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세계 블랙 로맨스 클럽
아이작 마리온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타오르는세계 (2018년 초판)
저자 - 아이작 마리온
역자 - 박효정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5800원
페이지 - 671p



잿더미로 불타버린 세계 속에서 피어오른 작은 희망의 불길


바야흐로 기존의 틀에박힌 좀비물의 한계를 넘어 좀비장르의 새로운 특이점을 가져온 문제작이자 좀비와 인간의 로맨스라는 신박한 설정으로 헐리우드 영화로 제작되어 열광적 반응을 이끌었던 [웜 바디스]의 속편이 출간되었다. 전작에서는 굶주림에 허덕이며 살아있는 식량을 찾던 좀비에서 의식을 갖고 인간의 모습으로 서서히 변화하는 R과 그런 R과 마음을 나누던 여성 줄리와의 기묘한 로맨스가 이야기의 중심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좀비의 모습을 벗어나 인간과 좀비 사이 중간에 끼어버린(좀비 보다는 인간에 더 가까운) R이 이권과 욕망을 위해 인간들끼리 서로 피흘리며 대립하는 모습을 한발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보며 인간에 대해 고찰하는 모습이 숨가쁘게 그려진다. 식욕 이외의 욕구는 없었던 좀비가 바라본 인간들의 잔혹한 세상은 어떻게 비춰졌을까....



인간의 생활을 학습하며 줄리와 함께 살고 있는 R은 아직 적지않은 사람들이 적대시 하지만 그런대로 사람들과 함께 녹아들어 생활한다. 어느날 마을로 헬리콥터와 함께 밴을 타고 찾아온 의문의 넥타이 3인방은 자신들을 조직 액시엄이라 밝히며 이미 살아남은 많은 지역을 자신들의 보호아래 두었고, 막강한 화력과 인력을 바탕으로 이 마을의 보호를 빌미로 강제적으로 마을의 자치권을 넘겨달라고 협박한다. 마을의 수장이었던 로소는 제안을 거부한 댓가로 죽음을 맞고 마을은 액시엄의 직접적 탄압으로 쑥대밭이 되버린다. 반항하던 줄리와 R, 마을의 좀비의사 노라는 액시엄일당에게 잡혀들어 강제격리 당하고, '죽은 자'에서 '거의 죽은 자'로 돌아온 R에 대해 흥미를 보인 액시엄은 R이 좀비들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키메이커라 여기고, 액시엄에 협조하도록 잔혹한 고문을 시작하는데....



일단...[워킹데드]등의 여러 좀비물 처럼 앞부분은 평범했던 일상이 한순간 무너지고 좀비때들로 아수라장이 되버리는 포스트아포칼립스의 묵시록적 광경으로 눈길을 사로잡지만 이야기의 심화를 위해선 필수불가결로 인간과 인간간의 대립이 빠질 수 없는 요소라 생각된다. 속편인 이 작품 역시 거대 조직 액시엄을 갈등의 중심으로 설정하고 '거의 죽은

자'들을 이용하여 실권을 잡기 위해 벌이는 끔찍한 생체실험과 학살장면들을 대두하면서 좀비보다 무섭고 공포스러운
존재는 결국 인간이라는 사실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좀비에서 인간으로 성공적으로 돌아온 R과 줄리의 좀비때들을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해 벌이는 소통의 노력들과 대비하여 좀비들을 묶어놓고 노예로 부리는 액시엄의 상반되는 행위들...그리고 그 두가지 모습들을 직접 목도하는 R의 혼란스러운 감정이 페이지 가득 들어차있다.



