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 한국추리문학선 1
양시명 지음 / 책과나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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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커피유령과바리스타탐정 (2018년 초판)_한국추리문학선 1

저자 - 양수련

출판사 - 책과나무

정가 - 12800원

페이지 - 365p



따뜻한 커피 한잔에 욕망 한 스푼, 죽음 두 스푼



'양수련' 작가의 [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을 끝으로 드디어 올 6월에 참석했던 추리 마니아 정모에서 추리게임으로 선물받은 책들을 모두 털었다. 한국 추리문학을 이끌어 가는 한국추리작가협회원들의 한국추리문학선 시리즈의 포문을 여는 첫번째 작품이자 모바일영화 시나리오 공모 대상, 제6회 대한민국영상대전 우수상 수상자인 '양수련'작가가 써낸 9편의 이야기가 담긴 연작 단편집으로 독특한 설정과 민감하고 무거운 사회문제들을 과감하게 녹여낸 사회파 미스터리 작품이다. 



유년시절 어머니의 끔찍한 죽음을 직접 목도한 '환'은

재가한 교수 아버지를 따라 일본에서 외로운 생활을 하며

점차 세상과 단절한채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다. 

그러던 어느날 '환' 앞에 나타난 이세계의 혼령 '할'....

엉뚱한 잔소리꾼이지만 오로지 '환'의 눈에만 보이는 영혼 '할'의

존재로 세상으로 나갈 힘을 얻은 '환'은 14살의 나이에 아버지의 

그림자를 박차고 한국으로 향하고.....


불과 23살의 나이에 서울 도심지에 카페 '할의 커피맛'을 운영하는 갓(GOD)점주가 되다!!!....ㄷㄷㄷ



(금수저가 부럽지만...) 카페 자금의 출처야 어찌됐건...조선시대 아리따운 처자가 건넨 초기 커피 '양탕국'의 쌉싸레한 맛을 죽어서도 기억하는 귀신 '할'은 매일아침 갓내린 아메리카노를 마셔야 직성이 풀리는 커피유령이니 아침마다 지정석에 앉아 '환'이 내려준 감미로운 커피 한잔을 즐긴다. 사정을 모르는 일반인들은 언제나 비어있는 자리에 놓여 식어가는 커피를 바라보며 의문을 갖게되고, 급기야 고수레 커피가 시그니처 메뉴에 오를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한다. -_- 가게의 성황과는 별개로 바리스타 '환'의 유년시절의 상처에서 비롯된 어두운 기운은 각종 사건 사고를 불러오며 그가 가는곳 마다 범죄가 끊이지 않고, 그런 범죄현장에서 날카로운 통찰과 집중, 추리력으로 사건들을 해결하면서 어느새 바리스타 탐정으로 불리게 되는데.....



사건 하나. 14시 30분의 도둑 

가게안의 손님은 3명, 한명은 화장실에 간사이 노트북이 분실되고, 한명은 핸드폰이 분실, 다른 한명은 보고 있던 잡지가 분실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러다 가게가 망할판! 가게를 지키기 위해 바리스타 탐정이 나서는데....

- 딱 워밍업 스러운 단편 



사건 둘. 결혼의 두 얼굴 

중국인 며느리를 둔 시어머니는 담근 김치를 전하기 위해 아들의 집을 찾지만 아들의 집엔 아무도 없고 어쩔 수 없이 카페에서 종일 기다리다 김치를 '환'에게 맡기고 돌아간다. 김치를 대신 전하기 위해 아들의 집을 찾은 '환'은 그곳에서 중국인 며느리가 사망해 경찰이 조사하는 것을 목격하는데....며느리를 죽인 살인범은 누규?

 - 외국인 아내를 폭행하는 한국인 남편, 돈을 노리고 접근하여 사기치는 외국인 여성들...국제결혼의 어두운 민낯....



사건 셋. 비 오는 날의 수다 
천둥번개가 치며 쏟아지는 비를 피해 카페에 들른 집주인과 임형사, '환'은 이야기 꽃을 피운다. 임형사는 자신이 경험한 사건으로 추리퀴즈를 내는데...

- 쉬어가는 퀴즈 코너 



사건 넷. 뱅여 

제주도의 커피 원두 농장을 찾은 '환'은 농장주인과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농장을 둘러보기 직전 농장주가 잠시 자리를 비우고, 기다리다 오지 않는 농장주를 찾아 농장을 돌아다니던 '환'은 사망한 농장주를 찾아내는데.....

