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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에서 돌아온 남자 - 옛날 귀신 편 ㅣ 문화류씨 공포 괴담집
문화류씨 지음 / 요다 / 2019년 6월
평점 :
저승에서 돌아온 남자 : 문화류씨 공포 괴담집 옛날 귀신 편 (2019년)
저자 - 문화류씨
낭독자 - 왓섭
출판사 - 요다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12p
공포를 듣는다!
문화류씨 X 왓섭 퓨전!!
더위도 한풀 꺾인다는 처서에 약간 늦은감이 없지 않은 괴담집 서평이다. -_- 올리기는 지금 올리지만 사실 읽은지...아...아니 들은지는 꽤 된 작품인데, 얼마전 SNS에서 인기 공포팟캐스트 왓섭과 공포괴담작가 '문화류씨'의 콜라보 오디오북 이벤트로 난생처음 책을..그것도 괴담집을 귀로 듣게 되었다. 가만히 틀어놓고 그냥 들으면 되긴 한데, 그래도 스토리가 있는 책이기에 음악처럼 멍때리고 있음 뭔소린지 하나도 몰라 계속 집중하고 들어야만 했다...-_- 그래서 운전중에 틀어놓는게 가장 효율적이었고 여름 휴가때 장시간 운전중에 오며가며 들었는데, 덕분에 함께 차에탄 가족들도 강제로 들어야 했다는거...ㅋㅋ 좌우간 처음 접하는 오디오북에 나름 으스스한 음악과 기괴한 음성변조등의 공포효과를 입힌 괴담은 신박하고 공포스럽게 다가왔던것 같다.
다만 아쉬운 점을 꼽아보자면
1. 눈으로 읽으면 1시간이면 때었을 책을 몇 시간동안 집중하며 듣고 있어야 한다는 시간적 비효율성.
2. 안타깝지만 1인 팟캐 왓섭이 혼자서 등장인물들 전부를 커버하는 일인 다역을 수행해야 하는만큼 여성 목소리의 위화감(과도한 콧소리는 우습기까지...)이 아쉬웠고, 다른 단편으로 넘어감에도 계속 같은 단편을 듣는듯한 느낌으로 인한 피로감. 첫번째 단편 0까지는 나름 고막을 자극하며 서늘하게 하지만 바로 다음편 부터는 그냥 식상할 따름...
3. 뭣보다 이야기 자체가 무섭지 않은 점....ㅠ_ㅠ.
개인적으로 공포괴담은 압축과 생략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자 전부라 생각하는 편이다. 갑작스러운 충격적 결말 그리고 남는 여운이 공포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 생각하는데, '내가 아직도 니 엄마로 보이니'의 간결한 생략. 그리고 이후의 일들을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 이게 진짜 괴담일진데 이 작품속 괴담들은 너무나 설명충적이다. 이래~이래서~ 저랬더라~ 식의 강박적인 맥락과 인과관계가 오히려 긴장감과 호흡을 잃게 만드는 우를 범하고 있다.
6.25전쟁, 일제치하등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느림의 미학을 적용한 것인가?...함께 출간된 [현대 귀신 편]은 요즘의 트랜드를 따르고 있을까? 충격과 공포를 자극하는 [토요 미스테리 극장]이라기보단 [전설의 고향]혹은 [MBC 이야기속으로]에 가까운 괴담집이었던것 같다.
1. 귀신의 장난
한국전쟁 직후 전쟁을 피해 청양 밤나무 아래 저주받은 폐가에서 살게된 한 가족의 이야기. 폐가에 기거한 첫날부터 자식들은 시름 시름 앓기 시작하고, 이웃에 살던 용한 무당은 집에 붙어있는 악귀 때문이라고 말하는데.....
2. 손각시
3. 귀타귀
4. 아버지의 귀몽
매일마다 끔찍한 악몽을 꾸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5. 산 귀신
유신정권시절 데모에 참여했던 대학생은 경찰의 눈을 피해 시골 고향으로 도주한다. 그러나 고향집까지 찾아온 경찰. 서둘러 뒷산으로 도망친 대학생은 길을 잃고 헤매던중 기괴한 차림의 남자와 만나는데.....
6. 여우 스님
매일마다 냇가에서 자매를 기괴한 눈초리로 처다보는 스님. 그리고 마을에 어린 소년이 실종된다. 마을사람들은 아이를 찾기 위해 야산을 이잡듯 뒤지고, 마침내 짐승에게 뜯어먹힌듯 갈가리 찢긴채 죽어있는 소년을 발견하는데....
7. 저승에서 돌아온 남자
8. 거울 귀신
9. 끝나지 않는 지배
일제치하 당시 일본식으로 지어진 집을 철거하려던 인부는 붉게 칠한 방에서 오래된 일본 무사의 갑주와 일본도를 발견하고 사람들 몰래 자신의 집으로 훔쳐 가져온다. 이후부터 인부는 일본어를 중얼거리며 절을 하기 시작하고, 마을에는 이상한 종교가 유행하기 시작하는데..
결론적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과 고통을 귀신이야기에 접목하여 당시의 암울했던 시대상과 민초들이 겪었을 고난을 표현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좋았지만 짧은 호흡으로 치고 빠지는 괴담이라는 장르엔 잘 맞지 않는 옷을 입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저런 아쉬움에 다소 박하게 평가하긴 했지만 본인은 유혈이 낭자한 높은 수위의 엽기괴담이 아니고선 별 감흥이 오지 않는 취향이라 -_-;;; 섬찟하고 강렬한 자극을 추구하는 이라면 비추, 끔찍한 공포보단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듣는것 같은 소소한 고전 귀신이야기를 좋아하는 이라면 추천한다. 한국오컬트의 비약을 누구보다 바라는 1인으로서 화끈하고 짜릿한 아주 죽여주는 한국괴담집이 나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