그와 함께 의문에 휩싸인 액시엄의 목적과 정체 그리고 좀비가 되기 이전 서서히 기억을 되찾아가는 R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멸망을 향한 파국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친다. 액시엄과 대적하며 살기위해 발버둥치는 줄리,R 크루들의 박진감 넘치는 고군분투도 볼거리지만 장르물에서 흔하다면 흔한, 한번 선인은 끝까지 선인으로 그리는 단편적 인간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목적을 위해 서슴없이 동료를 향해 총탄을 날려버리는 줄리의 복잡하고 다중적인 인간상이 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과 충격이 작품을 더욱 집중하고 몰입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뭐랄까...정황상 잘못된 일이란걸 알면서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줄리의 감정이 이해되면서도 욕하게 되는 복잡한 심정이랄까..-_-;;;



이야기 자체는 이제 좀비로서 끊임없는 살육을 탐하는 '죽은 자', 어느정도 정신을 차리려 하지만 좀비의 습성이 더 강하게 남아있는 '죽은 자', 그리고 R처럼 인간의 의식을 거의 되찾은 '거의 죽은 자'로 나뉘면서 좀비와 인간 사이의 과도기적 단계로 접어든다. 인간의 의식을 찾으려하는 좀비들을 인간으로 바라보고 위험을 무릎쓰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것인지 아니면 폐허가 된 도시를 재건하기 위한 희생양이자 밑거름으로 사용해야 할지 작품을 읽는 독자들도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드는것 같다.



이 시리즈도 3부작을 염두에 두고 있는건지는 모르겠으나 아쉽게도 R과 줄리 VS 액시엄과의 전쟁은 이번편에서 끝나지 않는다. 흐릿하던 기억의 파편들을 이제서야 모아서 자신의 정체를 깨달은 R이 드디어 뭔가 해내겠구나 생각하는 순간 2편이 끝나버리니...내내 도주만 해오던 R과 줄리 일행의 일대반격이 펼쳐질 다음편이 너무나 궁금해진다...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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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베첸토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레산드로 바리코 지음, 최정윤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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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베첸토 (2018년 초판)

저자 - 알레산드로 바리코

역자 - 최정윤

출판사 - 비채

정가 - 9800원

페이지 - 91p



영혼을 연주한 천재 피아니스트



배에서 내리지 않고 평생을 보낸 전설이 피아니스트....그것만으로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연극을 목적으로 쓰여진 작품이자 연극과 영화등으로 많은 인기를 누린 작품으로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의 원작이라 한다. 물론 나로선 처음 듣는 영화이고 연극이지만 가공의 인물일지라도 그가 보냈을 일생 하나만은 꽤나 흥미롭게 다가온다. 배위...정확히는 피아노 위에 놓인 레몬 상자 안에서 발견되 평생을 자신이 발견된 배안에서 지내고 죽음의 순간까지 배안을 고집했던 피아니스트 '대니 부드먼 T.D. 레몬 노베첸토'의 기이하고 재즈처럼 흥겨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대륙과 대륙을 오가며 수많은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대형 유람선 버지니아호에서 갓난아기가 발견된다. 그랜드 피아노 위 레몬 상자속에서 우렁차게 울어대는 아기를 발견한 대니는 아이에게 자신의 이름과 레몬 상자에 쓰여있던 글자를 따 '대니 부드먼 T.D. 레몬 노베첸토'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자신의 아들로 키운다. 노베첸토가 8살이 되던해 대니는 사고로 목숨을 잃고...선장은 노베첸토를 땅으로 내리기로 마음 먹는다. 드디어 육지에 정박하고 노베첸토를 찾지만...정박기간동안 배의 모든곳을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 노베첸토...결국 배는 다시 출항하고...출항 이틀뒤 아무일도 없었던듯 노베첸토는 다시 나타나 멋들어진 피아노 연주로 승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결국 피아노 연주로 버지니아호에서의 생활을 허락받은 노베첸토....시간이 흘러 그의 명성은 전설화되어 육지로 퍼져 나가기 시작하는데.....



연극으로 쓰인 모놀로그 답게 실제 등장인물들의 행동등의 지문이 함께 하고 흥겨운 재즈가 함께 하는 음악연극답게 대사 또한 상당히 경쾌하고 리드미컬하다. 마치 글로 쓰인 재즈를 보는듯한 느낌의 즉흥적이고 흥분하여 상기된 감정이 전해지는데 그런 작품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다소 판타지에 가까운 노베첸토의 에피소드들이 흥을 더해주는 느낌이다. 출생부터 피아노를 처음친 여덟살의 에피소드도 비현실적인 판타지이지만 여러 에피중 가장 으뜸인 백미는 실존 재즈 피아니스트 '젤리 롤 모턴'과 노베첸토와의 1대1 피아노 결투가 가장 흥미로운 에피로 꼽을 수 있을 것같다.



