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 블루스
마이클 푸어 지음, 전행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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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블루스 : 9,995번 환생한 남자의 '완벽한 인생을 사는 법' (2109년 초판)

저자 - 마이클 푸어

역자 - 전행선

출판사 - RHK

정가 - 16500원

페이지 - 599p



일만번 죽고 또 죽어도 님과 함께 하는 단 한번의 인생이 최고 아니겠는가!!



제목부터 부제까지 이 작품이 끝없이 환생하는 주인공의 인생을 다루는 이야기일거라는 예상을 하게 만든다. 오래전부터 이런 무한루프환생물을 좋아했던지라 [리플레이][리피트][시간을 멈추는 법][변신][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등등 인생 루프 작품들을 즐겨 읽었더랬다. 당연히 이 [환생 블루스]도 앞서 언급한 작품들의 연장선겪의 작품일거라 예상했는데, 막상 까보니 비슷하면서도 뭔가 다른 분위기의....뭐랄까...-_- 굉장히 몽환적이고 판타지스러웠달까....



기원전 2600년경 인더스강 계곡. 마일로는 어느 원시부족의 아들로 그의 첫번째 인생을 시작한다. 말도 빠르고 걸음마도 빠르고 총명한 머리로 부모의 기대를 한몸에 받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시간이 흘러도 마일로의 키는 여섯살의 키에서 더이상 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오기와 용기만은 꺽다리 못지 않은 마일로는 마을의 위기상황에서 홀로 마을사람들을 지키기위해 계곡을 가로지르려다 장렬히 사망하고...현실세계를 카피한 사후세계에서 눈을 뜬다. 그의 곁에 나타난 여신 마마와 낸, 그리고 죽음을 관장하는 수지는 그에게 일만번의 인생중 완벽한 한번의 인생을 살고 눈을 감는 순간 대우주의 진리를 깨닫고 우주와 혼연일체되는 오버소울이 실현된다고 설명한다. 그렇게 남자, 여자 성별과 관계없이 심지어 인간이 아닌 소 혹은 곤충까지 가리지 않고 우주의 생명들로 환생하여 각각의 인생을 경험하는 마일로는 어느새 일만번의 기회중 9,995번의 기회를 소모하고...완벽한 인생을 살기까지 5번의 기회밖에 남지 않는데......



죽음의 순간 의식이 다음생으로 넘어가 또다른 생을 산다는 설정은 여타 환생물과 같지만 이 작품은 마일로의 환생이 시간순서대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차별점이 있다.(물론 회상의 개념도 아니다.) 사바세계에서 죽음을 맞이하면 혼령은 사후세계로 넘어가 나름의 휴식(?)을 취하면서 여신들 마마와 낸에게 마일로의 전생을 평가받고 질타받은뒤 시간과는 관계없이 새로운 생을 살게 되는 것인데, 즉...과거, 현재, 심지어 우주선을 타고 외계행성을 떠도는 먼 미래세계까지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_- 하여 판타지 SF 환상소설로 장르를 정의할 수 있는 작품이더라는....



완벽한 인생이란 대주제를 두고 마일로가 살았던 다양한 생들을 살펴보고, 남은 5번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리고 마일로의 연인 저승사자 수지와의 사랑이 어지럽게 엮여가면서 단 한번의 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진정한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뇌하고 반문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거듭된 환생에 염증을 느끼고 완벽한 인생을 때려치고 그저 연인과 단한번의 인생을 함께 하고픈 마일로...인간들의 생명을 수천년째 회수해오는 일에 염증을 느끼고 저승사자 업무를 때려치고 도주해버린 죽음의 신 수지...-_-;;; 이들의 염세적이고 나른~한 분위기가 고단한 인생이란 피로와 덧씌워져 조금은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던것 같다. 가벼운듯 하면서도 철학적이랄까...



