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이노우에 마기 지음, 이연승 옮김 / 스핑크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그가능성은이미떠올렸다 (2018년 초판)

저자 - 이노우에 마기

역자 - 이연승

출판사 - 스핑크스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87p



본격 추리 검증 배틀!!



신박하다! 이 작품을 보면서 떠올린 느낌이다. 이제껏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식의 미스터리...일본에서는 라이트 미스터리라고 한다는데, 실제로 플롯은 라이트할지 모르나, 작품의 제목이자 중심을 이루는 트릭의 가설과 이를 검증하는 일련의 과정은 결코 라이트 하지 않다. 실로 경박하고, 신박한 신개념 추리 검증 배틀!!! 기적을 입증하기 위해 모든 가설을 부정하는 남자 우에오로 조의 모든 가능성에 대한 검증이 시작된다...



기적의 존재를 입증하는데 인생을 건 탐정 우에오로 조에게 의뢰인 여성이 찾아온다. 15년전 벌어진 학살사건에서 자신의 생존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다는것. 신흥종교에 빠진 어머니를 따라 외부와 단절된 마을에 간 소녀 리제는 그곳에서 몇 살 위 오빠 도우니를 만나고 친하게 지낸다. 마을에는 교주와 유일한 어린이 리제와 도우니를 포함해 33명이 살면서 가축을 치고 농사를 지으면서 자급자족한다. 마을 밖으로 나가는 유일한 길은 동굴을 터서 만든 동문이 유일하고 그외는 절벽으로 둘러쌓인 분지 지형이다. 어느날 천지를 뒤흔들 지진이 발생한 뒤 유일한 식수원인 냇물이 말라버린다. 교주는 이 지진을 신의 계시로 받아들이고, 마을 사람들을 배전에 불러들인뒤 열렬히 기도에 빠진 사람들의 목을 도끼로 내려친다. 차례 차례 목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공황상태에 빠진 리제는 도우니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배전을 탈출하고 문밖의 빗장을 걸어 쫓아오는 교주를 가두는데 성공한다. 이미 충격으로 정신이 혼미한 리제의 단편적 기억으로는 도우니 소년이 리제를 안아들고 서쪽 사당으로 걸어갔고, 그 와중에 리제는 동그란 어떤 물체를 안아들고 있었다. 이후 정신을 차린 리제 옆엔 도우니의 잘린 머리와 몸통이 널부러져 있었고, 몇 일뒤 수색대에 발견되 구조 받는다. 


도우니 소년은 목이 잘린 상태에서 리제를 사당으로 피신시키는 기적을 일으킨 것인가?...

아니면 숨겨진 비밀이 있는 것인가?....

수많은 가설속 트릭의 헛점을 밝혀라!!!

모든 가능성이 부정되었을때 비로소 기적이 되리라....





지금까지의 탐정물은 밀실속 불가능해 보이는 살인사건의 범인과 살해수법등의 트릭을 밝혀내는 불가능한 사건을 실현 가능한 실제적 사건으로 입증하는 과정이었다고 보자면, 이 작품은 기존 탐정물의 정반대되는 과정을 펼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기존 장르의 비틀어보기가 확실히 신선함 그 자체로 다가오는건 사실이었다. 단절된 밀실이라는 공간에 제한된 건물과 기구들...이들을 적절히 사용하여 도우니 소년의 미스터리한 살해 트릭을 주장하는 도전자들과 이들의 가설들을 차례로 반증하는 탐정의 철저한 논리대결이 숨가쁘게 펼쳐진다. 