당대 최고의 실력으로 재즈 피아노의 창시자라 불린 젤리 롤 모턴이 우연히 노베첸토의 신들린 실력을 전해듣고 그와 대결하기 위해 직접 버지니아호에 올라타 배틀을 펼친다. 각자의 연주로 선공과 후공을 번갈아가고...선공의 젤리 롤 모턴이 담배불을 붙여 피아노 위에 올려놓고 연주를 시작해 연주가 끝나니 절반이 재로 변한 담배에서 재가 떨어지지 않고 담배 모양으로 계속 타들어 가는 신기한 일을 묘사하여 일종의 암시를 걸더니, 막공 담배를 피우지 않는 노베첸토가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똑같이 피아노 선반의 끝에 걸쳐 놓고 마치 네 개의 손이 연주하는듯 미친듯한 초고속 연주를 마치고, 얹어놓았던 담배를 드니 어느새 담배에 불이 붙어 있더라는...!!!!! 충격적 장면을 선공의 대구로 사용하니 ㅎㅎ 이 어찌 전설을 연주하는 판타지한 배틀이 아니겠는가?...거의 극한의 무공대결을 펼치는 초고수 무술인들의 대결이 연상되는 ㅎㅎ..하지만 이런 에피는 이게 다가 아니다...



떠다니는 배 위에서 인생을 연주하고 그의 연주를 듣는 함께하는 이들의 눈으로 세상의 모든것을 바라본 남자. 노베첸토의 기묘하고도 신비한 인생이 흥겨운 재즈의 리듬에 올라타 시종일관 엉덩이를 들썩이는 경쾌함을 전해주는 작품이다. 단지 글만으로 이런 흥겨운 음악을 들리게 하는 작가의 천재적 센스와 문장력에 흠뻑 취하게 된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라 불리는 피아노 재즈와 함께 읽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독서가 될듯한 작품이다. 짧지만 실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모놀로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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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도둑 가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6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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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도둑가족 (2018년 초판)

저자 - 고레에다 히로카즈

역자 - 장선정

출판사 - 비채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58p



어떤 가족보다 진정한 가족이었던...



일본의 유명 감독으로 먼저 이름을 접했던 작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이자 지난달 개봉했던 [어느 가족]의 원작 소설인 [좀도둑 가족]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출생시 뒤바뀐 아들을 모르고 키워왔던 두 가족을 통해 자신의 피로 이어진 가족과 그렇지 않은 가족간의 관계에 대해 고찰하며 진정한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는 혈연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던 영화로 접한것이 감독과의 첫 만남이다. 그런데 이번 원작 역시 먼저 접했던 영화와 마찬가지로 불편한 상황에서 모인 미묘한 가족관의 관계에 대한 연장선격인 작품이었다. 전혀 피가 섞이지 않은 타인들로만 이루어진 기묘한 가족의 이야기...하나둘 벗겨지는 그들의 사연들 속에서 누구보다 진한 가족애를 느끼고 뭉클함과 안타까움을 경험하게 하는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할머니 : 하쓰에

