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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도둑 가족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6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평점 :
좀도둑가족 (2018년 초판)
저자 - 고레에다 히로카즈
역자 - 장선정
출판사 - 비채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58p
어떤 가족보다 진정한 가족이었던...
일본의 유명 감독으로 먼저 이름을 접했던 작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이자 지난달 개봉했던 [어느 가족]의 원작 소설인 [좀도둑 가족]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출생시 뒤바뀐 아들을 모르고 키워왔던 두 가족을 통해 자신의 피로 이어진 가족과 그렇지 않은 가족간의 관계에 대해 고찰하며 진정한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는 혈연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던 영화로 접한것이 감독과의 첫 만남이다. 그런데 이번 원작 역시 먼저 접했던 영화와 마찬가지로 불편한 상황에서 모인 미묘한 가족관의 관계에 대한 연장선격인 작품이었다. 전혀 피가 섞이지 않은 타인들로만 이루어진 기묘한 가족의 이야기...하나둘 벗겨지는 그들의 사연들 속에서 누구보다 진한 가족애를 느끼고 뭉클함과 안타까움을 경험하게 하는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할머니 : 하쓰에
아빠 : 오사무
엄마 : 노부요
이모 : 아키
아들 : 쇼타
딸 : 유리
고층 멘션이 들어선 멘션밀집지역 한복판...멘션에 가려져 빛 한점 못받고 손바닥 만한 하늘 아래 오롯이 자리잡고 있는 낡은 단층건물 한채...그곳에 기묘한 가족이 살고 있다. 성한 이 하나 없이 잇몸으로만 음식을 빨아먹고 가족들이 불쾌해 하는 일만 골라서 하며 가족들의 싫은 반응을 즐기는 고집불통 할머니 하쓰에, 아이 같은 장난기로 가장의 책임감 보다는 하루를 즉흥적으로 사는 좀도둑 오사무, 세탁공장에서 고된일을 하며 가족을 챙기는 엄마 노부요, 풍속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엄마의 이복동생 아키, 열살임에도 불구하고 아빠와 함께 2인 1조로 마트에서 생필품을 훔치며 생계형 범죄에 발을 들인 책임감 있는 아들 쇼타, 그리고 부모의 학대를 받고 문밖에 방치되던 다섯 살의 어린 소녀를 데려와 돌보다 가족의 일원이 된 막내딸 유리까지...우리 곁에 살고 있지만 평범하지만은 않은 어느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학대, 바람, 무관심, 유기방관, 비교, 열등감....아무리 가까운 가족간이라도 불화의 소지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매일 보는 얼굴이기에 차마 남에게는 하지 못하는 상처되는 말을 서슴없이 할 수도 있고, 은밀한 폭력도 얼마든지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처들로 만신창이가 되버린 사회에서 도태된 약자들이 우연한 계기로 가족이 되고...언제 발각될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도 친가족들에게선 느껴보지 못했던 작디 작은 가족의 정에 진심으로 감동받고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하는...어찌보면 꽤나 감동적인 휴머니즘 드라마로 보이는것도 같다. 하지만 그런 단순한 감동 휴먼드라마로 볼 수 없게 만드는게 각자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된 계기와 속내의 진실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자신의 아들로 알고 십년간 애지중지 키워왔던 아들이 사실은 다른 아들과 뒤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본래의 가정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정을 끊어내려 하는 아버지에게 흐르던 불편하면서도 미묘한 감정선이 이 작품에서도 역시 끈끈하고 진정한 가족같은 유쾌함과 화목함이 그 이면에 숨겨진 불쾌한 진실과 맞물려 작품 전반에 걸쳐 불안정한 감정선이 흘러 넘치게 만든다.
필요에 의해 부모와 자식을 선택한 가족만이 갖을 수 있는 기대감 없는 완전한 만족감...비록 가난하고 가진것 없지만 정신적으로 완전한 가족과 살인과 도박, 유괴, 절도위에 세워진 사상누각 처럼 위태로운 불법 집합체 가족의 섞일 수 없는 상반된 가족의 이미지가 훌륭하게 섞이면서 진정한 가족에 대한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작품이라 생각된다. 일생동안 잠시 느꼈던 행복이지만...끝을 알면서도 그럴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가족에 대한 굶주림에 공감하고 결국 도래한 파멸의 결말 뒤에 새롭게 태동하는 희망의 날개짓에 진심으로 응원하게 만드는...그런...어느 가족의 이야기였다. 어찌보면 '사카모토 유지'의 [마더](국내에선 '이보영'이 주연으로 나왔던 드라마)와 흡사한 느낌의 작품인것도 같다. 친부모 이상의 끈끈한 정으로 묶인 가족의 이야기...두 작품을 비교하며 보는것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 71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가족드라마의 마스터피스가 빈말이 아니었음을...짧지만 정말로 묵직한 여운을 주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상처받은 자들에게 위로를 주는 그런 '좋은' 작품이었다. 담담한 시선으로 이 가족을 어떻게 화면에 담아냈을지 궁금해진다. 꼭 영화로도 감상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