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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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살인사건 (2019년 3판 1쇄)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권일영

출판사 - RHK

정가 - 14800원

페이지 - 327p



'히가시노 게이고' 판 스카이캐슬



얼어버린 한일관계에도 꾸준히 신작만큼 재판도 엄청나게 찍어대고 있는 인기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세번째 개정판 [호숫가 살인사건]이다. 언제나 무심한듯 시크하게 인간에게 내제된 추악한 욕망으로 인해 벌어지는 복잡한 인간사를 그려내는 사회파 추리의 제왕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그릇된 욕망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치정관계를 통해 상상치 못한 반전의 한방을 날린다.단 이번 작품은 사회파 뿐만 아니라 '게이고'의 작품으로는 흔하지 않은 본격추리의 요소도 믹스되어 더욱 높은 몰입감과 가독성. 미스터리로서의 묘미를 선사하는 작품이었다. 



중학교 입시를 앞두고 여름방학 특강을 위해 호숫가 별장에 모인 4가족(사카자키 부부, 나미키 부부, 세키타니 부부, 후지마 부부)은 같은 사립중학교를 목표로 정보를 공유하고 빈번하게 교류하면서 돈돈한 관계를 쌓는다. 평소 배다른 아들에 관해 아내에게 맡겨두고 신경쓰지 않던 나미키 슌스케는 무슨 바람에선지 호숫가 부부동반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회사에서 별장으로 직행하고, 처음으로 모임의 부부와 아이들을 가르치는 특강 선생과 인사를 나눈다. 그런데 느닷없이 나미키 슌스케의 비서인 에리코가 별장에 찾아오고, 슌스케는 그녀의 갑작스런 등장에 놀란다. 슌스케와 에리코는 내연관계였던 것이다. 에리코는 슌스케가 부탁한 아내의 외도에 대한 조사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하고 2시간뒤 별장 근처 호텔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약속시간이 다가와 슌스케는 아내에게 변명을 둘러대고 호텔로 가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에리코는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다시 별장으로 찾아간 슌스케는 자신의 방에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는 에리코를 발견하고 충격에 휩싸인다. 슌스케의 아내는 내연녀 에리코의 협박에 홧김에 스탠드로 머리를 쳐 죽였다고 자백하고 함께 모여있던 세키타니 부부와 후지마 부부는 슌스케 아내의 살인을 덮어주기 위해 시체를 호숫가에 빠트려 유기하기를 제안하는데.....



아무리 사이가 좋더라도 사체유기죄로 함께 기소될 수 있음에도 

친구의 살인죄를 덮기 위해 힘을 쏟는 부부의 기묘한 관계.

단지 동반모임의 관계라고 보기엔 너무나 친밀해 보이는 부부들...

외도로 보이기에 충분한 아내의 가방에서 발견된 쓰지 않은 콘돔....



죽은 내연녀의 지문을 라이터로 지지고 돌멩이로 내연녀의 얼굴을 내리쳐 이빨을 몽창 뽑는 와중에도 슌스케는 곁에서 자신을 돕는 후지마와 세키타니의 진의를 알 수 없는 선의에 불쾌감과 의혹, 그리고 안도감을 동시에 느끼고 본능적으로 뒤가 구린 무언가가 있음을 직감한다. 그렇게 내연녀의 흔적을 지우는 동시에 이 기묘한 네 쌍의 부부를 냉정한 시선으로 분석하고 경악할만한 충격적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유한 사람들이 자식의 교육을 위해 그들만의 모임을 만들고 상류사회에 남아있기 위해 끔찍한 범죄도 서슴지 않는 비정한 상류층의 끔찍한 일면....얼마전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오버랩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부부간의 끈적끈적한 변태적 의심을 더하면 딱 이 [호숫가 살인사건]이 되는듯 한데, 슌스케의 아내를 통한 외도의 의심과 아내의 살인을 물심양면으로 돕는 다른 남편들의 모습을 통해 한때 한국에서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던 일부 부부들의 파트너 바꾸기 일명 스와핑을 은연중에 암시한다. 물론 이 스와핑이 충격적 결말을 위한 복선이 될지 아니면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맥거핀이 될지는 결말을 봐야만 알 수 있겠지만 자신도 내연녀와 외도 했으면서 아내의 외도에 의혹을 갖고 눈깔이 뒤집히는 슌스케의 모습은 그것만으로도 독자에게 극심한 혼란을 초래하기에 충분한 요소로 작용하는듯 하다.



