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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 ㅣ 류츠신 SF 유니버스 4
류츠신 지음, 박미진 옮김 / 자음과모음 / 2019년 7월
평점 :
세계의끝 (2019년 초판)_류츠신 SF 유니버스 4
저자 - 류츠신
역자 - 박미진
출판사 - 자음과모음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15p
'류츠신'이 그리는 공룡시대 멸망의 비밀
영어덜트를 위한 중국SF작가 '류츠신'의 하드SF 단편집 시리즈 '류츠신 SF 유니버스' 네 번째권이 출간되었다. 매 단편집마다 독특한 상상력으로 다양한 세계를 선보이던 작가가 이번에 눈돌린 곳은 바로 공룡이 지구위를 지배하던 백악기시대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소행성 충돌이 공룡시대를 끝장내버린 실질적 이유가 아니라면?....이런 가정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자유로운 상상의 날개를 달고 날아올라 신기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창조해낸다. 비록 작가가 그려내는 이야기가 무한한 상상을 밑바탕으로 시작될지언정 이야기를 끌어가는 서사는 허무맹랑하고 허황된 공상이나 망상이 아닌 실질적 과학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하드SF이니 이야기 속에 숨겨진 과학적 요소들을 찾는 재미가 있는 유익한 작품인 것이다.
1. 백악기 이야기
공룡들이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시대, 식사를 마친 티라노는 이빨사이에 낀 고기조각 때문에 불편해하고 이를 지켜본 개미 대장은 부하개미들을 이끌고 공룡의 이빨로 몰려가 단단한 위턱과 아래턱으로 끼어있는 고기를 잘게 잘라준다. 이 우연이 만든 거대공룡과 작디작은 개미의 공조가 세상을 바꾸고....수만년의 시간이 흘러....서로 공생하며 발전하여 초고도 문명사회를 이룩한 공룡과 개미들. 하지만 거대 공룡나라간의 반목으로 세계는 원자폭탄전쟁으로 인한 종말의 공포가 하늘을 찌르고, 개미들은 어리석은 공룡들에게 전쟁을 중지하고 원자무기를 폐기하기를 제안하지만 공룡들은 일언지하게 거절한다. 이에 개미들은 전체 파업을 시작하고, 모든 산업의 기술을 개미들에게 일임한 공룡사회는 개미들의 파업에 위기에 처하는데.....
- 거대하고 둔한 손 때문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있지만 실현할 수 없는 공룡들과 기술은 있지만 꽉막힌 사고를 갖고 있는 개미들....그리고 적대와 반목으로 다함께 공멸의 우를 범하는 공룡과 개미들의 모습을 보면서 현실속 국가간 첨예한 경쟁과 대립관계를 보는듯했다. 대멸종의 길로 치달아가는 백악기 어리석은 공룡과 개미를 통해 현실을 비판하는 촌철살인의 우화를 본듯한 느낌이랄까...표지의 그림이 이 단편의 한장면을 그린 그림이라는 것. 그리고 마지막 결말이 절묘하게 역사와 이어지는 센스넘치는 작품이었다. 이 단편에서 하드SF적 소재는 반물질이라는...
2. 운명
신혼여행을 위해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여행하던 부부는 우연히 지구로 돌진하는 거대한 소행성을 발견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우주선의 엔진을 소행성으로 날려 충돌시킨다. 엔진과의 충돌로 간신히 지구충돌을 저지하고 소행성은 지구 인력에 사로잡혀 위성이 된다. 지구를 구했다는 기쁨에 지구를 향해 교신을 시도하지만 아뿔싸....지구는 부부가 떠났던 시간대가 아니고, 6천6백만년전 백악기 시대였던것. 광속비행 시 우연히 생겨난 웜홀속에 빠져든 부부의 우주선이 백악기 시대로 워프했던 것이다. -_-;;; 부부는 재빨리 웜홀로 돌진하여 원래의 시간대로 돌아오고 그렇게 돌아온 지구는 부부가 알고 있던 지구와 180도 바껴버리는데....