TVN의 [문제적 남자]에서 우연히 글자가 없는 그림카드 수십장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문제를 본 적이 있다. 각 상황별 그림 카드를 조합하여 가장 말이되고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문제였는데, 이 작품을 보면서 이 그림카드 이야기 만들기 문제가 떠올랐다. 마을에서 발견된 각 잔해들 이를테면 불에탄 물레방아, 가축 도축용 단두대, 깊고 깊은 씽크홀, 밖에서 잠글 수 있는 역밀실 배전, 불에탄 위령탑 등등을 각각 하나의 카드라 생각하고 이 카드를 조합하여 도우니 소년의 살해 미스터리를 가장 그럴듯 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다. 물론 작품에서 제시하는 3건의 가설들은 누구나 예상가능 할 정도로 만만친 않다. 때로는 물리학을, 때로는 성서를 인용하며 독자의 상식과 상상을 초월하는 의외적 가설들에 어느새 동화되어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를 외치며 말이 될법한 가설들을 시원하게 깨부수는 탐정의 모습은 웬지 모를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도 한다. -_-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 또한 정형화된 틀을 깨부수는데, 탐정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3명 역시 경극을 보는듯한 과장되고 만화 같은 캐릭터들로 눈길을 끌고, 이들과 탐정이 1 대 1로 벌이는 논리 배틀 또한 대전격투 게임을 보는듯 경박하고 과장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쨌던, 정말 대전 격투 게임처럼 처음엔 내가 봐도 뭔가 어설퍼 보이는 가설들(나도 첫번째 스테이지는 트릭의 헛점을 맞춰 냈다는..)이 스테이지를 더해갈수록 점점 정교해지고 논리적으로 단단해지니 독자들도 점차 이 기적 증명 게임에서 완벽한 가설의 헛점을 찾아내는 일에 동참시킨다. 



사건 자체는 끔찍하고 잔혹할지언정 작품 자체는 다양한 사고실험을 통한 지적유희를 충족시켜주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다. 머..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일수도 있겠으나 이 흥미진진한 게임을 만들어내는데 들인 작가의 노력과 열정이 작품에 베어 있기도 하고, 신선함과 재미또한 놓치지 않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마지막으로 탐정이 내놓은 대망의 결말도 치밀하게 검증하면 헛점을 찾아낼 수 있을것도 같은데...난 읽는데만도 지쳤고...누군가 찾아내 줬으면 좋겠다는....이 본편보다 더욱 다듬어지고 논리적으로도 무장한 속편도 하루 빨리 출간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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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온 레인 데이브 로비쇼 시리즈
제임스 리 버크, 박진세 옮김 / 네버모어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네온레인 (2018년 초판)_데이브 로비쇼 시리즈

저자 - 제임스 리 버크

역자 - 박진세

출판사 - 네버모어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49p



파도 파도 끝없이 이어지는 부패의 구렁텅이 속으로



나는 처음 듣는 작가에 처음 보는 시리즈지만 이름만 들어보던 '퓰리처 상 후보'에 '에드거 상 2회', 'CWA 골드대거'를 수상한 실로 엄청난 작가의 대표시리즈인 '데이브 로비쇼 시리즈' 첫번째 작품이 출간되었다. 도시의 어둠을 밝히는 화려한 네온사인 뒤편 추적이는 비로 진창이 되버린 뒷골목의 음울하고 찌들린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작가만의 독특한 시적(?) 은유로 그려내는 작품 [네온 레인]이다. 



한때 알콜중독으로 나락까지 추락했었던 경위 로비쇼는 무죄를 주장하는 사형수의 면회중 감옥에서 라틴계 조직이 로비쇼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말을 전한다. 로비쇼는 몇 주 전 낚시를 하다 늪에서 발견한 흑인 여성의 시체를 떠올리게 된다. 왼쪽 팔의 6개의 주사자국과 오른쪽 팔의 1개의 주사자국...타살을 의심하는 로비쇼는 관할 경찰서에 여성시체의 부검보고서를 요청하지만 깔끔하게 무시당하고, 타지역 형사는 관심을 꺼달라는 차가운 대답만 듣는다. 의심은 더욱 깊어지고 흑인 여성에 대해 수사하던중 여성이 라틴계 '세구로'가 운영하는 갱단의 대저택에서 조직원들의 성노리개로 이용되었다는 진술을 듣고 파트너 '클리트'형사와 함께 '세구로'를 체포하기 위해 그의 집으로 쳐들어간다. 하지만 '세구로'의 가드와 '클리트'의 마찰로 우발적 총격이 벌어지는데....



