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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 사막의 망자들 ㅣ 잭 매커보이 시리즈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평점 :


허수아비 : 사막의 망자들 (2019년 초판)
저자 - 마이클 코넬리
역자 - 이창식
출판사 - RHK
정가 - 15800원
페이지 - 446p
천조국의 하이테크 스릴러!
'해리 보슈'시리즈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굳건히 자리잡고 있는 초인기작가 '마이클 코넬리'의 크라임 픽션 [허수아비]가 10년만에 리커버 기념판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해리 보슈'시리즈가 아닌 LA타임스 기자 '잭 매커보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인 3부작중 세번째 작품인 시리즈를 마무리짓는 완결편이라 하는데, 그렇게 인기 작가라지만 그동안 내가 읽은 작품이라고는 '보슈'시리즈 15번째인 [드롭] 단 한권뿐이니 앞선 시인의 정체나 '매커보이'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앞선 작품을 읽지 않더라도 이 [허수아비]를 읽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물론 전작을 읽는다면 작품속 '매커보이'와 '레이철'의 관계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스토리상으로는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사실 단 한권 읽은 [드롭]만으로도 작가의 치밀한 구성과 사건을 밀어붙이는 강렬한 필력에 매료됐었는데, 이번 [허수아비] 역시 크라임 픽션의 대가의 작품은 바로 이런것이다! 라는듯 어지럽게 얽혀있는 복선과 강렬한 반전, 위기 상황에서 남다른 통찰력으로 상황을 반전시키는 '잭 매커보이'의 활약이 한치의 쉴틈 없이 타이트하게 전개되는 실로 끝내주는 스릴러였다. 게다가 뭔가 컨츄리풍한 제목 [허수아비]가 주는 이미지...웬지 주인공이 치고 박고 달리며 몸으로 때우는 열혈작품일 거란 선입견을 보란듯이 깨버리는 정보화 하이테크 스릴러란 점에서 더욱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시인 사건으로 신문사 내에서 에이스 대접을 받던 매커보이에게도 날로 발전하는 IT기술로 말미암아 쇠락하는 종이신문사의 감원의 칼날을 피하기는 힘들었고, 정리해고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그가 기자로 남아있을 수 있는 시간은 신입 후임 안젤라에게 OJT로 주어진 단 2주. 2주가 지나면 제발로 직장을 나가야만 한다. 매커보이는 안젤라에게 형사사건 전담 기자로 이런 저런 노하우를 가르쳐주던중 그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백인 스트리퍼를 강간 살해하고 자동차 트렁크에 실고 돌아 다니다 체포된 흑인 소년의 엄마라는 여인은 자신의 아들의 무고함을 조사해 달라고 다짜고짜 요구한다. 처음엔 여인의 말을 그냥 지나치려던 매커보이는 흑인 소년의 변호사를 통해 경찰이 공개한 자술서를 읽고 소년의 체포과정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음을 직감한다. 매커보이가 소년의 엄마를 직접만나 이야기를 하는동안 그의 후임 안젤라는 스트리퍼 살인사건과 유사한 여성 살해사건의 케이스를 찾아내고 매커보이에게 전해준다. 2년의 시간을 두고 LA와 라스베거스에서 벌어진 여성의 얼굴에 투명한 비닐봉지를 씌우고 목에 끈을 졸라 질식시켜 죽인 동일한 살해방법...진범은 따로 있었던 것이다.....
시인에 이어 이번에 매커보이가 상대해야 할 범인은 허수아비다. 논밭의 곡식을 유해조수로 부터 지키기 위해 세워놓은 짚으로 채운 조악한 인간형상의 인형....그런데 이번 허수아비가 지키는 것은 논밭의 곡식이 아닌 고객의 정보이다. 시대는 날로 발전하여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종이 서식은 자취를 감추고 이제는 0과 1로 구분되는 디지털 정보가 자산이자 권력인 시대가 되었다. 수십만명의 개인정보가 저장된 서버를 해커가 간단히 탈취하여 팔아넘기는 세상이 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업계는 중요정보의 보안을 고심하게 되었고 때를 맞춰 기업 고객의 정보를 보관하고 외부의 공격으로 지켜내는 보안 서비스 업체가 등장하였다. 회사는 더이상 종이 뭉텅이를 보관에 신경쓰지 않고, 외부로부터 서버 공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데이터 센터가 대신 지켜주니까 말이다. 그런데 외부의 공격을 이상적으로 막아주는 이 센터에서 고객들의 정보를 관리하는 엔지니어들의 인성은 고려하고 있을까?...-_-;;;;;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겪이랄까...민감한 고객정보를 관리하는 관리자가 변태싸이코패스라면 문제의 양상은 상당히 달라지리라...더군다나 이 기술자놈은 거의 최고의 해킹기술을 탑재하여 목표한자의 사회적 신분을 소거해 버리는건 눈감고도 할 수 있을 정도니. 은퇴를 앞둔 매커보이는 일류 해커와 너무나 불리한 대결을 펼쳐야만 하는 것이다.
하이테크 스릴러 답게 해킹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사이 자신의 개인정보가 줄줄 새어나가고, 카드정지, 통장정지, 휴대폰 정지에 문자 메시지, 이메일 위변조 만으로도 사회적으로 완전히 고립시켜 버리는 장면을 보면서 세상을 살면서 IT기술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로 의존하는 만큼 그로인한 위험성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을 다시금 상기하게 된다. 하루에도 수십통의 피싱 메시지가 날라오는 상황이니 하루에도 수차례의 개인정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ㅠ_ㅠ
어쨌던....광기에 휩싸인 싸이코패스 쾌락범도 사이코틱한 매력이 있지만 냉철하고 분석적인 천재형의 악당 또한 꽤 매력적인 빌런이라 생각한다. 천재 악당과 매커보이의 치열한 뒤뇌싸움이 작품 전체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제목의 허수아비가 갖는 이중적 의미의 대망의 결말부에선 롤러코스터 같은 스릴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작가가 깔아놓은 복선을 암시하는 힌트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 하달까...IT기술을 이용한 범죄물로 [망내인]과 유사한 소재인데, 그 전개방식은 완전 다른 매력을 풍기고 있으니, 사실적이고 치밀한 설정의 하이테크 IT범죄물이 취향이라면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