마일로가 부처의 제자로 환생하여 벌어지는 에피소드도 있거니와 거듭된 환생과 진리의 깨달음으로 우주 삼라만상 자체가 된다는 작품의 주제도 그렇고 서양작가의 작품이지만 불교의 윤회사상을 근간에 두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다양한 장르의 환생을 엿보면서 서로다른 수십편의 단편작품들을 보는듯한 기분이 들게하여 육백여 페이지란 육중한 분량을 소화하게 만들지만 그때문에 어수선한 느낌이 들고 주제를 걷도는듯 하여 아쉬웠는데...굳이 스토리와 관계없는 불필요 부분은 쳐내고 분량을 조금 줄였으면 더 좋았을것 같다는 개인적 아쉬움은 뒤로하고....



죽은 뒤 눈뜰때마다 자신을 내려보고 있는 여성이 저승사자 임에도 사랑에 빠져버리는 알 수 없는 인간심리의 불가사의한 생리와 함께 그녀를 위해 마지막 생을 살아가는 마일로의 결단을 바라보면서 작가가 독자에게 들려주고픈 환생 블루스의 선율이 어떤 음악인지 조금은 추측할 수 있을것 같았다. 억겁의 생을 살면 뭐하나 님과 함께 하는 단 한번의 인생이 최고지!!! 그런데...과연 정말 그게 정답일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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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2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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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2 (2019년 초판)

저자 - 스티븐 킹

역자 - 이은선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82p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의 모습으로 나타난 이방인...



한낮의 열기로 치솟았던 수은주는 한밤중이 되어도 떨어질줄 모르는 본격적인 무더위와 열대야가 시작됐다. 그런 뜨거운 여름을 끝장내러 돌아온 공포의 제왕 '스티븐 킹'의 따끈한 신작 [아웃사이더 2]이다. [아웃사이더 1]을 읽을때만 해도 선풍기로 버틸만 했었는데, 불과 몇 일 사이에 더이상 선풍기로는 버틸 수 없는 끈적한 무더위가 시작되었으니...더이상 미룰 수 없이 모골이 송연한 수퍼내추럴 공포로 더위를 날려줄 [아웃사이더 2]권을 꺼내들었다. 



11세 소년의 끔찍하고 참혹한 죽음

그리고 동일한 시간 두 도시에서 동시에 목격된 유력 용의자

한 명은 참혹한 살인을 저지르고, 한 명은 '할런 코벤'의 팬미팅에 참석한다.

미스터리한 도플갱어의 정체는?!!!



* 주의) 어쩔 수 없이 1편의 주요 내용이 언급될 수 있음


무리한 체포와 공개 법정출석중 사고로 유력 용의자 테리의 어이없는 죽음 뒤 테리 집안의 변호인 하위 골드의 요청으로 전직 경찰 알렉은 테리의 사건을 조사하고 이 사건이 불가사의한 슈퍼내추럴 현상이 얽혀있음을 직감하고 파인더스 키퍼스 탐정사무소로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한다. 빌의 죽음 후 탐정 사무소를 꾸리던 홀리 기브니는 알렉의 설명에 기꺼이 테리 사건의 조사를 시작하고, 소년의 살인에 쓰인 흰색 벤의 위치를 추적하던중 다른 도시에서 테리의 사건과 매우 흡사한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사실을 파악한다. 두 건의 흡사한 방법의 살인, 결백을 주장하던 용의자, 신체의 일부가 훼손된체 발견된 시체...그리고 이 두 사건 사이를 잇는 교묘한 연결고리....어렴풋이 범인의 정체를 직감한 홀리는 휴직중인 경찰 랠프와 변호사 하위골드, 알렉과 함께 두 살인사건에 대해 브리핑 하고, 그녀가 추정하는 범인의 정체에 모두들 깜짝 놀라는데....