아빠 : 오사무

엄마 : 노부요

이모 : 아키

아들 : 쇼타

딸 : 유리



고층 멘션이 들어선 멘션밀집지역 한복판...멘션에 가려져 빛 한점 못받고 손바닥 만한 하늘 아래 오롯이 자리잡고 있는 낡은 단층건물 한채...그곳에 기묘한 가족이 살고 있다. 성한 이 하나 없이 잇몸으로만 음식을 빨아먹고 가족들이 불쾌해 하는 일만 골라서 하며 가족들의 싫은 반응을 즐기는 고집불통 할머니 하쓰에, 아이 같은 장난기로 가장의 책임감 보다는 하루를 즉흥적으로 사는 좀도둑 오사무, 세탁공장에서 고된일을 하며 가족을 챙기는 엄마 노부요, 풍속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엄마의 이복동생 아키, 열살임에도 불구하고 아빠와 함께 2인 1조로 마트에서 생필품을 훔치며 생계형 범죄에 발을 들인 책임감 있는 아들 쇼타, 그리고 부모의 학대를 받고 문밖에 방치되던 다섯 살의 어린 소녀를 데려와 돌보다 가족의 일원이 된 막내딸 유리까지...우리 곁에 살고 있지만 평범하지만은 않은 어느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학대, 바람, 무관심, 유기방관, 비교, 열등감....아무리 가까운 가족간이라도 불화의 소지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매일 보는 얼굴이기에 차마 남에게는 하지 못하는 상처되는 말을 서슴없이 할 수도 있고, 은밀한 폭력도 얼마든지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처들로 만신창이가 되버린 사회에서 도태된 약자들이 우연한 계기로 가족이 되고...언제 발각될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도 친가족들에게선 느껴보지 못했던 작디 작은 가족의 정에 진심으로 감동받고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하는...어찌보면 꽤나 감동적인 휴머니즘 드라마로 보이는것도 같다. 하지만 그런 단순한 감동 휴먼드라마로 볼 수 없게 만드는게 각자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된 계기와 속내의 진실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자신의 아들로 알고 십년간 애지중지 키워왔던 아들이 사실은 다른 아들과 뒤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본래의 가정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정을 끊어내려 하는 아버지에게 흐르던 불편하면서도 미묘한 감정선이 이 작품에서도 역시 끈끈하고 진정한 가족같은 유쾌함과 화목함이 그 이면에 숨겨진 불쾌한 진실과 맞물려 작품 전반에 걸쳐 불안정한 감정선이 흘러 넘치게 만든다. 



필요에 의해 부모와 자식을 선택한 가족만이 갖을 수 있는 기대감 없는 완전한 만족감...비록 가난하고 가진것 없지만 정신적으로 완전한 가족과 살인과 도박, 유괴, 절도위에 세워진 사상누각 처럼 위태로운 불법 집합체 가족의 섞일 수 없는 상반된 가족의 이미지가 훌륭하게 섞이면서 진정한 가족에 대한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작품이라 생각된다. 일생동안 잠시 느꼈던 행복이지만...끝을 알면서도 그럴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가족에 대한 굶주림에 공감하고 결국 도래한 파멸의 결말 뒤에 새롭게 태동하는 희망의 날개짓에 진심으로 응원하게 만드는...그런...어느 가족의 이야기였다. 어찌보면 '사카모토 유지'의 [마더](국내에선 '이보영'이 주연으로 나왔던 드라마)와 흡사한 느낌의 작품인것도 같다. 친부모 이상의 끈끈한 정으로 묶인 가족의 이야기...두 작품을 비교하며 보는것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 71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가족드라마의 마스터피스가 빈말이 아니었음을...짧지만 정말로 묵직한 여운을 주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상처받은 자들에게 위로를 주는 그런 '좋은' 작품이었다. 담담한 시선으로 이 가족을 어떻게 화면에 담아냈을지 궁금해진다. 꼭 영화로도 감상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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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침묵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4
해도연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위대한침묵 (2018년 초판)_그래비티픽션-04

저자 - 해도연

출판사 - 그래비티북스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98p




한국 하드SF로의 도전




머....국내 SF를 전부 읽은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작품중 기억에 남는 하드SF 작품이 있었는가 물어본다면, 기억에 남는 하드SF는 단  한편도 없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SF덕후로서 덕후 부심을 부리는게 아니라 정말로 현존하는 과학 이론들로 무장하여 한치의 빈틈없이 꼼꼼히 설정된 과학적 사고실험의 SF는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다. 영미쪽 하드SF 작품들 처럼 찔러도 피한방울 나오지 않을 정도로 감정이 배제된 사실적 과학이론으로 무장한 작품이 왜 국내에는 없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는데....드디어...기다리고 기다리던 한국형 하드SF 작품이 출간되었다. 

대놓고 당당하게 뒷표지에 '한국형 하드SF'를 박아서 출간한 출판사의 자신감이 기대감을 증폭시키면서...나름 SF덕후로서 매의 눈으로 읽어보았다.

