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삶을 훔친 여자 스토리콜렉터 75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완벽한 삶을 훔친 여자 (2019년 초판)

저자 - 마이클 로보텀

역자 - 김지선

출판사 - 북로드

정가 - 15800원

페이지 - 575p



완벽한 삶의 조건



파킨슨 병을 앓는 중년의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시리즈로 유명한 골드대거상 수상작가 '마이클 로보텀'의 오랜만의 스탠드 얼론 작품이 출간되었다. 2016년 [라이프 오어 데스] 이후 3년만에 만나는 반가운 단독작인데 [라이프 오어 데스]가 어둠속에서 오롯이 빛나는 희망을 야기 했다면 이번 [완벽한 삶을 훔친 여자]는 한없이 암담한 심연속으로 침잠 시키는 작품이었다..ㅠ_ㅠ 



완벽한 삶을 충족하는 조건은 뭘까? 건강? 가족? 자녀? 성공? 부와 명예? 각자가 최우선시 하는 행복의 조건은 저마다 조금씩 다를지도 모르겠다. 다만 누군가에겐 자연스럽게 당연시 하는 기본충족 조건들이 다른 누군가에겐 꿈에도 그리던 열망의 조건이 될 수도 있다는건 당사자가 아닌 이상에야 알 수도, 공감할 수도 없으리라...너무나 갖고 싶고 그토록 원했지만 단 한번도 가질 수 없었던...그래서 결국 동경하던 타인의 삶을 훔칠 수 밖에 없었던 한 여성의 슬프고 비극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메건]

위성스포츠채널의 MC를 맡고 있는 핸섬가이 잭, 똑똑한 공주님 루시, 엉뚱하고 귀여운 막내 라클런. 그리고 이제 셋째를 뱃속에 임신중인 아름다운 임산부 메건. 적당한 재산과 성공한 남편, 자신의 생활과 육아일기를 블로그에 올리며 일일 육천명의 방문자와 이를 통해 각종 회사에서 홍보용 물품을 보내주는 파워블로거 메건의 삶은 남들이 보기엔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는 우아한 삶을 영위한다. 하지만 그런 외면의 우아함 뒤에 전쟁같은 육아와 점점 냉랭해지는 남편의 태도에서 오는 깊은 한숨이 숨어 있다는건 아무도 모르리라...그런 그녀를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애거사]

유년시절의 불행한 사건으로 부모와 의절하고 홀로 지낸지 십수년...첫 결혼에 실패하고 새로 해군에 근무중인 해이든을 만났지만 사소한 다툼으로 해이든은 연락을 끊고 전투정을 타고 전세계 바다를 누빈다. 홀로 남은 애거사는 수퍼마켓 파트타임 알바를 하며 생계를 꾸리는데, 어느새 배가 불러오고, 출산일이 임박한다. 바다위 연락두절 해이든에게 임신사실을 알리기 위해 남친의 부모를 찾아간 애거사. 결국 해이든은 애거사를 만나기 위해 귀국하기로 결정한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애거사는 그동안 완벽한 삶을 사는, 동경해 마지 않으며 눈여겨 보던 메건에게 접근하는데......



추악한 진실을 숨기고 완벽한 삶을 연기하는 여자

자신의 불행을 잊으려 완벽한 삶을 훔치려는 여자

끔찍하게 애절하고 애처롭다.

과연 누가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두 여성의 극단적인 삶을 교차시키며 이들에게 서서히 감정이입시키고 차근차근 그리고 꼼꼼이 정성들여 그녀들의 어지러운 심리와 극단적 선택에 대해 (머리로는 거부할지 모르나 가슴으로는) 납득하게 만드는 정당성을 부여하는 작품이다. 사실 100페이지까지만 봐도 애거사가 숨기던 비밀이 드러나고, 150페이지 부터는 전체의 줄거리나 결말이 어느정도 파악될 정도로 초반부터 숨김없이 까놓고 시작하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흐름을 알고 있음에도 애거사도 울고...메건도 울고...나도 운다....ㅠ_ㅠ 이렇다 할 반전 없이 이상심리 마저도 100% 공감하게 만드는 작가의 탄탄한 심리묘사와 끝까지 압박하는 스릴은 역시 독자를 쥐고 노련하게 흔들어대는 심리 스릴러의 장인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지금부터는 스포주의]


여성에게 가장 고귀하고 위대한 덕목은 역시 모성이리라. 하여 애거사의 불행한 사연이 밝혀질즈음엔 모두가 그녀를 동정할 수 밖에 없으리라 생각된다. 엄마가 되려 하지만 엄마가 될 수 없는 고통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고통일 것이요, 아이에 대한 집착과 열망은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린 상실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인지도 모르겠다. 기약없는 난임치료, 끝없이 들어가는 금전적 부담 그리고 이어지는 고통의 시간들....결국 애거사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리고 그토록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봤던 메건의 아이를 훔치려는 계획을 실행하기에 이른다. 한편 메건은 남편 친구와의 단 한번의 불같은 욕정에 저지른 실수로 아이의 아빠가 누구인지 혼란에 빠져 있으니 이 얼마나 신의 장난 같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란 말인가...-_-;;; 어딘가에서는 아기를 방치하여 굶겨 죽이고, 어딘가에서는 희망을 꿈꾸며 시험관 시술을 받는 극단적 대비가 떠올랐다. 누군가에겐 완벽한 삶을 위한 조건이 누군가에겐 삶을 망치는 조건이 될 수도 있다는게 안타깝고 슬펐다. 



언뜻 타인의 SNS를 감시의 도구로 사용하면서 과도한 모성으로 말미암아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민카 켄트'의 [훔쳐보는 여자]와 비슷한 맥락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추악한 자신들의 치부는 가린체 거짓된 위선의 웃음을 날리는 SNS의 허구성이 누군가에겐 범죄의 타겟으로 악용될 수 도 있다는 생각은 나역시 여러 SNS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걱정되고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어쨌던 아이를 잃고 실의에 빠진 메건이나 훔친 아이를 지키기 위해 극한의 심리적 부담감을 안고 전전긍긍하는 애거사나 모두 이해되고 안타까웠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이런 상실의 아픔은 너무나 무겁고 생생하게 다가와 고통스러웠는데 이 공감의 고통이 작품을 평가하는 척도라 생각한다면 서서히 심장을 옥죄는 고통의 스릴러로서 놀랍도록 높은 수준의 작품이라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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