- 탐욕에 눈이 머니 가족도 필요 없다.



사건 다섯. 평생도의 비밀 

TV에서 미인도 그림을 보고 과거의 기억을 조금 떠올리는 '할'을 위해 경복궁을 찾은 '환'과 '할'은 거리에서 이름없는 화가가 판매하는 오래된 그림에서 기묘한 느낌을 받는다. 그 그림에 집착하는 '할'을 위해 그림을 구입하려 하지만 다짜고짜 판매를 거부하는 화가는 장사를 접고 돌아가고, 그날부터 언제나 '환'의 곁을 맴돌던 '할'이 모습을 감추는데....

- 유령 '할'의 정체에 대한 약간의 힌트. 그러나 아직 갈길이 먼듯....



사건 여섯. 운이 좋은 아이 

폐지로 생계를 유지하는 조부의 손에서 어렵사리 커가던 소년이 조부를 떠나 엄마와 함께 산다고 떠난지 얼마안되 다시 초췌한 모습으로 '환' 앞에 나타난다. 사정을 묻는 '환'의 질문에 도망치듯 사라진 소년은 시간이 지날수록 몸의 상처가 늘어만 가는데.....

- 개인적으로 가장 가슴아픈 단편이다...돌이킬 수 없도록 망가져 버린 누나가 제일 마음에 걸리던...ㅠ_ㅠ 아동학대는 이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범죄행위다.



사건 일곱. 길바닥에 놓인 사랑 

매일밤 남녀의 싸움 소리에 잠을 설치는 '환'은 불만 가득한 눈빛으로 맞은편 골목을 쳐다보고, 다음날 맞은편 골목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숨진 남성의 시체가 발견된다. 말단 공무원이던 남성이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 사연은 무엇일까?...

- 초범이긴 하나 범인의 범행 이후의 행동이 너무나 어설퍼 거슬렸다. -_-



사건 여덟. 환의 인터뷰 

바리스타 탐정으로 유명세를 떨치자 방송국 PD에게 인터뷰 제의가 들어오고 '환'은 갈등에 갈등을 거듭하다 인터뷰 요청을 수락한다. PD의 질문에 답하던 '환'은 갑자기 인터뷰를 중단하고 카메라에 담긴 영상을 삭제해 버리는데.....

- '김전일', '코난'처럼 가는곳마다 범죄를 몰고 다니는 '환'에게 심정을 묻는 장면이 꽤 인상깊었다.



사건 아홉. 미혹으로의 초대 

카페에서 강령회 회원들과 영혼과의 강령회를 기획하고, 여러 회원들과 강령회를 시작하려는 찰나 소환을 진행할 강령자가 모습을 감춘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화장실 안에서 목이 졸려 숨진 강령자가 발견되는데.....

- 귀신을 보는 지유의 캐릭터가 그냥 소비되 버린것 같아 아쉽다. 뭔가 보여줄줄 알았는데...-_-;;;



자신에게만 보이는 유령과 함께 티키타카 투닥거리며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에서 장르는 다르지만 만화 [고스트 바둑왕]의 '히카루'와 '사이'가 떠올랐다. 하여 바둑에 '바'자도 모르던 일자무식 '히카루'가 바둑귀신 '사이'를 만나 바둑기사로 성장하는 만화처럼 유령 '할'이 사건 해결에 핵심적인 힌트를 주면 바리스타 '환'이 그 힌트를 받아 사건을 해결할줄 알았건만, 작품에서 '할'은 거의 사건해결과는 관개없는 개그캐로 그려지더라. 마음을 꽁꽁 걸어잠근 '환'의 마음에 걸린 빗장을 풀어주는 영혼의 프랜드 정도의 역할이랄까? 이들의 가벼움이 사건 자체의 무거움을 경감시켜주어 좋았다.