 


1. 위그드라실의 여신들

에우로파의 열수구 속 외계생물 '아스'에 대해 조사활동을 펼치는 세실리아, 마야, 수미는 일곱개의 분출구를 조사하면서 각 열수구 마다 독자적으로 진화된 다양한 생명의 흔적들에 놀라워한다. 열수구의 오염을 우려하여 외각에서 간접적인 조사만을 하던 연구원 앞에 가니메데의 연구원 제롬이 방문하면서 평화롭던 분위기에 파문이 일게 된다. 중국에 떨어진 운석에서 시작된 창사 바이러스가 지구의 식물들을 괴사 시키고, 더 나아가 곤충들까지 급속도로 죽이는 치명적 바이러스로 돌연변이 하면서 언제 인간에게 영향을 미칠지 모를 위기에 처하고, 바이러스의 유전자 구성이 에우로파 

연구원들이 조사하고 있는 열수구중 한 곳의 열수구에 서식중인 '아스'와 같은 기원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류의 존속을 놓고 더이상 열수구의 오염을 걱정하면서 조사할 여유가 없다. 제롬의 거듭된 설득 끝에 연구진은 무인 수중 탐사선을 열수구로 띄우는데.....

- 목성과 위성인 에우로파의 세계수가 연상되는 생명 탄생의 비밀과 인간과 '아스'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가 신화적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인간의 전뇌를 통한 생명의 영속을 절묘하게 녹여낸다. 얼음으로 뒤덮이고 그 아래는 물로 구성되어 있을거라는 에우로파의 환경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행성의 환경에서 비롯되는 미지의 생태계와 인간의 조우는 신화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2. 따뜻한 세상을 위해

인공지능의 비약적 발달은 사람들의 생활패턴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무에서 시작하여 사용자의 패턴을 습득하며 학습하는 인공지능의 시간 단축과 번거로움을 없애고자 사용자의 두뇌를 스캔하여 사용자의 니즈를 최대로 반영하는 개인 인공지능 비서가 개발되고 '나'는 신기술 주다스의 베타 테스터로 '나'의 뇌를 스캔하여 만들어진 비서 아가사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 '나'의 취향을 최대한 반영하여 모든 일들을 제안하는 아가사 덕분에 생활은 한층 편하고 풍요로워 지는데, 우연히 들른 휴게소에서 '나'를 쳐다보는 낯선남자의 시선에서 아릇한 기분을 느끼지만 아가사는 애써 낯선 남자를 무시하는듯 한데.....

- 반려자로서의 인공지능에 대한 작품 [블레이드 러너 2049]에 나오던 인공지능 애인 같은 소재의 작품인줄 알았는데 중반부터 반전이 일어나면서 SF 스릴러로 분위기가 급변한다. AI 회사와 사용자간의 베일이 드러나면서 기대치를 높이더니 느닷없이 허무하게 끝내버려 아쉬운 작품이다.    



3. 위대한 침묵

우연히 우주에서 발견한 중력파에서 외계 문명의 신호를 포착한 인류는 중력파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을때 중력파가 속해있는 미소공간에 풍부하게 분포된 반물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원자력 폭발사고였던 플루토늄 5년 사고 이후 에너지난에 허덕이던 인류에게 무한한 에너지의 보고인 반물질의 사용은 실로 획기적인 발견과 다를바 없었고, 다국적 에너지기업 인텍사에서 지구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마침내 달기지에 중력파 발생 기지를 건설하고 시험운행 초읽기를 하게 된다. 인텍사의 홍보부서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미후는 갑자기 부사장의 호출을 받고 부사장실로 가고,

그곳에서 깜짝놀랄 제안을 받게 되는데......