어쨌던, 내연녀의 죽음과 유기, 알리바이 만들기 보다는 내연녀가 조사한 결과와 이 기묘한 부부들간의 관계의 진실쪽에 의문부호를 던지면서 'Why Done It'을 찾아가는 과정에 중심을 맞추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 'Why Done It'이 밝혀지는 순간 앞선 모든 의혹들이 일거에 소멸되는 충격적 진실이 드러나니....모두가 공범이 될 수밖에 없었던 충격적인 동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납득하게 된다. 뭐랄까...'히가시노 게이고'의 뒤틀린 휴먼 가족 드라마랄까...-_-;;;; 보면 볼 수록 일본판 [스카이 캐슬]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드라마나 소설이나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는 동일하다고 말할 수 있을것 같다. 물론 '게이고'의 작품이야 모두가 재미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게이고'의 작품중 손에 꼽을 정도로 재미있게 본 엔터테인먼트 작품이었다. 3판을 넘어 4판, 5판이 나와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작품이랄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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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
황세연 지음 / 마카롱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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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죽인남자가돌아왔다 (2019년 초판)

저자 - 황세연

출판사 - 마카롱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83p



범죄없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농촌 잔혹극



몇 년째 범죄없는 마을로 선정된 순박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 청양군 중천리.

법 없이도 살것 같은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참혹하고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매일 술에 찌들어 허송세월을 보내던 마을 사람 신한국을 도둑으로 오인한 과부댁

소팔희는 철문으로 신한국의 머리를 찍고, 몽둥이로 가차없이 신한국을 두드려 패고 나서

미동없이 축 늘어지고 나서야 도둑이 바로 아랫집에 살고 있는 신한국이었음을 알아챈다.

그러나 이미 신한국의 숨은 끊어진 상태...이 광경을 모두 지켜본 7살 조카 황은조를 방안으로

들이고 살살 달랜뒤 밖으로 나온 소팔희는 깜짝 놀란다. 마당에 있던 시체 신한국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로부터 두 시간 뒤.....

마을을 뒤흔드는 날카로운 비명소리에 놀란 소팔희와 황은조는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급하게

뛰어나가고 그곳에서 마을 이장의 집 앞에 있는 나무와 이장의 트럭 사이에 끼인채 처참하게 죽어있는

신한국을 발견한다.....


내가 죽였던 사람이 두 시간이 지나 남의집 트럭에 치어 죽어있던 것이다!!!! -_-;;;;;


다음날....비밀가득한 마을을 찾은 청양신문사 기자 조은비와 전직경찰 최순석은 신한국의 죽음을 둘러싸고 각자의 비밀을 숨기고 있는 마을에 머무르며 신한국 살인 미스터리를 파헤치는데......



농촌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이면서 경쾌한 살인 사건이라는 카피를 보고 한국형 코지미스터리를 표방했던 '박연선'작가의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라는 작품을 떠올렸고 그 작품과 비슷한 해학적 느낌의 작품일 거라 생각했다. 머...속세와 멀고먼 첩첩산중 오지에서 바보스러울 정도로 순진하고 순박한 시골사람들이 벌이는 일대 촌극이 다소 코믹하게 그려지는건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와 궤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을것 같다. 다만 이 작품은 수년째 이어온 '범죄 없는 마을'이란 타이틀을 달성해야만 하는 강박을 받고 있는 마을사람들의 집단 군중심리에서 비롯된 죄책감 없는 범죄행위와 순박(?) 무지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개인의 순수악을 서늘하게 그려내는 작품이란 점에서는 고립된 마을에서의 광란을 그려내던 영화 [이끼]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을 떠올리게도 한다.



사건의 중심은 시체 신한국의 행방이다. 분명 죽어버려 움직일 수 없는 시체가 2시간의 시간동안 제발로 걸어다닌것 처럼 여기저기 흔적을 남기고 있으니....그 움직인 시체의 미스터리가 전직경찰 최순석의 날카로운 직관과 통찰에 의해 하나 둘씩 풀리면서 인심 좋은 화목한 마을 사람들의 웃음뒤에 감춰진 어두운 민낯과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는 방식이 이 작품만이 갖는 독특한 개성이라 생각되는데 범죄의 발각을 두려워한 사람들이 내놓은 계책이 너무나 허술하고 허무맹랑하여 어이없는 실소를 자아내는...그런 웃픈 해학이 여타 작품과는 다른 포인트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 작품의 배경이 냉소가 흘러넘치는 대도시였다면 사건은 잔혹 스릴러가 됐겠지만 IMF가 터지던 1998년 오지에 가까운 시골을 배경으로하니 경쾌한 블랙코미디로 뒤바껴 버린다. 굳이 비교하자면 [이끼]보다는 [시실리 2KM]에 가깝달까...