한 여성의 죽음으로 시작된 사건은 라틴 갱단, 연방수사관, 불법무기 거래, 거물급 장성 등등등...파도 파도 끝도 없이 이어지는 불법과 부패의 콤비네이션으로 암흑의 구렁텅이를 헤메는 기분을 선사한다. 천신만고 끝에 단서를 잡았다 싶으면 누군가에 의해 인멸되버리고, 목숨의 위기 속에서 결정적 증인을 찾아내면 바로 다음날 시신으로 발견되버리는...실로 열혈 수사관 로비쇼와 교묘하게 꼬리를 잘라내 버리는 우두머리와의 처절한 대결이 숨막히게 펼쳐진다. 그런 백중지세에서 빛을 발하는건 역시 주인공 로비쇼이다. 희끗 희끗 바랜 머리로 '새치'라 불리는 로비쇼는 월남전의 아픈 기억을 숨긴체 머리보다는 뜨거운 심장이 시키는대로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흑인 여성의 죽음의 비밀을 파헤친다. 으레 여타 경찰 스릴러의 히어로들과 마찬가지로 독단적이고, 고독하며 다혈질의 한 성질 하는 캐릭터 라는점은 비슷하나 다른점은 자신의 동료에겐 굉장히 관대하고, 경찰임에도 법보다는 권총이 혹은 주먹이 먼저 올라가는 터프함, 그리고 특유의 거칠면서도 서정적인 입담이 차별성을 부여한다. 



"나도 당신 같은 입장에 놓인 적이 있습니다. 녀석들이 당신 똥구멍을 그냥 두지 않을 겁니다. 당신이 챙길 수 있는 건 불알뿐이죠. 그건 괜찮지만 잠시 후면 그것도 작은 구슬 크기로 짜부라질걸요."



뭔가...저속하면서도 창의적인 막말들이 작품속 대화의 절반을 차지 하는데, 문장마다 다르게 변주되는 '똥'들의 향연은 그저 경이로울 따름이다. 물론 로비쇼의 참담한 내면을 대변하듯 건조하고 암울한 색깔의 서정적인 시적 은유가 가득한 작품인데도, 내 눈엔 똥덩어리 같은 저속한 대화들이 더 들어오니...ㅎㅎ 일촉즉발의 심각한 분위기에서 경찰과 범죄자들의 신박하고 경박한 드립대결 만으로도 저질쾌감을 경험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어쨌던...경박한 드립과는 대조적으로 작품 자체는 굉장히 무거운 암울 그 자체다. 우정을 잃고 가족을 잃는등 진실을 밝혀 내기 위해 로비쇼가 치르는 대가는 너무가 가혹하기만 한데, 그럼에도 혈혈단신으로 복잡하게 엮여있는 거대한 어둠을 몰아내기엔 역부족이니...말미에 (히어로로서는 흔하지 않은)모든것을 포기하고 내려놓는 로비쇼의 처참하고 참담한 심정이 너무나 와닿는다. 굉장히 섬세한 주인공의 감정이 살아있는 강렬한 하드보일드 랄까...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감성이 충돌하며 회오리 치는 하드보일드 누아르 작품이었다. 반면 그렇게 힘겹게 수사했지만 우두머리의 부제랄까...모든 음모의 배후 조종자에 대한 단죄 없이 애매하게 끝나는 결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무려 시리즈로 21편이나 나온 대작이니...지금의 아쉬움은 다음편에서 시원하게 날려 주리라 생각하면서...거침없이 다음 후속작이 출간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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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 W-novel
사쿠라마치 하루 지음, 구수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의새끼손가락은수식으로연결되어있다 (2018년 초판)

저자 - 사쿠라마치 하루

역자 - 구수영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정가 - 11000원

페이지 - 250p



기억상실 로맨스



위즈덤하우스의 라이트노벨 브랜드가 'W노벨'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런칭됐다. 그 새로운 'W노벨'의 이름을 달고 나온 첫번째 작품이 바로 이 제목도 길고 긴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이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나와 그녀의 왼손][사랑하는 기생충]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학원 로맨스물이다. 아무래도 학원 연애물이 가장 대중적이기도 하고, 쌀쌀한 찬바람이 부는 이 계절에 뜨싯하게 가슴을 대펴주는 로맨스가 제격이라서인건가...3작품 모두 로맨스지만 각각의 분위기는 천차만별이다. [나와 그녀의 왼손]은 트라우마를 사랑과 음악으로 치유하는 미스터리형 로맨스였고, [사랑하는 기생충]은 기생충의 사랑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SF적 설정으로 이루어진 로맨스였다. 그렇다면 이 작품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렇다. 기억상실 로맨스라고...



