인의 시선에서 그들이 느끼는 압박과 중압감이 책을 읽는 내게로 전달된다. 그들의 열망이 너무도 강렬했고 그런 열망을 알기에 이진우의 신념어린 선택이 너무나 숭고하게 느껴진다. 중력을 벗어나려는 평범한 이들의 치열한 도전이 나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작품이었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나온지 11년이 지났다...과연 2호 우주인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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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의심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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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의심 (2019년 초판)
저자 - 도진기
출판사 - 비채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06p



합리적 의심 없는 입증의 원칙 : 의심스러운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을 따른다는 원칙에 근거, 피고인이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존재한다면 판사는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



실제로 부장판사를 지내고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중인 소설가 도진기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개인적으로 본업을 두고 소설가를 병행하는 국내 작가중 가장 깊이있고 뛰어나면서 재미를 놓치지 않는 작품을 써내는 상업작가로 도진기 작가를 손꼽는다. 수많은 범죄와 맞닿아있는 판사라는 직업적 특성도 있겠지만 현업작가와 견주어도 떨어지지 않는 치밀한 사건구성과 짜임새 있는 플롯 아래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을 숨겨놓는 추리작가로서의 기교는 이미 완성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작가의 작품이라고는 [라 트라비아타의 초상][정신자살] 달랑 두 권만 읽었지만 정통추리소설 [라 트라비아타의 초상]과 추리소설의 탈을 쓴 초현실 고어소설 [정신자살]만 보아도 이 사람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란건 누구나 알 수 있으리라...그런 그의 이번 신작은 법정소설이다. 전직판사로 있었던 작가의 경험과 고뇌를 십분 작품에 녹여낼 수 있고, 누구보다 사실적으로 법정현장을 그려낼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작품에 대한 기대치는 한껏 높아진다. 더군다나 판사시절 원고를 탈고했으나 출간하지 않고 있다가 법복을 벗고 변호사가 되어서야 작품을 출간했다는 출판사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을땐 일종의 어떤'감'을 느꼈던것 같다.

'이거 진짜 대박이겠구나!' 라고....-_-



작품을 다 읽은 지금 나의 '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언급한다. 최소한 법정미스터리에 한해서는 우리와는 다른 나라의 상황에서 비롯되는 이질적 감정이 전혀 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지극히 한국적 감정에서 비롯된 공감을 이끌어 내는 작품이다. 대부분의 법정미스터리가 범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변호사를 주역으로 내새운 작품들인 반면 법정내 최고의 상석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의사를 결정짓는 판사라는 직업을 가장 잘 표현해낸 작품이라 생각된다. 작품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판사라는 조직과 체계, 그들의 행동 매커니즘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배테랑 부장판사 현민우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두 명의 배석판사와 함께 쉴틈없는 재판일정을 보낸다. 그러던중 세상에서 떠들썩한 젤리살인사건의 판사로 배정되고, 판사로서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 입장을 고수하려 노력하면서 첫 심리에 들어간다. 평소 주량을 넘어서는 술을 나눠마신 커플이 모텔에가고, 모텔에서 한차례 더 술을 마신뒤 정신이 없을때즈음...젤리를 삼킨 남자친구가 질식하는 모습을 발견한 여자친구는 급히 모텔 종업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종업원이 남자를 들쳐업고 병원에 달려갔으나 호흡정지로 뇌사에 빠진 남자는 입원 15일만에 목숨을 잃는다. 남자의 가족은 별의심 없이 사고사로 판단하여 남자를 화장하고 불행한 기억을 잊으려 노력하는데, 사고 50여일뒤 남자의 가족에게 날라온 한통의 보험금 지급통지서...그런데 사망보험금 3억의 지급자가 여자친구?....그로인하여 수사가 시작되고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의 살인범으로 재판에 오른것이다. 모든 정황들이 여자친구가 범인이라 지목하고 있지만 살인범으로 확정지을 수 있는 결정적 증거는 없는 상황...피고인을 100% 범인으로 확정지을 수 없는 '합리적 의심'이 현민우 판사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이다. 무죄추정의 원칙과 합리적 의심 없는 입증의 원칙과 인간으로서 범인이라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정황들 사이에서 고심하고 고뇌하던 현민우 판사의 판결은?......