어지럽게 쏟아지는 그날의 진술들이 하나 둘 짜맞춰지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2시간의 비밀리 풀릴때 비로소 광기에 휩싸인 마을은 평화를 되찾게 된다. 군중심리의 집단광기와 시골 고유의 인정 넘치는 인간미를 절묘하게 배치하면서 서늘함과 따뜻함을, 냉탕과 온탕을 왔다리 갔다리 넘나드는 노련한 구성에 놀라고 어설픈듯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인간적인 시선에 매료되는 작품이었다. 한국작품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신파적 요소마저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만드는 한국의 정을 느낄 수 있는 한국에서만 나올 수 있는 유쾌 상쾌 통쾌 미스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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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 사막의 망자들 잭 매커보이 시리즈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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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 사막의 망자들 (2019년 초판)

저자 - 마이클 코넬리

역자 - 이창식

출판사 - RHK

정가 - 15800원

페이지 - 446p



천조국의 하이테크 스릴러!



'해리 보슈'시리즈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굳건히 자리잡고 있는 초인기작가 '마이클 코넬리'의 크라임 픽션 [허수아비]가 10년만에 리커버 기념판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해리 보슈'시리즈가 아닌 LA타임스 기자 '잭 매커보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인 3부작중 세번째 작품인 시리즈를 마무리짓는 완결편이라 하는데, 그렇게 인기 작가라지만 그동안 내가 읽은 작품이라고는 '보슈'시리즈 15번째인 [드롭] 단 한권뿐이니 앞선 시인의 정체나 '매커보이'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앞선 작품을 읽지 않더라도 이 [허수아비]를 읽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물론 전작을 읽는다면 작품속 '매커보이'와 '레이철'의 관계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스토리상으로는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사실 단 한권 읽은 [드롭]만으로도 작가의 치밀한 구성과 사건을 밀어붙이는 강렬한 필력에 매료됐었는데, 이번 [허수아비] 역시 크라임 픽션의 대가의 작품은 바로 이런것이다! 라는듯 어지럽게 얽혀있는 복선과 강렬한 반전, 위기 상황에서 남다른 통찰력으로 상황을 반전시키는 '잭 매커보이'의 활약이 한치의 쉴틈 없이 타이트하게 전개되는 실로 끝내주는 스릴러였다. 게다가 뭔가 컨츄리풍한 제목 [허수아비]가 주는 이미지...웬지 주인공이 치고 박고 달리며 몸으로 때우는 열혈작품일 거란 선입견을 보란듯이 깨버리는 정보화 하이테크 스릴러란 점에서 더욱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시인 사건으로 신문사 내에서 에이스 대접을 받던 매커보이에게도 날로 발전하는 IT기술로 말미암아 쇠락하는 종이신문사의 감원의 칼날을 피하기는 힘들었고, 정리해고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그가 기자로 남아있을 수 있는 시간은 신입 후임 안젤라에게 OJT로 주어진 단 2주. 2주가 지나면 제발로 직장을 나가야만 한다. 매커보이는 안젤라에게 형사사건 전담 기자로 이런 저런 노하우를 가르쳐주던중 그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백인 스트리퍼를 강간 살해하고 자동차 트렁크에 실고 돌아 다니다 체포된 흑인 소년의 엄마라는 여인은 자신의 아들의 무고함을 조사해 달라고 다짜고짜 요구한다. 처음엔 여인의 말을 그냥 지나치려던 매커보이는 흑인 소년의 변호사를 통해 경찰이 공개한 자술서를 읽고 소년의 체포과정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음을 직감한다. 매커보이가 소년의 엄마를 직접만나 이야기를 하는동안 그의 후임 안젤라는 스트리퍼 살인사건과 유사한 여성 살해사건의 케이스를 찾아내고 매커보이에게 전해준다. 2년의 시간을 두고 LA와 라스베거스에서 벌어진 여성의 얼굴에 투명한 비닐봉지를 씌우고 목에 끈을 졸라 질식시켜 죽인 동일한 살해방법...진범은 따로 있었던 것이다.....



