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고바야시 히로키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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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2019년 초판)

저자 - 고바야시 히로키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현대문학

정가 - 12000원

페이지 - 219p



세상에 던지는 질문 그리고 되돌아온 참혹한 대답



세상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Q가 물었다.

그리고 A는 대답대신....



인터넷 소설 사이트 픽시브에서 주최한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1994년 신예작가의 데뷔작이 국내 출간되었다. 나이 외에는 프로필이 밝혀지지 않은 신예작가의 작품이 공모전 대상을 차지하고 곧이어 TV드라마로도 방영되었을정도로 화제가 된 작품이라하여 상당히 기대했는데, 약 이백여 페이지 남짓의 얇은 볼륨이란 사실에 더욱 깊은 인상을 받았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장과 서사로 이렇게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말이 아닌가....



낡은 폐허에서 발견된 시체

날카로운 칼이 가슴 깊숙이 심장을 관통하여 숨이 멎은 시체의 얼굴엔

온세상 시름을 이승에 놓고 간듯 편안한 미소가 만면을 가득 채운다.

기묘한 표정의 사체 옆에 놓여있는 두꺼운 노트 한권 속엔

범인과 피해자가 함께 써내려간 기묘한 문답이 적혀있는데...



현장에서 노트를 발견한 수사관이 노트의 내용을 읽으면서 Q와 & 그리고 A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릴적 부모로부터 버려져 성당 고아원에서 자란 9(성당의 10명의 아이들중 키가 9번째라 9라고 불리는)는 엄격한 성당의 규율과 교리, 그리고 부모가 자신을 다시 찾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안고 자라간다. 그러던중 10살의 어린 나이에 동료 아이들과 낙엽을 줍던중 부모와 함께 행복하게 웃음짓는 소년을 본뒤 입안을 가득채우는 쓰디쓴 증오의 맛을 느낀 9와 동료들은 교묘하게 모의한 후 소년을 납치하여 거꾸로 메달아 가차없이 집단 폭행을 가한다. 처절히 비명을 지르는 소년, 폭행을 가할 수록 마음의 분가 가라앉고 차분해 지는 9와 동료들....그리고 9는 세상의 이치에 대해 깨닫는다.


도대체 눈앞의 그에게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 아니다, 그에게는 죄가 없다.

우리는 버림받았다. 태어난 우리에게 죄는 있는가?

- 아니다, 우리에게도 죄는 없다. 그렇다면 모든 인간에게 죄는 없다.

우리가 취한 행동은 무엇인가?

- 잔혹한 짓이다. 잔혹함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 그리고 신의 본모습이다. 그렇다, 잔혹하다. 신은 잔혹하다. 신이 창조한 세상은 잔혹하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그런 신을 본떠서 만들어졌다. 그러므로 우리들 인간이 잔혹한 것은 아주 당연한 결과다.  _37p 


집단 폭행사건 후 시간은 흘러...15살의 9는 성당을 나와 한 가정에 입양되고 학교에 입학하여 한 소년과 만난다. 자신을 &라 소개하는 소년은 9에게 Q라는 이름을 지어주고....둘은 한눈에 자신과 동류의 사람이란걸 직감하는데....



행복 할 기회를 박탈당한 9 아니 Q의 비틀린 시선을 통해 바라본 세상은 더없이 암울하고 비정하며 참담하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자신과 부모 아래 행복해 하는 소년사이의 뛰어넘을 수 없는 벽. 한계를 절감하고 질투의 감정을 폭력으로 승화하며 어린나이에 깨달은 비정한 세상의 이치 때문에 희망을 던져버리고 영원의 안식 즉 죽음을 갈망하는 소년 Q의 비관과 회의는 너무나 무겁게 다가와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속으로 침잠시킨다. 신은 죽었고, 세상은 악하다. 비관론에 달관해버린 소년의 마음이 곧바로 내 가슴에 꽂히면서 한없이 따끔거리게 만든다. 분량은 짧지만 그안에 담긴 문장들이 가슴을 파고들어 끊임없이 곱씹게 만드는 무겁고 진중한 작품이었다.



Q와 &의 운명적 만남. 그리고 15년간 숨겨져 있던 비극적 비밀이 밝혀지고 모든것을 포기했던 Q가 목놓아 분노를 부르짖을때 Q와 A의 기묘한 관계 그리고 편안하게 숨져간 망자의 정체가 비로소 드러난다. 사실 줄거리 자체는 단순명료하고 다소 우연성에 의지하며 캐릭터의 감정과잉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는 작품이다. 하지만 작품이 갖는 어두운 분위기와 부조리한 세상을 관통하는 날카로운 시선만큼은 상당히 빼어난 작품이기에 오래도록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무섭도록 잔혹한 세상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저주받은 운명에 몸부림치고 영원의 안식을 찾아헤메는 Q와 &와 A의 슬픈 진혼곡이 귓가에 울려 퍼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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