- 역시 첫번째 단편 [백악기 이야기]에 이어 백악기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세계는 어떻게 변했을까?라는 상상이 그려낸 흥미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만화 [간츠]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떠오르는 작품이었는데...타임워프 후 과거 역사의 사소한 변화도 이후 엄청난 나비효과를 야기시키는데 공룡 멸종을 막아버렸으니...그 나비효과는 얼마나 무지막지하겠는가...ㄷㄷㄷ 말할 것도 없이 이 단편의 하드SF적 소재는 웜홀이라는...
3. 섬유
전투기를 몰던 조종사는 우연히 의문의 장소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만난 서로다른 4명의 사람들 그리고 그 장소를 섬유 환승역이라 설명하는 의문의 관리관. 조종사는 자신이 있는 곳이 지구란것을 듣게되고, 지구가 푸른색이 아닌 노란색으로 빛나고 있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그러자 함께 있던 4명의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있던 지구가 보라색 지구, 분홍색 지구라 주장하고, 이를 묵묵히 듣고 있던 관리관은 조종사를 포함한 5명의 사람들이 저마다 각자의 지구에서 섬유(평행우주를 연결하는 시공의 통로)로 흘러든 사람들이라 말하는데.....
- SF소설, 만화, 영화로 익히 수차례 다뤄지던 양자역학의 이론으로 모든 선택이 분기점이 되어 각자의 세계로 분리되는 평행우주, 혹은 패러럴 월드라 불리는 다중우주를 그리는 작품이다. 익숙하다면 익숙한 소재임에도 접할때마다 진부함 보단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SF소재.
4. 꿈의 바다
어느날 지구에 나타난 외계의 초월자는 지구에서 얼음을 깍아 예술작품을 만들던 옌둥을 보고 영감을 얻어 바다의 모든 물들을 직육면체로 얼려 공중에 띄워 꿈의 바다라는 예술작품을 만들고 떠나버린다. (뭐냐 이 미친 외계인은..-_-;;;) 이후 극심한 물부족에 시달리던 인류는 대부분 죽어 없어지고 소수의 사람만이 살아남아 마지막 물을 찾아 헤메며 간신히 연명한다. 옌둥은 하늘위에 떠있는 얼음 큐빅을 보며 바다물을 회수할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살아남은 인류를 얼음 큐빅을 회수할 계획을 세우는데....
- 이 작품은 '류츠신' 대예술 3부작 중 한 작품이라고 한다. 다른 한 편은 [우주 탐식자]에서 소개됐던 [시 구름]이고 나머지 한 편은 아직 소개되지 않은 [환락송]이라고 하는데, [시 구름]이나 이 [꿈의 바다]나 우주의 초월적 존재와 인간의 선문답 같은 대화가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단편인듯 하다. 지구의 궤도를 떠다니는 수천, 수만 조각의 얼음 큐빅이 인간사를 초월하는 거시적 아름다움을 뽐내는 환상적인 작품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주 탐식자]에도 공룡이 나오는 단편이 있었지....
역시 이번 단편집도 아~주 환상적이고 사고의 확장을 불러일으키는 단편들로 가득차 있다. 대상은 영어덜트지만 꼭 영어덜트 뿐만 아니라 올드어덜트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단편집이다. 적당한 분량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단편이지만 그안에 숨겨진 진의와 깊이를 곱씹게 만들고 이론적 사고실험이 인식의 영역을 무한히 확장한다. 그것이 우리가 SF를 읽는 이유 아닌가....
그나저나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륙 하드SF의 진수! 초절정 초특급 역대급 SF '류츠신'의 [삼체 3부]가 드디어....이번엔 진짜로 출간임박이란다...ㅠ_ㅠ....핫핫핫...소리벗고 빤쓰질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