1편에서는 두 명의 용의자 테리의 행적에 대해 되짚어가면서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미지의 공포와 경찰 추리 스릴러의 절묘한 조합을 통해 스릴넘치는 긴장감을 이어가는데, 이번 2편에서는 '빌 호지스' 3부작에서 톡톡한 공을 세웠던 히스테리컬 편집증 미녀 '홀리 기브니'를 앞세워 본격적으로 초자연적 존재. 즉 악마의 정체를 추적하고 잔인한 악마와 맞서 싸우는 킹옹의 전매특허 주특기가 숨쉴틈 없이 펼쳐진다. 한마디로 탐정추리 + 초자연 공포의 절묘한 조합으로 '스티븐 킹'식 수퍼내추럴 추리 공포를 완성시킨 것이다. 결국 앞선 '빌 호지스' 3부작은 이 작품을 위한 워밍업이었달까....



이번 2편의 관전 포인트는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아웃사이더 즉 이방인의 정체이다. 전통적 미국식 장농요괴 부기맨을 비롯해 뱀파이어, 좀비 등등 익숙한 마물들을 출현시키던 킹옹이 이젠 해외로 눈을 돌린건지 이번 마물은 라틴계 국가에서 전해내려오는 몬스터를 새롭게 출현시킨다. 전설속 몬스터가 21세기 현실세계에 교묘한 알리바이로 위장하여 끔찍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것도 이채로운데, 이 악마를 잡기 위해 뛰어든 '홀리 기브니'와 '랠프 앤더슨'의 서로 다른 시각에서 비롯되는 온도차 또한 흥미를 유발한다. [엔드 오브 왓치]의 악당 '브래디'를 통해 초자연 현상을 접한 '홀리'는 사건속 악마의 존재에 대해 의심없이 집중하는 반면, 경찰인 '랠프'는 악마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회의적 스탠스를 취한다. (결국 악마와 맞닥뜨리고 믿게되긴 하지만...) 이런 초자연 현상을 추적하는 두 수사관의 구도가 이젠 전설이 되버린 수퍼내추럴 미드 [X 파일]의 멀더와 스컬리를 떠올리게 하면서 성별이 반전된 [X 파일]을 보는듯한 재미요소로 작용한다. 



기존 '빌 호지스'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조여드는 공포 끝에 화끈한 결말이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막판의 랠프의 꿈이 후속작을 의미하는건지 아닌지는 좀 애매하긴 한데...-_-;; 이 작품이 '빌 호지스' 3부작의 끝에 새로운 '파인더스 키퍼스 탐정 사무소' 시리즈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겪인 작품이었길 바라고 또 바란다.'홀리 기브니'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이대로 버리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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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고바야시 히로키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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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2019년 초판)

저자 - 고바야시 히로키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현대문학

정가 - 12000원

페이지 - 219p



세상에 던지는 질문 그리고 되돌아온 참혹한 대답



세상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Q가 물었다.

그리고 A는 대답대신....



인터넷 소설 사이트 픽시브에서 주최한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1994년 신예작가의 데뷔작이 국내 출간되었다. 나이 외에는 프로필이 밝혀지지 않은 신예작가의 작품이 공모전 대상을 차지하고 곧이어 TV드라마로도 방영되었을정도로 화제가 된 작품이라하여 상당히 기대했는데, 약 이백여 페이지 남짓의 얇은 볼륨이란 사실에 더욱 깊은 인상을 받았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장과 서사로 이렇게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말이 아닌가....



낡은 폐허에서 발견된 시체

날카로운 칼이 가슴 깊숙이 심장을 관통하여 숨이 멎은 시체의 얼굴엔

온세상 시름을 이승에 놓고 간듯 편안한 미소가 만면을 가득 채운다.

기묘한 표정의 사체 옆에 놓여있는 두꺼운 노트 한권 속엔

범인과 피해자가 함께 써내려간 기묘한 문답이 적혀있는데...