외국인 사기결혼, 아동학대, 과도한 집착, 외도, 치정, 배신 등등 이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 접할 수 있는 끔찍한 사건들이 작품내 벌어지면서 익숙한 혼란을 야기한다. 이런 끔찍한 사건들이 익숙한것도 비극이요, 탐욕과 욕망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것도 지옥이리라. 그런 피비린내 나는 수라장에서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는 바리스타 탐정 '환'의 활약은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쾌감을 선사한다. 사회의 어두운 부분들을 지적하는 아홉 편의 이야기들은 좋았지만 작품을 읽는중에 대강의 스토리라인이 파악되어 반전의 묘미가 가감되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번 [계간 미스터리 2019년 봄호]에 실린 '양수련'작가의 인터뷰를 보니 속편도 언급되던데 다음에 만날 '환'과 '할'의 이야기에는 유령 '할'의 정체가 밝혀질지, 원수같은 '환'과 아버지의 관계가 진전될지 기대된다. 다음엔 또 어떤 사건들로 인간에 내재된 심연의 치부를 들춰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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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라이징
토머스 해리스 지음, 박슬라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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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라이징 (2019년 초판)

저자 - 토머스 해리스

역자 - 박슬라

출판사 - 나무의철학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63p



절대악의 기원을 찾아서



[레드 드래곤]부터 이어져온 한니발 시리즈의 마침표이자 한니발 렉터의 기원을 다루는 작품 [한니발 라이징]이다. 인간을 뛰어넘는 후각신경, 타인의 마음속을 꿰뚫어 보는 심안, 초월적인 기억력, 평온함 속의 냉혹한 광기 그리고 동족의 몸뚱아리를 먹어치우는 식인 기호까지...그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렉터 박사의 과거를 통해 총명하고 사랑 넘치던 한 소년이 지옥의 수라장을 거치며 진정한 악마로 거듭나게 되는 안타까운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이 축조한 렉터성에서 한니발의 피를 이어받은 후손들이 대대손손 대를 이어가고, 수백년이 지나 다시 한니발의 이름을 부여받은 한니발 렉터는 어려서부터 남다른 지능과 호기심으로 성주 렉터백작 가문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다. 몇 년뒤 한니발의 동생 미샤가 태어나고 그때부터 한니발은 동생을 보살피며 오랜 시간을 함께 한다. 그러던 어느날 독일군이 2차세계대전을 위해 폴란드를 침공하고 전쟁의 여파는 순식간에 렉터성까지 밀려든다. 치열한 전쟁통에 부모와 가족을 잃고 렉터와 동생 미샤만이 홀로 살아남아 깊은 산속 산장에 기거하던중 적십자 마크를 두른 다섯 병사들이 산장을 찾는다. 하지만 그들은 전쟁중 생명 구호를 위한 단원이 아니었으니, 혼란한 전쟁통에 생존을 위해 적십자 단원으로 위장하고 적군, 아군 가릴것 없이 죽이고 약탈하는 전쟁 범죄자였던 것. 그날부터 렉터와 미샤, 그리고 다섯 망나니들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고, 몇 일뒤 목에 쇠사슬을 감은채 산속을 헤매던 한니발 렉터가 러시아군에게 발견된다. 끔찍했던 그날의 트라우마로 동생 미샤의 행방도, 다섯 전범들의 행방도 송두리째 기억속에서 사라지고 목소리조차 잃어버린 렉터는 프랑스에 있던 삼촌 로버트 렉터에게 인계되고 그곳에서 삼촌과 삼촌의 아내이자 일본인인 무라사키와 함께 지내게 되는데....


매일밤 렉터의 꿈속을 찾아오는 푸른 눈과 거미손

동생 미샤의 손을 꼭 붙들고 있지만 렉터를 장작으로 때리고

미샤를 낚아채는 푸른 눈....뒤이어 찢어질 듯한 미샤의 비명소리...

그리고 텅 빈 미샤의 눈동자와 마주치는 순간......

비명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난다. 

매일 밤....하루도 빠짐없이....



유년시절의 충격적 트라우마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렉터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로버트와 무라사키는 모든 마음을 다해 렉터의 상처를 보듬어주려 노력한다. 렉터 역시 어느정도 그날의 상처를 봉합하고 그들에게 마음을 열고 차츰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지만.....양부모의 걱정만으론 렉터의 심연속에 뿌리박힌 악마의 씨앗을 깨끗이 제거할 수는 없었으니....욕설, 냄새, 장면 등등 잠재의식 속에 봉인되 있던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기억의 파편들이 도화선이 되어 불붙는 순간 얌전한 소년 렉터는 거칠고 잔인한 악마의 본성을 드러내게 된다.  