표지의 시뻘건 젤리가 대체 무슨 의미인가 싶었는데...젤리질식살인사건을 의미하는 것일 줄이야...그런데...시사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이라면 이 젤리사건이 실존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것을 손쉽게 알아챌 것이다. [그것이 알고싶다], [궁금한 이야기 Y]에서 다루어지며 수많은 대중들의 공분을 샀고 재판결과를 통해 또한번 커다란 논란이 되었던 사건...바로 낙지 살인사건이다. (물론 작품에서는 실제사건의 모티브만 땄을뿐 실제와는 많은 부분 다르게 변형시킨다.)



실존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만큼 이야기의 깊이 있는 리얼리즘에 더욱 몰입하게 되고, 그 무게에 힘이 실리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의 사건을 바라보는 판사로서의 시선과 대중들과 같은 일반인으로서의 시선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으니 어찌보면 판사들의 고뇌와 애환을 엿볼 수 있었던것 같기도 하다. 그저 남들보다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법복을 입고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심판하는 판사...언제나 냉철하고 냉정하게 사실에 입각하여 판단해야 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일뿐이다. 검은 법복에 가려져 굳은 얼굴로 사건을 청취하지만 그들의 머리속은 검사와 변호사의 공방에 쉴새없이 이러저리 휘둘린다. 그리고 모든 사실들을 종합하여 결론을 내려야할 시간...그들은 진정 한치의 오점없이 정의를 위해 판사봉을 휘둘렀다고 말할 수 있을까?...겨우 한 명의 부장판사와 두 명의 배석판사라는 3명의 의견을 통해서 말이다. 작품은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이 오판을 내릴 수도있는, 지극히 계급적이고 폐쇄적인 조직의 분위기, 외압에 의해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는 사법부 재판시스템에 의문을 던지고, 그들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반면 재판을 통해 억울하게 벌을 받는일을 막기위해 마련된 절대적 증거주위라는 제도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범죄자를 비추며 현재의 사법재판이 갖는 헛점을 꼬집어 내기도 한다. 100% 확증에 의한 범인을 입증하지 못해 범인은 무죄를 선고받아 발뻗고 편히살고, 피해자의 가족은 어쩔 수 없이 쓰디쓴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분통터지는 엿같은 상황...죄인을 벌하기 위해 자신들의 권한을 위임하여 만들어진것이 재판이라는 측면에서 볼때 이런 상황은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아닌가...그런면에서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시리즈의 심신미약자는 처벌하지 못하는 일본의 형법 제39조와도 연계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물론...'도진기'작가의 작품답게, 첨예한 사건을 대하는 판사의 인간적 고뇌만을 담은 법정물은 절대 아니다. 무려 [정신자살]의 싸이코틱한 충격적 결말을 던진 '도진기'작가가 아닌가!! 이 작품 역시 결말부에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전신이 감전된듯한 전율을 선사한다. 260여페이지의 심도깊은 법정공방에 이어 마지막 40여페이지에 반전 때리는 미스터리가 독자의 뒷통수를 후려갈기니...현민수 판사의 인간적 입장으로 독자의 생각과 시선을 가둬놓은 후 결말에서야 가려져있던 시선 밖의 진실을 느닷없이 턱!하고 내놓아 충격적 진실을 날카로운 쾌감으로 뒤바꿔 버리는 작가의 영리함에 속절없이 휘둘리게 되는 것이다. 전직판사로 이 작품의 출간을 망설였던 자각의 마음이 십분 이해된다. 이렇게 사법부 최고조직인 재판부의 불편하고 적나라한 면을 긁어내는 작품이 있었던가...그런의미에서 내게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사회파 법정 미스터리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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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로스타임 - Novel Engine POP
니시나 유키 지음, 제로키치 그림, 조민경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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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로스타임 (2019년 초판)

저자 - 니시나 유키

역자 - 조민경

삽화 - 제로키치

출판사 - 영상출판미디어(주)

정가 - 9800원

페이지 - 253p



25시간의 하루



책표지만 봐도 청춘남녀들의 연애를 다룬 학원로맨스라는걸 자각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그저 단순한 평범한 로맨스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루에 딱 한 시간, '시간'이 멈추는 신비한 로스타임을 가진 두 사람의 운명은?]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타임스탑이라는 소재가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매일 오후 1시 35분에 맞춰 단 한 시간동안 세계가 정지한다...그리고 정지된 세계를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고딩소년...자....당신이라면 정지된 세계에서 제일 먼저 무슨일을 하겠는가?...나를 괴롭히던 놈들을 골려주고, 짝사랑하던 소녀에게 아무렇지 않게 키스할 수도 있고, 은행에서 한탕 크게 거액을 챙길 수도 있다....그런데....우리의 주인공 소년 아이바는 세상의 왕의 될 수 있는 금쪽같은 시간에 무엇을 할까?....-_-;;;