현장에서 노트를 발견한 수사관이 노트의 내용을 읽으면서 Q와 & 그리고 A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릴적 부모로부터 버려져 성당 고아원에서 자란 9(성당의 10명의 아이들중 키가 9번째라 9라고 불리는)는 엄격한 성당의 규율과 교리, 그리고 부모가 자신을 다시 찾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안고 자라간다. 그러던중 10살의 어린 나이에 동료 아이들과 낙엽을 줍던중 부모와 함께 행복하게 웃음짓는 소년을 본뒤 입안을 가득채우는 쓰디쓴 증오의 맛을 느낀 9와 동료들은 교묘하게 모의한 후 소년을 납치하여 거꾸로 메달아 가차없이 집단 폭행을 가한다. 처절히 비명을 지르는 소년, 폭행을 가할 수록 마음의 분가 가라앉고 차분해 지는 9와 동료들....그리고 9는 세상의 이치에 대해 깨닫는다.


도대체 눈앞의 그에게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 아니다, 그에게는 죄가 없다.

우리는 버림받았다. 태어난 우리에게 죄는 있는가?

- 아니다, 우리에게도 죄는 없다. 그렇다면 모든 인간에게 죄는 없다.

우리가 취한 행동은 무엇인가?

- 잔혹한 짓이다. 잔혹함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 그리고 신의 본모습이다. 그렇다, 잔혹하다. 신은 잔혹하다. 신이 창조한 세상은 잔혹하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그런 신을 본떠서 만들어졌다. 그러므로 우리들 인간이 잔혹한 것은 아주 당연한 결과다.  _37p 


집단 폭행사건 후 시간은 흘러...15살의 9는 성당을 나와 한 가정에 입양되고 학교에 입학하여 한 소년과 만난다. 자신을 &라 소개하는 소년은 9에게 Q라는 이름을 지어주고....둘은 한눈에 자신과 동류의 사람이란걸 직감하는데....



행복 할 기회를 박탈당한 9 아니 Q의 비틀린 시선을 통해 바라본 세상은 더없이 암울하고 비정하며 참담하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자신과 부모 아래 행복해 하는 소년사이의 뛰어넘을 수 없는 벽. 한계를 절감하고 질투의 감정을 폭력으로 승화하며 어린나이에 깨달은 비정한 세상의 이치 때문에 희망을 던져버리고 영원의 안식 즉 죽음을 갈망하는 소년 Q의 비관과 회의는 너무나 무겁게 다가와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속으로 침잠시킨다. 신은 죽었고, 세상은 악하다. 비관론에 달관해버린 소년의 마음이 곧바로 내 가슴에 꽂히면서 한없이 따끔거리게 만든다. 분량은 짧지만 그안에 담긴 문장들이 가슴을 파고들어 끊임없이 곱씹게 만드는 무겁고 진중한 작품이었다.



Q와 &의 운명적 만남. 그리고 15년간 숨겨져 있던 비극적 비밀이 밝혀지고 모든것을 포기했던 Q가 목놓아 분노를 부르짖을때 Q와 A의 기묘한 관계 그리고 편안하게 숨져간 망자의 정체가 비로소 드러난다. 사실 줄거리 자체는 단순명료하고 다소 우연성에 의지하며 캐릭터의 감정과잉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는 작품이다. 하지만 작품이 갖는 어두운 분위기와 부조리한 세상을 관통하는 날카로운 시선만큼은 상당히 빼어난 작품이기에 오래도록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무섭도록 잔혹한 세상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저주받은 운명에 몸부림치고 영원의 안식을 찾아헤메는 Q와 &와 A의 슬픈 진혼곡이 귓가에 울려 퍼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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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샤라쿠
김재희 지음 / 북스코리아(북리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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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샤라쿠 (2019년 개정 초판)

저자 - 김재희

출판사 - 북스코리아

정가 - 13800원

페이지 - 406p



팩션의 대가 '김재희'의 손끝에서 태어난 일본의 신비한 화가 샤라쿠의 탄생 비화!