소꿉친구이자 애인이었던 친구가 죽고, 그 상처로 학급내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언제나 홀로 문고본을 보는 나에게 한 소녀가 말을 걸었다. "전향성 건망증" 자신이 앓고 있는 병명을 시작으로 그녀와 나는 친구가 되었다. 1년전 수술 후 부터 그녀에게 원인을 알 수 없는 전향성 건망증이 발병되었고, 기억의 유지기간은 단 한달뿐...세계 수학경시대회에 나갈 정도로 머리가 좋아 학급원들에겐 자신의 병을 말하지 않고 얼마간은 버틸 수 있었지만, 역시 한달의 기억으로는 빈틈을 보일 수 밖에 없던 그녀는 나와 마찬가지로 아웃사이더에 속하게 되었다. 그런 그녀가 내게 먼저 말을 걸고 친구가 되어달라고 한 이유는 그저 나의 휴대폰 번호 5020이 그녀의 전화번호 5564와 친화수였기 때문이었단다. 세상의 모든 일들을 수학과 수식으로 연결지어 생각하는 독특한 수학 천재 소녀에게 차갑게 식어버렸던 나의 심장이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전향성 건망증 하니 전향성 기억상실증에 걸린채 기억 조작자와 처절한 대결을 펼치던 작품 [기억 파단자]가 떠오른다. 동일한 소재로 누군가는 SF 스릴러를 누군가는 가슴 저리는 러브 로맨스를 써내니 참 재미있는 세상 아닌가...ㅎㅎ 사실 [기억 파단자] 보단 '드류 베리모어'가 연기했던 [첫 키스만 50번째]가 이 작품과 더 가깝다고 보여지는데 다른점은 영화속 건망증 주기가 하루인 반면, 작품속 그녀의 주기는 한달로 훨씬 길다는 것이다....그런데....그녀의 건망증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것이 아닌가!!!



"네가 기억해 줄거잖아."

"나 혼자만 기억해도 아무 의미 없잖아."

"있어. 내 몫까지 기억해주면 돼. 2배 상세하게, 2배 선명하게, 2배 진하게, 나를 기억해준다면 그걸로 수지 계산은 맞잖아."



건망증 주기가 너무 짧아져 결국엔 '나'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게 되더라도 '나'가 기억해 준다면 '나'의 기억속에서 그녀는 살 수 있다고 말하는 그녀....그런 그녀의 소망을 가슴 깊이 이해하고 '나'는 언제가 될지 모를 그날까지 하루 하루 착실하게 그녀와의 추억을 차곡 차곡 쌓아가기 위해 학교도 땡땡이 치고, 단 둘이 일탈 여행을 가서 한 침대에서 잠도 자보고(정말로 한침대서 잠만자는 '나'의 무성욕에 현실감을 잃게 되더라는...), '나'의 고향도 찾아가는 등등 '나'와 그녀의 눈물겨운 노력들이 가슴 한켠을 아리게 만든다. 



그렇게 우정으로 시작된 둘 사이는 어느새 우정을 넘는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하고, '나'는 지난날의 상처로 입은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그녀에게서 얻고, 그녀 역시 한달로 리셋된 '나'의 기억을 일기장속 기록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심장의 두근거림으로 전향성 건망증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렇게 희망과 기적으로 가득한 리얼러브가 결실을 맺으려는 찰나...느닷없이 벌어지는 반전과 비밀...혼란...그리고 남남...-_-;;;;



머...반전의 비밀은 일요일 12시 [서프라이즈]를 꾸준히 시청했다면 누구나 쉽게 예상 가능한 익숙한 초현실적 소재이다....그럼에도 무의지, 무성욕자였던 주인공이 열정을 활활 불태우고, 청춘남녀가 과거의 아픔을 씻어내고 새로운 사랑의 시작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응원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반전의 비밀로 봤을때 [사랑하는 기생충]과 비슷한 맥락의 작품인것 같기도 하니....두 작품을 비교하며 봐도 좋을것 같다. 역시 부담없이 볼 수 있는 가벼움에 독특한 소재로 반전과 감동을 전하는 라노벨표 로맨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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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앰 필그림 1
테리 헤이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수첩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아이앰필그림 1 (2018년 초판)
저자 - 테리 헤이스
역자 - 강동혁
출판사 - 문학수첩
정가 - 13000원
페이지 - 474p


단 한권만으로 나의 최애 스파이 소설이 되었다.