시인에 이어 이번에 매커보이가 상대해야 할 범인은 허수아비다. 논밭의 곡식을 유해조수로 부터 지키기 위해 세워놓은 짚으로 채운 조악한 인간형상의 인형....그런데 이번 허수아비가 지키는 것은 논밭의 곡식이 아닌 고객의 정보이다. 시대는 날로 발전하여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종이 서식은 자취를 감추고 이제는 0과 1로 구분되는 디지털 정보가 자산이자 권력인 시대가 되었다. 수십만명의 개인정보가 저장된 서버를 해커가 간단히 탈취하여 팔아넘기는 세상이 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업계는 중요정보의 보안을 고심하게 되었고 때를 맞춰 기업 고객의 정보를 보관하고 외부의 공격으로 지켜내는 보안 서비스 업체가 등장하였다. 회사는 더이상 종이 뭉텅이를 보관에 신경쓰지 않고, 외부로부터 서버 공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데이터 센터가 대신 지켜주니까 말이다. 그런데 외부의 공격을 이상적으로 막아주는 이 센터에서 고객들의 정보를 관리하는 엔지니어들의 인성은 고려하고 있을까?...-_-;;;;;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겪이랄까...민감한 고객정보를 관리하는 관리자가 변태싸이코패스라면 문제의 양상은 상당히 달라지리라...더군다나 이 기술자놈은 거의 최고의 해킹기술을 탑재하여 목표한자의 사회적 신분을 소거해 버리는건 눈감고도 할 수 있을 정도니. 은퇴를 앞둔 매커보이는 일류 해커와 너무나 불리한 대결을 펼쳐야만 하는 것이다. 



하이테크 스릴러 답게 해킹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사이 자신의 개인정보가 줄줄 새어나가고, 카드정지, 통장정지, 휴대폰 정지에 문자 메시지, 이메일 위변조 만으로도 사회적으로 완전히 고립시켜 버리는 장면을 보면서 세상을 살면서 IT기술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로 의존하는 만큼 그로인한 위험성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을 다시금 상기하게 된다. 하루에도 수십통의 피싱 메시지가 날라오는 상황이니 하루에도 수차례의 개인정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ㅠ_ㅠ



어쨌던....광기에 휩싸인 싸이코패스 쾌락범도 사이코틱한 매력이 있지만 냉철하고 분석적인 천재형의 악당 또한 꽤 매력적인 빌런이라 생각한다. 천재 악당과 매커보이의 치열한 뒤뇌싸움이 작품 전체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제목의 허수아비가 갖는 이중적 의미의 대망의 결말부에선 롤러코스터 같은 스릴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작가가 깔아놓은 복선을 암시하는 힌트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 하달까...IT기술을 이용한 범죄물로 [망내인]과 유사한 소재인데, 그 전개방식은 완전 다른 매력을 풍기고 있으니, 사실적이고 치밀한 설정의 하이테크 IT범죄물이 취향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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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씽 인 더 워터 아르테 오리지널 23
캐서린 스테드먼 지음, 전행선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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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씽인더워터 (2019년 초판)

저자 - 캐서린 스테드먼

역자 - 전행선

출판사 - arte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99p



칠흙같은 수면 아래 무언가



당신이 길을 걷던중 길바닥에 떨어져있는 더플백을 발견한다.

가방안에는 빳빳한 현찰로 10억이 들어있었고

당신이 가방을 주을 당시 거리엔 그 누구도 없었다.

그런데 그 돈의 출처가 동네에서 제일 악명높은 조폭의 돈이라면...

당신은 이 돈의 출처를 알고도 꿀꺽 삼킬 수 있겠는가?



단적인 예시를 들었는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히로인 에린은 조폭과는 비교도 못 할 정도로 무섭고 악랄한 조직의 막대한 돈과 정보를 가로챌정도로 패기있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여성이다. 자신에게 막대한 보물이 굴러들어왔을때 그 결정으로 인하여 자신 뿐만아니라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해를 입을 수도 있을 리스크가 있음에도 눈앞의 이득을 선택하는 모습을 통해 한치 앞도 식별할 수 없는 시커먼 물밑 처럼 누구도 알 수 없는 인간의 어두컴컴한 심연의 욕망을 드러내는 작품이었던것 같다.   