[경성탐정이상]시리즈와 [경성여성구락부]등으로 구한말 혼란스러운 역사속에서 개성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로 매력적인 시대극을 선보이는 역사 팩션의 대가 '김재희'작가의 2008년작 [색, 샤라쿠]가 본격적인 영화화 진행에 맞춰 11년만에 새로운 옷을 입고 개정판으로 재출간되었다. 한복을 입은 여인이 그려진 한국적 표지에 뭔가 왜색이 짙어보이는 샤라쿠라는 제목이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이 샤라쿠가 일본 에도시대에 혜성처럼 나타나 10개월의 짧은 활동기간동안 약 145점의 풍속화를 남기고 사라져버린 천재화가 '도슈사이 샤라쿠'를 지칭한다는건 이 작품을 전부 읽고나서야 알게된 사실이다. 결국 이 미스터리한 화가 샤라쿠의 정체를 작가의 기발한 상상으로 채워넣은 작품이 이작품이란 말이니...조선과 에도를 넘나들며 거대한 스케일로 펼쳐지는 한 화가의 일생이 작품속 샤라쿠가 그려내는 차디찬 혹한에도 화려하게 꽃을 피워내는 매화도처럼 굳건한 절개와 비장미 그리고 아련함을 풍겨낸다. 



조선 후기 22대 정조가 왕위를 잇던 시기. 예쁘장한 잘생긴 외모에 기교넘치는 그림으로 뭇여성들의 사랑을 받던 도화원의 화원 가권은 임금의 단원 김홍도에 대한 애정에 질투를 느끼고 임금앞에 그림으로 단원과의 결투를 신청한다. 호기넘치는 도전과는 달리 결과는 가권의 완패...혈기왕성한 가권은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고 임금 앞에서 자신의 그림을 찢어발기는 깽판을 부리고 졸지에 도망자 신세가 된다. -_-;;; 결국 개고생하며 흘러 흘러 단원에게 거두어진 가권은 단원의 어진 심성과 성정에 감복하여 진정한 제자로 거듭나게되고, 단원이 임금의 명을 받고 일본의 비밀을 캐내는 간자(스파이)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이에 가권역시 단원의 밀명을 수행하기 위해 오랜시간동안 스파이 교육을 받고 드디어 일본 천왕의 밀서를 빼오기 위해 일본으로 향하는데.....



얼굴만 반지르르한 개망나니 가권이 단원을 통해 정신을 차리고 스파이로서 이런 저런 임무를 수행하는 초반부를 거쳐 정식 스파이로 일본 에도에서 샤라쿠라는 가명으로 화가로 지내며 주변인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중반부, 스파이의 몸으로 유곽의 기녀 오이란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져 힘겨워 하는 동시에 긴장감 넘치는 스파이 임무를 수행하는 종반부 그리고 쌓여온 긴장과 갈등이 폭발하는 대망의 반전넘치는 결말까지 시공을 초월하여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가권, 샤라쿠의 일생이 생생하게 살아숨쉬는 작품이었다. 



천황의 숨겨진 밀서를 조선으로 보내야 하는 조선의 스파이

스파이와 기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에도시대 최고로 꼽히는 전설의 화가 샤라쿠의 정체는 조선인?!!!



샤라쿠 만큼이나 비밀에 휩싸인 조선의 천재 화원 신윤복에 대한 다양한 설은 지금까지도 논란을 불러일으키는데, 가장 유명한 남장여자라는 설을 차용하여 [비밀의 화원]이라는 드라마까지 만들어졌을 정도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화가 '신윤복'을 일본의 샤라쿠로 연결짓는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 놀랐고 역사적 인물과 사실들에 픽션을 절묘하게 조합하여 정말 실제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사실감을 부여하는 작가의 정교한 설정과 강렬한 필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조선시대의 스파이라는 흥미로운 역사 스파이물로서의 장르적 요소와 더불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가권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비애이다. 이 작품을 본격 스파이 러브 스토리라 불러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몸을 파는 기녀와의 애절한 사랑은 비극적 결말을 암시하고 있기에 더욱 애처롭고 더욱 불타오르게 만든다. 각자의 비밀을 간직한채 사랑할 수 없는 두 남녀가 금기를 깨트리고 불타는 사랑에 몸을 내맡기는 것을 보면서 역시 가장 흥미진진한 스릴의 묘미는 신분을 숨긴 남녀의 위험한 사랑행각이 아닌가 깨닫게 된다. ㅎㅎ   



