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팔이 의사
포프 브록 지음, 조은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돌팔이의 (2019년 초판)

저자 - 포프 브록

역자 - 조은하

출판사 - 소담출판사 

정가 - 13800원

페이지 - 416p



무지와 헛된 욕망이 만들어낸 20세기 최악의 사기꾼



지금으로부터 100년전. 꿈의 대륙 아메리카에서 상상을 초월한 엽기적 불법 시술이 성행한다. 도시를 떠돌아다니며 한탕 크게 팔아먹고 야반도주하던 사기꾼 약장수 브링클리에게 찾아온 환자는 브링클리에게 이렇게 하소연한다. '나이가 들면서 밤일하는데 힘이 딸려 죽겠다. 왕성한 성욕을 자랑하는 숫염소의 고환이 내것이었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숫염소의 불알을 이식해 달라고 은밀히 제의하는 남성. 그렇게 브링클리의 첫 염소고환 이식수술이 집도된 것이다. 


마취된 음낭을 가르고

불알에 칼집을 낸 후

태어난지 3주된 염소의 부랄 두 쪽을

고환 속에 넣고 봉합하면 끝.

수술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15분 남짓.

수술이 끝난 남성은 잠시 휴식 후 스스로 걸어 돌아가

최고의 만족도를 자랑하는 섹스머신으로 새롭게 태어나......



긴 뭘 태어나겠는가...-_-;;;; 

인체는 염소의 불알을 이물질로 인식할 것이고 

조직은 괴사하여 썩어가며 썩은 피고름이 음낭에 가득 고일 것이고

염증 수치가 올라가 쇼크사 하거나 참혹한 고통에 시달리다 저세상으로 가겠지...



그러나...첫번째 환자는 정말로 신의 가호라도 받았는지 멀쩡한 상태로 돌아가 얼마뒤 건강한 아들까지 수태시키는 기적 아닌 기적을 선보인다. ㄷㄷㄷ 곧바로 미국의 낙후된 작은 도시 캔자스시 밀퍼드엔 기적같은 효능의 염소고환 절제술에 대한 소문이 날개돋힌듯 퍼지고 그렇게 브링클리는 미국 대륙 수천명의 남성에게 염소봉알을 박아 넣는 20세기 최고의 성기능 치료 의사로 태어나 천문학적인 현금을 쓸어담는 초갑부가 된다.  



두 눈으로 페이지를 넘기면서도 이 픽션같은 경악할만한 일들이 실화였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겨지지 않으면서 책을 읽는 내내 온몸에 소름이 돋고, 아랫배에 퍼지는 묵지근한 통증이 가시지 않았다. ㅠ_ㅠ (남자들은 알 것이다....남자의 Fire Ball이 얼마나 예민하고 통각신경이 조그만 Ball 전체에 퍼져있는지를....ㄷㄷㄷ) 읽는것만으로도 참혹한 가상통이 엄습하니 수술을 받은 남성들의 말못할 고통은 어떠했겠는가. 아무리 100년전이라지만 대중은 그렇게 무지몽매하고, 이성은 그리 쉽게도 쾌락에 굴복했더란 말인가!!! 브링클리 외에도 당시 성행하던 사기의료 행각들을 보니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CASE 1. 자신의 갈비뼈 사이 마다 총 6개의 염소 불알을 박아넣고 성기능과 건강이 좋아졌다고 믿는 사람

CASE 2. 사형수의 불알을 가져다가 불알 두쪽 사이에 추가로 이식한 저명한 교수. 물론 기존 두 쪽보다 세 쪽이 세 배의 만족도를 가져준다고 믿는....

CASE 3. 염소론 모자르다. 원숭이의 알을 이식하는 사람들

CASE 4. 노화를 막기 위해 정관을 잘라버리고 젊어졌다고 좋아하는 사람들

CASE 5. 불임치료를 위해 염소의 난소를 이식받는 부인들

CASE 6..7...8.....(망할...대체 100년전 미국엔 사탄들이 집단으로 의사옷을 입고 강림했단 말인가!!!)



창의력 대장 사기꾼들의 다양한 사기행각도 놀랍지만 정력, 회춘 등 인간의 쾌락과 욕망의 열망을 비집고 들어와 일확천금을 벌어들이는 사기꾼들의 대담한 수법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술들이 놀랍기 그지 없었다. 물론...그 사기꾼들중 베스트는 브링클리였으니 사기의료행각 뿐만 아니라 그가 저지른 광범위한 행각들을 보면서 '아....뭐가 됐던 정말 난놈은 난놈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사기도 이정도면 예술(art)의 경지로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멀쩡히 걸어들어가 브링클리의 터치로 시신으로 나온 사람만 42명. 물론 공식적인 숫자가 42명이니 비공식적으론 몇 명의 사람이 죽어나갔는지 아무도 모른다. 매스를든 최악의 연쇄살인마 이면서도 죽기직전까지 부와 명예를 누리고 간 20세기 최악의 미치광이 악마 돌팔이 의사.



끔찍하고 그로테스크하지만 도저히 끝까지 손을 뗄 수 없었던 이유는 이 폭주하는 미친놈을 끝까지 추적해 온세상에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정직한 의사 피시바인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악할만한 사기행각과 원수같은 두 의사의 숨막히는 최후의 법정재판까지 시종일관 불도저처럼 밀어 붙이기 때문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재의 사람들은 이 블랙코미디 같은 작품을 보면서 그들의 무지함에 냉소를 지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얼마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정말 유명한 모기업의 허위 연골치료 신약개발 소동이 떠올랐다. 심지어 이 가짜 신약으로 시술한 환자도 있고 그들은 어떤 부작용을 겪게 될지 아무도 장담못한다고 하니....100년전 보다 현저히 기술이 발전했고 사람들의 인식 또한 개선됐지만 대중은 여전히 무지하고 사기꾼들의 수법은 그전과 비할 수 없이 조직적이고 정교하며 대담해졌다. 그 사실이 이 웃픈 과거의 이야기를 현실 공포로 바꿔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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