평범한 사람도 죄책감 없는 잔혹한 살인기계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참혹한 전쟁의 진상이니 끔찍하게 가족을 잃은 소년이 악마가 되는 계기로 2차세계대전은 심정적으로 충분히 납득할만한 소스가 아닌가 싶다. 그것도....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방법으로 여린 소년의 가슴을 난도질 하니 악마가 되지 않고서 어찌 멀쩡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겠는가....1부는 렉터의 끔찍한 유년시절을, 2부는 의과대생이 되어 약탈한 보물들로 호위호식 하는 오인방을 찾아가 처절하게 응징하는 피의 복수가, 3부는 인간적 면모가 단 한조각도 남아있지 않은 완벽한 악마로 거듭난 렉터의 모습을 그려낸다. 



일부 팬들은 베일속에 가려져 있던 악마 한니발 렉터가 신비함을 잃고 평범한 인간계로 끌어내 버린 이 [한니발 라이징]에 불만을 쏟기도 하는것 같은데, 개인적으론 이유없이 살인과 인육을 즐기는 미치광이 렉터보단 상상을 초월하는 희대의 악마 역시 철저히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졌고, 악마보다 더 무섭고 끔찍한 존재는 바로 인간임을 이야기하며 한니발 시리즈를 매듭짓는 '토머스 해리스'식 마침표에 점수를 주고 싶다. 양들이 울부짖는 [양들의 침묵]속 클라리스 스탈링의 꿈과 미샤가 비명지르는 [한니발 라이징]속 렉터의 꿈이 기막히게 대칭되는 결말이 아닌가!...물론 두 사람간에 울부짖음을 그치는 방법은 확연한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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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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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침묵 (2019년 초판)

저자 - 토머스 해리스

역자 - 공보경

출판사 - 나무의철학

정가 - 15000원

페이지 - 640p



심리 스릴러의 바이블



심리 스릴러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바로 그 작품이 재출간되었다. 스릴러 장르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번쯤 이름은 들어봤을 작품. '안소니 홉킨스'와 '조디 포스터'의 열연으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영화화로도 성공시킨 그 작품 [양들의 침묵]이다. 심리 스릴러의 바이블이라 수식했지만 정작 본인은 원작을 이번에야 처음 접했으며 그나마 십수년전 공중파 심야 외화극장에서 방영했던 삭제판으로 시청했을 뿐이라 그당시는 꽤나 강렬한 충격이었지만 디테일한 스토리는 거의 망각한채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거의다 잊었다곤 하지만 굵직한 뼈대는 기억하고 있기에 원작을 읽는 내내 너무나 안타까웠다. ㅠ_ㅠ 아....스토리를 하나도 모르고 읽었다면 이 강렬한 반전의 충격을 100% 고스란히 경험할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밀려들 정도로 원작은 영화와는 다른 섬세하고 디테일한 심리적 스릴을 선사했다.



정신질환자 격리감옥에 갇혀 있는 최고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아홉 건의 연쇄살인을 저지른 이지적 식인귀 한니발 렉터.

FBI 연수생이지만 끈질긴 집착과 야망으로 렉터와 마주하는 

초짜 프로파일러 클라리스 스탈링.

그리고 여섯 여성의 신체 가죽을 벗겨내고 유기한 현재 진행형 연쇄살인마 버팔로 빌.


버팔로 빌에게 납치된 일곱 번째 타깃 캐서린을 목숨이 붙어있는채로 찾아야만 한다!

가죽이 벗겨지기까지 그녀에게 남은 시간은 단 5일. 

가죽을 벗겨내는 버팔로 빌의 범죄 이상심리를 파악하기 위해서

이상 범죄심리 분야에 정통한 미치광이 정신과 박사 렉터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밖에 없고,

살인마의 정보를 끌어내려는 스탈링과 정보를 무기로 이용하려는 렉터 박사의 숨막히는 심리대결이 펼쳐진다.



전작 [레드 드래건]으로 감옥에 갇힌 렉터로 인하여 졸지에 한니발 렉터가 안락의자에 앉아 범인을 추리하는 안락의자 탐정물이 되버리는데, 역사상 이렇게 위험하고 치명적인 안락의자 탐정이 있었던가? 감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그저 대화를 나누는것 만으로도 이토록 무거운 존재감을 발산하니... 상대의 심리적 약점을 단번에 꿰뚫는 심안과 지적인 대화 뒤에 감춰놓은 날카로운 비수가 어느새 상대의 마음에 걸린 빗장을 거둬내고 연약한 속살을 후벼판다. 차분한 이지적 모습과 대조되는 가학적 폭력성과 반사회적인 식인 기호가 독자에게 공포와 거부감을 뛰어넘는 캐릭터 자체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 그런 인간의 심연속 잠재된 폭력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복합적인 요소들이 한니발 시리즈가 처음 태동한 1975년 이래 4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대 싸이코 범죄물의 가장 매력적인 빌런으로 한니발 렉터를 꼽는 이유이리라.