이렇게 말하고 싶지만 사실 정통 스파이물은 거의 읽어본 적이 없다. 그저 '이단 헌트'가 북치고 장구치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시리즈나 찾아 볼 정도랄까...그 유명한 [007]시리즈도 별 흥미를 못느끼는걸 보면 나와 스파이장르는 그닥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생각이 단번에 바껴버렸다. 아직 진짜로 끝내주는 스파이물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단걸...스파이 장르의 전설적인 작품들은 접해보지 못했지만, 그동안 장르소설만 읽어온 덕후로서 판단하건데 전설에 필적할 정도로 아주 죽여주는 작품이란게 나의 평가다. 그것도 단 한권만 봤는데 말이다. 단 1권만 보는데도 소름과 전율을 몇번이나 느꼈는지 셀수도 없을 지경이니 말 다한거 아닌가..ㅎ



[스콧 머독]
뛰어난 머리로 하바드 의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스콧 머독은 우연히, 아주 우연히 CIA의 눈에 띄어 스파이 생활을 시작한다. 스파이로서 첫 파견근무지 터키에서 사수의 반역행위를 간파하고 사적 감정을 배재한체 스파이로서 냉철히 일을 마무리 짓고, 가장 유능한 스파이인 '푸른 기수'라는 칭호를 받게된다. 하지만 9.11 테러를 기점으로 자신이 경험한 모든 범죄와 사건의 지식을 정리한 책의 출간과 함께 스파이 생활을 정리한다. 이제 스파이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 세상속 깊숙이 숨어들지만, 그가 쓴 범죄사건 책을 감명깊게 본 경찰 브래들리가 각고의 노력으로 신분 세탁을 하고 파리에서 은둔해 살고 있는 스콧을 찾아내는데.....



[사라센 사람]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사라센사람은 유년시절 사우디 왕가를 공공연히 비판했다는 죄명으로 잔인하게 참수당한 아버지를 보면서 커다란 충격에 빠지고, 부패에 찌든 사우디 왕가를 자신의 손으로 꼭 무너트리리라 다짐한다. 이후 더욱 이슬람교에 더욱 맹렬히 빠져들고 결국 지하드로 아프가니스탄에 홀로 들어가 목숨을 걸고 자신만의 성전을 치룬다. 그렇게 전쟁을 겪으며 성년이 된 사라센은 9.11테러 사건을 보면서 테러 목표를 사우디 왕가에서 미국으로 수정하고 효율적이고 치명적 테러를 위해 은밀하게 차근 차근 준비 단계를 밟아 나가고...마침내 미국 전체를 초토화 시킬 강력한 힘을 손에 넣는데.....



과거 스파이물이 미국과 소련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냉전시대 핵무기의 위협을 주된 소재로 썼다면 이 작품은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실질적 위협이 되고 있는 극단적 이슬람무장단체를 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미국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굴욕과 아픔의 상징이 되버린 9.11 테러 이후 끊임 없이 벌어지는 자살폭탄 테러와 테러시도들은 미국을 포함한 유럽사회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으니 현 상황에서 이 작품의 설정은 굉장히 현실적으로 와닿고 정말로 일어날수도 있는 현실공포로 다가올거라 생각된다. 그도 그럴것이 작품에서 미국을 멸망시킬 테러 무기는 현실적으로 상당히 실현 가능성이 높고 막아내기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허름한 모텔
널려있는 마약들과 곳곳에서 보이는 섹스 흔적들
목의 대동맥이 잘린체 죽어있는 콜걸의 시체
경찰은 단순한 마약에 의한 쾌락살인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경찰의 지원요청으로 살인현장을 바라본 스콧 머독은 이내
부자연스러운 점을 발견한다.
황산으로 가득 채운 욕조에서 뼈마져 흐물거릴 정도로 녹아버린 시체
치아대조를 할 수 없도록 입안의 치아는 전부 뽑혀진 상태
방안의 모든 가구에는 스프레이 소독제로 흥건하여 어떠한 DNA도 발견 할 수 없는 상황
살인범과 피해자의 신원을 전혀 파악 할 수 없는 완전범죄
이내 살인범이 사용한 은폐행위들이 자신이 써낸 책의 내용을 토대로 한것이란걸 깨닫는다.