남고를 다니며 매일 땀냄새 나는 남자들 속에서 재대로 연애한번 못해본 평범한 소년 아이바는 지루한 오후 수업중 이상하고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선생님이 수업을 하던 순간...모든 세상이 멈춰버린 것이다. 움직이는 사람은 아이바 혼자뿐...혼란스러운 정신을 추스르고 학교밖을 나오지만 역시 달리던 자동차, 하늘을 날던 새 모두 정지상태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나니 어느새 수업중이던 교실 자신의 자리에 앉아있는 아이바...이어서 선생님의 수업이 멈췄던 시간에서 이어진다. 모든것이 리셋된 것이다...그날 이후로 매일 오후 1시 35분부터 한 시간동안 시간정지 현상이 어어지고...아이바는 이 기현상이 남자들에 파묻혀 청춘의 유통기한이 끝나가는 자신에게 신이 내려주신 최후의 로스타임이라 생각한다. (뭐냐...이 황당한 결론은 -_-;;;) 그렇게 분기탱천한 소년은 다시 돌아온 타임스탑에 그동안 쌓여있던 욕구를 풀기 위해 자전거를 집어타고 근처 남녀공학 고등학교로 미친듯이 질주하고...때마침 교정 잔디밭에 앉아있는 어여쁜 소녀를 발견!!! 쿵쾅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돌아서 앉아있는 소녀에게 서서히 다가가던 아이바....그렇게 눈이 뒤집힌 아이바와 소녀의 거리가 한발자국 남았을때....느닷없이 소년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소녀! -_-;;;; 


'어라....나만 움직일 수 있는게 아니었나...?!'


멘붕에 빠져버린 아이바와 놀란 아이바를 매의 눈으로 노려보는 소녀....변태치한으로 몰린 아이바는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



굉장히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 백배의 도입부이다...ㄷㄷㄷ 머...우리의 불행한 주인공 아이바를 변호하자면, 청춘소설답게 이 타임스탑된 세상에서는 약간의 제약이 존재한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얼어붙듯 석화화되어 버리는 것이다. -_- 하여 욕구를 풀겠다는 아이바가 원한 것은 그냥 여학생옆에 나란히 앉는다거나...그저 손이나 한번 잡아보려던 것...-_-;; (아...순진바보 아이바여....ㅠ_ㅠ) 그와 더불어 가장 큰 제약인 정지된 시간이 다시 움직이는 순간의 리셋현상...정지된 세계에서 어떤 일을 저지르건 정지시간이 끝나면 멈추기 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버리는 것이다...(ㅠ_ㅠ...이것으로 은행터는건 불가....) 결국 시간정지로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것...



좌우간...어찌저찌 오해를 푼 아이바와 어여쁜 소녀 시노미야는 매일 정지된 세계속 한 시간을 함께 하며 평소에는 절대로 하지 못했을법한 일들을 함께 하며 서서히 가까워지게 되는 달달하고 러브러브한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데이트 다운 데이트 한 번 못해본 아이바는 시노미야와의 환상적인 시간들에 취해 자신의 특기인 요리솜씨를 발휘해 도시락을 싸와 함께 점심을 먹고, 시간이 풀리면 리셋되는 특성때문인지 가녀린 소녀라고는 볼 수 없는 엄청난 식성을 자랑하며 목구멍까지 음식들을 채워넣는 시노미야...자신이 만든 음식을 엄청나게 먹는 모습을 보며 기쁨에 젖어 9첩반상의 진수성찬 도시락을 준비하는 아이바...-_-;;;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렇게 행복할것 같은 시간이 언제까지나 지속되진 않는다...정지된 세계에서만 밥을 먹는 시노미야의 모습에서 뭔가 위화감을 느낀 아이바는 소녀를 조사하고...엄청난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라이트 노벨 내공이 깊진 않지만서도...비슷한 라이트한 연애물을 몇 편 읽다보니 이제는 일종의 공식? 혹은 패턴이 보이는것 같다. 뭔가 예상한대로 흘러간달까...다만 익숙한 연애물의 패턴을 익숙하지 않게 만드는것이 타임스탑이라는 독특한 소재이니...정지세계로 시작하여 정지세계로 끝나는 이 로맨스는 결말부 약간의 반전과 함께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면서 신선하면서도 아련한 연애 로맨스로서 끝을 매듭짓는다. 시간정지와 더불어 평행우주를 소재로 다루는 무겁지 않고 가볍게 기분전환하기에 딱 좋은 SF 연애 로맨스였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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