"우리는 렉터를 연구해보려고 했습니다. 

이 수감자를 우리의 기념비적인 연구 기회로 삼아보자고 생각하면서요.

이런 표본을 산채로 확보하는 건 대단히 드문 일이거든요."

"무슨 표본이요?"

"순수한 소시오패스요._27p



어쨌던, 버팔로 빌이 피해자의 목구멍 깊숙이 나방 고치를 밀어넣는 이유, 그가 여성의 가죽에 집착하는 근본적 원인, 클라리스 스탈링의 머리속 양들이 울부짖는 이유, 그녀가 버팔로 빌을 잡는 것에 모든것을 내건 근본적 원인, 렉터 박사의 모호하고 상징 가득한 힌트들까지...작품 전반에 걸쳐 심리학을 기반으로한 넘쳐나는 상징과 은유들을 심리학의 '심'자도 모르는 본인조차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뭔지 잘모르겠지만 심오하면서도 그물처럼 얽혀있는 플롯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절정에 이르고 강렬한 반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버팔로 빌의 살인에 이르는 이상심리와 클라리스 스탈링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진 울부짖는 양의 근원적 의미를 깨닫게 되는 신비한 정신적 체험을 경험케하는 것이다. ㅋ



스릴러 거장으로 불리는 '토머스 해리스'의 작품이라곤 신작 [카리 모라] 한편밖에 못봤지만 이 작품 [양들의 침묵]이 역대급이란건 한니발 시리즈의 문외한인 나조차도 알 수 있을정도로 범접할 수 없는 강렬한 다크포스를 뿜어낸다. 스릴러 마니아라면 이미 이 원작과 영화를 감상했겠지만 아직 이 작품을 읽지 못한 스릴러 팬이 있다면 이 찬란한 고전을 거치지 않고선 진정한 스릴러를 논하는 것이 무의미 하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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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 모라
토머스 해리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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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모라 (2019년 초판)

저자 - 토머스 해리스

역자 - 박산호

출판사 - 나무의철학

정가 - 15000원

페이지 - 288p



스릴러 거장의 귀환



메가톤급 스릴러 [양들의 침묵]이 세상에 나온지 어느덧 30년이나 흘렀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임에도 아직도 스릴러를 논할때 '토마스 해리스'의 [양들의 침묵] 그리고 역대급 악당 '한니발 렉터'를 떠올리니 한니발 시리즈가, 작가가 창조해낸 가공의 캐릭터가 얼마나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 거장의 반열에 오른 작가 '토머스 해리스'의 따끈따끈한 최신작이 국내 출간되었다. 이번에 나올 이지적 괴물은 과연 누구일까?...



뜨거운 태양의 도시 마이애미 비치의 한적한 비스케인 만에 위치한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가족 휴양지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대저택에는 기묘한 소문이 떠돈다. 마약왕 에스코바르가 죽기전 엄청난 금덩어리를 저택 어딘가에 숨겨뒀다는 것. 그리고 실제로 이 금덩이를 운반한 관계자가 자신의 수명이 다하기전 저택의 숨겨진 비밀을 악당 두 명에게 팔아 남긴다.


한 명은 여성들을 납치해 유린한뒤 흥미가 떨어지면 팔아버릴 수 있는 모든 장기를 빼내 팔아버리고 남은 육신은 직접 제작한 액화 화장소에 넣어 서서히 강산성 용액에 살점이 녹아 없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을 취미로 하는 악랄한 변태 또라이 한스 피터.


다른 한 명은 겉으로는 학교의 교장직을, 속으로는 소매치기 부터 각종 살인기술까지 모든 종류의 범죄기술을 가르치는 범죄학교의 교장이자 갱단 텐 벨스의 두목인 돈 에르네스토이다.