역시 노련한 이야기꾼 답게 중심 스토리 외에도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의 에피소드와 곳곳에 배치된 기담들로 독자의 흥미를 붙들어 매는데, 위험천만한 적진이지만 사람과 사람과의 정을 강조하는 인간미 넘치는 에피소드와 그들과의 끈끈한 우정은 냉혹한 스파이물에 따스하고 잔잔한 정을 불어넣는 동시에 결말부 그들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작품 곳곳에 햐쿠모노가타리 같은 기담, 괴담의 짧막한 이야기는 숨은 전설의 고향 찾기 같은 예상치 못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조금 찾아보니 샤라쿠의 정체를 단원 '김홍도'로 예측하는 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비슷한 시기에 나타났다 사라진 화가 샤라쿠의 정체 만큼이나 신비하고 흥미진진한, 그러면서도 상당히 납득할만한 설득력을 갖춘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다. 조선의 '신윤복' 일본의 '샤라쿠'를 아우르는 그녀의 신박한 이야기에 어느 누가 빠지지 않을소냐!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는 '김재희'작가의 역작이자 대표작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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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거 총을 든 할머니
브누아 필리퐁 지음, 장소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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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루거총을든할머니 (2019년 초판)

저자 - 브누아 필리퐁

역자 - 장소미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정가 - 비매품(가제본)

페이지 - 367p



내 사전에 억압과 굴종이란 단어는 없다!  거침없이 슛댐업!



페미니즘 스릴러? 조금은 생소하고 낯선 장르지만 두 장르의 결합이 어떤 시너지를 가져올지 모르는 넘치는 호기심에 가제본 서평단에 신청하여 읽게된 작품이다. 2차세계대전, 선별된 나치 친위대만이 가질 수 있었던 '게오르크 J. 루거'가 개발한 루거 P08을 거머쥔 할머니라니...사실 처음 제목을 접했을땐 우연히 서류상의 실수로 CIA의 스파이가 되버린 폴리팩스 할머니의 활약을 그린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시리즈 같은 유쾌하고 경쾌한 해프닝 위주의 작품일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초반까지만 해도 (오랜만에) 예상했던 그대로 전개되는 작품을 만났다고 생각했더랬다.....할머니의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지는....-_-;;;



꼭두새벽부터 이웃집 법무사를 장총으로 무차별 난사하고 그때문에 출동한 경찰들과 무장대치를 하던 베르트 할머니는 결국 자진투항하여 구속된다. 그리고 할머니의 심문을 맡은 벤투라 반장은 할머니가 요란법석하게 난동을 부린 진의를 케묻는다. 전남편을 무참히 살해하고 도주중이던 커플이 우연히 베르트 할머니의 집에 난입하고, 자조치종을 들은 할머니는 이 커플이 무사히 국경을 넘어갈 수 있도록 경찰의 시선을 분산하려고 새벽부터 요란하게 난동을 부린 것이다. 백두살의 베르투 할머니는 반장의 심문도중 사소한 말실수를 저지르고, 그녀가 젊었을적 저질렀던 '사소한' 실수를 고백하기에 이른다. 바야흐로 때는 제2차세계대전 당시...프랑스 깊숙한 시골에 홀로살던 이십대 베르트의 문을 두드리는 남자가 있었으니....나치 SS친위대 소속의 젊은 청년이었다. 한창 야생마 같은 성적 매력을 발산하던 베르트의 문을 두드리는 남자의 마음속에 품은 흑심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어떻게던 일을 치르지 않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지만 결국 겁탈의 순간이 오고....베르트는 결심힌다. 이 XX를 죽이겠다고......