- 그래...왜 이 작품이 이 책의 표제작이 되었는지 알겠다. 사실 앞선 두 작품에서 전혀 하드SF의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 할 뿐더러 상식수준의 단어에 주석을 달아 놓는걸 보면서 설마 이정도로 국내 하드SF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가 라고 반신반의 했었는데....그런 우려와 불신을 종식시키는 작품이었다. 그래...이 단편은 정말 하드SF라고 인정 할만한 작품이었다. 정말로 주석이 필요한 물리학 이론들과 인류를 진일보시킬 반물질이란 신에너지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대두하면서 등장인물들의 엇갈리는 목적과 행동 속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과 반전의 묘미를 주는 작품이었다. 독자들이 어려워할까봐 곳곳에 설명충들을 배치하고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스토리를 전개하려는 배려 덕분인지 하드SF임에도 어려움 없이 오롯이 작품을 즐길 수 있었던것 같다. 제목이 주는 숨겨진 의미, 절체절명의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인간의 갈등...그리고 묵직한 결말....완전 GOOD!!



4. 마리 멜리에스

인공 뇌를 연구하는 연구소에서 기억을 잃고 자원한 여성 마리가 깨어난다. 그녀를 돌보면서 상태를 살피는 연구원 유진과 함께 연구소 근처 아름다운 마리 멜리에스 계곡으로 가보자고 제안하는 마리...마리와 유진은 계곡으로 향하고, 유진은 마리에게 진실을 이야기 하는데....

- 이 책에 실린 작품중 가장 서정적 단편인데, 나와는 가장 안맞는 작품이었다. -_-;;; [위대한 침묵]을 제외하고 나머지 3편이 뇌와 관련된 작품이라는게 특이하게 다가왔다. 



사실 처음 출판사에서 한국형 하드SF가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장편SF를 예상했는데, 막상 출간된 책을 보고 4편의 단편으로 묶인 SF단편집이란 사실에 약간이나마 실망한건 사실이다. 하지만 작품을 다 읽고 느낀건 단편이지만 꽤나 만족스러운 퀄리티의 작품이었다는 사실이다. 정말로 하드SF라 부를 만한 작품은 단 한편이지만 이 한편이 주는 스토리적 재미와 탄탄한 과학적 배경은 그동안 국내 SF에 가졌던 편견을 압도하고도 남을 정도이니...부디 후속작은 더욱 완성된 장편 하드SF로...양손 따봉을 날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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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 - 호러 앤솔로지
이토 준지 외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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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 (2018년 초판)

저자 - 이토 준지, 타카하시 요스케, 이누키 카나코, 아마갓파 쇼죠군, 히노 히데시, 오사다 노오토, 노로이 미치루

역자 - 이은주

출판사 - 미우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08p



치명적 공포가 나도 모르게 보이지 않는 사각으로 침범한다.



'이토 준지'의 신닥 단편이 포함된 공포호러 앤솔러지 단편집이 출간되었다. '이토 준지'빠로서 단 한편이지만 그의 신작을 볼 수 있다는 마음에 지체없이 구매버튼을 눌러버렸다. -_- 덮어놓고 사놓고 봤더니...'이토 준지'외에도 학창시절 일본 공포만화를 섭렵했을 당시 봤었던 낯익고 반가운 이름들이 줄줄이 보이니...일본에서 내노라 하는 공포만화의 대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레전드 공포 앤솔러지인 것이다.....공포의 사각지대...인간의 공포심리를 자극하는 9편의 작품들을 만나보자....



1. 백설공주 - 이토준지

2014년 12월호 만화 그림동화에 실린 작품이라고 한다. 동화 [백설공주]의 기본설정에서 공주에게 질투를 느끼는 여왕이 공주에게 가하는 학대의 수위가 한층 높아진 작품이다. 거울의 아부에 맛들려버린 여왕이 아름다운 백설공주를 질투하여 잔인하게 죽여버리지만....좀비처럼 계속 일어나는 공주의 모습이 그로테스크하게 그려진다...작가의 작품 치고는 SO SO한 수준인데, 일단 작가의 신작을 봤다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2. 프롤로그로 끝나는 이야기 - 타카하시 요스케

그림체가 어딘가 낯익다 싶었는데, 학창시절 봤었던 [공포학교]를 그렸던 작가의 신작이다. 의문의 소녀에게 능력을 선물받은 소년....그녀가 건넨 능력은 이계의 유령들이 보이고 그 유령들을 퇴마할 수 있는 능력이었던 것...졸지에 퇴마사가 된 소년이 내린 결정은....영계 코믹단편이었다.