과연 이 완전범죄 살인마와 미국을 멸망시키려는 테러분자 사라센 사람과의 접점이 있는지 어떤지는 아직 모르겠다. 아직 1권밖에 못봐서리....하지만 한눈에 펼쳐 보이듯 연상되는 자세한 상황묘사와 잔인하고 잔혹한 폭력적 상황들, 그 무엇보다 탄탄하고 치밀한 구성의 서사는 서서히 작품에 빠져들게 만들면서 전율의 카타르시스를 향해 내달린다. 이렇게 미칠듯이 재미있는데 스콧 머독과 사라센 사람은 아직 만나지도 않았다는거.... 스콧 머독의 스파이 생활과 은퇴 이후의 삶, 사라센 사람이 테러분자가 된 이유와 테러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치명적인 무기를 갖게되는 시점에서 1권이 끝나니, 어찌보면 1권은 최고의 스파이와 테러분자가 운명을 건 정면대결을 펼칠 2권의 프롤로그에 해당되는지도 모르겠다. 겨우 프롤로그인데 이렇게 서스펜스가 흘러넘치니 2권은 사람 잡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이토록 강렬한 긴장감을 주는건 사건 하나 하나 허투로 넘어가는것 없이 매우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여 설득력 있는 인과관계를 이끌어 내는데 그 이유가 있다. 주인공 스파이 보다 테러분자에게 더 많은 분량을 내주면서 평범한 아들이자 누이의 동생이던 한 소년이 세상을 끝내려 하는 테러리스트로 거듭나게 되는 당위성을 부여한다. 뭐든 뚝딱 뚝딱 갑자기 악의 정점에 서버리는 여타 작품들과는 달리 이 작품은 악인 사라센 사람이 테러분자가 되어가며 겪는 고난과 역경을 자세히도 그려낸다. 그가 겪는 고통과 고독, 인내를 통해 서서히 살인기계로서, 최악의 테러리스트로 성장해 가는 과정은 다른 의미로의 성취감을 맛보여 준다. 비단 테러분자에 그치지 않고 웬만한 조연들 각자의 삶도 밀도있게 그려가면서 독자적인 캐릭터를 구축해가니 이야기는 풍성해지고 그들이 정반대의 목표를 향해 정교하게 맞물려 들어가는 모습에서야 작가의 치밀하게 설계된 빅픽쳐를 엿보게 된다.  



이렇게 엄청난 작품이 작가의 장편 데뷔작이라는데 놀라고, 디스토피아 펑크 SF 영화의 전설 [매드 맥스]시리즈 1,2,3편과 [버티컬 리미트]의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레인 오프 화이어], [클리프 행어], [플라이트 플랜]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한 초유명 시나리오 작가였다는데서 바로 납득해 버렸다.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한 공포로 떨리게 만들고, 숨 쉴틈없는 긴장감으로 땀흘리게 만든다.
본격적인 대결은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말이다. -_-
단 한권만으로 내 최애 스파이 소설이 되었다.
그리고 2권을 읽고 나면 내 인생 최고의 스파이 소설이 될 것이다. (아님 말고..ㅋ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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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용소년 - 한국 근대 SF 단편선
허문일.김동인.남산수 지음 / 아작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천공의용소년 (2018년 초판)