영상학과를 졸업하고 갓 사회에 나와 제소자의 출소 후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을 맡고 있는 여성 에린은 오랜시간 만나왔던 마크와 결혼하여 부부의 연을 맺는다. 타이티의 보라보라섬을 신혼여행지로 결정한 에린과 마크는 마크의 취미인 스쿠버다이빙을 위해 단둘이 배를 타고 인근 바다로 나간다.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아름다운 바다속을 구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중 바다속에서 봉인된 더플백으로 발견한 부부는 가방을 끌어올리고, 순전히 호기심으로 가방을 열어본 둘은 깜짝 놀라고 만다. 가방안에는 현찰로 100만파운드와 2캐럿의 다이아몬드 100개, 권총과 휴대폰 그리고 USB가 있었기 때문이다. 더플백의 출처를 궁금히 여긴 마크와 에린은 다시한번 잠수를 시도하고, 가방을 발견한 바다 밑에서 추락한 비행기를 발견한다. 러시아 비행기, 비행기 안에서 죽은 시체들...가방안의 물건으로 보아 합법적인 물건은 아닌것을 확신하지만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고 갈등에 빠진 부부. 결국 부부는 눈앞의 돈에 눈이 멀어 가방속 내용물을 영국으로 가져오는데.....


이때만 해도 에린과 마크는 알지 못했다. 이 결정이 부부에게 어떤 비극을 불러올지를.....



일단 서두에서부터 싸늘하게 죽은지 3시간 30분 된 마크의 시체를 파묻고 있는 에린의 모습을 그리고 있으니 마크의 죽음은 확정!! -_-;;; 에린 역시 목숨이 오가는 개고생 고군분투를 겪으리란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한순간의 위험한 유혹과 자석처럼 유혹에 끌리는 욕망....'안돼!!! 제발 그러지마!!! ㅠ_ㅠ' 마음속으로 수십번도 더 외치게 만들정도로 에린이 불행의 씨앗들을 알뜰살뜰 뿌려대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길 없었다.



사실 자기 손으로 자기 목을 조르는것과 다를바 없으니 어찌보면 그녀가 겪는 비극들이 당연하게 보이기도 하겠지만 일확천금의 기회를 그냥 날려보낼 성인군자가 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다소 감정적이고 어리석을 정도로 충동적이지만 묘하게 그녀와 동화되면서 그녀의 시선에서 숨통을 조여드는 스릴을 맛볼 수 있었다. 



메리지 스릴러 답게 아내 에린에게 점차 알 수 없는 신경쇠약에 걸리게 만드는 일들이 줄을 이으며 심리적으로 압박하는데 여타 메리지 스릴러와는 다른 차별점은 지금껏 수동적이고 나약하기만 했던 피해자 롤에서 벗어나 그래도 꽤 자기주도적이고 주체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그런 독단이 더욱 상황을 악화시키기는 하지만...) 한순간의 백일몽과 다를바 없지만 그래도 막대한 돈과 보물을 얻고 잠시나마 기쁨에 겨워 밝은 미래를 그리는 에린의 모습을 보면서 로또를 구입하고 로또 번호를 뽑는 토요일 저녁 8시 반 직전까지의 세상을 다 가진듯 충만한 기분을 만끽하고 결과발표 후 바로 본전 오천원을 아까워 하는...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인간에게 내재된 욕망을 적나라하게 그리면서 욕망과 사랑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는 쫄깃한 서스펜스 심리 스릴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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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줄까? - JM북스
유키 슌 지음, 손지상 옮김 / 제우미디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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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줄까? (2019년 초판)