3. 심령내과 - 이누키 카나코

역시 학창시절 [학교괴담]으로 알게된 작가의 신작이다. 만화대여점 시절 이 작가의 장편과 단편은 모두 봤었는데, 동글 동글하고 귀여운 여성향 그림체이지만 인간의 심약한 부분을 정서적, 심리적으로 파고드는 공포만화 작가였던걸로 기억된다. 텅빈 방안 정신과 의사와 그를 찾아오는 어딘가 불안정한 환자들....그들의 치료가 시작된다....심리공포 단편이었다.



4. 문학청년 - 아마갓파 쇼죠군

앞선 올드한 그림체에서 갑자기 현대식 세련된 그림체가 나와서 놀란 단편이다. 처음 보는 작가이고, 네이버를 검색해도 작가의 이름으로 검색되는 작품이 없는걸 보면 신진작가인가?...-_-;; 어쨌던 도서관에 홀연히 등장하여 책을 읽는 도서관 유령과 관련된 그로테크스크하고 호러블한 작품이었다. 반전도 있고 꽤나 강렬하고 기분 더러워지는 작품이라 만족스러웠다는....



5. 서커스 기담 : 귀사모와 귀모아 - 히노 히데시

고전 공포만화의 제왕...'히노 히데시'의 1987년작이다. 46년생으로 아직도 작품활동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최신작을 보고 싶었는데..흠....일단 작가의 작품은 시공사에서 나온 걸작선 [지옥도], [붉은 뱀], [죠로쿠의 기묘한 병] 3권과 그전에 국내 서울창작에서 출간된 [공포의 갤러리], [장육의 기병], [지팡구 나이트] 3권의 단편을 소장하고 있으나 여기 실린 단편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에 실려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_- 근데 낯익은걸 보니 본것 같기도 하고...이 단편에도 어김없이 작가의 분신이자 페르소나인 기형아 소년이 등장하여 자신의 저주받은 운명에 맞서려 노력한다. 



6. 기분 나쁜 그림책 - 노로이 미치루

역시 이 단편집으로 처음 접하는 작가이다. 저주받은 기괴한 그림책을 통해 기묘한 환상을 겪게 되는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다. 소재는 괜찮은데 그림체가 너무 얌전하달까...-_-



7. 어둠의 여자들 - 이누키 카나코

'이누키 카나코'의 작품이 두 편이나 실려있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비밀을 가진 주부들의 이야기이다. 바람피는 남편에게 내리는 천벌이나 바가지만 긁는 주부의 최후 같은 일상 호러가 그려진다.



8. 새장의 새 - 오사다 노오토

역시 처음 접하는 작가인데, 그림체만 놓고 보자면 정말로 올드하고 독특한 그림체를 보인다. 밤마다 괴롭힘을 당하는 소녀와 그 소녀를 도와주는 소년의 이야기이다. 그냥 기묘한 이야기 정도의 작품이랄까....내용이나 그림이나 실망스럽다.



9. '너구리'시작했습니다. - 타카하시 요스케

짧지만 강렬한 초단편이자 이 단편집에 실린 작가의 두 번째 단편이다. 꿈에서 깨도 악몽이 이어지는 꿈속의 꿈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다. 짧지만 아이디어도 좋았고 괜찮았던 작품...



정말로 네임드 작가의 작품들을 오랜만에 다시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 학창시절 대여점을 통해 추억의 한부분으로 자리잡았던 공포만화 작가들이라 너무 좋았는데, 어찌됐던, 그림체 자체는 상당히 올드한 작가의 작품들이라 추억보정 없이 요즘 세대들이 접했을때는 어떤 평가를 내릴지 미지수다. 지금 나오는 공포만화는 훨씬 잔인하고 자극적이고 소재나 설정 또한 지금의 현실을 반영하기에 이 단편집 [사각]과는 약간 차이가 있을것 같다. 여름밤을 수놓는 공포의 향연...무더운 여름에 참으로 어울리는 단편집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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