저자 - 허문일, 김동인, 남산수 외

출판사 - 아작

정가 - 5500원

페이지 - 114p




근대 SF의 효시



얼마전 한국 최초의 창작 SF [K박사의 연구]를 포스팅 했었는데, 그 시절 국내 근대SF를 엮은 단편집이 아작에서 출간됐었다. 작년부터 서울국제도서전 즈음하여 이벤트성 단편집을 내는데 작년엔 페미니즘 SF단편집 [내 플란넬 속옷]을 올해는 국내 근대SF단편집 [천공의 용소년]을 출간했다. 구매하기는 국제도서전에서 구매했으나 아끼고 아끼다 술도 퍼마셨겠다 올해가 마무리되기전에 일독했다. 한국최초창작 SF라 일컬어지는 '김동인'의 [K박사의 연구]를 비롯하여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한국 창작 SF의 태동을 볼 수 있는 작품 4편이 수록되 있는 주옥같은 단편집이다. 발표시기가 일제강점기에 친일파 활동의 논란이 있기도 하지만 한국의 첫 근대 SF작가의 작품들로 역사에 기록된 만큼 당시 시대의 SF문학을 추측하는 시료이자 자료로서의 가치가 있는 단편집이라 생각된다. 



1. 천공의 용소년 - 허문일 ([어린이] 1930년 11월호)

화성에 사는 별 박사와 한달 소년이 지구를 향해 여행하는 이야기이다. 당시의 상상으로는 현재의 지구보다 약간 과학이 발달한 화성에서 지구를 향해 여행하는 박사와 소년의 우주여행기가 중점적으로 펼쳐진다. 신비한 우주여행 끝에 도달한 지구의 사람들이 한창 전쟁중이고 이에 휘말려 화성 우주선이 추락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것을 보면 일제강점기의 시대상을 반영한듯 같아 씁쓸함이 남는다. 

 


2. K박사의 연구 - 김동인 ([신소설] 1929년 12월호)

K박사의 기상천외한 연구...한국 최초의 근대 SF로 기록된 작품이며 E-book으로 무료 배포된 작품이다. 현재도 무료이기도 하고, 창의적이고 엽기발랄한 독창성에 꼭 한번쯤 일독을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자세한 내용은 예전에 포스팅한 독후감으로 대신한다. 



3. 소신술 - 남산수 ([신시대] 1941년 5월호)

상해에서 '소신법'이란 신기장치를 개발한 양박사는 수령 울스키의 협박에 '소신법'을 사용하여 실험재료이자 고난에 처하게 한다. 양박사의 '소신술'은 '리처드 매드슨' [줄어드는 남자]의 소형화 기술과 비슷한 맥락으로 보이며, 이 '소신술'을 이용하여 울스키를 대중에게 씻을 수 없는 창피를 주는것으로 끝난다.  



4. 삼대관의 괴사 사건 - 작가 미상 ([과학조선] 1935년 11월호)

원인을 알 수 없는 살인사건과 이 살인에 연관된 듯한 QT치료기....[K박사의 연구]가 최초 근대 SF라면 이작품은 최초 근대 추리 SF작품인가?....정작 QT치료기의 정체는 지금에선 보잘것 없지만 당시 시대에서는 완전범죄를 성립하는 과학기술의 보고 였을까?....-_-



작년부터 아작에서 이벤트성으로 출간되는 단편집이지만, 올해 출간된 [천공의 용소년]은 의도가 어찌됐던 한국인으로서 한국 근현대 SF의 효시를 볼 수 있었던 뜻깊고 유익한 단편집이라 생각된다. 물론 현대SF와 비교하자면 당연히 작품성으로는 떨어지는 작품임엔 분명하나 사실 [K박사의 연구]를 제외한 3편의 단편은 생전 들어본적도 없었고, 어찌보면 평생 접해볼 일이 없었던 작품이니 이 단편집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것 같다. 일제치하라는 암흑같은 시대상에서도 이념을 떠나 과거의 한국문학을 근현대적으로 발전시킨 작품임에는 분명한 사료로서의 가치를 가진 작품이라 생각된다. 더욱이 발표 당시의 고어체를 현대적으로 읽기에 지장없이 번역하여 출간한것 또한 아작의 배려라 보이는 부분이다. 더불어 '박상준'님의 근대사 SF를 아우르는 작품해설까지 더하여 커피 한잔값으로 즐기는 최고의 초기 한국 SF단편집으로 더할나위 없는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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