2500만달러의 금덩어리가 숨겨져있는 대저택을 두고 두 악당들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피튀기는 전쟁에 말려든 여성이 있었으니...어릴적부터 FARC(콜롬비아무장혁명군)에게 강제로 끌려가 아동 군인으로 키워지며 살인기계로 지내던 과거를 숨기고 에스코바르의 대저택을 관리하는 매력적인 관리인 카리 모라였으니.....



[장기매매 싸이코 VS 범죄학교 교장] feat. 카리 모라



비밀스러운 저택의 구조, 800KG의 거대한 금고와 숨겨진 치명적 장치들...그리고 일확천금에 눈이 멀어 이성을 잃어 버리는 갱들의 만행들까지...탐욕에 굴복하여 극대화된 잔혹성은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관통하고 죄의식이 결여된 그들의 잔학성은 그것만으로도 서슬퍼런 공포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공포의 정점에 서있는 캐릭터가 한스 피터이다. 작가의 페르소나  한니발 렉터에 이어 새롭게 창조한 악당이자 작품의 주인공인 카리 모라 보다 오히려 더 개성넘치는 캐릭터로 그려지는 -_-;;; 진 주인공 같은 악당이니...카리스마 넘치다가도 찌질해 보이고 지적인것 같다가도 완전 즉흥적인 상반된 매력을 갖는 광인 한스 피터가 작품을 멱살잡고 끌어 간다고 생각된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카리 모라의 활약이 미비한건 조금 아쉽기도 하다. 중간 중간 과거 콜롬비아무장혁명군으로 있던 유년시절의 불행하고 참담한 기억들을 회상하면서 뭔가 굉장한 포텐을 숨겨두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데 막상 스포트라이트는 악당들이 가져가버리니 그녀의 리미트 해제된 활약은 다음을 기약해야 할까?...그녀의 팔목에 입은 흉측한 흉터의 진상도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건지....더불어 그녀를 찾아온 마이애미 경찰 테리와의 공조도 그려질 수 있을지....



13년의 공백을 깨고 천만 달러가 넘는 천문학적인 선인세를 기록하며 발표한 이 작품, 비밀스러운 과거를 간직하고 있는 신비로운 여성 카리 모라를 통해 작가는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어떤 빅픽처를 그리고 있을지, 한니발 시리즈를 뛰어넘을 새로운 시리즈의 첫 스타트가 될지 궁금해진다. 살포해 놓은 떡밥들을 생각해 봤을때 분명 속편은 나와줘야 되는데....설마 다음편도 십수년이 지나서 나오는건 아니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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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니 메일러 실종사건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스테파니 메일러 실종사건 (2019년 초판)

저자 - 조엘 디케르

역자 - 임미경

출판사 - 밝은세상

정가 - 18000원

페이지 - 728p



It's Fantastic!!

So Amazing!!!!



이거슨 진정한 매직이다. 720 페이지의 벽돌이 한순간에 순삭되고 책을 펴드는 동시에 수시간이 뭉텅이째 사라지는 타임워프를 경험하게 되는 책. 육중한 분량을 잊게 만드는 압도적 몰입감! 진공 청소기 처럼 빨아들이는 강렬한 흡인력! '역대급'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초역대급 추리소설 [스테파니 메일러 실종사건]이다.   



1994년 8월 1일 <오르피아크로니클> 기사


오르피아에서 살인사건 발생

시장 일가족 포함 4명이 살해된 시신으로 발견되다!

토요일 저녁, 오르피아 시장 조셉 고든과 그의 부인, 10세인 아들이 자택에서 살해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시장 일가족 이외의 희생자는 32세의 메간 패들린으로 밝혀졌다. 네 번째 희생자인 메간은 살해당하기 직전까지 조깅 중이었고, 시장 자택 앞 길 한가운데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네 번째로 희생된 메간은 시장 일가족 살해현장의 목격자로 추정된다.