자유분방한 성격, 육감적 섹시다이나마이트 같은 성적 매력을 풍기는 처녀 베르트에게 닥쳐온 위기....그리고 처첨한 살인....그리고 자기집 지하실에 파묻은 시체....이 모두를 경찰 앞에서 술회하는 베르트 할머니의 치명적 실수...102살의 나이가 가져온 판단착오였을까?  이유야 어떻든 자기집 지하실에 시체가 숨겨져 있다는데, 그걸 그냥 넘어갈 경찰이 어디있겠는가...벤투라 반장은 경찰들을 할머니의 집으로 출동시켜 지하실을 파내고, 지하실에 묻혀있는 시신이 그 독일놈 하나가 아님을 알아챈다......-_-;;;;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아니면 102살 할머니 여전사?!!!



이야기는 심문을 받는 할머니가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며 지하실에 묻어버린 상상을 초월하는 시체들에 얽힌 사연을 술회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십대부터 거슬러 올라가 그녀와 만나 사랑하고 결혼을 맺은 남성들이 어떻게 그녀를 옭아메고 어떤 학대를 벌이고 목을 졸라멨는지 말이다. 물론 들판에 풀린 야생마 같은 그녀에게 고삐를 매려는듯 그녀를 억압하고 굴종시키려한 대가는 오로지 죽음뿐....-_- ㄷㄷㄷ 그녀의 파란만장한 사연과 여장부 같은 시원하고 통쾌한 복수극이 시간 순서 관계없이 진행되는데, 갖가지 직업, 서로다른 인종, 성격과 특징까지 모두 다른 남자들을 만나지만 어쩜 그리도 하나같이 뻔뻔하고 안하무인이며 개차반 쓰레기인건지...머...시대가 시대인만큼 당시 여성들이 겪었을 차별과 무시는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고, 이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던 베르트는 결국 연쇄살인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_-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그녀가 보이는 침착함과 배포, 배짱에도 불구하고 희대의 연쇄살인마로 낙인찍히는 그녀를 보면서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났다고 밖에는 말 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경험해야 했다.



머...십수건의 살인장면을 바라보면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자면 그녀의 연쇄살인의 시작이자 가장 잔혹했던 무려 28방의 칼침을 꽂은 첫 남편 살인이 가장 인상깊었다....죽은 엄마대신 자신을 키워준 나나 할머니의 고통스러운 죽음과 이를 기다렸다는듯이 남편이 뱉어버린 '드디어'라는 한마디. 그리고 그 한단어가 끊어버린 인내심이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를 끊어내듯 긴장감과 서스펜스 넘치는 장면이었고 시원하게 쑤걱 쑤걱 쑤셔박는 장면은 끔찍하면서도 통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하지만 할머니가 걸어온 길이 굴곡지고 비탈져서 불도저로 비탈을 전부 밀어버리는 시원함을 선사할는지는 모르지만 조금은 브레이크를 걸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사신같은 그녀의 시신 리스트엔 그녀를 직접적으로 학대한 나쁜놈들 외에도 그녀의 앞길을 막았던 무고한 일반인까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_-;;; 이쯤되면 정말 사이코패스가 아닌지 심각하게 걱정되는 부분이었다는.....



한 여성의 인생을...그것도 그녀가 만나 사랑하고 함께했던 인생을 엿보는 일은 참으로 흥미롭다. 그런데 그 결혼생활이 이처럼 상상초월 스펙터클하고 인생풍파 다 겪은 할머니의 유머와 위트 넘치는 걸진 입담으로 듣는다면 더욱 강렬하게 와닿을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연쇄살인 할머니로 대하던 벤투라 반장이 종국에는 그녀의 굴곡진 인생을 이해하고 그녀를 진심으로 동정하고 위로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다소 극단적이고 과도한 설정이지만 소외되고 억압된 여성들의 고통을 나누고 자신을 가로막는 껍질을 깨고 투쟁을 부르짓는 페미니즘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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