저자 - 유키 슌

역자 - 손지상

일러스트 - 게미

출판사 - 제우미디어

정가 - 12800원

페이지 - 269p



집단왕따...등교거부...학교폭력....학급붕괴의 현실을 담아낸 문제작



시간이 지날수록 십대범죄는 잔혹해져만 가고 영악해진 아이들은 미성년자 보호법으로 자신의 행동이 용서받으리란 사실을 알면서 거리낌 없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이같은 십대잔혹범죄는 해마다 수치를 더해가는 범죄율 그래프만 봐도 비단 일부 문제아들의 현상이 아니라 대다수의 아이들에게로 확산되어가는 경향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대체 언제부터, 어디부터 단추가 잘못끼워진 것인가...2010년도 부터 교사의 학생체벌금지가 시행되면서 교권은 땅에 곤두박질치고 수업시간에 학생들 모두가 딴짓을 하는 학급붕괴장면을 시사프로그램에서 본 기억이 난다. 물론 학생체벌금지법의 명암이 있겠지만 체벌금지로 인한 교권의 실추는 반항적 학생들의 리미트를 해제해버린것이 아닌가란 생각도 해보게 된다. 사설이 길었다만, 이 작품을 읽으며 붕괴된 학급에 대한 우려감이 그 어느때보다 커졌음을 느낀다. 이제 곧 초등학교에 입학하게될 나의 딸아이가 걱정되기도 하거니와 날로 심각해져만 가는 왕따현상과 학교폭력은 이미 손쓸도리 없이 커져버린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ㅠ_ㅠ



중딩 1학년 잇페이는 절친 토모야를 제외하고는 딱히 친한 친구가 없는 살짝 아싸 성향의 아이이다. 달리기를 좋아하여 육상부에서 활동하며 원만한 학교생활을 하던중 동급생들의 왕따 때문에 등교거부를 하던 소녀 마유코가 오랜만에 다시 학교에 등교한다. 하지만 역시나 반 학생들은 마유코에게 가혹한 왕따와 학대를 시키고, 잇페이와 토모야는 왕따에 가세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말리지도 않는 방관자로 지켜본다. 그런데 마유코가 등교하면서부터 학교에는 죽은 비둘기 사체가 발견되는 횟수가 늘고 이 사체 사진이 SNS에 떠도는 일이 많아진다. 그러던 어느날....같은반 친구 히로가 달리는 차에치어 중상을 입고 끝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사고는 자살로 처리되고, 사고를 근처에서 지켜본 토모야는 큰 충격을 받고 그날부로 등교를 거부한다. 친구가 걱정이된 잇페이는 토모야의 집을 찾아가지만 토모야는 방밖으로 나오지 않고 방안에서 기묘한 이야기를 한다. 히로가 차에치기전 누군가에게 떠밀린듯한 비명이 들렸다고....


토모야의 등교거부 이후 학급에서 외톨이 신세가 된 잇페이는 언제부턴가 학급친구들의 차가운 시선이 느껴지고.....차갑던 시선은 이내 이지메로....순식간에 집요한 학대로 변질되버린다. 졸지에 왕따가 되버린 잇페이는 함께 왕따를 당하던 마유코에게 의지하게 되는데....



그동안 왕따를 소재로 지독한 괴롭힘을 당하면서 자살을 떠올리는 아이들의 괴로움을 그리는 수많은 작품들을 접해오면서도 새롭게 접할때마다 이전에 경험했던 기억들은 리셋되고 정신이 붕괴되는 듯한 커다란 충격을 경험한다. 이것이 게슈탈트 붕괴인가?...그만큼 피해자의 정신을 지근지근 짓밟아가며 완전히 파탄내버리는 잔혹행위가 집단왕따인것 같다. 이런 정신적 압박은 성인도 멘탈을 부여잡기 힘든데 십대...그것도 갓 초딩을 졸업한 중딩에겐 얼마나 막대한 정신적 데미지를 입히겠는가. 이른바 소리없는 살인자 왕따로 평범했던 잇페이가 점차 무너져내리는 것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너무나 괴롭고 힘겨운 시간인데, 여기에 하나, 둘씩 누군가에게 떠밀려 차에 치어 죽는 사건이 이어지면서 왕따와 사망사건 사이의 깊은 관계에 대해 추리하게 만든다. 



살의가 없어도 사람은 죽일 수 있다.


자, 그럼 게임을 계속합시다. 문제가 기억이 안 나시나요? 

비둘기는 죽이면 죄가 되지만. 마음대로 죽여도 죄가 되지 않는 것은 뭘까요?

_64p

 


이유없는 악의에서 비롯된 왕따와 학급 전체의 일들을 알면서도 수수방관하는 무능력한 교사. 그리고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학교폭력의 삼박자가 갖춰지니 아이들이 줄줄이 죽어나가는구나...-_-;;; 정신없이 지옥같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참상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경악의 결말과 마주하게 된다. 


전부 너 때문이니까!!!!



마지막장 결말을 접하고 소름이 돋았다. 평범했던 학생을 살의 없는 살인기계로 내몰은 것은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픽션을 확대해석하는 나의 섣부른 기우일까? 입안을 가득메운 쓴물이 오래도록 쓰디쓴 뒷맛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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