1994년 11월 <오르피아크로니클> 기사


경찰 영웅 표창

데렉 스콧 형사가 살인용의자 체포과정에서 동료 경찰 제스 로젠버그 형사의 생명을 구한 공로로 뉴욕 주 경찰본부에서 표창을 받았다. 그 당시 추격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추락사고로 숨진 용의자 테드 테넨바움은 이번 여름 오르피아에서 발생한 4인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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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뒤 ----


20년간 백퍼센트 검거율을 자랑하는 형사 제스 로젠버그는 은퇴를 일주일 앞둔 은퇴 환송식에서 자신을 스테파니 메일러라 소개하는 <오르피아크로니클>지 여기자를 만난다.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20년전 제스가 맡아 해결한 첫 살인사건이 결정적 수사오류를 범했다 말하고 자신은 사건의 진실에 거의 근접했다고 말하는 당돌한 여기자를 애써 무시 하지만 이후 그녀의 말이 내내 가슴 한켠에 가시처럼 걸리던 제스에게 며칠뒤 실종신고가 들어온다. 실종된 사람은 바로 은퇴식에서 마주했던 스테파니 메일러 기자였으니...20년전의 일가족 살인사건과 여기자 실종사건에 모종의 연관이 있음을 확신한 제스는 그길로 뉴욕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인 사건의 무대 오르피아로 달려가는데....



1994년 발생한 무차별 4인 총격 살인사건 

2014년 발생한 스테파니 메일러 실종사건

사건 담당 형사의 재수사를 통해

20년 만에 드러나는 참혹했던 그날의 진실 

얼굴없는 연쇄살인마의 정체는 누구인가?!!!!!!



추리 소설을 접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에 추리장르에 대한 장르적 지식은 얕지만 그래도 그동안 봐온 작품들을 생각해보면 진행 스타일에 따라 약간의 분류가 되는것도 같다. 최소한의 등장인물이 등장하여 사건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 몰입하게 만드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새로운 이벤트를 발생하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현혹시키는 작품도 있다. 굳이 이 작품을 따지자면 후자쪽에 가까운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것 같다. 20년전의 살인사건과 현재의 실종사건 그리고 이후 벌어지는 연쇄살인들 사이에 (꽤 많은) 사건관련자들의 행적들을 파헤치고 각자가 이야기하는 진술들을 수사하면서 이들의 이야기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의심하고 복기하게 만든다. 도저히 실체가 잡히지 않을것 같던 범인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이 사건이 얼마나 복잡하게 꼬여있는지, 이 수 많은 캐릭터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그 치밀하고 복잡한 플롯에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오로지 연쇄살인, 실종으로만 720페이지를 채웠다면 그것만큼 기나긴 암울도 없었으리라. 작가는 연쇄살인 외에 연극제라는 소재를 추가하여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와 갈등에 따른 입체적이고 다층적 캐릭터를 투영하여 특유의 웃픈상황을 그려낸다. 20년전 오르피아 연극제 개막식날 살해당한 고든 시장 일가족, 20년뒤 연극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극작가는 자신의 연극에서 20년전 일어난 일가족 살해사건의 진범이 밝혀지리라 매스컴 앞에서 공언하며 개막이 불과 4일 남은 상태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연기자를 모집한다. 작품에서 살인과 연극은 때려야 땔 수 없는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연쇄살인마의 손에 줄줄이 죽어나가는 상황에 시장은 권력 유지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연극제를 강행하고, 누군가는 일약 대스타라는 허황된 부푼 꿈을 안고 말도 안되는 오디션에 도전하고, 누군가는 연극의 성공을 위해 누군가를 제물로 바치려하는 눈물나게 미쳐버린 상황. 웃음과 광기 그리고 비리와 살의가 공존하는 오르피아는 블랙유머 가득한 범죄의 도시 고담을 떠올리게 한다. (개막극 연극 제목부터 이미 고담을 떠올리게 한다.)



총 3부로 나뉘는 작품에서 각 부의 핵심 단어를 꼽자면 1부는 실종, 2부는 연극, 3부는 진실이다. 여기자의 실종으로 시작된 사건이 요란한 연극제와 맞물리면서 걷잡을 수 없이 가속도를 받고 마침내 수많은 떡밥과 복선을 뒤로하고 694페이지 만에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작가 '조엘 디케르'의 이름은 가슴속에 깊이 아로 새겨진다. 이렇게 많은 캐릭터와 그들의 개인적 사연들이 전혀 막힘없이 머리속에 그림같이 정리되는 경이의 필력. 기름 바른듯 스무스한 전개. 거침없는 미스디렉션으로 독자를 농락하는 대담함. 그리고 이 모든 재미가 집약된 작품을 분권없이 단돈 18,000원으로 출간한 출판사의 패기!! 부디 두꺼운 분량에 지레 부담 갖지는 말길 바란다. 프롤로그를 끝낸 순간 마지막 페이지까지 초고속 예약하게 될테니.....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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